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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0, Mar 2024

로딩. 디지털 시대의 도시예술

France
Loading: L’art urbain à l’ère numérique

2023.12.6-7.12 그랑팔레 이메르시프

● 김진 프랑스통신원 ● 이미지 Grand Palais Immersif 제공

SNIK 'Afterthought Utsira' Utsira (Norvège) © Doug Gillen and Adagp, Pari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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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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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부터 흥미롭다. ‘로딩. 디지털 시대의 도시예술’이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1935년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에서 빌려온 것이리라. 현대 디지털 시대의 도시예술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프랑스 파리 심장부 12구에 위치한 그랑팔레 이메르시프(Grand Palais Immersif)의 이번 전시는 도시예술의 역사를 추적하고 디지털 생산 및 유통 기술이 이 분야 예술가들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그랑팔레 이메르시프는 대형 박람회와 전시회를 개최하는 그랑팔레가 ‘프랑스 2030’ 정책 일환으로 국가를 대표해 대형의 디지털 전용 전시의 운영과 배포를 위해 설립한 혁신적인 몰입형 문화 전시 공간이다. 오페라 바스티유(Opéra Bastille)의 모듈러 룸(Modular Room) 공간인 이곳은 시청각, 내러티브(narrative), 인터랙티브(interactive) 및 몰입형 콘텐츠를 결합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전시 형태를 보여준다. 360°로 펼쳐지는 대형의 초고도 해상도 프로젝션, 독창적인 음악의 결합, 인터랙티브 장치 등을 이용해 새로운 예술적 탐색의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감상자에게 선정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해의 열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dward Nightingale <Ixap> Berlin, 2022 
© Edward Nightingale and Adagp,
Paris 2023



이곳에서는 디지털로만 이루어진 전시의 형태로 매년 두 번의 특별전이 열리는데, 개관 이래로 <폼페이(Pompéi)>, <모나리자(La Joconde)>, <베니스(Venise)>, <알폰스 무하(Éternel Mucha)> 등을 기획해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궁금해하는 방문자들을 끌어 모았고 촘촘한 구성으로 열띤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6일부터 시작되어 오는 7월까지 진행되는 <로딩: 디지털 시대의 도시예술(Loading: L’art urbain à l’ère numérique)>전이 있기에 다녀왔다.

도시예술은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를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인간의 생활환경, 즉 거리에 그려지는 낙서이며 예술이다. 1만 8,000년 전 그려진 라스코 동굴 벽화뿐만 아니라 지난 역사에서 볼 수 있듯 인간에게는 벽이나 거주하는 환경을 장식하려는 타고난 욕구가 있다. 하지만 공공 공간은 고대부터 규제의 대상이었으며 정치권력, 종교 또는 상업적 광고 등을 목적으로 당국의 허가 아래서만 사용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허가 없이 이루어진 작품들은 낙서로 간주되어 지워지고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기에 도시예술은 늘 불법적이고 전복적이며 일시적 성격을 가졌다.



Kashink <50 cakes of gay> Wynwood Walls, 
2013, Miami © Martha Cooper and Adagp, 
Paris, 2023



하지만 1970년대부터 도시예술은 사회문화적, 경제적 맥락과 더불어 미적인 결합을 더해가며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유럽과 미국의 예술가들은 도시의 벽, 지하철 등의 표면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특이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렸다. 뉴욕의 벽을 뒤덮었던 힙합 문화의 일부인 그라피티(Graffiti) 작업부터 떠오른다. 미술관이나 사적인 장소를 떠난 창작의 욕구에서 출발한 이 예술가들은 종종 사회적 요구 또는 개인적 오락과 관련된 대중적인 주제와 스타일을 개발해 단순한 낙서가 아닌 관심을 받는 주류 미술로 한걸음 발돋움했다. 이들 작품은 즉흥적이면서도 반항적이며 현실을 반영하는 시대성을 가지고 도시 속에서 광고 슬로건과 정치적 전시물과 경쟁하며 감상자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도시의 벽과 공간은 도시예술의 더 폭넓은 확산으로 특징지어진다. 거리의 예술가들은 그라피티, 프레스코 벽화, 모자이크, 스티커 또는 설치 등의 방법으로 도시의 풍경을 바꿔왔다. 동서양 구분 없이 형형색색의 그림과 스티커 등은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이제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공공의 공간은 공식적인 기관 외부에서 정의되는 예술을 위한 특징적인 표현의 장, 창작, 전시 및 전환의 장소가 되었는데, 인터넷, 휴대폰, 소셜 네트워크의 출현이라는 또 다른 혁명으로 도시예술은 거주민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전시는 기획되었다. 도시예술 아티스트와 도시 사이의 새로운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일상에 밀접히 연관된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온 것이다.



