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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5, Oct 2023

세계 도시 미술시장 지각변동

Upheaval of the art market in the cities

● 기획 · 진행 편집부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부스 전경 2023 Courtesy of Hauser & Wi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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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한빛, 오렐리아 클래비언(Aurelia Clavien) , 김진, 주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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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집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금 세계 도시 곳곳에서 감지되는 미술시장 지각변동 요인을 포착하고 그 영향을 살피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중국의 문화예술 도시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아트페어와 옥션, 갤러리들의 동향을 바탕으로 최근 미술시장의 무엇이 변했는지 사회, 정치적 상황이 미술 상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세세하게 짚는다.

여기 모인 리포트를 보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A와 B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데, 가령 영국 시장은 팬데믹으로 가려졌던 브렉시트(Brexit) 여파가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 프랑스 시장은 그와 반대로 브렉시트 영향 등을 반동 삼아 상승세를 꾀하는 것이다.  이슈를 끄는 특정한 행사와 인물을 넘어, 각 나라의 정책 방향 속 변모한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토대로 미술시장의 흐름을 가늠케 하는 이 특집을 통해 한 차원 더 넓은 안목을 얻게 되길 바란다.



툰지 아데니 존스(Tunji Adeniyi-Jones) 
<Deep Yellow Dive> 2023 Oil on canvas 
177.8×127.6cm | 180.8×130.6×6cm (framed) 
 © the artist Photo: White Cube (Kitmin Lee)




SPECIAL FEATURE 1
글로벌 문화예술 비즈니스를 꿈꾸는 서울 _김동현

SPECIAL FEATURE 2
큰 강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표정 없이 격변하는 미국 미술시장_이한빛  

SPECIAL FEATURE 3
브렉시트와 영국 미술 시장: 낙관의 여지가 있는가? _오렐리아 클래비언

SPECIAL FEATURE 4
프랑스 미술시장의 과거와 현재_김진 

SPECIAL FEATURE 5
정치적 리스크, 혼돈의 중국 미술계_주연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zweitermärzzweitausenddreiundzwanzig> 
2023 Watercolor on canvas, artist’s frame 
200×300cm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Special Feature No.1
글로벌 문화예술 비즈니스를 꿈꾸는 서울
김동현 더블엑스 디렉터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을 살펴보자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열리기 전과 후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50년대 반도화랑부터 1970년대 인사동 갤러리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술시장이 열렸고, 1979년 국내 최초 아트페어 ‘화랑미술제’를, 2002년 국내 최초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을 개최했다. 각각 40년과 20년 이상씩 아트페어 플랫폼을 운영해 온 (사)한국화랑협회는 그간 쌓인 노하우와 인프라를 통해 ‘프리즈 서울’과의 공동개최를 추진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약 20년 단위의 아트페어 도약 주기를 통해 로컬 → 국제 → 글로벌의 단계를 거치면서 시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2022년 국내 미술시장은 ‘프리즈 서울’ 론칭이라는 강력한 외부 요인을 경험하면서 지형과 정세에 많은 변화를 맞이하는데, 이는 다양한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단순히 미술시장의 변화라기보다 문화예술의 트렌드가 다양해지면서 미술시장이 점차 거대 산업화되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이남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2022 ‘키아프(Kiaf)’ 미디어특별전



1. 해외 갤러리의 서울지점 확장

2021년 5월, ‘프리즈’의 서울 상륙은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 갤러리 지형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리움미술관을 중심으로 남산 주변 한남동 일대에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리만머핀(Lehmann Maupin),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 VSF와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 등이 문을 열고, 청담동에 페로탕(Perrotin), 쾨닉(König),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가 자리 잡는다. 그리고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가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했다.

올해는 ‘키아프’에 참가하는 일본 SH갤러리가 새 공간을 열고, 포르투갈의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는 지난해 강남에 이어 올해 덕수궁 인근에 두 번째 공간을 확장 오픈했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올해 ‘프리즈 서울’ 오픈 일정에 맞춰 청담동 호림아트센터 1층에 문을 열었고, 이 밖에도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전시장을 준비 중이며 담당자를 배치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아직 정식 공간을 열지 않은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는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는 동안 한남동에 팝업 전시장을 마련해 주요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시장의 흐름을 파악했다.

이들 갤러리들은 모두 9월 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중 한 곳에 참가한 갤러리들이다. 해외 갤러리들의 진입과 ‘프리즈 서울’ 프로그램으로 인해 아트페어의 모습도 변했다. 이전 ‘키아프’만 열리던 때 코엑스 내에서 페어를 관람하고 작품을 거래하던 것과는 규모 면에서 많이 달라진 것이다. 갤러리들은 페어장 내 똑같은 장치물과 부스 환경에서 보여주기 힘든 작가와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동시에 기획하고 늦은 시간까지 전시장을 오픈해 오프닝 파티와 이벤트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등 페어 기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갤러리의 특별한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4일간의 아트페어가 끝난 이후부터는 갤러리 공간에서 만남을 이어가야 할 고객이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한국에 진입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해외 갤러리들의 프로그램에 국내 컬렉터와 관람객 역시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즐기는 모습이다.



송수민 <Blooming Pattern> 
2021 캔버스에 유채 91×91cm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New & Next: 회화의 미래’



2.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탈바꿈하는 서울

당초 ‘프리즈 서울’과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진입이 국내 갤러리의 자리를 위협하고 그로 인해 한국 작가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프리즈 서울’이 열린 첫해, ‘프리즈’로만 들어가려는 관람객의 긴 줄과 기업들의 지극 정성한 후원 요청에 국내 주체자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두 번째 해를 지켜보면서 갤러리와 작가, 컬렉터와 후원사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우려스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 갤러리들이 우리나라 작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전시를 기획하며 각 갤러리의 본국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만난 작가를 해외 지점에서 전시하는 것은 물론 여러 명의 작가를 한국과 본국에 같은 전시 타이틀로 동시에 전시를 기획하며 해외 작가의 작품 역시 서울에 꾸준히 선보인다. 한국에 공간이 없으면 한국 갤러리 중 뜻과 마음이 맞는 갤러리와 협동해서 서로의 작가를 교류한다. 이를 통해 국내 작가는 믿음직한 갤러리를 통해 해외 전시 기회가 생기고, 갤러리는 검증된 해외 작가의 전시를 서울에서 기획하고 있다. 작가들의 트레이드와 소개를 통해 우리나라 갤러리와 작가들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서울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진다.

‘키아프’에서 해외 갤러리 유치를 위해 서울의 분위기와 ‘키아프’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던 몇 년 전과 달리 많은 갤러리와 주체자들이 먼저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이미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서울의 미술시장 주체자뿐만 아니라 해외 갤러리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 해외에서 작업하고 공부하는 우리 작가들의 브랜드 파워도 올라가 한국인으로서의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당시 ‘키아프’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높이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글로벌 마켓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오정민 <상기도를 지나며> 
2022 캔버스에 유채 92.2×95.2cm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New & Next: 회화의 미래’



3.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 비즈니스

서울에 늘어나는 해외 갤러리 수만큼 비즈니스를 운영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 갤러리, 미술관, 아트페어와 옥션에서 일하던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 갤러리와 ‘프리즈’, 옥션하우스의 진입으로 국제적인 사업장에서 일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수요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지속적인 구인 정보가 오가고 있다. 큐레이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프리즈’와 ‘키아프’ 기간 전문 운송 인력과 작품 설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9월 초 전국 국공립 미술관을 비롯한 모든 미술 설치 전문가가 서울 코엑스에 집결되는 해프닝이 있었을 정도다. 설치와 배송을 위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작품의 수가 늘어나고, 행사 종료 후 판매 작품의 국내 운송 및 해외 배송 등 수많은 운수 업무가 폭주했다. 이를 경험한 운송사들은 올해 미리 인력을 보강해 놓았고 새로운 운송 회사가 생기기도 하며 운송사의 갤러리 영업도 활발하다. 지난해 9월 아트페어가 끝난 후 전국 액자 집 업무가 폭주해 거의 2달간 새로운 주문을 받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편 문화생활을 경험한 일반인들의 경우 9월 아트페어 이후 전시 관람을 위해 미술관과 갤러리를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며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인기 있는 전시의 경우 미술관과 갤러리 입구에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MZ 세대 젊은 관람객을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늘어난 수요만큼 도슨트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도슨트 산업 전문가들의 환경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미술 관련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대중을 위한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과 강연이 늘어나고 관련 이벤트는 항상 만석으로 인기가 높다.

