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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5, Dec 2022

항상 예술, 결코 완성되지 못할 <안창홍_미완의 리허설>

Unfinished Rehearsal
9.29-12.3 우손갤러리

● 기획 · 진행 편집부 ● 글 장진택 독립기획자

좌: '화가의 심장(Heart of the Artist)' 2018 하드보드에 차이니즈 잉크, 드로잉 잉크와 아크릴릭 130×130cm
우: '화가의 심장 2(Heart of the Artist 2)' 2019 FRP에 아크릴릭, 알루미늄 150×138×13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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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택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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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의 작업이 국내 안팎의 미술계에서 나름의 평가를 받은 것은 작가의 경력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제도권을 빗겨나 걸어온 작가 이력과 더불어 진지한 예술적 성찰의 기조로 한국 현대 미술의 한 근간을 이루며 역할을 했던 덕분에 언제나 제 위상을 존중받아왔지만, 다른 한편 시대와 제도 나아가 본인이 몸담는 예술이라는 장에 이르는 너르고 깊은 비판의 정신성을 품는 작업의 사유로 인해 도리어 그것을 향한 비평에 의해 자체의 분광이 일정 부분 변치 않는 듯 비치게 된 것도 부정키 어려운 사실이다. 크게는 예술적 의식을 탐구하고 그 대안의 방향을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전환의 계기를 모색하는 안창홍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그를 포위하는 시대상 사이에서 합당한 기준을 마련코자 했던 무이한 작업의 현신이다.

지난했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태동한 진솔한 작가는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 혹은 유관하게 안창홍이라는 일인의 개별자를 특정한 시공의 상징으로 승화했다. 다만 작가의 작업이 그처럼 비추어냄으로써 무언가를 환기하려 하기에, 작가든 그의 작품이든 안창홍의 예술은 한층 더 엄준하고 철저한 자기 검증을 직면해야만 하는 운명을 또한 타고났다. 이러한 숙명을 지고 발언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자신의 굳은 믿음과 이를 따르는 신조를 지켜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음에 틀림없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인 1970년대부터 새천년을 지나 지금까지도 진행형인 그의 작업은 무엇을 여전히 발언하고자 하는가. 예술의 역할과 예술가의 정체성을 특정 시대의 상으로 현신하는 안창홍의 작업은 과연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거울 속의 자화상(Self-Portrait in the Mirror)> 
1973 캔버스에 유채 90.9×72.7cm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전시 <안창홍_미완의 리허설>은 이상의 물음들을 내게 떠올렸다. 본 전시는 작은 회고전의 형식을 차용해 50여 년을 거친 안창홍의 작업 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전시는 연대기적 순차에 따라 작품을 배치하면서도 계속해서 작품 이면에 어린 작가 사유의 변천을 되짚으려 한다. 그와 같은 기획의 결을 따라 작업은 공간에 각기 다른 파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며 스스로를 안치한다. 이는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이루는 구조의 틀 및 이것을 운용하는 작동의 원리 그 자체를 전시하는 하나의 인트로덕션(introduction)으로서, 안창홍의 예술에 관한 이해의 처음과 마지막을 아우르는 식의 방법론을 구사한다고 할 수 있다.

전시의 기획을 맡고 글을 쓴 큐레이터 장동광은 전시 서문에서 본 전시를 “시놉시스(synopsis)” 또는 “트레일러(trailer)”라고 명명하기도 하는데, 이로부터 기획자가 한 편의 극 형태로 전시를 상정하고 연출하였음이 드러난다.1) 그러나 이 <미완의 리허설>전이 작가가 행해온 일련의 작업, 그것이 외재하는 흐름의 연속성을 조명하기보다 서문의 말미에 있는 말 그대로 “분석적, 해체적”으로 안창홍의 작업을 재구성하려는 태도를 전제하므로 이를 감성의 차원이 아닌 이성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거다. 이른바 아카이빙적 접근을 통해 작가의 작업에 인덱스적 구분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작가의 작품을 작업에서 이탈케 하면서도 안창홍의 장편 작업이 본디 각기 다른 개별 단편의 연속으로서 이루어져 있음을 상기하고, 나아가 연결고리라 할 만한 그 작업의 연유들을 다시금 새롭게 부각고자 한다는 점에서도 본 전시는 꽤나 학술적이다. 다만 그러한 연구의 양태가 성립할 수 있었던 건 애초에 시대와 개인의 삶을 예술의 장에서 일치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에 기인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인간이후(After Human Being)> 
1979 종이에 유채, 콜라주 95×182.5cm



