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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7, Jun 2021

확장된 개념의 콘크레테 쿤스트

Switzerland

RESET: Museum. Collection. Future.
3.2-5.16 취리히, 하우스 컨스트럭티브

팬데믹의 여파로 여느 유럽 미술관 같이 2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문을 닫아야 했던 하우스 컨스트럭티브(Haus Konstruktiv)는 이 기간을 미술관 자체의 소장 정책과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사용한 듯하다. 35년 창립 기념과 함께 열린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의 뿌리는 무엇이며, 이것이 현재 어떻게 전시되고 있고, 또한 현재 대두되는 사회적·정치적·미학적 질문들과 어떻게 연계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미술관의 설립 취지이자 가장 큰 목표인 ‘구체미술(konkrete kunst, 이하 콘크레테 쿤스트)과 개념미술(konzeptuelle kunst)의 보전과 교육’이 왜 오늘날 스위스 사회에 중요한지를 잘 표명한 전시였다.
● 김유진 스위스통신원 ● 이미지 Haus Konstruktiv 제공

Exhibition view of 'RESET – Museum. Collection. Future' 2021 Museum Haus Konstruktiv Photo: Stefan Alten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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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스위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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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reset)이라는 전자기기 언어에 빗대어 명명한 전시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왕래하며 변형되고 상이해 보이지만 사실 반복되며 같은 흐름에 있는 현대미술의 공통된 연결점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사실 기하학적 형태, 수학적 사고와 닮아 있는 콘크레테 쿤스트는 왠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대부분 무척 단순한 추상적 표현은 현대 미술사의 지식 없이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느낌조차 준다. 이 전시의 강점은 이러한 콘크레테 쿤스트가 그저 관념적인 추상 미술이 아니며, 시각 매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사고를 담은 미술 운동임을 주제화한 것이다. 


전시장의 많은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가구, 건축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자인 같은 일상의 형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과거 1986년 콘크레테 쿤스트 애호가들의 노력으로 취리히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막스 빌(Max Bill), 베레나 뢰벤스베르그(Verena Loewensberg), 카밀 그래저(Camille Graeser), 리처드 파울 로제의(Richard Paul Lohse) 작업의 소장으로 시작한 미술관은 2001년 지금 위치한 셀나우로 이사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콘크레테 형태에 기반하는 미술품뿐 아니라, 이와 역사적으로 연관된 세계 미술 작품의 소장과 전시로 시각을 전환해가며 미술관은 성장해왔다. 이전 큐레이터였던 도로테아 스트라우스(Dorothea Strauss)가 1960년대 이후 스위스와 유럽 미술의 주류였던 개념미술, 미니멀 아트를 통해 전시의 내용을 확장시켰다면, 현재 2013년부터 관장인 사비네 샤슬(Sabine Schaschl)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발굴하고 전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동시대 미술 속에 콘크레테 쿤스트가 얼마나 중요한 원동력인지 잘 보여주는 거의 1,000개의 작품이 이제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Exhibition view of 

<RESET – Museum. Collection. Future>

 2021 Museum Haus Konstruktiv 

Photo: Stefan Altenburger




제1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미하엘 리들(Michael Riedel)의 14개 포스터로 도배된 바닥이 가장 눈에 띈다. 재생산, 재활용을 이용해 중심이 아닌 콘텍스트를 변형하고 그래픽을 이벤트화하는 그의 작업은 전시 도록, 광고, 초대장들을 잘못된 색으로 인쇄하거나, 계약한 갤러리 로고의 변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된 포스터들은 공간에 따라 언제든지 확장될 수 있으며 2003년 빈 전시 중 오갔던 인터뷰들을 텍스트로 사용한다. 또한 인터뷰 내용은 그가 2000년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운영하던 얼터너티브 아트 스페이스를 재건축하는 것을 담고 있어 포스터는 마치 건축 설계도처럼 이해될 수 있다. 텍스트 중간중간 검게 프린트된 사각형은 텍스트의 콜라주나 인쇄 과정 중 생긴 우연한 시각적 효과 같기도 하고 건축될 공간의 설계도인 듯도 하다. 기하학적 공간이 인간의 수학적 사고가 아닌 우연적 컴퓨터 프로그램의 결과일 수 있음은, 1938년생 만프레드 모어(Manfred Mohr)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컴퓨터를 미술에 도구로 이용한 초창기 작가로 정사각형이라는 모티브를 알고리즘을 통해 선으로 변형하고 연결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추상화를 만들어냈다. 반대쪽 벽에는 같은 세대이지만 이와는 상반된 시적이고 초현실적인 크리스티나 스푀리(Cristina Spoerri) 작업이 보인다. 바우하우스 초창기 멤버인 요하네스 이튼(Johannes Itten)의 제자였던 그는 선과 색의 조화를 이용해 복잡한 구조물이 아닌 파편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오묘한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전시장의 또 다른 시각적 힘은 토마스 모어(Thomas Moor)의 <몬드리안 모빌레(Mondrian Mobile)>다. 마치 박물관 샵에서 팔 것 같은 장난감을 대형으로 만든 설치 작업은 작가의 그동안의 작업을 알고 나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20세 초반의 이 젊은 스위스 작가는 미술관에서 관용되는 일련의 문화적 형태, 행동 양식에 주목하는데, 이 미술관에서 열였던 라티파 엑카(Latifa Eckakhch)의 개인전에서 그는 ‘Climate Control’이라는 습기, 온도를 재는 기기를 전시실마다 설치해 미술품을 마치 병원의 환자처럼 다루는 박물관의 보전 형태를 패러디했다. 