일반인 대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다 보니 기존 컬렉터와 젊은 컬렉터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특별 VIP 프로그램을 희망한다. 대부분 금융권과 백화점 등에서 프리미엄 고객들이 희망하는 심화된 프로그램을 위해 고객 서비스를 늘리며 이를 확대 하듯 말이다.

페어 기간 동안 해외에서 입국하는 컬렉터와 행사를 위해 유입되는 인력으로 인해 삼성동 인근 호텔 대부분이 풀 부킹되고, 택시 회사의 협업으로 외국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서비스를 특별히 제공하기도 했다. ‘프리즈’가 서울에 진출하는 것은 아트페어 하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풍경을 바꿀만한 거대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연계된 수많은 인프라가 견고해지며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갤러리 샹탈 크루젤(Galerie Chantal Crousel)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부스 전경 2023 
Courtesy of the artists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Photo: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4.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기업과 정부의 반응

서울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색다른 프로모션에 갈증을 느끼던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후원사가 되기 위한 기업들의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이미 한국 소비자와 VIP 고객들은 명품을 소유하고 자랑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고급문화를 즐기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비자의 트렌드가 바뀌면 그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속도를 맞추는 것이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브랜드 홍보와 사회 공헌 사업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보는 지점에 이르자 기업들은 과감해졌다.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프리즈’의 서울 진입 소식 때부터 행사 기간 중 광고를 쏟아내며 아트페어 기간 주요 전광판을 일찌감치 챙겨놓았고, 청담동 매장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차별화 전략을 선보인다. ‘프리즈 뉴욕(Frieze New York)’을 후원하는 LG OLED는 올해 ‘프리즈 서울’의 공식 후원사를 맡으며 ‘프리즈’와 관련한 모든 정보에서 LG OLED 로고를 노출했다. CJ ENM은 지난해 ‘프리즈’ 최대 주주 그룹의 지분 80%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후원사를 자처하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에 VIP를 위한 라운지를 설치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외부 팝업 전시를 통해 백화점 그룹의 최고급 소장품을 보여주며 파티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도 한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리움미술관과 협업해 VIP 오프닝을 준비했고 리움미술관은 이 기간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Christie’s)는 현대카드와 함께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소더비(Sotheby’s)도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작업을 함께 선보였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은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을 열어 7명의 작가를 소개했다.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온갖 식사와 주류 등은 협찬을 통해 동원되고 기업들은 이 기회에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프리즈’와 ‘키아프’를 모두 후원한 BMW는 각 아트페어의 로고를 VIP 차량에 붙이고 서울 전역을 낮밤으로 누볐다.

같은 기간 강남 외 지역에서도 기업들이 미술 이벤트를 꾸리며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시와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관련 주무부처는 올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산을 증액했다. 사실 ‘프리즈 서울’ 이전에 기업과 미술관의 적극적인 협조 그리고 시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현상은 대부분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다.



이예승 ‘키아프(Kiaf)’ 
미디어특별전 설치 전경 2023



5. 서울이라는 문화 트렌드를 읽는 법

지금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는 ‘프리즈 서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프리즈 서울’이라는 촉매를 통해 저력을 갖고 성장하던 한국 미술시장이 비로소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력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고 앞으로도 상승 곡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그룹에서 2025년을 목표로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의 서울 유치를 준비하고 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노들섬 프로젝트에 공들이고 있다. 미술로 시작된 변화가 디자인, 건축, 공연, 필름을 비롯해 음식과 관광 산업까지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력이 어떻게 ‘프리즈 서울’을 촉매로 극적으로 터지는 것일까? ‘프리즈’가 다른 점이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트페어 사업 이전에 미술 전문 잡지 회사였던 『프리즈(frieze)』는 지금도 영향력 있는 미술 잡지로 간행되고 있다. ‘프리즈’가 서울에서 움직이는 호흡을 지켜보면 기본적으로 미술시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고 그 콘텐츠로 대화하려는 그들만의 언어 체계가 있는 듯하다. ‘프리즈’가 서울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공식 웹사이트에 한국의 문화와 도시 생태계를 설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환율과 지폐의 단위, ATM 기기의 사용법, 은행의 영업시간, 팁 문화와 택시 타는 법은 물론이고, 심지어 “네”, “아니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기본 인사말도 ‘간단한 단어와 문장(Simple words and phrases)’으로 설명해 놨다.

또한 공항과 도심에서 택시, 버스, 지하철로 이동하는 법과 112, 119, 미아신고, 전화번호와 위급 상황 시 달려가야 할 서울 내 큰 병원까지 안내했고, 삼성동, 강남역, 청담동, 압구정동, 신사동, 용산, 이태원, 한남동, 잠실과 명동 그리고 을지로와 인사동, 광화문까지 수많은 서울 주요 맛집과 술집을 열거했다. 이처럼 인프라가 형성되고 수요가 발생하니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미술관, 갤러리, 맛집 등을 소개하는 갤러리즈나우(GalleriesNow)에서 서울 갤러리 맵(Seoul Gallery Map)을 오픈했다. 미술 장사를 하러 왔으면 미술 얘기만 했을 것인데, 마치 미술을 핑계로 문화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삶의 전반적인 모습을 학습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키아프(Kiaf)’ 부스 전경 2023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6. 한국 미술시장의 나아갈 길

아트페어나 갤러리와 같은 한국 아트마켓의 주체들은 그동안 수많은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우리의 노력으로 한국의 미술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보고 해외 자본과 브랜드가 서울에서의 비즈니스를 결정한다.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과제는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정말 매력적이고 맛있는 과일을 어떻게 지구촌 사람들과 같이 그리고 즐겁게 나눠 먹느냐다. 수십 년 동안 땅만 고르고 그 땅에서 자라나는 열매는 맛도 못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움이 빠르고 머리도 좋아 남들보다 빠르게 습득하고 변화에 적응한다

. 장점이기도 한 이런 성질이 변화하는 미술시장에서 어떤 트렌드를 쫓을지를 결정짓는 자본주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에 진입한 ‘프리즈’가 자신들의 로고를 달고 한주 동안 집중적으로 벌이는 현란한 잔치를 밤새도록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시간이 더 지나 이들이 사회 주축으로 활동할 시기에 문화, 예술, 미술 하면 떠올릴 이미지가 무엇일지 결정되고 있다.

사람과 문화는 서로 다름을 배척할 필요가 없고 더 많은 문화가 얼마나 서로 어울리느냐가 다양성의 시작일 것이다. 한국의 주체자들은 다양성과 변화를 빠르게 읽고 미술시장이 그림을 거래하는 장터가 아닌 예술 콘텐츠를 통한 문화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미술시장의 주체자들은 변화에 올라타서 현명하게 흐름을 주도하거나, 아니면 멀리서 구경만 하거나 결정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PA


글쓴이 김동현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광고업에 종사하다 2009년부터 이화익갤러리에서 전시기획과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 및 갤러리 실무를 전담했다. ‘아트 부산(Art Busan)’ 특별전 디렉터를 거쳐 2018년부터 한국화랑협회에서 전시사업팀장을 맡아 ‘화랑미술제’와 ‘키아프’의 브랜딩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2022년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개최에 실질적 역할을 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현재 예술 관련 브랜드를 구축, 활동하고 있다.



서도호 <ScaledBehaviour_runOn(doorknob_12.4.1)> 
(detail) 2023 폴리에스테르 실, 레진 134×89×14.7cm 
(framed)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 Do Ho Suh




Special Feature No.2
큰 강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표정 없이 격변하는 미국 미술시장
●  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5월 경매 숫자에 매몰되면 안 됩니다. 경매시장만 보고 미술시장 전체를 판단할 순 없어요. 프라이빗 세일이나 프라이머리 세일도 경매와 같을 거라고 전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실수죠. (…) 저는 지금이 미국 미술시장의 하강기라거나 쉬어가는 텀이라고 보지 않아요. 지금은 엄청난 격변의 시기죠.” (알랜 세르바이스(Alain Servais), 금융투자자 · 세르바이스 패밀리 컬렉션(Servais Family Collection) 창립자, ‘아모리 쇼 2023(The Armory Show 2023)’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에서)

큰 강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초보 요트 드라이버들에게 전문가들이 꼭 하는 조언은 ‘강은 하나가 아니다. 급류가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잘못 발을 담갔다가는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결국은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도 함께. 글로벌 미술시장을 하나의 강이라고 본다면, 미국 미술시장은 그중 가장 큰 지류다.

