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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4, Nov 2022

류호열_IMAGINATION

2022.8.26 - 2022.10.1 평택시 남부문화예술회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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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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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되지 않은 감정, 욕망 그리고 결핍


기술은 내달리고 있다. 앞이 어딘지 끝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더 웅장하고 보다 스펙터클한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니 ‘아나몰픽 일루션(Anamorphic illusion)’ 같은 새로 조합된 용어들을 미처 익힐 새도 없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초현실적 풍경과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의 현 상태를 제시하는 단어들은 이 시각에도 쉼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류호열은 기술에 브레이크를 건다. 예술적 가치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그는 단지 그것을 이용한다. 기술적으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그는, 기술이 굳이 첨단을 쫓을 필요 없으며 그저 이야기 나누기에 적합하면 된다고 믿는다. 독학으로 습득한 3D 프로그램들로 자신이 전하려는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 작가가 기술을 이용하는 전부다. 그런 까닭에 그에게 작업에 기술을 접목하는 한계는 없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3분짜리 작업을 렌더링(rendering)하는데 10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 장의 사진을 뽑는데 몇 시간씩 걸리기도 하는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공간 한복판에 작지만 아주 사랑스럽고 강렬한 <Laufen>이 있다. 3,840×2,160 픽셀로 만들어진 털북숭이 주인공은 발랄하게 앞을 향해 뛴다. (그는 조금도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뛰는 3분간의 모습이 무한 반복된다. 이 앙증맞은 대상에게 작가는 단지 ‘달리기’, ‘경주’라는 직관적 제목을 붙였다. 이 작업의 원류는 2005년 시작한 사진 연작 ‘Hauptbahnhof’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 하노버에 살던 그에게 중앙역은 늘 오가는 곳이었다. 어느 날 문득 저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어디로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가는지 궁금했던 그는 중앙역을 중심으로, 하나는 나오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들어가는 사람들을 표현했다. 이것이 ‘Laufen’ 작업의 시작이었다. 2004년 인체 동작을 만들어내는 간단한 리깅 프로그램을 접한 그는 거기서 제공되는 캐릭터와 걷기 동작이 꽤 마음에 들었고 이후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달리는 사람의 연속 동작을 표현하는 ‘Laufen’을 완성하고 있다.



<Laufen> 2022 3,840×2,160pixels
48kHz 16bit Stereo 3분



그런가 하면 전시장 반대편엔 <Meer>가 광활하게 요동쳤다. “지구의 생명은 바다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지는 관념적 바다와 류호열이 표현한 바다는 과연 어떻게 다른가. 그의 바다는 현실 세계를 제외한 또 다른 모든 세상, 저 우주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상상 속에 있을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의 모습 중 하나다. 그곳에는 나무가 있을 수도 있고, 바다, 집들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비현실적인 일일 수 있지만 0.00001% 그런 세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고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그는 이 작업을 진행했다. 바다, 나무, 눈 내리는 모습, 뛰어가는 사람, 물방울, 갈대밭 등에 작가는 특별한 의미를 두기보다 그저 좋아 하는 소재로 하려는 얘기를 할 뿐이다. 이는 작가가 다른 세계에서나마 개인적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류호열의 예술은 가장 진보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고 감정적 내러티브를 깨움으로써 시간, 공간, 사회, 문화 그리고 지구에서 자기 존재를 자각하도록 만든다. 모든 개인은 머리로 얻는 지식과 몸으로 얻는 지식이 결합될 때 비로소 강력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좋은 예술은 세계를 보도록 하지만, 더 좋은 예술은 나를 바라보게 한다. 류호열은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한다. 미술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이 세상에서 함께 존재함을 경험해 보라고, 관심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보라고 다독이는 것이다. 그의 작업 앞에 서면 실로 오랜만에 예술로부터 환대받는 기분, 지금 나의 가장 절실한 상태에 닿을 수 있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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