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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7, Apr 2022

태양에서 떠나올 때

2021.11.30 - 2022.3.27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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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림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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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미술관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법


“예술과 문화는 먹고 싶을 때 그저 케이크 위에 발라 먹는 생크림 같은 게 아니라 반죽에 들어가는 효모와도 같은 것이다.”*

전 독일 연방 대통령 요하네스 라우(Johannes Rau)의 말로 알려진 이 구절은 예술이 먼 피안의 세계에 존재하며 관념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섭생과 관련된 모든 것의 기초를 이루는 필수요소와도 같음을 의미한다. 학문과 산업의 각 분야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두가 소용돌이 속 탈구조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 네트워크 확산, 여행의 증가, 획기적인 기술 등 다양한 요인에 힘입어 기술적으로 개인을 바탕에 둔 개별적 문화가 더 강해지고 있다. 특히 각 나라의 국공립 미술관들은 좁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과거 학자들의 서술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카테고리와 개념에 갇히지 않는 시각 언어 연구에 집중하고, 이 가운데 특이점을 파악해 실타래를 엮어내는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는 현장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속에서 ‘현재와 지금’을 강조하며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정체성 찾기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시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는 호남 미술계의 전통을 바탕으로 ‘색채’에 집중, 그간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한국화, 서양화 혹은 구상과 추상으로 나누는 틀에서 벗어나 지역 환경에서 배태된 ‘색’에 중점을 두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작가들의 조형 언어를 선보였다. 전시는 오지호, 임직순, 양수아 등 20세기 초반 전남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과 미술사적 의의가 담긴 아카이브 자료를 시작으로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활동 중인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 및 서양화, LED 설치작품으로 구성, 시기별로 조성되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정정주 <형이상학적 별 21-1> 2021 
스테인리스 스틸, LED, 아크릴 가변 크기 
작가 소장



입구에는 오지호의 계절에 따른 색 변화가 풍경화에 담겨 있고, 화려한 색상에 대상의 무심한 표정을 담은 임직순의 작품은 보는 이를 작품에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전시는 사회와 시대 속 작가가 담아낸 색에서 출발, 색이라는 키워드를 유지하면서 점점 그 포커스를 ‘현재, 지금’이라는 개인으로 가져간다. 특히 깨져서 아무 쓸모가 없어진 도자기 파편을 가지고 만든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2014)는 개인의 일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틈과 이를 해석하는 방법을 묻고, 건축물의 창을 통해 만들어진 빛의 움직임 속 자신의 시선을 담은 정정주의 <형이상학적 별 21-1>(2021)은 개인화된 시대 역설적으로 그 개인이 속한 지역과 환경의 뿌리를 묻는다.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오지호의 작업 세계를 시작으로 동시대 작가들까지 아우르며 남도의 색을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전남 미술의 흐름과 정체성을 살펴본 전시다. 전시에서 두드러진 점은 지역의 대표 미술관이 지역 미술사에 접근하는 태도다. 전시 기획자는 작품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리고, 이 창작물이 탄생하게 된 환경과 사회 속 작가의 자아 찾기 과정을 다양한 작품과 방법으로 모색해 하나의 지역적 특성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즉, 지역적으로 파고든다는 것은 그 안으로 숨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가지고 보편화 과정을 통해 당당한 하나의 문화적 주체를 발현시키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무수한 다양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단단한 한국적인 것이 될 수 있고, 그때서야 비로소 문화예술은 일상의 삶에 더욱 밀착하게 된다. 각자가 가진 개성과 다름을 드러내며 그 다름으로 한국화, 세계화하는 것은 주요 문화 기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2021년 3월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이 보여준 이번 전시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이 과제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보여준 사례다.  

[각주]
*전 독일연방대통령 요하네스 라우(Johannes Rau)가 이와 유사한 문구를 모 행사의 연설(2003년 5월 13일)에서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동일한 표현을 다른 시기, 장소에서도 반복해서 하기도 하므로 이 문구가 반드시 2003년 5월 13일의 것이라고는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말을 언제 했느냐보다 누가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인용, 실제 독일 공영방송 ‘WDR 3’ 라디오 페이스북에 해당 문구가 정식으로 포스팅(2021년 1월 6일)되었다.m-partners.facebook.com/wdr3/photos/a.18406345180 1259/1558927000981557/?type=3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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