‘아트 바젤(Art Basel)’과 UBS가 매년 발행하는 미술시장 보고서 「더 아트마켓 2023(The Art Market 2023)」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는 678억 달러(한화 약 89조 7,800억 원), 그중 미국은 45%로 전체 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회복된 이래, 미국 미술시장은 매년 성장세다. 보복심리 효과로 폭발적 성장을 보였던 2021년 이후 안정적인(3%) 성장을 보였다.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그럼 앞으로도 이런 골디락스(Goldilocks)가 이어질 것인가?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내부 전경
 Courtesy The Armory Show Photo: Vincent Tullo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냐마는 뉴욕 ‘아모리 쇼(The Armory Show)’에서 목격한 현장은 하나의 명확한 답을 향하지는 않았다. 뉴욕 갤러리 베리 캠벨(Berry Campbell)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후 여성 작가 12명의 작업을 선보였는데, 그중 린 드렉슬러(Lynne Drexler)의 작품은 88만 5,000달러(한화 약 11억 7,244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십억 원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적어도 (뉴욕) 미술시장은 건재함을 보여주는 갤러리들이 있는 반면, 다른 갤러리는 불안한 미래에 걱정을 쏟아놓기도 했다.

다만 이들의 공통된 견해는 절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고 대면 미팅이 가능해졌다는 것 말고는 이전과 같은 것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 세일즈는 동시에 이뤄지고 있고, 실제로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LA에 기반을 두고 활동한다는 한 딜러는 코로나19 이후 바뀐 풍경은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겉으로 표가 나진 않지만 격변하고 있는 미국 미술시장의 단면을 살펴본다.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내부 전경 
Courtesy The Armory Show Photo: Vincent Tullo



덩치 키우고… 아젠다 선점하고…
주도권 다툼 아트페어

올 상반기 미국 미술시장의 가장 큰 뉴스는 ‘프리즈(Frieze)’의 ‘아모리 쇼’, ‘엑스포 시카고(Expo Chicago)’ 인수다. ‘프리즈’는 지난 7월 미국의 상징적 아트페어로 꼽히는 이들 두 쇼를 모두 인수했다고 밝혔다. ‘프리즈’ CEO 사이먼 폭스(Simon Fox)는 『아트뉴스(ARTnew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은 거대해 ‘프리즈 뉴욕(Frieze New York)’과 ‘아모리 쇼’는 현재처럼 공존할 수 있다. 시카고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페어 모두 ‘프리즈’와는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며, 자금 펀딩, 금융, 법률, 인사, 디지털 등 서비스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모리 쇼’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기간이 겹치는 것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는 “‘아모리 쇼’와 ‘프리즈 서울’의 날짜가 겹치는 건 이상적이지 않다. 추후 날짜를 변경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러 매체에서 의견을 밝혔다. ‘아모리 쇼’ 디렉터 니콜 베리(Nicole Berry)도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엔데버(Endeavor)가 대주주인 ‘프리즈’가 ‘아모리 쇼’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자본이 탄탄한 주주의 참여로 ‘아모리 쇼’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력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오너를 맞았다. ‘프리즈’라는 존경받는 브랜드에 합류하는 것은 ‘아모리 쇼’에 진정한 이익이 될 것이다. 우리의 한계는 하늘이다(한계가 없다).”

‘엑스포 시카고’와 ‘아모리 쇼’의 동시 인수는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아모리 쇼’와 ‘엑스포 시카고’는 사실상 한 뿌리에서 출발해서다. ‘엑스포 시카고’의 전신인 ‘아트 시카고(Art Chicago)’는 1980년 설립, 미국 최고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재정위기로 문을 닫았다 2012년 ‘엑스포 시카고’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아모리 쇼’는 1994년 ‘그래머시 국제 아트페어(The Gramercy International Art Fair)’로 시작했다. ‘아트 시카고’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뉴욕 딜러들이 설립했다.

1999년 자비츠 센터(Javits Center)로 이전 후 1913년 시작한 미국 최초의 현대 미술 페어인 ‘아모리 쇼’를 오마주하며 이름을 변경했다. ‘아모리 쇼’의 별명은 ‘뉴욕의 아트페어(New York’s Art Fair)’다. 전시장 입구에 커다랗게 명기할 정도로 그 자부심이 강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규제가 막 풀리기 시작한 2021년 9월, 뉴요커들은 대면으로 처음 열린 ‘아모리 쇼’를 놓고 “마침내 ‘아모리 쇼’가 돌아왔다”며 환호했다. 뉴욕 베이스의 갤러리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큐레토리얼십이 강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작가를 선보이는 것을 무기로 한다는 것도 ‘아모리 쇼’의 자랑이다. 디렉터 베리는 “이렇게 강력한 큐레토리얼십을 선보이는 아트페어는 없을 것”이라며 “1년 내내 준비에 공을 들인다. 다른 아트페어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작가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갤러리 르롱(Galerie Lelong & Co.) 
바르텔레미 토구오(Barthélémy Toguo)
 <Urban Requiem>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설치 전경 2023 Photo: Jon Cancro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프리즈’의 인수에도 ‘아모리 쇼’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5월에 열리는 ‘프리즈 뉴욕’과 규모 차이도 상당하고, 워낙 개성이 강한 행사인 데다 뉴요커들의 자존심도 걸려있다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다. 다만 참여 갤러리 수가 다소 줄었던 올해보단(2022년 240개 -> 2023년 225개) 늘어날 것이며, 글로벌 스폰서들의 참여로 행사가 더 활기 넘칠 것이라는 기대도 곳곳에서 나왔다. 모회사인 엔데버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일까? ‘피악(FIAC)’을 인수했던 ‘아트 바젤’이 한동안 프랑스 미술시장의 ‘점령군’, ‘침공군’으로 비교되며 비난을 받았던 파리와는 확실한 온도 차가 느껴졌다.

다만 매출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프리즈 서울’과 ‘아모리 쇼’에 동시에 참여한 벤 브라운 갤러리(Ben Brown Fine Arts)는 서울에서보다 뉴욕의 매출이 훨씬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했지만 VIP 오픈에 참여했던 딜러들은 지난해보다 판매가 둔화했다고 평했다.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작품이 판매된 것은 사실이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치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6월 전후 추상화가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보던 ‘아트 바젤 인 바젤(Art Basel in Basel)’과 달리 ‘아모리 쇼’에서는 구상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아트넷(Artnet)』은 “안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프리즈’ 군단이 규모를 키우고는 있지만 현재 미국 내 최대 아트페어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다. ‘아트 바젤’은 최근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3’의 참가 갤러리 리스트를 공개했다.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가고시안(Gagosian) 등 글로벌 메가 갤러리를 포함한 277개 갤러리가 이번 페어에 참여한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아모리 쇼’나 ‘엑스포 시카고’ 모두 위에서 언급한 4개 갤러리는 부스를 내지 않는다. 갤러리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유력 갤러리가 부스를 내지 않으면 그만큼 페어의 위상과 콘셉트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에 따른 매출액의 차이, 시장 트렌드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2023’ 참여 갤러리의 3분의 2가 남미와 북미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남미의 현 상황과 카리브해 주변 국가의 디아스포라(Diaspora)를 다룬 작품이 집중 조명될 예정이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이후 흑인(여성)작가에 집중했던 시장이 슬슬 다른 타깃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외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갤러리가 합류한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처음 참여하는 갤러리는 총 24곳으로 파리의 갤러리 민스키(Galerie Minsky), 뉴욕의 오르투자르 프로젝트(Ortuzar Projects), 샌프란시스코 와인스타인 갤러리(San Francisco’s Weinstein Gallery)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민스키와 와인스타인 갤러리는 아르헨티나계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예술가 레오노르 피니(Leonor Fini)의 단독 부스로 꾸린다.



아팔라쪼 갤러리(Apalazzo Gallery)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설치 전경
 Courtesy of Apalazzo Gallery



마침내 눈가리개가 사라진 옥션

지난 5월 뉴욕 경매는 이렇다 할 이슈 없이 지지부진하게 끝났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크리스티(Christie’s)의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엘 그랜 에스펙타큘로(El Gran Especraculo)>로, 6,711만 달러(한화 약 867억 원)를 기록했다. ‘처참했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2차 시장은 차갑게 식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 인상, 각국 중앙은행에서 코로나19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찍어낸 화폐가 몰고 온 인플레이션, 그에 더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주변국 수출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거시 경제 지표는 코로나19 후폭풍을 맞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포진한 미술시장이라고 이 파고에서 열외는 아니다.

