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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1, Aug 2022

전나환_Paper and Canvas

2022.7.7 - 2022.7.26 아터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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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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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든 그려지는 우리들


두 곳의 전시장으로 이루어진 아터테인의 벽을 채우고 있는 것은 얼굴들 그리고 전시 제목처럼 종이와 캔버스 위를 거침없이 오가는 수많은 재료들이다. 작가 전나환의 파트너이자 작품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는 감독 김형주는 전나환이 제일 좋아한 것이 “그림 그리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는 작가의 이전 개인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화면은 항상 누군가를 가득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그리기’에 대한 열정이 함께 펼쳐진다. 뭐든 손에 집히는 대로 쥐고 그렸다는 인상을 주는 이 다양한 그림들은, 전나환이 매체나 규격에 있어 거리낌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 때문인지 남긴 작품이 너무 많아서, 전시장 측에서 이번 출품작을 고를 때 그림을 전부 살펴보기도 어려 웠다고 한다. 김형주는 농담처럼 “표구가 시급한 작품부터 추려 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많은 그림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만화를 좋아했다”던 작가는 그림 속 얼굴들을 본인만의 ‘그림체’가 확실한 캐릭터처럼 구현했다. 그래서 비슷해 보이는 얼굴이 많고,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는 작가에게는 하나의 전략이었을 수 있다. 성 소수자의 얼굴을 담아 그들을 가시화하고 싶지만, 미성년자처럼 아직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개하기 어려운 대상은 작품 때문에 아웃팅(Outing) 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듯한 전 작가의 작법은 일종의 방패처럼 작용한다. 당장 정체를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나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았으면 할 때, 전나환의 필치로 필터링된 얼굴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게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긍정과도 같다.

드러내는 동시에 숨겨주는 이 같은 표현이 오히려 성 소수자를 안 보이게 하는 게 아닐지 작가는 고민했다지만, 나는 반대로 존재감과 보호 장치 둘 다 획득했다고 본다. 너무 나이브한 견해 같다면, 전시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길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그림들의 ‘많음’에 주목해 보기 바란다. 이렇게나 수많은, 전시장 벽에 다 걸리지도 못해 한켠에 쌓여 있을 만큼, 작가의 작업실에는 더욱 첩첩이 쌓여 다 꺼내 보이지도 못했을 만큼 많은, 연필로 색연필로 오일파스텔로 아크릴로, 바탕재도 가리지 않고 “범람하는”1) 그 많은 얼굴들. 어디든지 너무 많아 그들이 존재함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게 하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어 말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고야 마는 ‘많음’을 작가는 일구어냈으며, 심지어 우리가 앞으로 만날 많음이 더 많다.



<무제> 2018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45×37.9×5cm



그는 ‘Q’ 시리즈부터가 실제 인물의 재현이라고 했으나, 다른 그림들도 모두 누군가의 초상이다. 생김새에서는 개별적인 특징을 숨겼더라도, 활동가 <가브리엘의 초상(Gabriel)>(2017)에서처럼 정보를 선별적으로 노출해2) 이들이 모두 실존하는 사람임을 공고히 했다. 그에게 인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인격체 한 명 한 명을 대표하는 증거물이다. 비슷해 보여도 ‘아무나‘가 아닌 ‘누군가‘다. 마치 동양화의 ‘전신(傳神)‘-인물화는 그 사람의 귀신을 옮겨놓아야 한다는 개념-의 자세와도 같다. 사람 그리고 그리기. 작가는 이 둘에 대한 애정을 그만의 방식으로 결합하고 실천했다.

그림 밖에서의 그의 실천 역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이자 활동가인 김망고는, 주변화된 소수자와 함께하는 단체마다 전나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난민인권센터(nancen.org),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chingusai.net), 청소년 성 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ddingdong.kr) 등에서, ‘사람’을 좋아해 공존하려던 작가의 디자인과 삽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종이에든 캔버스에든, 전시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일러스트레이션으로든 페인팅으로든, 전나환의 사람-그리기 실천은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작가가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동시에 그 커뮤니티의 경계를 확장-종국에는 지워지도록-하려던 한 예를 제시한다. 그의 성취가 공공의 재산이라고 믿는 이유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연구/수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다음 전시에서 발견하게 될 전나환의 새로운 면모를 기대해 본다.  

[각주]
1)  <범람하고 확장하는 Q>는 전나환의 2019년도 개인전 제목이다
2)  감독 김형주와의 대화를 통해 수집한 정보


* 전시 전경 사진: 양이언, 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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