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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4, Mar 2021

게임사회

Game Society

우리는 게임사회에서 살고 있다. 게임사회는 현실과 가상이 분리된 대체 사회가 아닌 게임의 감각과 현실 감각의 구분이 모호해져 버린 게임적 현실이자 그 현실이 투영되는 공간의 사실적 확장을 말한다. 갈수록 게임은 현실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리얼해지고 있으며 현실에서는 게임적 혹은 가상현실적인 상황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스크린에 머무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온라인 기반의 가상현실과 상상력은 이 시간을 살아가고 버틸 힘이 되어주었다. 가상현실은 이제 대체 현실이자 새로운 일상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인식, 확장되어 가고 있다. 게임적 상상력은 이제 게임의 리얼리즘 구현으로 이행되었다. 아즈마 히로키(Azuma Hiroki)의 말처럼 포스트모던화는 큰 이야기의 쇠퇴를 불러일으켰으며 큰 이야기의 쇠퇴는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1) 구술 문화에서 기록 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우리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연대와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급변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오늘날 스크린 기반의 인식 사고 과정을 통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탈신체화가 예술 실천에 끼친 영향에 대해 동시대에 드러나는 인지의 변화와 과정을 게임과 결부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 기획· 진행 김미혜 기자 ● 글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Animal Crossing: New Horizons’ 2020 © J. Paul Getty Museum Photo: Sarah Waldo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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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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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과 참여를 통한 게임적 경험


게임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이며, 이는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발전과도 유관하다. 인터넷 보급은 온라인 게임과 함께 폭발적으로 퍼져나갔고 새로운 세대 문화와 디지털 연대를 형성하였다. 기술, 시각적 구현과 상상력, 사운드, 스토리텔링과 체험과 몰입이라는 경험과 상호 작용까지 포괄하는 게임은 동시대 가장 총체적인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감각과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션 업계 역시 최근 게임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지속 가능한’ 활용과 인식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애프터월드: 더 에이지 오브 투모로우(Afterworld: The Age of Tomorrow)’라는 본격적인 게임이자 2021년 FW 컬렉션 쇼를 웹사이트에서 발표하였다. 흔히 생각하는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셀럽들이 맨 앞줄에 앉아 쇼를 보는 형식이 아닌, 2031년 가상의 도시를 누비며 50여 벌의 발렌시아가의 컬렉션 의상을 입은 NPC(Non-Player Character)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한 게임을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전 세계에 선보였다. 

셀럽과 이너써클로 이루어졌던 패션계가 게임의 방식을 빌어 옷의 의미와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바꾼 것이다. 국내 기업인 제페토(ZEPETO)는 증강현실(AR)과 ‘룩덕(코디룩 덕질)’이라는 키워드를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을 활용해 아바타를 만들어 소통하고 게임을 즐기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전체 이용자의 80% 이상이 10대이며 90%가 해외 이용자인 제페토의 애플리케이션은 최근 구찌(Gucci)와 협업하여 구찌의 IP를 활용한 패션 아이템과 가상공간인 월드 맵을 선보였다.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Gucci Villa)’ 월드 맵에서 신상품을 장착하고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과 만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듯 게임의 확장성과 익명성은 물리적 이동의 한계와 제한적 교류를 넘어 새로운 공간과 체험적 상상력의 확장에 따른 가상공간의 적극적인 편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패션계의 적극적인 게임 활용 및 협업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스크린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극적인 몰입 환경을 제공하고 즉각적인 반응과 교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강렬한 체험이 수반된 게임 환경이 어디까지 사람들의 체험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지 궁금해지는 점이다.




Installation View of <Game On> Parque Cuarto Deposito de Canal 

de Isabel II, Madrid, Spain Photo: Javier de Paz Garcia




예술계 역시 2010년 초반부터 꾸준하게 게임과 예술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왔다. 그 시작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2012년 14점의 게임을 소장하면서 ‘게임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게임의 예술성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첨예한 논의를 촉발했다. 당시 게임을 과연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부터, 어디서부터 어느 부분까지 소장해야 하는 것인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소장품이 미술관에 입성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적절성에 대해 당시 MoMA의 건축 디자인 분과 수석 큐레이터였던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는 해당 게임들이 기계적인 메커니즘과 디자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플레이어가 그 안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창조적인 측면을 추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적극적인 설득을 통해 예술의 영역과 의미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속해서 게임을 소장품에 포함했다.2) 

전염병의 시대를 맞아 미술관과 미술관의 온라인 공간은 플랫폼과 공공재의 활용적 측면에서 미술관이 독립된 공간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민주적인 공공의 장소임을 상기하게 만들었으며, 문화예술 향유가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활동과 문화예술 향유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휴관 중이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과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은 SNS와 게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질문과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MetTwinning 해시태그를 통해 락다운 기간 동안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자신들의 소장품 중 자화상을 재현하도록 제안하였고 40만 점의 작품을 QR코드로 제공하였다.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열광하였다. 