갤러리 로비를 지나 전시는 크게 하층과 상층,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진입 공간을 포함해 크고 작게 총 네 개의 공간에 작가의 반세기 작업사가 펼쳐진다. 전시가 작가의 작업을 연대기적으로 목록화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나면, 비로소 전시가 안창홍 작업의 현현화한 일종의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임을 자연스레 알아차릴 수 있다. 카탈로그 레조네의 경우 보통은 일정 시기를 꿰는 작가 작품의 주제 의식의 발로를 연대기적으로 추적하고 그것의 기록을 위해 보통 양적으로 전작(全作)에 가까운 작품의 수와 작가 노트 그리고 관련한 비평문을 풍성하게 수록한다면, 본 전시는 상대적으로 작가 삶의 궤적과 유비하는 작품들의 목록화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 수순에서 각 시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법한 인덱스 및 그 준거의 명세를 상세하게 작성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일견 다름이 있다. 주요한 작가 사유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분화하는데, 하나는 작가 작업의 큰 원동력의 하나라고 할 만한 화가로서 갖는 태도와 긍지를(“삶의 관조에서 화가의 심장으로”의 경우), 다른 하나는 안창홍 개인의 역사와 관련한 작가로서 연대기적 이력에 방점을(“청색시대에서 환각풍경으로”의 경우), 최종으로는 가장 근래의 작업과 함께 스케치와 드로잉 형식으로 구현된 작가의 예술적 영감의 근원을 엮는 것으로 안창홍의 사유를 분류한다.

안창홍 작업 이력의 연대기는 상층의 너른 방의 배치로부터 주를 이뤄나간다. 1973년 작 <자화상>을 필두로 동선을 따라 동년 작 <우주의 심장>과 <거울 속의 자화상> 등 인물화가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1970년대 안창홍은 청색 바탕에 푸른 자화상을 그린다. 이 자화상 연작은 말 그대로 질곡의 역사를 견딘 일인의 예술가인 자신을 마치 “푸른 말(Blaues Pferd)”처럼 비추어내는 작품이면서도, 이후 등장하는 역사 속의 개인이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표현하는 푸름의 색채감은 언제나 상충하는 양면의 감정을 양시(兩是)토록 하면서도 그 명도와 채도를 흐려 감각을 현실과 상상의 사이 어디쯤으로 인도한다.



<안창홍_미완의 리허설> 
전시 전경 2022 우손갤러리



이와 같이 표현주의에 기초한 정신성에의 예술적 천착이 자화(自畫)의 인물과 그가 처한 상황이 본래적으로 갖춘 무한한 심연의 너비와 깊이를 감히 짐작케 한다. 이렇듯 1970년대 작가의 작업은 자기를 그림으로써 투영하는 개인의 존재로서 세계를 되새김한다. 이를 통해 시대의 중심에 개인을, 개인의 중심에 시대를 교차시키며 이들이 상호 게재하는 역사적 가치의 현출(現出)을 예비한다. 1980년대에 이르러 작가의 인물은 본격적으로 불특정한 개별의 소수 혹은 그들이 모여 집단화한 다수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지목하는데, 본 전시를 구성하는 이 시기의 작업으로 상층에는 1979년 작 <인간이후>와 1981년 작 <가족사진>을 선보인다.

전자의 작품에서 개인은 특징이 지워진 익명의 존재로 거리를 거닐면서도 소위 별개의 조각들을 붙여 모은 콜라주의 기법으로 구현되어 아직은 제 개인성을 완전히 상실한 태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후자의 작품은 그 당시 완벽하게 전형화된 태의 가족의 모습을, 그것도 조각난 사진의 구도로 그림으로써 인물은 한층 그 익명성을 보장받게 된다. 이 익명의 개인성을 표현하는 작품의 부문은 추후에 회화의 범주와 포토 콜라주의 범주에서 양가적으로 전개되는데, 1990년 작 <봄 나들이 1, 2>나 1991년 작 <우리도 모델처럼 3>, 1992년 작 <여행 떠나는 이무기>(1992)나 1994년도 미완성작인 <Untitled>(*Unfinished) 그리고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그려진 2010년의 인물 연작 중 일작인 2010년 <문신한 남자> 등의 인물 초상 형식으로 나타나거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2008년 작 <봄날은 간다 1>과 같이 실제 사진의 콜라주 위에 회화적 기법을 더해 그 감상의 효과를 증폭하는 식으로 출현한다.