지난해 크리스티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Paul Allen)의 컬렉션(16억 달러(한화 약 2조 734억 원)) 경매 덕분이었다. 단 하루 만에 16억 달러(한화 약 2조 734억 원)를 기록하며 단일 경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1억 4,920만 달러(한화 약 1,934억 원)), 폴 세잔(Paul Cézanne)(1억 3,780만 달러(한화 약 1,786억 원)),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억1,720만 달러(한화 약 1,519억 원)), 폴 고갱(Paul Gauguin)(1억 570만 달러(한화 약 1,370억 원)),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억 460만 달러(한화 약 1,355억 원))를 비롯해 155점의 평균 가격은 1,000만 달러(한화 약 129억 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앨런이 사라진 미술 경매시장은 곧바로 그 민낯을 드러냈다. 크리스티의 올 상반기 매출은 32억 달러(한화 약 4조 2,000억 원), 지난해 동기대비 23% 하락한 수치다. 제럴드 파인버그(Gerald Fineberg), S.I 뉴하우스(S.I. Newhouse), 알랜·도로시 프레스(Alan and Dorothy Press), 소피 F 단포스(Sophie F. Danforth) 등 유명 컬렉션 경매가 이어졌지만 이들의 매출 총액은 9억 2,200만 달러(한화 약 1조 2,232억 원)에 불과했다. 앨런과 같은 빅 피쉬(big fish)가 없는 한, 미술품 경매시장의 찬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이제야 ‘앨런 효과로 인한 눈 가리기’가 사라진 셈이다. 크리스티와 소더비(Sotheby’s), 필립스(Phillips) 등 주요 3개 글로벌 경매사의 상반기 낙찰 총액은 약 58억 1,000만 달러(한화 약 7조 5,000억 원)로 지난해 동기대비 18.2% 하락했다.

그럼에도 미국 미술 경매시장에 대해 속단할 수 없는 것은 이번 크리스티 매출의 가장 많은 부분이 북미에서 나왔다는 지점이다. 39%의 고객이 북미지역에 거주했고, 뒤이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가 35%를 차지했다. 아시아 컬렉터는 26%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아시아가 39%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앨런과 같은 빅 피쉬가 없다고 할지라도 혹은 부유한 아시아 컬렉터들이 없다고 해도 미국 경매시장은 지난 5년간 평균 수치를 상회하는 수준을 달성했다.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지는 것이 아닌, 2차 미술시장을 받치는 기본 저력이 탄탄한 셈이다.

이 같은 저력은 젊은 컬렉터들의 등장에 있다. 크리스티 경매 응찰의 80%는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5%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성장이다. 크리스티 웹사이트를 찾는 방문자도 680만 명(8% 성장)에 달했다. 온라인 응찰의 증가는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해석된다. 실제 상반기 구매 고객 중 31%가 신규가입자고, 이 중 38%는 밀레니얼 혹은 그 이하 연령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고객들의 주요 구매 경로인 프라이빗 세일은 4억 8,400만 달러(한화 약 6,480억 원)로 전년 대비 19% 넘게 줄었다.

기존 컬렉터들에 비해 주머니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젊은 컬렉터들은 중간 금액대인 50만-500만 달러(한화 약 6억 6,240만-66억 2,400만 원)대 작품을 주로 사들였다. 250만 달러(한화 약 33억 5,250만 원) 이상 마스터피스 거래는 줄고 중간 금액대 작품 거래량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크리스티 측은 “굉장했던 2021-2022년에 이어 2023년 상반기 크리스티는 또 다른 도전적인 거시 경제에 적응해야 했다”면서도 “새로운 지형도에서 지속적인 신규 고객의 유입과 전 세계적 온라인 참여로 크리스티의 실적은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사르겐츠 도터(Sargent’s Daughters) ‘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설치 전경 
Courtesy of Sargent’s Daughters



메가 갤러리는 덩치 더 키우고
작은 갤러리는 인플레이션에 허덕

미술시장의 근간인 갤러리들의 행보도 양극화를 보인다. 대형 갤러리들은 확장세인 반면 소형갤러리들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월 하우저 앤 워스는 LA의 웨스트 헐리우드 지역에 두 번째 지점을 오픈했다. 이어 9월 초엔 뉴욕 소호지역에 세 번째 뉴욕 지점을 열었다. 124 우스터(Wooster)에 개관한 신규지점은 한때 가고시안이 자리 잡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 지점 오픈으로 하우저 앤 워스는 총 15개 갤러리를 운영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뉴욕 베이스의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는 LA에 신규지점을 올 초 오픈했다. 알베르츠 벤다(Albertz Benda), 션 켈리(Sean Kelly),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 페이스 갤러리의 서부 진출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94세의 마리안이 결국 LA로 진출한 것은 1960년대 중반 서부 작가들의 판화작업을 제작하며 처음 미술계에 발을 들였기에 ‘완성’을 뜻한다는 것이 갤러리 측의 설명이다.

오프라인 확장에 더해 분야의 다양화도 진행 중이다. 가고시안은 희귀 책 컬렉션을 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아트 어드바이저리(Art Advisory)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신들이 출판하는 책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제공한다는 것이 책 스페셜리스트인 더글라스 플램(Douglas Flamm)의 설명이다. 가고시안의 출판 분야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나, 매출과 상관없이 꼭 필요하다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의 결단에 따른 사업이다. 최근까지 600여 권 이상 출판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아트북 출판사로 성장했다.

리만머핀(Lehmann Maupin)은 NFT에 진출했다. 비커튼(Bickerton)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NFT 3종을 판매했다. 각각 6개 에디션이 제작됐고, 개당 가격은 1만 달러(한화 약 1,300만 원)로 비커튼의 경매가인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232만 원)대에 비하면 저렴하다. 레이첼 리만(Rachel Lehmann) 공동대표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콘셉트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AR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을 가진 누구나 비커튼의 작품 <오션 청크(Ocean Chunk)>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형갤러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아트마켓 2023」에 따르면 연간 매출 25만 달러(한화 약 3억 3,000만 원) 미만 갤러리는 지난해 매출이 3%가량 줄어들었다. 100만-1,000만 달러(한화 약 13억-130억 원) 규모 갤러리가 7%대 성장을 기록했고, 1,000만 달러 이상 갤러리가 19% 성장한 것에 비하면 처참한 수치다. 규모가 작을수록 렌트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인플레이션으로 상승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체 미술시장에서 팔리는 작품의 70%가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 이상이라는 소더비의 리서치가 있다. 미술시장은 상위 1%가 아니라 0.1%가 지배하는 시장”이라는 세르바이스의 말처럼 ‘양극화’의 명제가 당연시되고 있다. PA


글쓴이 이한빛은 『헤럴드경제』에서 시각예술 분야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수천 건에 달하는 기사를 썼지만, 엄연히 미술계 머글(비전공자)다. 일반인의 눈으로 미술계 소식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부에선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으며 뒤늦게 MBA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감정평가사협회(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 AAA)의 미술품시가감정과정을 수료했고 AAA의 준회원 후보다. 시장을 맹신해서도 안 되지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시장주의자다.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 <The Audition in Colour>
1997-2020 75 photographic Fuji Crystal archive photographic
print under matt Acrylic glass mounted on aluminium
Each panel: 30×20cm Overall dimensions: 196×376cm
Edition of 3 + 1 AP




Special Feature No.3
브렉시트와 영국 미술시장:
낙관의 여지가 있는가?
●  오렐리아 클래비언(Aurelia Clavien)
런던 트레이드 아트 최고마케팅책임자


영국의 유럽연합(European Union) 탈퇴 후 3년이 지난 현재, 브렉시트(Brexit)는 미술 시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상황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볼 이유가 있을까? 지난 2021년, 영국의 경쟁우위 상실, 국제 협력 차원의 어려움, 영국 미술에 관한 관심 저하 등 브렉시트가 미술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몇 가지 내용을 예측한 바 있다.1)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지 3년이 지났고, 브렉시트의 여파는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일전에 예측한 것이 현실화된 것도 있다. 본 글에서는 현재까지 브렉시트가 미술 시장에 미친 영향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또 부정적인 기사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볼 여지는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2023년의 시작을 지배했던 현상은 미술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우선 ‘마스터피스 런던(Masterpiece London)’에 이어 최근에는 ‘예술품 및 골동품 박람회 올림피아(Art & Antiques Fair Olympia)’까지 ‘비용 상승’과 ‘참가 딜러 부족’을 사유로 런던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여름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면서 올해 영국 아트 페어 지형이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2) 두 페어 모두 브렉시트를 행사 취소의 근본적 원인으로 명확히 지목했는데, 그중에서도 ‘마스터피스 런던’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으로의 이동이 복잡해지며 유럽 컬렉터들의 참석이 낮아진 것을 구체적인 이유로 언급했다.



