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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0, Mar 2024

김성은_Kaput / 갈래머리

2024.1.23 - 2024.2.16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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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유진 스위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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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화된 사고의 오류와
그 창조적 힘


런던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성은(Vicky Kim)이 ‘Kaput’와 ‘갈래머리’라는 이중 제목으로 갤러리조선과 함께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항복(capitulate), 자본주의(capitalism), 참수하다(decapitate)와 같은 단어의 어원인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caput’에서 파생된, 부러진, 쓸모없다는 뜻의 독일어 ‘kaput’은 전시의 주제이며, 여학생들이 두 가닥으로 땋던 머리를 지칭하는 ‘갈래머리’는 부제다.


여기서의 갈래머리는 여성의 이미지를 지칭한 것뿐 아니라 머리와 몸이 갈라지는 것을 암시하는 kaput이란 단어와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정석이 아닌 파생된 이야기들, 당연한 시각, 경험, 인식을 빠져나오겠다는 삐딱한 자세가 제목에 스며든 것이다. 껌과 벽지라는 일회적이고 파기되는 재료와 기법을 통해 이번 전시는 제스처, 몸짓, 행동의 이미지를 논리적, 역사적 컨텍스트뿐만 아니라 신선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언어가 우리의 소통을 전반적으로 지배하지만, 몸짓이란 수단도 작가뿐 아니라 모든 개개인의 표현과 소통의 수단이다. 작가는 무심코 일어나는 일상에서의 움직임, 노동뿐 아니라 무용, 퍼포먼스, 연극 같은 무대미술에서의 표현양식, 또한 회화에서도 제스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것을 모티브로 삼는다. 전시는 4개의 대형의 벽지화된 판화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각 작품에는 제스처를 이용한 스펀지 자국으로 이루어진 고유한 ‘패턴’이 있다.


개인의 고유성과 회화의 독창적 표현, 작가만의 스타일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모더니즘적 사고를 실크스크린이라는 복수 프린트 기법을 통해 패턴화하여 이질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든지, 패션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포즈를 반복적으로 프레임화해 패턴화하는 설치는 이미지의 생산, 노동, 또 예술적 표현에 대한 작가의 여러 생각을 담는다. 실크스크린화된 벽지의 이미지는 작가가 작업장에서 손이나 스펀지로 문지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의 흔적으로 선정했다.

간결하고 담담한 것부터 열렬하고 공격적인 것까지, 완벽한 해독은 불가능하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 추상적 패턴들은 반복적으로 튄 자국, 얼룩, 긁힘, 번짐으로 가사 노동의 신체적 노력과 그 고단함 그리고 사용되는 몸의 공간과 그 생활의 흔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세테이트지에 잉크로 먼저 그린 후 실크스크린으로 옮겨 갈색 아크릴 물감으로 불규칙하게 인쇄한 판화 작업들은 언뜻 보기에 반복적 패턴이 되어 마치 벽지처럼 갤러리를 장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장도 서로 동일하지 않다.



<무제> 2024 종이에 실크스크린, 테이프
Courtesy of the artist © Vicky Kim
 사진: Harry Acland



패턴화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총체적 축적으로 거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또 방향의 순회, 모티프의 겹침을 통해 조금씩 변이된 파생, 신생 이미지들이 만들어 낸다. 또 물감의 번짐, 강약도 변화의 영향에 따라 동일해 보이지만 대조가 되는 표현들이 평행하게 존재한다. 인쇄된 패턴의 유사성과 대조성의 리듬감은 벽지 위로 액자화되어 자리 잡고 있는 패션잡지에서 찢어 낸 여성 모델 이미지에서도 관찰된다.

이 이미지들은 패턴처럼 똑같은 반복보다는 표정, 자세, 시선 면에서 무리를 지으며 일련의 공통점을 보인다. 2000년도 이후 출판된 『데이즈드 & 컨퓨즈드(Dazed & Confused)』 외의 여러 패션잡지에서 수집한 수백 개의 사진을 연구한 끝에 선택된 여성 이미지들은 머리, 얼굴, 몸통, 팔다리 등 신체의 일부가 카메라 프레임에 의해 잘린다는 면에서 그리고 잡지 페이지에서 찢어졌다는 면에서 부분,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 재현의 폭력성을 시사한다.

어떤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하나의 메시지의 제시가 아닌, 이것일 수도 또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함에 주시한다는 점에서 관람객은 작품으로의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김성은이 복합적인 미학적 구조로 관람객에게 질문을 유도하는 방식은 작가의 스승인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또 그의 스승이었던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작업과도 인간의 몸의 탐구를 작품의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 연계성이 보인다.


조각, 설치, 드로잉, 판화 등의 요소를 통합하는 그의 미술세계는 우리의 육체적 자아와 정신적 자아 사이의 익숙한 관계에 도전하는 행동이나 제스처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의 신체의 표현과 인식은 문화 전반의 산업적 메커니즘과 그 도상학에 영향을 미치는 사적이고 주관적인 세계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 사이에 놓여있으며, 단지 대중문화에서 익숙한 스테레오 타입의 반복이 아닌 끝없는 변주와 축적 사이에서 자신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존재감의 창조인 것이다.  


*<데이즈드 & 컨퓨즈드 &(Dazed & Confused &)> (부분) 2023 월페이퍼에 실크스크린, 매거진 페이지, 씹던 껌 가변 크기 Courtesy of the artist © Vicky Kim 사진: Harry Ac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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