게티 미술관은 닌텐도의 커뮤니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을 통해 ‘아트 제너레이터(Art Generator)’ 기능을 론칭하고 게티의 오픈 액세스 라이브러리에 있는 모든 이미지를 게임에서 사용하고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람들은 즉각 반응하였고 자신의 캐릭터에게 명화의 이미지를 ‘마이디자인’ 기능을 활용하여 옷을 만들어주고, 집안을 꾸미며 자신의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 하였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장품의 활용은 단순히 소장품의 활용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와 연결된 감각과 사람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자발적 참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ZEPETO×Gucci 

ZEPETO allows users to turn selfies into 3D animated avatars, which can then ‘meet’ other user’s 
characters on the ‘ZEPETO Street’- virtual world for users to create and engage
with others. As part of Gucci’s collaboration, users will be able to dress t
heir avatar in pieces from the House collections through in-app purchases. 
The world of ZEPETO × Gucci also includes a Gucci Villa to explore 




대체가 아닌 유일한 공간으로의 전환


이렇듯 전시의 온라인 확장과 플랫폼의 다변화는 자연스럽게 창작 환경의 변화를 맞은 동시대 창작자뿐만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전환이었다. 1960년대 이후 등장한 ‘포스트-스튜디오’ 이후 ‘포스트-포스트-스튜디오’를 거쳐 최근 온라인으로 거처를 옮긴 작가들에게 있어,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체험적 상상력의 확장이 가능한 장소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전시가 기획되었으며 ‘온라인 전시’에 대한 정의 역시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기존의 전시를 영상으로 담아 웹사이트에 업로드 하는 방법, VR을 통한 가상의 공간과 신체 경험이 결합한 방법, 게임의 방법론을 그대로 가져온 체험 전시까지 다양한 형식의 전시가 소개되었다. 

토마스 웹(Thomas Webb)이나 슈 웬카이(Xu Wenkai, aka 에아이아우(aaajiao))는 개인전 장소를 물리적 공간이 아닌 웹사이트에 한정했으며, 온라인을 대체 공간이 아닌 구현 가능한 유일한 전시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쾨니히 갤러리(König Galerie)는 해커이자 넷아트 작가인 토마스 웹의 개인전 <희망 없는 노스탤지어를 위한 연습(Exercise In Hopeless Nostalgia)>을 온라인에 선보였다. 1980년대 게임의 형식을 그대로 적용한 웹 전시는 관람객이 아바타를 설정해 유저 이름을 등록하고 베를린 시내 쾨니히 갤러리 전시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나의 작품이자 게임인 이번 개인전의 놀라운 점은 4.5MB밖에 안 된다는 점과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b)’이라는 가상 세계이자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구현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접속 가능한 장소인 웹 환경과 정보 공유, 데이터 민주주의, 게임 경험과 현실 감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편, 에아이아우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제작한 작품을 온라인전시 <URL은 사랑(URL is LOVE)>을 통해 선보인 바 있다.




‘Afterworld : The Age of Tomorrow’ Demna Gvasalia’s 

video game for Balenciaga’s fall 2021 Collection





온라인 공간을 물리적 공간의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새로운 문법과 질서의 구현이 가능한 장소로 인식하는 작가는 인터넷 기반의 인식 사고 과정을 통한 웹에서의 탈신체화를 게임과 결부시켜 시각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쇼타 야마우치(Shota Yamauchi)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게임의 플랫폼을 끌어들이고 가상과 현실의 대립,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가 제기했던 가상의 제한적 상황과 이미지의 관계를 보다 동시대의 기술과 구분할 수 없거나 미묘하게 어긋난 지점을 작품에 담아낸다. 게임과 예술을 잇는 시도는 결코 새롭지 않지만, 그 예술을 접하는 우리와 우리의 인식의 전환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새 게임의 시점, 게임의 용어와 상상력이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5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올림픽 개혁 지침으로 신체 운동을 동반하는 온라인 게임인 ‘버추얼 스포츠(VS)’를 정식 종목으로 추가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3)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 설정 아래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인간의 신체의 한계를 겨룬다는 이번 제안은 ‘인간적인 것’과 ‘현실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였다. 이제 게임의 활용과 형식을 차용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만큼 게임과 삶의 동기화는 코로나를 계기로 가속화되고 있다. 그전까지 온라인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아카이브하거나 자료를 담는 대안적인 공간으로 인지되었다면, 코로나 이후 온라인 공간은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시도와 시간, 공간, 경험, 환경이 전혀 다른 게임적 상상력이 결합한 유일한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Thomas Webb <Exercise In Hopeless Nostalgia> 

Virtual Exhibition at König Digital WORLD WIDE WEBB(webb.game)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에 빠져들었으며 게임 산업은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모일 수 없다’는 제한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모색하고 대체하는 과정으로 이행되었고 게임 플랫폼, 온라인 화상회의, 최근 새롭게 대두된 클럽하우스 같이 한 장소에 있는 감각이 왜 중요한지, 그럼에도 만나지 않고 익명성을 보장받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점이 모든 것이 기록되는 기록 문화에 살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감각하고 기억하는 방식과 인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으며 공동체 감각과 연대의 의미 또한 달라졌다. 더 이상 체험, 참여, 개방, 공유는 현실의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상공간, 게임을 통해 자신의 대체 자아를 내세우고 그들의 경험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제 우리는 게임이 얼마나 현실과 똑같은지를 따지기보다 순간적 몰입과 경험을 통한 게임 공간의 사실성을 믿게 되었다. 게임사회는 이미 도래했다. PA

[각주]
1) 아즈마 히로키,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현실문화, 2012
2) 미팅룸,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 스위밍꿀, 2019, p. 63
3) https://this.kiji.is/734311827633897472


글쓴이 홍이지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시 기획자이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현재 온라인 큐레토리얼 리서치 플랫폼 ‘미팅룸(meetingroom)’의 큐레이팅 디렉터 및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디지털 매체와 창작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지 조건과 문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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