‘마스터피스 런던(Masterpiece London)’ 
외부 전경 2017 Courtesy Masterpiece London 
Photo: Andy Barnham



‘마스터피스 런던’ 개최 취소는 특히 런던 미술계를 강타했는데, 관련하여 옥션 하우스 로즈베리스(Roseberys)의 영업팀장이자 근대 영국 예술 및 20세기 예술 전문가 윌리엄 서머필드(William Summerfield)는 “‘마스터피스 런던’은 모든 면에서 ‘첼시다운’ 독보적 스타일을 갖고 있었고, 소위 말하는 미술계의 일원이 아닌 구매자들과 방문객들은 기타 대규모 아트 페어보다 이를 조금 더 편하게 여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3) 현재는 이런 핵심적인 행사의 취소가 런던 시장을 비롯한 영국 전역의 주요 행사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안타깝게도 본 사안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얻지 못한 상황이다.

브렉시트 이행 법률은 아트 페어에 미친 가시적 영향 외에 미술품 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지대하게 끼치고 있으며, 이는 불필요한 규제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격을 입은 분야로는 조세, 취업, 저작권 그리고 데이터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가장 큰 이슈는 작품과 작가들의 영국 국경 횡단이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브렉시트가 초래한 심각한 결과를 여러 면에서 가려왔다. 그러나 ‘뉴노멀(New Normal)’이 자리 잡게 되며 팬데믹 뒤에 가려졌던 문제들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의 영국 점유율이 근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크리스티(Christie’s)마저 런던 내 유럽 배송의 ‘급격한 감소’를 겪은 실정이다.



‘마스터피스 런던(Masterpiece London)’ 
내부 전경 Courtesy Masterpiece London



영국 및 해외 컬렉터 모두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한편, 딜러들은 추가 부가세와 배송비 상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갤러리들은 추가 서류 작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모두는 영국이 빠진 유럽연합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는데, 특히 프랑스 시장에서는 지난해 다수의 옥션 하우스가 기록적 성과를 냈다.

전반적으로 영국 미술시장 상황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라(Keep Calm and Carry On)”라는 영국의 모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상황이 암울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여러 전문가가 런던과 영국 미술시장의 회복을 확신하고 있다. 갤러리들은 여전히 영업 중이고, 미술관에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으며, 훌륭한 작품 판매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그 밖에도 우리는 ‘런던’ 하면 혁신을 떠올린다. 테크네이션(Tech Nation)에 따르면 2022년 1분기에 영국은 기술 부문 투자에서 세계 1위인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인도와 중국을 모두 제쳤다. 테크네이션 창립자이자 CEO 제라드 그레크(Gerard Grech)는 “지난 10년간 1조 달러(한화 약 1,327조 3,000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인 17배 이상의 가치 성장과 투자 성장을 이룩한 영국의 테크 생태계는 더욱더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4)



엠마 탤벗(Emma Talbot) <21세기 허브(21st Century Herbal)>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설치 전경 2022 Courtesy 
of Frieze and Linda Nylind Photo: Linda Nylind



기술 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영국 경제에 있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영국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 허브로 진흥하는 데 핵심적이며, 이 같은 사실은 미술시장이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팬데믹 이래 옥션 하우스들의 온라인 공간으로의 확장부터 미술품 분할 소유와 같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소장 형태의 부상 그리고 갤러리들의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실험에 이르기까지 예술 부문의 빠른 혁신을 경험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사람들의 발길을 영국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방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자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미술을 보고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은 유럽연합 어디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혁신을 기대한다면 런던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작품을 국경 넘어 이동시킬 때 적용되는 영국 세법을 숙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작품 이동이 임시적인 경우(예를 들어 제한 기간 유럽연합 내 전시를 위해 작품을 운반하는 경우), 작품 수입자는 임시 통관(Temporary Admission, TA)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입세 납부 없이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전시를 위한 작품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는 또 다른 이점으로는 구매자가 영국에 소재할 때 구매자가 수입자로 기재되어 부가세 20%가 아닌 수입부가세 5% 적용 및 납부 혜택이 있다. 구매자가 영국 외 지역에 거주하거나 작품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영국 부가세 영향 없이 임시 통관을 적용받아 작품을 재수출하게 된다. 임시 통관은 승인 후 2년까지 유효하다. 이런 이점을 바탕으로 런던 트레이드 아트(London Trade Art, LTArt)에서는 작품 일정이 허용하는 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무제(Untitled)>와 같은 블루칩 작품을 정해진 기간 영국이나 유럽연합 내 임시 보관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림(GRIMM) 클라우디아 마르티네즈 가라이
(Claudia Martínez Garay) 
<El Creador(The Creator)>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설치 전경 2022 Courtesy of Frieze and Linda Nylind 
Photo: Linda Nylind



비록 영국이 여전히 뉴노멀에 적응하며 학습 기간을 거치고 있긴 하나, 상기 언급한 몇몇처럼 묵인하고 넘어갈 수 없는 브렉시트의 여파도 있다. 하지만 비관적 접근은 영국 시장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영국이 세계 시장에서 맡고자 하는 역할을 재검토해 볼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영국이 기술 우수성과 혁신 우수성의 구심점으로 발전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이후 미술계의 성공을 기대하려면 창의적 기술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PA

* Original Source: Aurelia Clavien, “Brexit & The Art Market: Is There Room for Optimism?”, LTArt Magazine, 2023londontradeart.co.uk/en/magazine/brexit-the-art-market-is-there-room-for-optimism

[각주]
1) Aurelia Clavien, “How will Brexit Affect the Art Market?,” 2021, LTArt Magazine, londontradeart.co.uk/en/magazine/how-will-brexit-affect-the-art-market
2) Anny Shaw, “Another London fair cancelled: Art & Antiques Fair Olympia pulls summer event over ‘escalating costs’ and ‘lack of dealer commitment’,” 2023, The Art Newspaper, theartnewspaper.com/2023/01/20/londons-summer-art-antiques-fair-olympia-cancelled-over-escalating-costs-and-lack-of-dealer-commitment
3) Arun Kakar, “How Brexit Is Still Impacting the British Art Market,” 2023, Artsy, artsy.net/article/artsy-editorial-brexit-impacting-british-art-market
4) Carly Minsky, “UK tech overtakes China to achieve record-breaking first quarter investment,” 2022, Tech Nation, technation.io/news/uk-tech-q1-2022-investment-update



글쓴이 오렐리아 클래비언(Aurelia Clavien)은 분할 소유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통해 미술 시장의 민주화를 꾀하는 런던 트레이드 아트(London Trade Art)의 최고마케팅책임자를 맡고 있다. 런던에 소재한 런던 트레이드 아트는 엄선된 고가의 합법적 실물 작품을 컬렉터들이 합리적 가격의 미술품 지분 형태로 구매할 수 있도록 최첨단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클래비언은 런던 트레이드 아트의 온라인 매거진으로 미술 시장 관련 기사 및 예술계 주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통찰력 있는 인터뷰를 싣는 『LTArt Magazine』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코넬 브루다스쿠(Cornel Brudascu) <Untitled>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Plan B Cluj, Berlin




Special Feature No.4
프랑스 미술시장의 과거와 현재
●  김진 프랑스통신원


자타공인 예술의 나라로 대표되는 프랑스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의외로 1위가 아니다. 지난 4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 바젤(Art Basel)’과 파트너인 투자금융회사 UBS는 전 세계 2022년 미술품 및 골동품에 대한 방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로 「더 아트마켓 2023(The Art Market 2023)」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미국이 금액 기준 매출 비중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한 45%를 차지하며 글로벌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영국은 매출 18%로 2위로 복귀했다.

프랑스는 점유율 17%를 차지한 중국을 이어 7%의 점유율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미술시장의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총 매출금액으로는 프랑스의 모든 섹터 부문 총합이 44억 유로(한화 약 6조 2,500억 원)다. 프랑스가 3위 중국과도 10% 차이를 보이며 전체 글로벌 미술시장의 7%만을 자신의 몫으로 가진다는 사실은 실로 예술로 대표되는 나라로서 자존심을 구기는 실태일 것이나, 20년 전 겨우 3%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약간의 명예회복을 하는 중이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프랑스 미술시장은 어떻게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앞으로의 탈출 전망과 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 방향은 어떠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라진 과거 프랑스 미술시장의 영광

미술시장은 탄생부터 글로벌 논리에 따라 발전해왔다. 근대 초기 미술시장의 주요 공급원은 고대 유물발굴이 활발하고 예술가들이 많이 모였던 이탈리아였으나 현대 미술시장으로 넘어오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에서 그 중심을 확고히 했음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는 18세기 후반부터 선두권을 잡기 시작했는데 이는 미술시장을 개척하고 국제적 딜러 네트워크를 마련해 발전시킨 혁신적인 기업가형 미술전문 상인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업적 능력과 미술에 대한 지식 능력을 바탕으로 예술가, 미술사학자, 시장과 박물관 간의 상호 작용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미술시장을 유럽 중심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치적, 역사적 흐름에 따라 19세기 말,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새로운 글로벌 정세에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은 갤러리를 여는 등 미술시장의 세계화를 주도했다. 1950년대 초까지 지배적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탁월한 위치를 차지했던 프랑스는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1960년대 중반부터 국제 미술시장에서 눈에 띄게 쇠퇴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그 명예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국제적인 미술 행사는 전 세계로 흩어졌으며, 현대미술이 미술품거래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판매액 기준 세계적인 아티스트 500명 순위에서도 프랑스 작가는 겨우 몇 명 수준이다.

