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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1, Oct 2021

김남두_허구와 실재의 공존

2021.7.20 - 2021.9.11 갤러리 스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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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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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사유와 역동적 이성



시작은 <호문쿨루스 Ⅲ(Homuncules Ⅲ)>여야 될 것 같다. 유리 두상 속 혼란스러운 상태에 갇힌 아이들이 밀집된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김남두는 트렌디한 현대미술가의 면모로만 각인됐을지 모른다. 유수 뮤지엄이 러브콜을 보내고 심미안의 컬렉터들이 집중하는 그저 잘 나가는 작가라는 편협한 인상을 지속했을 것이다. 연금술사들이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겼던 인조인간의 일종 ‘호문쿨루스’가 플라스크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작가는 오늘날 아이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플라스크(두상)에 갇혀있다고 상정하고 이를 재현한다. 현대문명의 전반이나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들로 이름을 알린 김남두는, 작품을 통해 범람해버린 물질문명의 진정한 대안을 찾는 인물이다. 실제 신체를 스캔하여 자의적으로 산출한 데이터 값으로 인물 조각상을 만들고 이렇게 제작된 하나의 모델을 여러 형태로 변형하는 그는, 최근 눈부신 성장으로 국내외 아트페어와 뮤지엄 기획전에 작품을 내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호문쿨루스 Ⅲ>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김남두를 말할 때 공들여 설명할 작품은 또 있다. 휘황찬란하게 금을 입힌 대형 에어 조던을 만들고 그것이 리플렉션 되는 부분을 텅 비게 만든 유리 조각 <Air Walk 허공을 걷다>다. 각 객체는 비례에 있어서나 볼륨에 있어 실재보다 압도적으로 큰 스케일로 실내공간을 압도하며 관람자에게 위엄을 과시한다. 무심하게 직립해있는 에어 조던의 화석화된 자태는 마치 물신화 사회의 패배를 자인하는 헤라클레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작품의 모든 부분은 작가가 섬세하게 빚어놓은 듯한데, 그것은 완벽한 표면을 지향해온 클래식한 조각과는 좀 다르다. 김남두의 <Air Walk>는 얼핏 매끈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철 덩어리를 손을 꾹꾹 눌러 완성한 듯한, 그리하여 현대인의 투박하고 거친 숨소리를 느끼게 해주는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모던한 조각과 매우 닮아있다. 




<호문쿨루스 III(Homunculus III)> 2021 

35×30×38cm 캐스트 글라스, 24K 금잎




그는 디지털 시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특히 어린아이의 모습에 집중했고 왜곡된 포즈나 표정에서 감지할 수 있듯 기술과 목적에 의해 진정한 현대인의 정체성이 굴곡 되고 이완되는 문제점에 깊이 파고들었다. 인간이 스스로를 인지하는 것 이상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그는 자신으로부터 파생된 ‘반(反)자화상(Anti-Self Portrait)’격 아이의 초상을 만들어 인간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고 현실에 대한 자각과 그 본질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그런 그가 또 다른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Homo-Consumus’ 시리즈는 세라믹으로 외형을 만들고 비비드한 자동차 도료로 마감한 인물 초상이다. 기억의 저장소 혹은 추억의 컨테이너 정도로 읽을 수 있는 작품엔 역시 작가의 철학과 사유, 그것을 뒤받치는 이론이 담겨 있다. ‘소비하는 인간’이란 타이틀이 의미하듯 가상의 행복을 추구하고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는 모든 것을 소비하는 있는지 모른다고 피력한다. 이런 맹목적 믿음이 결국 진정한 행복을 희생시키고 인위적 욕망을 쫓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남두의 작품들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모습을 발전시켰음이 분명한데도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의 형태를 완성하며, 전개 방식과 묘사가 현실적임에도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유하는 조각을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당면과제를 직시하고 겸손한 자아발견을 요청하는 김남두, 그의 색다른 도전이 기대된다. 



* <Air Walk 허공을 걷다> 2021 62×64×30cm 캐스트 글라스, 세라믹, 금잎, 스테인리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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