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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4, Sep 2023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

APAP7
Zone 7 - Your Imaginary Space
2023.8.25-2023.11.2 (구)농림축산검역본부, 안양예술공원

7구역, 현실 공간 속에 펼쳐지는 헤테로토피아의 예술세계 당신의 상상공간이 펼쳐질 그곳으로의 여행을 위해!

● 진행 편집부 ● 글 최창희 미학연구자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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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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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이하 APAP7)’이 개막하기 전에 작성된 글이다. 글의 원천은 프로젝트 준비과정이자 프로젝트로 구성될 여러 자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텍스트는 실제 전시를 시각적으로 보고 촉각적으로 감각한 경험의 산물이 아닌 필자의 상상의 공간에 만들어진 제3의 프로젝트이자 작품일 수 있다. 그야말로 ‘당신-필자의 상상공간’ 속에 존재하는 ‘APAP7’이다. 이제 당신도 이글을 통해 당신만의 상상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김유정 <퍼블릭 플래닛_얼룩진 통로> 2023 
틸란드시아, 폐전선, 나무 뿔 모델, 개나리 형태 
스테인리스 스틸, 영상 가변설치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로그 1.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상상공간

7구역. SF영화의 한 장면의 시작이나 끝에 등장할 법한 그곳. 미래의 어느 순간, 회색빛 현실 공간에 저기 멀지만 가까운 그곳에 빛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약속의 땅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화면 중앙에 섬광과 같이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 텍스트가 떠오른다. 사건의 배경이 설명된 후 나타나는 영화 제목처럼!

농림축산검역본부. 이제는 구실을 다하고 빈 곳이 되어버린 그곳. 우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고 마시지만 그것이 어떠한 과정으로 내 식탁 앞에 놓이게 되는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도축을 하는 그 정도였을까? 심지어 내가 매일 지나는 그 거리에 무슨 건물이 있는지, 그곳에서 어떠한 일들이 수행되고 있는지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것이 전부다. 농림축산검역본부라고 명패가 걸려 있어도 그것은 한낱 읽히거나 읽히지도 않는 이름일 뿐! 그런데 그 공간이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올해로 7회를 맞는 ‘APAP’는 안양예술공원과 함께 (구)농림축산검역본부를 장소로 선정했다. 유휴공간을 예술의 공간, 상상의 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예술가들의 ‘생산물’을 침투시킴으로써 건물은 이질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심지어 실험실과 같이 여러 기능이 함께 작동한다. 수잔 슈플리(Susan Schuppli)의 <빙하 코어(Ice Cores)>(2019)는 실제 미국 OSU 빙하 코어 연구실의 빙하 시추활동을 기록해 빙하의 축적된 먼지 등을 통해 지구의 역사적인 기후 환경변화연구를 관찰하게 하는 작품이며, 투외 그렌포트(Tue Greenfort)는 쌀 산업으로 인해 멸종되는 동물들과 선박의 평형을 위해 주입한 해양수로 인해 발생한 생태계 교란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작품이다.



이탈 <민중 기계 - 호외(號外)>
2023 액츄에이터, 스포트라이트, 모니터(3),
라즈베리 파이 4 모델 B, 아두이노, 릴레이, 센서,
전선 4사 HIV 전선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그런가 하면 유휴공간이었던 회색빛 건물은 예술가 이병찬에 의해 자본주의 산물인 비닐과 플라스틱을 활용한 신작 <크리처>로 탄생해 공간을 재정립하고 변형한다. 이처럼 전시는 여러 작품이 상호 간 연결돼 검역본부라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이자 유기체로 구성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에코 스페이스에서 현대사회의 가족과 돌봄 등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숙고하는 휴먼 스페이스, 나아가 과학과 기술세계에 대한 질문을 더한 스마트 스페이스까지 연결되고 확장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를 성찰하고 반성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 유휴공간을 왜 유기체 혹은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지구의 메타포처럼 구성했을까? ‘해외 가축전염병 및 식물병해충 유입을 차단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우리 농·축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표준 방역·검역 전문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대한민국 농림축산식품부의 소속기관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정책에 따라 검역본부는 지난 2016년 경북 김천으로 이전했으며, 안양시 만안구의 부지는 오랜 시간 빈 공간으로 방치됐다.

국민건강, 국가표준, 방역과 검역. 이 무시무시한 단어들은 바로 ‘국가’라는 존재와 더불어 관리와 통제라는 권력을 인식하게 한다. 게다가 국가정책으로 강제 이전되어 유휴공간이 되어버린 (구)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관리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생성한 공간을 폐기까지 하는 폭력적 인간중심주의를 여실히 경험하게 하는 장소다. 그러한 장소에 ‘APAP’가 침투해 공간을 드러내고 응시하게 하며, 과거의 시간에서부터 현재, 나아가 미래의 시간까지 연결해 공간을 새로이 탄생시킨다.



수잔 슈플리(Susan Schuppli) <빙하 코어> 
2019 영상, 스테레오 사운드 66분 22초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예술감독 김성호는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 개념을 차용해 이질적 공간이자 ‘절대적으로 다른’ 공간으로서 검역본부를 ‘상상공간’으로 제안한다. 옛 검역연구소의 소각장에서 벌어진 동물의 비극적 삶을 재현하고 폭로하듯이 도축되기 전의 돼지 눈을 표현한 작품(신재은의 <어쩌면>(2021))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검역본부에 대한 아카이브를 상상적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검역원 김소장의 사무실>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실제적인 자리들을 재현하고 그것들에 저항하며’, 나아가 ‘그것들을 전복하는 일종의 ‘대항-자리들(contre-emplacement)’’1)로 나타난다.

