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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3, Dec 2021

2021 대구아트페어 올댓큐레이팅×아트경기

2021.11.5 - 2021.11.7 대구 엑스코 동관 107번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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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규홍 오픈스페이스 배 아트디렉터·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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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심과 이기심의 이인삼각 게임


‘2021 대구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현재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시장의 호황이 한국 미술 체계의 매크로 트렌드를 바꾸는 가운데, 이 행사에서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마이크로 트렌드 몇 가지도 있었다. 경기문화재단과 올댓큐레이팅이 협업 형태로 참여한 것도 그중 하나다. 아트페어는 상업 갤러리의 미술 작품으로 구성되는 견본시장이지만, 예외 경우도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재단이 아트페어에 부스를 임대해 나오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2021 대구아트페어’에도 이런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과 올댓큐레이팅 미술기획연구소의 연합체는 좀 더 정교한 기획으로 실행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업 배경이 된 <아트경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아트경기>는 전통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예술가의 경제적 이익이다. 일종의 거버넌스로서 <아트경기>는 미술 경제에 관이 어떤 식으로 개입하는 게 옳은 것인지, 사례 하나를 추가했다. 사실 이런 정책이 그동안 보여준 결과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좋은 작가와 작품은 있을지라도 프로그램은 제목만 보여주기식의 그럴듯함에 그쳤다. 여러 지자체는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미술 집단과 협업하면서 차별화를 꾀하지만, 문제는 협업 단체나 업체들도 몇 가지 유형의 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머물렀다. 과업이 모두 엇비슷하다 보니 내용을 보지 않아도 결과가 예측되는 사업이 속출했다.


<아트경기>가 보여준 행사들은 일단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많다. 이는 마치 공통 세계관으로 묶인 상업영화 시리즈가 하나씩 선보이면서 후속작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기획과 흡사하다. <아트경기>는 영화 주인공에 해당하는 마흔두 명의 동시대 미술작가들이 여러 이벤트에서 따로 선보이다가도 어떤 지점에는 모두 합류시키는 플랫폼을 갖췄다. 10월 중순에 올댓큐레이팅이 선정 작가 전원과 초청작가까지 더하여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일곱 개 화랑에서 진행한 <2021 아트경기×아트로드77>이 그랬다. 문예슬 큐레이터가 총괄한 이 행사는 형성 초기보다 위축된 헤이리의 미술 상권을 복원하는 미술장터의 취지를 가졌다. 이처럼 <아트경기>가 가진 예술작품 유통 활성화는 작가와 갤러리를 함께 지원하는 특징을 지닌다.


<아트로드77>처럼 경기도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2021 대구아트페어’와 같은 공간 돌파를 통해 국내 전역으로 커졌다. 또 사업은 실제 장소가 아닌 메타버스 안에 구축된 플랫폼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여러 공공기관과 사업체 복합문화시설에서 팝업갤러리가 열렸고, 그 장소에 미술품을 임대하는 조건도 마련했다. 사업을 구현하는 핵심이 미술품을 사고팔아서 이윤을 발생시키는 과정이며,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측이 재단이나 지자체가 아닌 전문 유통업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시와 판매를 담당하는 매개자 역할은 ‘대구아트페어’ 부스전에 참여한 올댓큐레이팅 이외에도, 스튜디오 끼, 칸, 생강컴퍼니, ㈜아트플레이스가 맡았다. 또 서울옥션과 ㈜오픈갤러리가 경기도의 제휴사업자로 협력하며 한 해 사업을 분담했다고 한다. 이타적인 공공의 미술 영역과 자기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개별 사업체의 연대는 위선적일 수도, 추상적일 수도 없다.


<아트경기>가 미술 현장에서 접근하지 않은 영역은 공공미술관과 비엔날레 정도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거기에 대한 야심이 없다고 확언하긴 어렵다. 대신에 이 프로젝트는 미술이 지향하는 전시와 거래와 교육이라는 세 개의 궁극적 가치 중에서 처음부터 거래 영역에 집중했다. <아트경기>는 강단이나 저술로 개념화될 수도 있는 주제를 현실 차원에서 곧장 적용했다. 예컨대 예술인복지, 메타버스, 비장소성, 복합문화공간, 작가 인큐베이팅 같은 지금의 미술을 규정하는 핵심어들이 프로그램 속에 작동하고 있다. 또 하나의 최신 키워드인 미술시장 과열에 관한 언급은 좀 싫증이 날 만큼 비슷한 의견이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열기가 끝난 후 다시 냉각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미술계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열기가 창창히 이어지든, 불안이 현실이 되든 미술품 유통 활성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의 역사에서 숙명처럼 던져진 경제학적 시장실패 이론은 실천적인 보완 기능을 궁리하게끔 했고, <아트경기>와 올댓큐레이팅의 실험도 타당함을 입증받을 때가 되었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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