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얼굴은 종종 떠올렸어도 팔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상해본 바가 없다. 급히 떠올리면 길쭉한 비율, 창백한 낯빛과 어울리게 유령의 팔은 길고 엄청 플렉시블할 것 같다. 전시는 인터넷의 보급과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급변하고 있는 창작환경의 변화, 이에 따른 작가들의 구현방식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감각과 고민을 살핀다는 기획으로 마련됐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 환경의 근간이 된 디지털 기반아래 ‘계정설정’, ‘비공간성’, ‘신체의 망각과 확장’이라는 구체적인 설정들이 어떻게 작업과 매개되는지 선보인다. 기획 의도를 살피니 제목 ‘유령팔(phantom arm)’은 사지가 절단된 환자들이 환각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통증을 느끼는 신체 경험을 뜻하는 ‘환각사지(phantom limb)’, ‘환각현상(phantom phenomenon)’에서 기인한 것이란다.
압축과 팽창 <Charlie Oscar/Echo X-ray
(Original Data: wall_01)>
2018 C-프린트 297×420mm 타임라인 순으로 취합한
200개의 원본 데이터 세트 중 하나
허무맹랑하게 유쾌했던 타이틀에 대한 인상은 아무래도 제거해야겠다. 매체 변화에 따른 작가들의 창작 환경이 모니터 너머로 확장되면서 그 안과 밖을 연결하는 신체의 동기화, 망각, 확장에 관한 비가시적인 연결성에 시종일관 주목하는 전시엔 강정석, 김동희, 김정태, 람한, 박아람, 압축과 팽창(김주원, 안초롱)이 참여한다. 젊지만 뚜렷한 근거로 작품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닮은 이들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상상적 매핑(강정석)’, ‘VR 안에서 플레이어의 신체(김정태)’, ‘패턴과 기억을 통한 상상적 드로잉(박아람)’, ‘구글링 이미지 서치와 오류(압축과 팽창)’, ‘디지털 시대의 기억의 사유화(람한)’, ‘세컨드 계정과 협업하기(김동희)’ 등 작품은 오늘날 전시 구현 방식, 작품을 둘러싼 환경과 인식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4월 3일 시작되는 전시는 오는 7월 8일까지 계속된다.
· 문의 북서울시립미술관 02-2124-5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