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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4, Nov 2022

아트경기: 미술품 창작과 유통, 소비의 순환고리

art gyeonggi

공공문화재단으로는 선도적으로, 1997년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은 도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합 운영하는 문화예술 전문조직으로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독창성에 기반을 둔 여러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중 지역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과 미술시장 진입을 돕는 ‘경기 미술품 활성화 사업(이하 아트경기)’은 예술인 복지 측면뿐 아니라 예술 산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문화예술지원의 선순환 방안을 제시하고 재단의 역할과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 50명을 선정했고 일 년간 미술품 유통 전문 사업자 6곳, 제휴사와 협력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미술품 전시·판매 사업을 선보인다.

● 기획 편집부 ● 진행 김미혜 기자

‘2022 아트경기’ 미술장터 전시 전경 9.16-9.19 아트조선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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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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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중심부에 펼쳐진 ‘아트경기’

‘프리즈(Frieze)’와 ‘키아프(Kiaf)’로 동시대 한국미술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 9월,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 ‘미술장터’는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미술장터는 당해 ‘아트경기’ 선정작가 전원이 참여하는 미술품 전시·판매 행사로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축제 형태로 펼쳐진다. 최근 미술시장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20-40대 MZ세대, 젊은 컬렉터를 타깃으로 설정한 전시는 새로운 공간 연출, 진입 문턱을 낮춘 가격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품 감상은 물론 소장에 대한 즐거움을 제공했다. 약 200여 점에 달하는 성별도, 나이도, 장르도 다른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이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어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아트경기’의 핵심은 선정작가다. 매해 작가 수가 다른데 올해는 총 50명의 작가가 뽑혔다. 차례로 살피면, 개인의 정체성을 주제로 평면과 입체작업을 병행하는 강건, 불안정한 감정의 기류 같은 비가시적인 것에 관심을 두는 고우리, 이상적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들이 맺는 관계와 파편화된 이미지의 서사를 회화에 담아내는 권소진, 나무판이라는 재료의 속성과 그것의 수행적 성질을 중첩시키는 김동기, 캔버스 표면에 한지를 밀착시키고 탁본한 화선지를 콜라주해 회화적 성형을 덧입히는 김명진, 퇴적한 시간의 층위와 원초적인 것의 회귀를 쫓는 김수연, 수수하고 소소한 자연의 대상을 소재 삼아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 김윤경,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소망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김재종,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움과 낯섦, 익숙함과 거리감,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김태형이 있다.



박용화 <박제된 동물성> 2021 
캔버스에 유채 45.5×53cm



또 관계가 휘발된 직후 남겨진 사람과 그 다음을 대비하기 위한 작업에 천착하는 모유진, ‘기억의 저장고’, ‘축성의 공간’이라는 박물관의 개념을 차용해 동시대 상황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시도하는 문주호, 회전운동의 패턴을 조합해 처음과 끝이 이어진 매듭의 형태를 시리즈로 제작하는 박민수, 수묵을 주재료로 화선지에 도시풍경을 표현하는 박병일, 순간 존재하고 이내 사라지는 찰나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박소현, 동물원에 함축된 이중의식에 주목해 초현실적 장면을 그리는 박용화, 삶 속 망각되는 개인의 존재와 사라지는 것에 관심을 두는 박종호, 불안한 시대를 사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풍경과 일상으로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박춘화, 이미 가치를 상실했거나 지극히 사소해 쓸모에 대해 논할 수 없는 장면과 사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박해선, ‘나만의 조형성’을 주제로 동양화 재료 장지와 분채를 사용하는 배윤재도 야심차게 작업을 선보였다.