Jazoo Yang <Dots: Motgol 66> Pusan, 
2015 © Jazoo Yang and Adagp, Paris,
 2023 Photo: Youngmoon Ha



이번 전시는 1970년대 뉴욕 지하철부터 맨해튼 거리와 건물, 2000년대 대형 도시벽화, 최근까지의 그라피티 예술을 보여주고, 드론을 사용해 제작하거나 촬영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감상자에게 스펙터클한 액션과 새로운 각도의 시점을 제공한다. 여러 대의 초고도 해상의 대형 화면이 3D 이미지와 실제 사진 그리고 효과음악으로 구성된 속도감 넘치는 영상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감상자들은 첨단의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경험을 통해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도시예술을 발견한다.

방문은 ‘대성당’이라 불리는 대형의 방에서 빌스(Vhils), 사이프(Saype) 및 라쉬(Rache)와 같은 활동적인 예술가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몰입형 비디오를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감상자들은 25m 높이의 콘크리트 벽에 투사된 비디오와 이미지가 360˚로 펼쳐지는 대형 프로젝션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거나, 앉거나, 바닥에 누워서 도시예술 작품을 감상한다. 파리에서 캐나다 몬트리올, 이집트, 심지어 노르웨이를 거쳐 브라질까지 도시의 풍경을 바꾼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고 산티아고 정상에 있는 엘라 앤 피트르(Ella & Pitr)의 거대한 <버드 맨(Bird Man)>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험을 한다.



Saype <Mont Fuji> Japan, 2023 
© SAYPE and Adagp, Paris, 2023



크기가 주는 압도감이 대단한데, 이는 도시예술이 요구하는 ‘현장성’이라는 필요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그때 그 장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주는 방법이다. 기술발전을 만끽하며 다른 시대, 다른 장소로 이동해 흠뻑 취하는 여행의 방법이랄까? 또한  칠레 작곡가 로크 리바스(Roque Rivas)가 구성한 <그랜드마스터 플래쉬(Grandmaster Flash)>, 비욘세(Beyoncé), 애시드 아랍(Acid Arab) 음악 등으로 이루어진 사운드 디자인이 전시 전체에 울려 퍼지며 몰입형 경험의 마법에 기여한다.

이번 전시에는 기차와 버려진 난파선에 그라피티를 그려 도시 생태학에 관심을 요구하는 베를린 그라피티 집단 원업(One Up)을 포함해 20개국, 약 80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도시예술의 총집합 속 몰입형 산책을 하며 감상자들은 최근 몇 년간 제작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마치 세계 곳곳을 직접 여행한 듯 감상할 수 있다. 최초의 태거(graffiti tagger)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조셉 키셀락(Joseph Kyselak. 그는 1825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수백 개의 건물과 언덕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Exhibition view of
 <Loading: L’art urbain à l’ère numérique> 
at Grand Palais Immersif © Didier Plowy pour
 Grand Palais Immersif, 2023 
and Adagp, Paris, 2023



뿐만 아니라 1979년에 태어난 한국 예술가 양자주, 멕시코 출신의 사이드 도킨스(Said Dokins)의 작품을 발견하고 지나가는 기차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거리예술가들을 본다. 디지털 세계의 그라피티와 새로운 형태의 캘리그라피로 여겨지는 그라피티도 등장한다. 방문객들이 터치스크린 앞에 앉아 메시지를 입력하고 원하는 그라피티 스타일을 선택하면 그들의 메시지가 벽에 크게 나타나는데, 가상의 스프레이로 색칠을 직접 해볼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QR코드를 이용해 다운받을 수 있다. 모든 연령대의 방문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대화형 경험이다. 감상자들은 디지털 세상이 만든 가상의 세상에서 직접 행동하는 주체가 된다.