푸코는 “자기 폐쇄적이지만 동시에 무한한 바다로 향하는” 배에 비유하며 헤테로토피아를 “아주 거대한 상상의 보고”로 규정한다. 예술적 상상과 미적 경험이 저항의 공간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예술적 상상이 감찰을 모험으로, 치안의 질서를 해적(해적과 같은 예술가-필자)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2) 그런 의미에서 예술적 상상공간이 된 커다란 배 한 척이 안양시에 유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국형걸 <팔렛세움> 2023 팔레트
 500×2,530×2,530cm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야외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로그 2.
헤테로-토피아로서 7구역의 공공예술

장소-특정성(site-specificity)은 공공미술, 공공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1981) 이전 논란으로 시작된 이 개념3)은 장소와 작품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며 ‘장소 특정적 미술’, ‘새장르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으로까지 확장하며 논의를 지속시켰다. 금번 ‘APAP7’ 역시 그 장소-특정성 개념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검역본부의 ‘이전’과 더불어 발생한 유휴공간 전체를 헤테로토피아 개념으로 ‘절대적으로 다른 장소’로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공공예술에서 장소는 또 다른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미술은 공공 공간 속에 놓이는 작품으로 이해되지만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더불어 작품 자체가 지니는 위상에도 그 의미가 있다. 공공미술은 화이트 큐브와 같은 공간에서 설치되는 예술의 지위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찾아가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이 관람객에게 다가오는 방식 말이다. 따라서 작품은 놓이는 장소에 따라 의미가 규정되지 않는다. 요컨대 공공미술은 기존 예술의 개념과 위상에 대한 부정에 있다.



마리 멍크(Marie Munk), 스티네 데예(Stine Deja)
 <신성한 욕망> 2022 아연 강철, 알루미늄, TV, 
폴리우레탄 고무, 피그먼트, 폴리스틸렌, 방염원단, 
비닐 프린트, 나무 구조물, 사운드, 모터 머리: 250×75×390cm, 
가리키는 손: 163×88×330cm, 누워있는 손: 80×80×210cm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그렇기 때문에 공공미술은 ‘공공-장소’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라는 ‘장소’(포괄적 의미의 장소-사회, 문화, 공동체 등을 포함) 개념에 예술의 개념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며, 예술의 지위와 권위에 대한 일종의 부정으로서 아방가르드 예술의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예술의 자율성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라는 사회와 삶에 대한 타율성을 함께 사유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4) 그러한 맥락에서 ‘APAP7’에서 선택한 실내 전시는 장소를 물리적 개념에서 내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중심주의라는 장소를 재현하고, 저항하고 대항(contre-)함으로써 그 장소 의미의 외부와 바깥으로 옮기는 공공예술을 실천한다.



언해피서킷 <바다를 위한 합성 노래> 2019 
영상, 사운드, 가변설치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나아가 주제로 제시된 7구역은 1회부터 6회까지 각각의 프로젝트를 하나의 ‘구역’으로 규정하며 장소성의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한 것이며, 이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맥락에서 과거를 맵핑하고 현재를 구성하며 도래할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7구역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적 시간 개념은 프로젝트 구성의 내부 개념으로도 포함시킨다. 프레 프로젝트에서 메인 프로젝트, 포스트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인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주체의 구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미술이 관람객-시민을 공공 또는 공동체라는 예술을 구성하는 요소로 포괄했다면, ‘APAP7’은 프로젝트 추진의 주체로 시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 프로젝트에서 사전 간담회를 시행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포스트 프로젝트에서 사후 평가회를 통해 다음의 ‘APAP’를 준비하게 하면서 예술을 통해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종택 <반영산수> 2023 스테인리스 스틸,
 돌, 나무 가변설치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야외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에필로그

‘APAP7’을 통해 우리는 장소-세계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배양해 우리만의 상상공간을 현재 속에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상상공간이 현실공간 속에 편재할 수 있을 때 헤테로토피아의 장소의 바깥, 외부로서 대항-자리가 형성되고 우리는 그제서야 진정한 상상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삶에 상상이 존재했을 때 현실-바깥을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되며, 다름이라는 가치를 이해하고 나아가 미래-7구역 너머의 미지의 열린 공간으로 링크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공공예술은 우리에게 공통의 세계를 맞이할 준비를 제공한다.PA



우보형, 김은경, 장지섭
<비주얼 아카이브 - 안양 예술단체의 길> 
2022-2023  아카이브 자료집, 벽면 부착 그래픽 인쇄물, 영상, 
가변설치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각주]
1)  Michel Foucault, Dits et êcrits, 1954-1988, 4 volumes, Gallimard, 1994, p. 755, 재인용: 박기순,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 『미학』 제83권 1호, 2017, p. 108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이 핵심적으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2) 푸코는 “배가 없는 문명사회에서는 꿈은 고갈될 것이고, 감찰이 모험을, 그리고 치안이 해적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박기순, 위의 글, p. 137-138)
3)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는 연방 플라자가 가진 정부의 권력을 경험시키고자 연방건물 앞에 설치하도록 고안되었다. 따라서 작품은 그 장소와 통합된 부분으로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이전’은 곧 ‘작품의 파괴’라고 주장하며 ‘장소특정성’ 개념이 탄생했다.
4) 이는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가 제기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닌 한 예술’이라는 예술의 자율성과 타율성의 동일성 개념과도 같은 맥락이다.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실내 전시 전경 
© 2023 안양문화예술재단 사진: 이좌규



글쓴이 최창희는 미학연구자이자, 미술평론가, 예술정책연구자로서 시각예술정책 및 문화도시 조성 외 학술, 정책, 현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랑시에르 사유에서 예술과 노동의 문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예술을 통한 함께 살기에 관한 연구 및 실천적 활동 등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장애예술과 장애미학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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