1964년 미술시장 전문가인 프랑수아 듀레-호베흐(François Duret-Robert)는 이미 파리가 리더의 자리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출 경쟁에서 당시 정점을 차지한 것은 영국 런던이며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가 연간 1억 4,800만 프랑과 5,200만 프랑의 판매를 달성하는 동안 파리는 1억 1,000만 프랑에 머물렀고 미국 뉴욕의 메인 갤러리인 파크-베르네(Parke-Bernet)가 5,900만 프랑으로 위험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10년 전 수치에서는 파리가 매출 30억 프랑(1952-1953년)으로 확실한 선두주자였음을 확인시키며, 그는 파리시장이 활력을 잃어가는 이유로 프랑스의 높은 판매 비용과 앵글로색슨 국가(영국)보다 훨씬 더 엄격한 경매조직에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지리적 위치, 미술시장에서의 영향력, 체제의 유연성, 효과적인 정보제공, 비용 절감, 수입 및 수출 시설의 확보, 실제 판매 작품에 대한 보증으로 그 선두위치를 단단히 하며 1958년 런던 미술시장의 매출은 파리보다 1.5배 커졌고, 1967년에는 그 격차가 3배로 벌어졌다. 1950년대 프랑스는 특히 미국인, 지식인, 억만장자들에게 여전히 주요 문화적 명소였지만, 1960-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물질적 부와 예술적 창의성은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집중되기 시작한다.



‘아트 바젤 파리+(Paris+ par Art Basel)’ 
외부 전경 2022 Courtesy of Paris+ par Art Basel



프랑스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중심축과 그 생태계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미술계의 제왕은 미술전문 갤러리를 운영하는 딜러였다. 이들은 예술적 감각, 상업적 감각, 유명한 미술사학자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술 작품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소더비, 크리스티 등 타 국적 옥션하우스가 등장해 판매자에게 최종경매가격이 보장가격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차액을 대신 지불해주는 판매가격보증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판매자가 지급하는 수수료를 조정하는 등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워 보다 많은 작품 확보와 급격한 성장을 이뤄나가면서, 개인 딜러의 권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술갤러리들은 대형 옥션하우스에 비해 재정적 측면이나 구조적 우월성에서 이점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더 높은 가격의 작품이 등장할수록 딜러들은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해야 했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금융, 회계 쪽과의 연대가 필수적이었으나 거대 경매회사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재 프랑스 갤러리의 대다수는 약 10명 미만의 예술가를 담당하는 소규모이며 매우 파편화되어 있고 판매데이터의 비밀화 등의 관행으로 서로 단결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미술전문 갤러리는 여러 이유로 시장에서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먼저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공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옥션하우스의 가격이 언제나 갤러리보다 높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이 판매되지 않을 경우 공개적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음번 경매를 기다려야 하는 제한성과 첫 번째 경매보다는 훨씬 더 적은 금액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 전문갤러리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작품을 거래하고자 하는 소장자도 적지 않다.

프랑스의 미술갤러리들은 소규모지만 경쟁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총 매출금액이 아닌 총 판매수량을 보면 프랑스는 미국 바로 뒤를 이어 2위(2021년 총 9만 1,699개의 작품 판매)를 기록했다고 아트프라이스(Artprice)의 창립자인 티에리 에흐만(Thierry Ehrmann)이 보고한 바 있다. 몇몇 국제적 거대 기업들이 프랑스에 도착하면 총 매출금액 면에서도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세계미술 경매시장은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중심으로 일종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형 경매회사에 의해 점점 더 정의되는 전략의 틀 내에서 시스템에 필요한 규제 기능을 보장하는 일련의 딜러가 포함된다. 프랑스 미술시장에서는 상위 10개 미술품거래회사가 판매의 60%를 점유한다. 이는 전 세계 52%에 비하면 상당히 집중된 수준이며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프랑스에서 3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아트페어는 1974년 창설되어 매년 10월 열리는 ‘국제현대미술박람회(La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 FIAC)’이었다. 47년간 지속되어 온 이 행사는 주관사인 국립박물관회의(Réunion des musées nationaux-Grand Palais, RMN)가 미술시장의 국제적 경쟁에 더욱 치밀하게 대응하고자 공개 입찰을 통해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아트 바젤’에 주최권을 넘겨주면서 2022년 그 이름을 바꾸었다.

‘아트 바젤 파리+(Paris+ by Art Basel)’로 재탄생한 첫 번째 에디션에는 156개의 갤러리가 참가했고 그중 61개가 프랑스 국적이었으며 4만여 명의 방문자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무리하고 올해 10월 열릴 두 번째 에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아트 바젤’은 국립박물관회의가 요청한 급격한 가격 상승 방지, 프랑스 참여 갤러리 수의 보장, 프랑스 정체성 유지를 약속하고 이 입찰을 따냈으며, 파리의 예술적, 문화적 아우라를 활용해 프랑스를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활기찬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프랑스에서는 매년 전역에서 21개의 아트페어가 열리며 지난 4월 개최된 ‘아트 파리 2023(Art Paris 2023)’에는 4일간 8만 2,000명의 방문자가 다녀간 바 있다.


코로나19가 준 타격과 온라인 시장의 성장

프랑스에서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총 판매금액은 2019년 12억 유로(한화 약 1조 7,004억 원)에 도달한 후, 2022년에는 약 3배의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 32억 4,900만 유로(한화 약 4조 6,150억 원)를 달성했다. 이는 2022년 프랑스 경매 판매의 75%를 차지하고 전체 판매금액 44억 유로(6조 2,500억 원)에서도 74%에 해당하는 수치로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현상은 날로 강력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판매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던 미술품거래 회사들은 구매자들의 새로운 구매방식에 대응했고, 구매자 역시 더 많은 매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2019년, 2020년, 2021년 각각 34%, 68%, 75% 성장했다. 2019년 코로나19 이전에 프랑스 전체 경매총액에서 온라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프란츠 에르하드 발터(Franz Erhard Walther)
 <Sechs Ummantelungen> 1998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Jocelyn Wolff Photo: François Doury



2025년부터 달라지는 부가세율

지난 20년간 프랑스는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3%에서 7%로 성장했다. 유럽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지만 2022년 4월 유럽연합 27개국의 만장일치로 프랑스는 2025년 1월 1일부터 예술품 거래에 대해 부가세(VAT)를 20%로 조정해야 한다. 유럽연합 이외의 국가에서 작품을 수입하는 딜러와 유럽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가 전문인에게 창작물을 판매할 때 VAT 세율을 5.5%에서 20%로 거의 4배 늘린 것이다.

2020년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감행함으로써 영국에 빼앗겼던 미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다시 가져올 기회를 엿보던 프랑스 입장에서는 큰 장벽이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예술센터 건립과 민간재단(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등)의 확산으로 미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이 새로운 과세체계 도입으로 미술거래인들의 마진이 붕괴되고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구매자들은 프랑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구매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프랑스를 떠나 있던 작품들이 다시 돌아오는 수입 또한 방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미술시장에서의 NFT  

미술 생태계를 뒤흔드는 새로운 요인으로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의 등장을 손꼽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1년 12월 프랑스 경매업체 아귀트(Aguttes)에서 주최한 경매 판매에서 세계 최초 SMS 메시지였던 “Merry Christmas”를 NFT 형식으로 판매한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Vodafone)의 작품이 10만 7,000유로(한화 약 1억 5,200만 원)에 낙찰되며 그 새로운 시장의 등장을 알렸다.