스트리트 아트에 도시예술이라는 명칭을 주면서 제도권 미술로 편입시킨 것은 당찬 도전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들은 대담성과 대중의 공감으로 하위문화로 분류됐던 대중예술에서 순수미술로 발돋움해왔다. 그라피티 아티스트였던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가 있었고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서 기록적인 낙찰가를 기록했던 뱅크시(Banksy), 도시 풍경을 거대한 캔버스처럼 활용하는 아티스트 JR의 세계적인 활동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도시예술은 더 이상 우리가 거주하는 환경을 어지럽게 하는 낙서가 아니라 독립된 예술이며, 사회 참여적, 또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미술재료로 보는 아티스트들이 도시를 새롭게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Fernando Oreste Nannetti 
<Inscriptions gravées (1959-1961/1968-1973)
 sur la façade de l’hôpital psychiatrique de Volterra 
(Italie) © Pier Nello Manoni and Adagp, Paris, 2023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도킨스는 ‘빛으로 쓴 글씨’라는 특이한 도시예술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장노출로 설정된 카메라 앞에서 특수한 손전등을 들고 좌우로 이동하며 글씨를 써나간다. 이렇게 완성된 사진에는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나 자동차는 보이지 않고 도시풍경과 글씨의 흔적만이 남을 뿐이다. 그가 쓰는 메시지는 시대적 사건과 관련한다. 반면 특정 장소가 품고 있는 사회적, 역사적 관계를 고찰하는 한국인 예술가도 있다. 양자주는 질주하는 현대화로 인해 파괴될 운명에 처한 건물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손가락을 사용해 붉은 지문을 벽에 꼼꼼히 찍어나간다.

그는 노동계층의 동네가 사라지는데서 오는 향수와 도시의 진화에 대해 알리는 작업을 해왔는데 그 시초는 2015년 부산의 폐허가 된 어느 늙은 어부의 집에서 ‘Dots’ 시리즈를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 듀오 아티스트 엘라 앤 피트르는 프랑스의 한 대형 댐 시멘트벽에 마치 배에 숨어든 듯한 웅크린 난민의 모습을 그려넣어 전 세계적인 난민의 위기를 논했다. 도시예술 아티스트들은 이렇게 도시와 환경 자체를 활용한다. 전시 큐레이터이자 미술사 박사인 크리스티안 오모데오(Christian Omodeo)는 과거 무시되고 기록조차 되지 않았던 도시예술이 그 성격에 있어 변화와 진화하고 거듭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이에 주목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Martha Cooper
 <Garçon écrivant à la craie dans la rue> 
New-York, 1978 © Martha Cooper and Adagp,
 Paris, 2023



“지금의 시대에는 도시예술 작품들은 그것들이 만들어진 거리에서보다 소셜 네트워크 화면을 통해 더 많이 관찰된다. 도시예술 아티스트가 복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미지를 생산하면 그것이 인터넷에서 밈(meme)이 되고, 이는 그를 유명해지게 만들며 그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도시예술 아티스트들은 사회의 내부 고발자가 되어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 이들은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 야간촬영, 타임랩스, 3D 그래픽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감상자들은 6개의 섹션으로 나눠진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그동안 다소 하찮게 봤을지도 모를 이 예술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일명 화이트 큐브로 불리는 미술관의 벽을 벗어나 우리의 거주환경으로 들어온 그 친근한 접근부터 나아가 디지털 화면으로 전환되고 기록되어 ‘일시성’이라는 성격을 지워버린 이 예술의 진화에 대해서 말이다. 현장에서만 직접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아 언제 어디서나 공유되고 빠르게 확산되어 이제 이 둘은 상호의존적 관계가 되었다. 도시예술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주목해 전시는 도시예술과 디지털 시대 그리고 몰입형 전시라는 트라이앵글 속으로 감상자들을 초대한다.PA



Ella & Pitr <L’homme oiseau>
 Santiago du Chili, 2013 
© Ella&Pitr, Cerrillos, Santiago du Chili
 2013 and Adagp, Paris, 2023



* 도시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용어 사전
- 블레이즈(Blaze):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자신의 신원을 숨길 수 있도록 쓰는 가명.
- 크루(Crew): ‘팀’을 뜻하며 예술적, 지리적 이유로 모인 거리예술가 그룹을 지칭한다.
- 플롭(Flop): 윤곽선과 단순한 채우기로 구성된 둥근 모양의 그라피티.
- 태그(Tag): 지지대와 표면에 마커나 스프레이로 표시한 아티스트의 서명(블레이즈).
- 밈(Meme): 대규모 확산과 입소문을 특징으로 하는 언어적 또는 시각적 문화적 요소로 인터넷이나 SNS 등에 퍼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 모방의 경향.
- 스티커(Sticker): 1935년 미국에서 생겨나 1960년대부터 그 사용이 확산됐으며, 거리 예술에서 불법 낙서를 더 빠르게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와일드 스타일(Wild Style): 문자의 복잡함과 구성의 복잡성으로 읽기 어렵게 만든 그라피티 스타일.
- 홀트레인(Wholetrain):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페인트로 완전히 칠한 기차.



글쓴이 김진은 미술 칼럼니스트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2016년 프랑스로 유학해 팡테옹 소르본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과 현대창작 연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사와 예술이론 연구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 Artwalk’을 통해 현대미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저서로 『그림 읽는 법』(202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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