<가족사진(Family Portrait)> 
1981 종이에 연필 106×133.5cm



상층의 큰 방이 작가 작업의 목록화 작업에 큰 주축을 이룬다고 하면, 작은 방은 작가의 가장 근작을 그리고 하층의 큰 방은 상층의 큰 방의 구성을 통해 목록화한 작가 작업 이력의 주축을 규모와 밀도적으로 보강하는 또 다른 작품의 갈래들로 구성되었다. 먼저 큰 방의 2021년 작 ‘갈라파고스’ 스케치 연작은 작은 방의 2020년 작 ‘인도풍경’과, 2022년 작 ‘슬픔의 무게’ 드로잉 연작은 작가가 스마트폰으로 그린 디지털 펜화를 편집해 제작한 작은 방의 영상 작품과 연동하는데, 이상의 드로잉과 스케치 작업은 작가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도 직관적인 매체 활용의 예시로서 작가가 행하는 내적 성찰의 구체들을 통해 작가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삼자적 시선을 동기화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2020년대 시작된 ‘유령패션’ 연작은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불안한 사회의 이면을 예술의 힘을 빌려 정치적으로 폭로함과 동시에 시대의 허구성을 투영하는 매개체로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그것의 가치 평가에 관한 작가의 견해를 신체 없는 신체 또는 자아 없는 외피로서의 신체성을 은유하는 유령의 상으로 적나라하게 맺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층의 큰 방에 집결한 작업들은 앞선 언급과 마찬가지로 작가 자기 삶을 통해 예술을 무명의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를 관조하는 안창홍 화업의 결과이며, 이는 그렇듯 한정 없었을 그의 미적 고민을 실질적인 표현의 차원에서 수행하는 작업에서의 매체적 특성으로 그 결실을 고스란히 집결시킨다. 화가의 쓰레기통 속에 비친 백골의 환각을 그린 모두 2019년 작 ‘화가의 손’ 연작과 비할바 없는 창작의 고통을 견디고 있을 예술가의 삶을 반추하는 2018년 작 ‘화가의 심장’ 연작은 그 집적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 작업으로부터 작가는 그간 자신이 처한 시공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했기에 어떤 식으로든 박제된 현실성을 담보하게 됐던 작가의 주체가 현존의 실재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떻게든 한정 지어진 이 시간과 공간의 층위를 마침내 자유롭게 초월하였음을 표상한다.2)



<폭풍이 지나간 후 II(After a Heavy Rain II)>
 2021 캔버스에 유채 137.5×384.5cm



하염없는 군상들을 뒤로하고 이제 전시는 끝도 없이 펼쳐진 풍경의 한 가운데로 나를 이끈다.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는 것이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면, 이는 그것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의식하고 있었든 그렇지 못했든, 결국은 기어코 이것이 정치적 폭력을 내재하게 될 것임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때문에 그는 바로 이 다단하고 복잡한 실현의 역학과 항시 경계의 고단함을 기꺼이 받아 안으며 불멸의 동시대성 속에 스스로와 그의 작업을 영원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살게 할 것을 결심했던 것은 아닐까.  PA

[각주]
1) 장동광, 「환각의 내면, 허상의 영토 너머 - 안창홍의 예술세계, 그 50년의 조감도:   <사루비아 꽃밭>에서 <유령패션>까지 (1971-2022)」(우손갤러리 <안창홍_미완의 리허설> 전시 서문), 2022 참조
2) 예술경영지원센터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 안창홍” 작가 인터뷰 참조, you tube.com/watch?v=TfE0KsxgXe8&t=825s, 2022년 11월 22일 접속



글쓴이 장진택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큐레이터이자 연구자이다. 영국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Curating Contemporary Art 석사 과정을 졸업하였고, 이후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일민미술관, PLATFORM-L Contemporart Art Center 등의 기관에서 전시를 기획하였고, 독립큐레이터로 INTERACTION SEOUL이라는 전시기획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운영키도 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ZER01NE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의 팀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동시대성과 한국의 큐레이팅 실천 그리고 미술의 사회적 역할 및 그 형성에 관심을 두고 전시와 텍스트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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