더불어 ‘책’이라는 소재를 모티브로 사실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하는 서유라, 모호한 풍경에 의식을 중첩시켜 감정이 혼합되는 지점을 포착하는 서지원, 인간의 지각과 인식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당연시 여겨지는 형상을 재고하는 송민철, 포장, 꽃 등 일상적 소재가 지닌 가능성을 탐구하는 송하나, 어떤 순간이나 장면을 임의의 도형이나 덩어리로 재조립하는 유진영, 먹과 소금을 활용해 동양화 작업을 하는 이계진, 나무나 산을 회상하고 재해석해 자신만의 숲을 만드는 이명수, 신도시의 거대한 개발과 자본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도시 생태계 장면을 여러 형태로 연출하는 이병찬, 절대적인 인간중심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정희, 매일의 상상과 기억의 감정을 기록하는 이체린, 다양한 상태변화를 거치는 식물의 찰나의 모습과 그것에서 파생된 풍경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 이혜성, 식물 이미지에 동물적 특성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오브제를 필두로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이희명, 전통 회화 매체를 통해 현대 사회와 문화의 방법론을 탐색하는 임장순의 작품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윤경 
<평범하고 소박한 풍경-세 개의 태양-풍> 
2022 캔버스에 유채 72.7×60.6cm



그런가 하면 장르의 구분 없이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뉴미디어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는 장입규, 동트기 전 회색빛 바다의 잔상과 수평선을 그리며 시간과 공간,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연구하는 전봉열, 한국 정치사회 현장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전진경, 시간의 규칙 안에서 이뤄지는 노동의 흔적을 담는 정기훈, 그림을 진실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여기는 정덕현, 추억과 경험, 기억의 실타래를 겹겹이 쌓아 시간의 층위를 비추는 정미정, 일상 속 풍경과 잔상을 절제된 표현으로 그리는 정은빈, 개인의 사소한 경험에서 비롯한 감정을 탐구하는 정주희 등이 저마다의 철학과 방식을 작품으로 드러냈다.

이어 실제 장소에서의 지각 경험으로 구축된 인식을 캔버스에 구현하는 정지은, 동양화 기법과 마블링 효과를 통해 캐릭터 캣빗을 탐구하는 조정은, 현실 속 대상 이미지에 인격을 부여하고 그 이후의 상황을 상상하는 조태광, 푸른 밤, 바람, 별, 반딧불 등 친숙한 소재를 사용해 일상의 숨겨진 무게를 표현하는 주선영,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최정숙, ‘즉흥적 드로잉을 통한 순간의 인상 표현’을 회화적으로 시도하는 최지원의 작품과 조우했다. 끝으로 자연 생명체가 지닌 고유의 색채를 포착하는 한문순, 물질적, 정신적 불안 속 각자의 욕망을 추구하며 생을 이어가는 존재를 탐구하는 한보연, 개인과 사회 사이 발생하는 억압과 수용의 경험을 파도와 오브제의 관계로 표현하는 한혜수, 서양화의 재료를 사용해 동서양의 풍경화를 재해석하는 황지윤의 작업도 선보였다.

이외에 전시와 더불어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주제로 한 강연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행사의 밀도를 높였다. 서울장터에 이어 오는 12월 10일부터 31일까지 파주시 아트팩토리에서 경기장터가 개최될 예정이다.



박해선 <없는 이름> 2021 
캔버스에 유채 53×53cm



‘아트경기’ 원류와 의미

‘아트경기’는 2015년 「경기도 사고파는 미술품거래소 설립 및 운영 조례」에 의거 상설 미술품거래소를 개설·운영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2019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사업을 수행, 2020년 변경된 「경기 미술품 유통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예술진흥실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트경기’를 골자로 사업은 미술장터를 포함해 ‘팝업갤러리’, ‘미술품 렌탈’, ‘아트페어 부스전’, ‘온라인 사업’ 등으로 나뉘는데, 한 해에 열리는 행사의 일자와 장소가 각기 다른 만큼 재단은 이를 통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을 추진한다.

가령 대중적 미술시장을 지향하는 미술장터는 ‘아트경기’의 얼굴과 같은 미술축제 조성을, 팝업갤러리는 적극적인 작가 홍보와 판매를, 미술품 렌탈은 도내 공공기관 혹은 민간기업으로 소비자를 확대해 경기 작가 미술품을 십분 활용하는 것을, 온라인 사업은 비대면 분야에서의 미술품 전시 판매방안 제시를, 아트페어 부스전은 국내외 갤러리와 컬렉터에게 작품을 노출 및 판매를 목표로 한다. 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일정과 장소, 내용, 참여작가 등을 확인 및 조율하고 ‘아트경기’라는 큰 범주 내에서 선정작가에게는 협력사업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반복적 노출로 작품을 알릴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자에게는 유형에 따라 구체화된 사업 방향을 제시해 그 실행력을 높이는 등 작가와 협력사업자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총괄적으로 지원한다.