또 전시 개관이나 작품 보건 시 사용하는 손 장갑을 만드는 천으로 온몸에 달라붙는 슈트로 제작하여 입고 미술관에서 퍼포먼스 펼친 적도 있다. 이외에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찢어진 캔버스를 연상시키는 젊은 작가 캐시디 토너(Cassidy Toner)의 <A Wall from the Atelier>도 눈에 띈다. 자신의 작업실 벽을 찍은 사진에 구멍을 낸 작업은 시각적 환영 또는 이미지의 파괴가 미술적 행위의 전통이 된 현대미술 체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장전이라고 해서 유명한 콘크레테 쿤스트 작업을 기대했던 관람객들은 전시실을 둘러보며, 전시 기획이 예상과 달리 기존의 개념의 틀을 벗어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Markus Weggenmann <Ohne Titel (20.6.1994)>

1994/2009 <RESET – Museum. Collection. Future>

 2021 Museum Haus Konstruktiv Photo: Stefan Altenburger




제2전시장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 포커스를 두며 컨스트럭티브 콘크레테 쿤스트가 1920년대 다다와 초현실주의에 뿌리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피 토이버 아르프(Sophie Taeuber-Arp)가 1926-1928년 스트라스부르그에서 한스아르프, 테오 반 되스부르그와 함께 만든, 역사책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오베트 바(Bar Aubette)의 재건축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리드미컬한 색 배열과 반복으로 음악적 하모니를 눈에 보이게 표현한 작업은 미술이 삶의 반영뿐 아니라 건축, 가구, 패션디자인 등을 통해 그 형태까지 바꿀 수 있다는 모더니스트들의 대표적 사상을 보여준다. 클레어 굿윈(Clare Goodwin)의 언뜻 보면 기하학적인 작업들은 사실 체계적인 개념미술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의 작업은 본인의 일상이나 추억 속 물건, 또는 친구들의 초상화로, 제목과 함께 오늘날 일반적으로 상업화된 기하학적 무늬에 대한 개인적이고 시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일상 용품의 초현실적 조합으로 현대인의 욕망을 꼬집는 로미 베버(Romy Weber)의 작업도 인상적이다. 전시는 콘크레테 미술의 뿌리를 다다 운동과 연계함으로써 이 미술의 전형적 특성인 논리적, 공간적 사고를 떠나, 현실, 기억, 욕망, 환영과 같은 다층적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3전시실은 개념미술, 미니멀 아트, 또는 옵아트에서 이야기되는 물질성,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콘크레테 미술에서 제기된 논의의 연결선상에 놓는다. 마커스 베겐만(Markus Weggenmann)은 자동차 페인트를 이용해 낙서와 추상화의 중간 지점 작업을 한다. 작가는 우연과 계획성의 애매 모함을 지적하며 모양과 모양이 아님이 무엇인가 질문하게 한다. 하이디 쿤즐러(Heidi Künzler)의 문이나 벽의 변형으로 기존 공간의 흐름을 바꾸는 공간 설치 작업은 면과 부피의 문제를 채워짐과 비워짐의 양상으로 주제화한다. 공간 조각 <Raumskulptur>는 6개의 원형 아크릴 글라스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있는 모양새다. 빛의 움직임에 따라 차오르는 그림자가 입체를 만드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큐레이터들은 미술관 맨 위, 한층 전체를 전시의 일부분인 ‘Spotlight’라 정하고, 네 명의 젊은 작가를 초대해 미술관 공간을 아틀리에처럼 사용하고 또 전시하게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작가들이 완성된 작업을 보여준다기보다 미술관을 스테이지 광경처럼, 진행 상태로 둔 것이다. 




Exhibition view of

 <RESET – Museum. Collection. Future> 

2021 Museum Haus Konstruktiv

 Photo: Stefan Altenburger





기욤 필레(Guillaume Pilet)의 전시실은 바닥에 뿌려진 물감과 아직 완성돼 보이지 않는 벽(이 벽은 작가의 대본에 따라 바디 페인트한 퍼포먼서들이 남긴 흔적이다), 또 주변 색에 따라 색을 변하는 카멜레온 비디오, 시상대 같은 계단, 커튼 비슷한 벽화로 이루어져 준비 중인 스테이지의 형태를 띤다. 아나 스트리카(Ana Strika)의 <하나씩 차례대로>라는 공간 드로잉 작업은 네 개의 벽을 타고 하나씩 기대어있는 조각들을 보여준다. 그냥 원재료, 복잡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구조물, 어디선 본 레디메이드 등이 마치 연극의 소도구처럼 어딘가 쓰이기 위해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샘 포릿(Sam Porritt)의 <Untitled (Where Dust Gathers)>는 8개의 모서리 조각들을 천장과 바닥에 설치해 방안에 또 하나의 방을 만들어낸다. 구불구불한 모서리 선은 끝없이 유지되는 공간, 아직 끼워지지 않은 퍼즐을 암시하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알렉산더 뷸러(Alexander Bühler)는 멕시코와 스위스를 오가며 기억에 남은 건축물과 길거리의 모양과 색들을 재구성하여,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하이브리드한 도시상을 연출한다. 한편 확장된 개념의 콘크레테 쿤스트를 보여준 이번 전시의 최대 강점은 모든 작업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컬렉션이다.* PA


[각주]

* www.hauskonstruktiv.ch/enUS/collection/collection-online.htm



글쓴이 김유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취리히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Remake in the tension between the global and local art scene」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스위스 한 재단에서 예술 소장품 관리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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