예술시장에서 무형의 것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NFT와 작가의 지적재산권 뿐인데 이것이 전문중개인을 통해 거래되는 경우는 굉장히 희박하다. 2023년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술품거래업체의 20%만이 NFT를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NFT 거래는 프랑스 내 수요에 따른 실질적 공급을 제공하고 중개 거래회사를 홍보하며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관계자들은 NFT에 대한 흥미를 뚜렷하게 보여주었으나 실제적 실행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현재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는 ‘NFT: 인증서에서 블록체인까지 무형의 시학(NFT: Poétiques de l’immatériel, du certificat à la blockchain)’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현대미술관 2개 전시실에서 진행하고 있고 이는 2024년 1월까지 이어진다. 전시에는 16명의 프랑스인과 해외 예술가 13명의 작품 18점이 있고, NFT에 관심이 있는 프랑스인들에게 직접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스 정부 또한 ‘프랑스 2030’으로 명명된 공공자금으로 NFT 산업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디지털전환부 장관 장-노엘 바호(Jean-Noël Barrot)는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400m² 규모의 NFT 전용 공간인 NFT 팩토리 오프닝 행사에서 NFT에 대한 규제, 법률 및 재정 체계를 명확히 하고 ‘프랑스 2030’의 도움으로 해당 분야의 발전을 지원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NFT 팩토리의 사장인 존 칼프(John Karp)는 지금 우리는 혁명의 시작점에 있다고 선언하고 10년 안에 NFT는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지털 자산 개발 협회(ADAN)의 컨설팅 회사 KPMG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인 중 약 2%가 이미 NFT에 투자했다.

하지만 핑크빛 전망과 달리 전 세계 NFT 시장은 2022년 1월을 정점을 찍은 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거래량이 95% 이상 감소한 상태다. 작품거래는 실물거래에 익숙한 미술품거래 담당자에게 일련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가져온다. 구매자들이 실제 형태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작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며 일종의 증명서를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 조건에 대한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 NFT 작품을 판매 또는 구매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지갑을 열어야 하며 익숙하지 않은 절차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법은 느리고 미약한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트 바젤 파리+(Paris+ par Art Basel)’ 
내부 전경 2022 Courtesy of Paris+ par Art Basel



프랑스 미술시장의 르네상스는 오는가?  

미술시장은 사회적, 정치, 경제적 변화에 어느 분야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회의 역동성과 문화적 발전을 반영하며 금융 및 기술 변화에 따라 시장의 성격과 이에 대한 접근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역학 작용의 결과로 지난 수십 년간 프랑스 미술시장은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탈출 전망은 어떠할까? 2011년 프랑스 상원의원인 장 피에르 플랑사드(Jean-Pierre Plancade)는 프랑스 현대 미술시장에 대한 정보보고서를 발표하여 쇠퇴하고 있는 프랑스 미술시장의 실태에 대해 정리하고 새로운 인식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촉구했는데 이에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프랑스가 현대 미술시장에서 국제적인 역동성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언했다. 먼저, 공개적으로 판매된 작품들의 정보 외에 실시간 미술시장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도구 구축의 필요성을 제안해 갤러리들의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을 지워나갈 것을 요구하였다. 현재 손꼽히는 프랑스 아티스트들이 부족함을 지적하고 이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금 등 적극적인 지원시스템의 도입을 제청하였다.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갤러리 육성을 위해 상환 가능한 선금을 지원하여 경제적 안정성을 보강하고, 세계 여러 곳으로 분산된 현대 미술 행사를 프랑스가 주최할 수 있도록 그 영향력을 회복시키며, 전문 전시큐레이터의 육성 등을 제안하였다. 또한 미술품거래에서 프랑스가 경쟁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재판매권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프랑스 미술시장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해 국가가 미술시장 부흥의 적극적인 촉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인지 그 노력과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PA

[참고자료]
- 아트바젤 & UBS(Art Basel & UBS), 「더 아트마켓 2023(The Art Market 2023)」, 2023
- 얀 가이야흐(Yann Gaillard), 「‘프랑스 상원의원 리포트 n° 330’ 미술시장: 프랑스의 기회(Marché de l’art: les chances de la France, ‘Rapport d'information n° 330’)」, 1998-1999
- 장 피에르 플랑사드(Jean-Pierre Plancade), 「‘프랑스 상원의원 리포트 n° 34’ 우리 사회의 살아있는 표현인 오늘의 예술을 위해 행동합시다(Agissons pour l’art d’aujourd’hui, expression vivante de notre société, ‘Rapport d’information n° 34’」, 2011-2012

글쓴이 김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 졸업했다. 2016년 프랑스로 유학해 팡테옹 소르본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과 현대창작 연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사와 예술이론 연구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 Artwalk’을 통해 현대미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조이 홀더(Joey Holder) <Ctenophore>
2023 Courtesy of Seventeen © the artist




Special Feature No.5
정치적 리스크, 혼돈의 중국 미술계
●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 현대 미술계도 2000년대부터 급격히 활성화되어 왔다. 2000년대 유에민쥔(Yue Minjun), 왕광이(Wang Guangyi), 팡리쥔(Fang Lijun), 장샤오강(Zhang Xiaogang) 등 소위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 혹은 정치적 팝(Political Pop)으로 알려진 중국 작가에 대한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수요 및 가격 증대는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미술계의 급격한 국제화를 이끌었다. 2005년 ‘아트 바젤(Art Basel)’은 공식적으로 중국 컬렉터와 큐레이터들을 대거 초대했고,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미술계의 현황 및 변화에 다루었다.

국제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은 중국 정부가 자국 현대미술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일선에 뛰어들게 했다. 그 결과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 중국관이 오픈했고, 각종 미술 기관이나 행사에 대한 정부 지원 또한 증대했으며, 베이징의 798예술구(798 Art District)는 정부 주도 하에 국제적으로 홍보되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 등 국제적 옥션에서 활발히 거래되었으며 이는 중국 작가 작품가의 급격한 상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0년,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발행하는 미술시장 트렌드 리포트 「아트 마켓 트렌드(Art Market Trend)」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미술시장 마켓쉐어 1위 자리를 차지한다. 서구 작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던 전 세계 총 매출 10위 작가 리스트 안에 중국 작가가 진입한 것도 이 시기로, 치바이스(Qi Baishi), 장다치엔(Zhang Daqian), 쉬베이홍(Xu Beihong)이 그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작품을 구매한 것은 주로 중국인들로 이 같은 중국 시장 규모 및 중국인 미술품 컬렉터들의 구매력 상승은 2011년 가고시안(Gagosian)이 홍콩에 첫 아시아 지점을 오픈하고, ‘아트 바젤’이 홍콩 로컬 아트페어 ‘아트 HK(Art HK)’를 인수 합병해 2013년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
‘웨스트 번드 아트 앤 디자인(West Bund Art & Design)’
부스 전경 2022 Courtesy of Lisson Gallery



2013년 ‘아트 바젤’의 홍콩 진출은 이후 상당수의 서구 갤러리들이 홍콩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 갤러리들은 무역과 경제, 정치 상황 등이 중국 본토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아시아권 최고의 컬렉터들이 사업기반을 두고 거주하고 있던 홍콩을 중국 본토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이 모든 것은 2002-2013년까지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맡았던 후진타오(Hu Jintao) 시기의 일이다.

2013년 시진핑(Xi Jinping)으로의 권력 이동은 중국 정치, 경제, 문화계 전반의 변화를 가져왔다. 시진핑은 부패방지라는 이름 하에 기존 권력을 척결하고 자신의 비전, 즉 일대일로(一带一路)로 상징되는 세계 패권 국가 중국,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착수했다. 세계 속의 강국이라는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다. 경제 성장률이 기존보다 둔화된 부분은 있었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6-7% 사이였으며, 특히 중국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이어졌다.

오래된 도시 중심은 재개발 및 리노베이션을 통해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문화와 럭셔리 소비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비어있는 땅들에는 새로운 오피스 단지와 복합 쇼핑몰,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리고 이들 새로운 도시 중심의 장식처럼 미술관과 문화시설이 함께 들어섰다. 이렇듯, 부동산 개발의 흐름을 타고 기업이 운영하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중국에서는 이를 민영미술관이라 부른다)의 수가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한다. 이와 같은 움직임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2013년경부터 공사를 시작해 가시화된 상하이 쉬후이 지역, 황푸강 서쪽 강변을 따라 개발된 웨스트 번드(West Bund), 일명 미술관 마일(미술관 길)이다.



웨스트 번드(West Bund)
지역 설립 미술관 westbund.com



중국 최대 현대미술 컬렉터인 왕웨이(Wang Wei)의 롱미술관(Long Museum), 지금은 작고한 인도네시아 컬렉터 부디텍(Budi Tek)의 유즈 미술관(Yuz Museum), 상하이 컬렉터 차오즈빙(Qiao Zhibing)이 대형 오일탱크를 리노베이션해 오픈한 아트센터 탱크(Tank) 그리고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오픈한 웨스트 번드 미술관(West Bund Museum) 등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하나씩 문을 열었고, 이 시기 중국 미술계는 2000년대 작가를 중심으로 한 베이징 시대를 지나 상하이를 중심으로 제2의 부흥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의 특징은 미술관, 컬렉터, 갤러리, 아트페어 등 미술계 생태계 전반이 고루 발전하는 것이었다.



