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39, Apr 2018
(그래도) 디지털 인생은 아름답다.
France
La Belle Vie Numérique!
2017.11.17-2018.3.18 파리, EDF 재단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붉은 알약과 푸른 알약을 눈앞에 두고 고민한다. 현실보다 더 실재 같은 가상세계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그 가상의 꿈에서 깨어 현실 세계에 남을 것인지. 불과 이십 년 만에, 이 영화 속 시나리오는 스크린 밖을 넘어 현실로 펼쳐졌고, 이제 우리는 네오의 입장에 섰다. 과연 당신은 두 개의 알약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영화 속 이야기보다 좀 더 복잡하다. 현실과 가상. 대립항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상 지금, 우리가 이 둘을 구분해 양자택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매트릭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대인의 삶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디지털 기계와 플랫폼에 매 순간 노출돼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혁명의 1세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폰 노이만 아키텍처(Von Neumann architecture)에 기반한 컴퓨터와 인터넷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과 같은 신기술로 거듭 진화하며, 무서운 속도로 디지털 영토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 가상세계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디지털 가상세계가 흠이 있어서도 아니요, 그렇다고 우리의 현실이 가상보다 더 나아서도 아니다. 정작 그 이유는 이 두 세계가 대결국면을 넘어, 도리어 걷잡을 수 없이 얽히고설켜 버린 데 있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 사진 Fondation EDF 제공
Marie-Julie Bourgeois 'TEMPO II' 2008-2017 Installation, fragments de ciels, webcams temps réel Dimensions variables. Coréalisation : Rémi Bréval. Programmation : Julien Bréval. Composition sonore : Courtesy de l'arti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