황지윤 <숲속 27> 2021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33.4×24.2cm



특히 ‘아트경기’는 예술인과 사업자를 공모 선정해 참여케 한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지원사업과 차별화된다. 미술시장 진입을 원하는 예술인을 사업자가 아닌 재단이 직접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이후 선정된 협력사업자를 사업에 참여시켜 미술시장의 주요 구성원인 창작자와 유통자를 동시에 조명한다. 작가-사업자-소비자 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작가 공모는 매년 초 경기문화재단 공식 홈페이지(ggcf.kr)에서 이뤄지며, 경기도에 거주하거나 경기도 소재 개인 작업실 또는 레지던시에 있는 경우 지원 가능하다. 다만 보다 많은 예술인의 참여를 위해 직전년도 선정작가는 휴식년제를 적용한다. 작품가를 포함한 최근 10점 이내의 판매 가능한 출품작 명세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현재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문가와 기획자, 연구자로 구성된 심의위원이 작가역량, 예술성, 시장성, 기대효과를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작가와 협력사업자는 직접 소통하며 계약서작성, 작품선정, 운송설치 등을 진행하고, 재단은 원활한 협업과 신뢰 구축, 안정감을 제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작품판매금에 대한 수수료를 사업자가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주로 ‘예술인’에 포커싱하는 것에 반해 ‘아트경기’는 유통 분야를 함께 주목하기 때문이다. 사업기획과 운영에 대한 비용을 재단에서 지원해 작가는 일반 미술시장보다 많은 수수료를 취할 수 있고,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돼 자금이나 홍보 등에 소극적이었던 유통사업자 역시 선정작가 참여와 작품 판매에 집중하여 자신의 사업을 개발 및 확장하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가 직접 작가를 발굴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고 익숙지 않은 작가를 사업에 활용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인 만큼 ‘아트경기’는 재단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기반으로 전문 심의위원이 선정한 검증된 작가와 사업자 간의 관계 형성을 통해 작가 풀 확대를 돕는다.



강건 <거울 안에서> 2018 
종이에 연필, 펜, 파스텔 87.5×77.5cm



한편 ‘아트경기’ 사업 전반에도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쳐 재단은 2020년부터 유통사업자의 콘텐츠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미술시장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이광기의 라이브 경매쇼’는 작가 소개와 작품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2020년 서울옥션 제로베이스 작가 참여는 비대면 전환에 적극적인 대처를 이끌었다. 올해는 미술품 NFT 거래 플랫폼 엔플라넷(nPlanet) 운영 제휴사와의 업무협약체결(MOU)로 작가와 사업자 모두 NFT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업 시작이 ‘미술품 상설거래소’였던 만큼 재단은 자체 홈페이지에 직접 거래나 거래 연계 기능을 추가해 미술시장 온라인 허브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2021 아트경기’ 팝업갤러리 
<업클로즈03> 행사 전경
 2021.10.21-2021.11.1 플랫폼엘



시장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엔진


하나의 사업이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속되기 위해선 사업의 주체가 설립한 기획의 방향과 그 실천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경기문화재단 예술진흥실 관계자는 “‘아트경기’는 재단이 오랜 기간 실천해오던 문화복지 실현에 문화산업을 더함으로써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창작(예술인)-유통(사업자)-소비(대중)를 존중하고 건강한 선순환을 위해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탐구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독창적인 사업을 다른 문화재단에서도 참고하고 있는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발전시켜 국내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강조한다. 미술품 시장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미술품 창작과 소비 활성화를 꾀하는 ‘아트경기’가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PA



장입규 ‘layers_다양한 매트들’
 2019 각 60×40cm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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