웨스트 번드 미술관(West Bund Museum)
외부 전경 ©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광저우, 청두, 션전, 하이난 등 주요 도시들에서 또한 다양한 부동산 개발이 진행되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방 정부 소유의 미술관부터 기업 및 고급 리조트 지역 내 설립된 미술관들까지 다양한 민영미술관들이 오픈하게 된다. 특히  이들 민영 미술관들은 국제적 수준의 전시 및 소장품을 추구하며,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와 작품 구매에 열을 올리며 중국 컨템포러리 아트씬을 이끌었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인 션전의 OCAT는 부동산 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 컨템포러리 아트 미술관으로 특히 홍콩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아트 바젤 홍콩’ 기간 주요 전시를 주최하며 글로벌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다.

청두에서는 청두 와이드 호라이즌 투자회사(Chengdu Wide Horizon Investment Group Co. Ltd)가 만든 A4 미술관이 중국의 젊은 작가 및 실험적 미디어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그 정체성을 구체화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거 단지 개발 사업과 함께 미술관건립 및 리노베이션 사업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역동적인 아트씬은 청두가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의 한 축인 서부대개발 수혜 도시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미술계 및 미술시장은 시진핑의 정책적 방향에 힘입어 광저우, 청두, 션전 등 중국 주요 도시를 타고 활성화된 것이다.



중국 일대일로(一带一路) 지도 acabridge.cn



하지만 집권 11년차가 되어가는 시진핑 정부는 현재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이는 중국 미술계에도 암울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야심,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시민 탄압, 무엇보다도 제로 코로나(Zero-COVID) 정책을 고수하면서 3년 이상 중국 및 홍콩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자가 격리해온 시진핑 정부의 강압적 봉쇄 정책은 중국 정부에 대한 전 세계적인 신뢰 상실을 넘어 중국 자국 내에서도 불만을 키웠다.

사회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 정부는 더욱 강경책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 및 문화계는 지난 몇 년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공산당 정권의 안정과 유지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의 실천을 제일 과제로 삼고 있는 시진핑에게 이러한 경제 사회적 문제들은 부차적인 요소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본과 사람, 물류가 돌아야만 활성화될 수 있는 미술계에는 큰 암초가 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은 빠른 경제 발전과 기술 발전, 글로벌 문화의 수용 이면에 감춰져 있던 중국의 태생적 본질을 전 세계에 재인식시켰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전면적 셧다운, 자가격리를 통해 드러난 과도한 사회 통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 침체 및 기업들의 불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중앙집권식 공산주의 체제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매력 뒤에 감춰져 있던 중국이라는 국가의 가장 큰 리스크, 즉 정치적 리스크가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이다.



인슈전(Yin Xiuzhen) <Fake Gate No. 3> 2019 used clothes,
mirror 260×160×20cm © Yin Xiuzhen



셧다운과 자가격리 정책은 공공장소 및 집합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관, 아트페어, 갤러리 등의 사업 침체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위한 사회 단속, 이로 인한 경기 침체는 동시대 미술계를 돌아가게 하는 에너지, 즉 돈의 흐름을 경색시키며 중국 미술계 전반의 침체를 가져왔다. 알리바바(Alibaba)의 마윈(Ma Yun)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금융 회사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의 상장이 상장 며칠 전 무산되었던 사건은 중국 정부의 기업 단속 신호탄이었으며, 현재 중국 내부에서는 상당수의 민영 기업 오너들이 정부의 탄압 속에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자산가들은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려 하지만 이 또한 중국 정부의 감시 속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은행에는 돈이 넘치지만 투자나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경제 불황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 감소는 중국 민영 미술관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약 10여 년간 상하이와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공공미술관 및 민영 미술관이 설립되어왔다.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문화관광 발전통계 공보」에 따르면 국영미술관 수는 2017년 498개에서 2021년 682개로 늘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 오픈한 신규 미술관들이 이미 2015년 전후로 건립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술관 수의 증대는 팬데믹 이전의 미술계 활성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다. 청두티앤푸미술관(Chengdu Tianfu Art Museum), 청두동시대미술관(Chengdu Museum of Contemporary Art)이 그 예로, 이 두 미술관은 이미 2017년경부터 건립이 시작되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및 자가 격리로 2021년 오프닝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청두티앤푸미술관
(Chengdu Tianfu Art Museum) 외부 전경
이미지 제공: flickr.com/photos/194442606@N06



최근 들려오는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이하 UCCA)의 매각설, 롱미술관의 소장품 판매가 중국 외부로 자금을 유출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는 분석, 광저우 타임스 미술관(Times Museum)의 운영 중단, 유즈 미술관의 축소 이전 등은 중국 민영 미술관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위축 현상은 미술시장에 두 가지 방향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전시 기관으로서의 기능 부실로 작가들이 전시할 기회와 그 전시를 통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둘째,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로서의 민영 미술관 역할이 축소됨으로써 작가와 갤러리의 판매 성과에 또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기간 한국을 찾았던 중국 갤러리들은 하나같이 같은 문제를 토로하며, 현재 중국 미술시장의 암울함을 토로했다. 글로벌 미술계의 아시아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의 시행 속에서 국제 교류의 거점 지위를 상실한 것은 중국 미술시장이 겪어야 했던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하룬 미르자(Haroon Mirza)
<A Chamber for Horwitz; Sonakinatography
Transcriptions in Surround Sound>
2015 based on works by Channa Horwitz



2022년 ‘웨스트 번드 아트 앤 디자인(West Bund Art & Design)’과 ‘아트021(Art021)’은 오픈 당일 방문자의 코로나 확진으로 하루만에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클로징한 아트페어라는 오명을 감당해야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포기와 함께 올해 ‘웨스트 번드 아트 앤 디자인’과 ‘아트021’은 문제없이 오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돈이 흐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아트페어를 오픈한다 할지라도 그 성과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해외 갤러리들이 수백억, 수십억 값어치의 작품을 가지고 중국 본토로 들어가려 할지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로컬 시장으로만 운영되어도 생존이나 성장에 큰 어려움이 없는 규모가 큰 시장이다. 일부 중국 갤러리들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외국 작품의 수입은 중단되었지만, 도리어 중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원활해진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이는 큰손 컬렉터로 알려진 민영 미술관과 기업 컬렉터들의 고가의 작품 구매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저조하지만, 개인 컬렉터들의 미술품 구매 욕구나 구매력은 여전히 강력히 작동하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션전, 광저우, 청두 등 시진핑의 경제발전 계획 안에 있는 도시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신규 전시 공간 및 갤러리들이 오픈하고 있는 상황 또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엠 우즈 미술관(M WOODS museum)은 그들의 베이징 지점을 축소했지만 2023년 8월 새로이 청두 지점을 오픈해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전시를 오픈했고, UCCA는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 넘어갈 것이라는 루머 속에서도 상하이 지점에 이어 그 4번째 지점을 청두의 한 쇼핑몰에 오픈할 예정이라 한다.



엠 우즈 미술관(M WOODS MUSEUM)
외부 전경 © M WOODS MUSEUM



그늘도 있고, 변화도 있지만, 중국인의 문화적 욕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부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시장의 리스크만 잘 극복하고 관리한다면 중국 미술시장은 조금은 다른 모습일 수 있지만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다. 하지만 글로벌 미술시장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제적’ 미술시장은 자금, 물류, 사람이 원활히 흐르는 곳에서 활성화되고 번창한다. 경기가 활성화되고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창작자인 작가,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선보일 미술관과 갤러리, 작품을 관람하고 구매할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때 미술계와 미술시장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나 살펴보았듯, 중국은 정부의 정책 방향 속에서 많은 것이 좌지우지된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글로벌 미술계의 아시아 허브이자 주요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술계에 심어주었지만 팬데믹 상황은 중국이 시장으로서 가진 최대 리스크, 즉 정치적 리스크를 전 세계 미술인들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올해 11월 다가오는 상하이의 ‘웨스트 번드 아트 앤 디자인’과 ‘아트021’은 중국이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도 여전히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국제적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홍콩이나 서울에게 넘길 것인지를 테스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PA


글쓴이 주연화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이자 미술경영 및 미술시장 전문가로 국제 현장과 학계에서 활동 중이다.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 현대 등에서 일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작가를 포함한 글로벌 작가의 국제적 프로모션과 시장 개척, 한국 갤러리의 해외 진출, 전시 기획과 작가 관리 업무를 담당해왔다. 중국 M Woods 미술관의 국제 프로그램 자문, 한국예술경영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충남도립미술관 건립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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