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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7, Feb 2023

대체불가현실 □☞∴∂★∽콜렉티브

2022.12.28 - 2023.1.28 씨알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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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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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의 거래
기술이 주는 달콤함과 중독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Faust)』 비극 제1부에서 파우스트는 메티스토펠레스와 거래를 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금지된 지식을 얻는 대신 자신의 영혼을 주겠노라고. 메티스토펠레스는 악마로 파우스트와 계약 기간 흑마술로 파우스트의 바람을 충족시켜주지만, 계약이 만료되자 파우스트의 영혼은 그의 소유가 되고, 파우스트는 저주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미디어 생태학자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은 기술이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했다. “주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급격하게 발전한 기술은 대면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게 했고, 무한히 확장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말만 해도 답을 얻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우리는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는 전염병 시대에 기술이 우회적으로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기술에 빠져들수록 현실과는 멀어지게 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은 현실과의 연결성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의 직접적인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었다. 인터넷의 연결성은 세계에 대한 거리를 좁히고,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했지만, 현실과의 감각적 ‘거리’를 더욱 벌려놓았으며,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게 했다. 전시 <대체불가현실: □☞∴∂★∽콜렉티브>는 팬데믹 상황에서 생성된 맹목적인 기술주의를 비판하면서, 현실과 괴리를 보이는 기술의 민낯과 그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7명의 작가(김시하□, 박성연☞, 신제현∴, 한수지∂, 정세윤★, ISVN+Tissue Office∽)는 현재의 가상성과 대체 불가한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감정, 노동, 다중성, 사실과 진실 등에 관해 각자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에서 가상성이 지닌 예술적 ‘가능성’, ‘배신’, ‘속임수’라는 3가지의 키워드를 읽어낼 수 있다. 전시는 대체적으로 첨단 기술이 지닌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실험도 있다. 김시하와 정세윤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씨알콜렉티브의 기획과 Tissue Office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제작된 김시하의 <Hyperspace Cube>는 이번 전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오브제와 그와 짝인 가상공간의 오브제를 연계하고 중첩함으로써 현실성과 가상성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정세윤의 <기억의 정원 - 칼크(Kalk) 중앙로 189>는 실제 도시 녹지화에 도움을 주는 퍼블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D 가상현실 드로잉 툴로 그린 상상의 식물로 가상의 도시 식물원을 조성하고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실험이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환경에 대한 가상과 현실의 적극적 실천방식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기술의 가상성은 언제나 현실을 ‘배신’한다. 박성연과 신제현의 작업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성연의 <Meet>는 AI 이미지 생성기(DALL-E2)의 결괏값을 통해 중립적이라고 여겨지는 기술의 인종, 성별의 차별적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기술이 현실의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신제현은 <두 개의 상자>에서 현실의 노동과 가상공간의 노동을 교차하는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그 둘의 질적 차이를 명확히 한다. 가상세계의 간단한 작동은 현실에서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그의 작업을 통해 알 수 있다.

기술은 우리를 자주 속인다. 한수지의 작업과 ISVN +Tissue Office의 협업 작업은 기술의 ‘속임수’를 블랙 유머처럼 보여준다. 한수지의 ‘다중 디지털 공간 존재 증거’ 연작 드로잉과 <MIT 브루스 글리크너 교수 강의2>는 납작한 디지털 공간에 사는 미생물인 비트콘드리아(Bitchondria)의 존재와 다중 디지털 공간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는 증빙자료와 권위 있는 학자를 앞세워 증명한다. 이로써 사실과 현실은 교란된다. ISVN와 Tissue Office가 협업한 <예기치 않게 파일의 끝에 도달하였습니다>와 <레지날드 페슨튼 4.0 감동 체험기>는 기억 스캐닝 기술과 이를 통한 기억데이터 관리의 가능성을 게임화하고, 선전 영상으로 보여준 작업이다. 기억이 스캐닝되어 데이터로 저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작업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 질문한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처럼 보이고, 컴퓨터를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데이터처럼 보이고, 성적표를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숫자처럼 보인다. 첨단 기술로 가상성에 몰입해있는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전시 <대체불가현실>은 기술의 가상성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봄으로써 대체할 수 없는 현실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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