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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2, Nov 2021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Cheongju craft biennale
다시 본질을 바라보다

● 기획 · 글 · 인터뷰 정일주 편집장

바네사 바하가오(Vanessa Barragão) '삶의 꽃' 2021 재활용 울, 대나무, 라이오셀 리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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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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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전시를 돌아보다 ‘사람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이토록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공예를 바라보는 이분법적(전통 vs 현대, 미술 vs 디자인, 아름다움 vs 쓸모) 사고구조와 고정관념, 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공예를 좀 더 새롭게 읽고 해석할 순 없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기획과 구성을 완성시켰다는 임미선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의 말처럼 전시는 노동, 생명, 언어, 도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21세기 동시대 공예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를 비판하며 ‘도구의 성장에 한계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던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저서 『자율적인 공생을 위한 도구』(1973)에서 차용한 ‘공생의 도구(Tools for Conviviality)’를 타이틀로, 전례 없이 뜨거웠던 가을 동안 선보인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종합해 본다.




물야나(Mulyana) <심연 속으로> 2021

 

 


Cheongju craft biennale 2021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생의 도구 Tools for Conviviality]

9.8-10.17

문화제조창 및 청주시 일원

www.okcj.org

 

9월 8일 개막한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달 17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시를 통해 사람(주체)과 도구(방법론), 집단(공동체)이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공생(공락) 사회’를 위하여 균형과 절제를 통한 책임 있는 도구 사용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 마련된 이 축제에는 총 3만 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32개국 30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 이번 비엔날레는 역대 행사 중 ‘공예’의 본질에 다가선 ‘공예다움’을 실천한 비엔날레라는 평도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지 공예작품만으로 전시를 구성해 공예 전문 비엔날레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주최측 또한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도구’에서 출발한 공예 본연의 자세를 각성하고 그 ‘도구’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해야 인류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지 담론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한다. 




초대국가관 <오브제, 타블로; 감촉의 프랑스> 전시 전경




본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우선 ‘사물의 고고학’에서는 정직한 노동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존중을 담아내는 태엽시계 제작자 현광훈, 필장 유필무, 공예로 소리를 빚는 한성재, 독특한 패턴의 줄루바구니를 선보이는 뷰티 바셈빌레 응옹고(Beauty Bathembile Ngxongo) 등이 참여했다. ‘생명_일상의 미학’에서는 라이프스타일의 경향에 따라 변화하는 취향과 기호를 담아내는 폭 넓은 공예를 선보였는데 산업도자 디자이너 피엣 스톡만(Piet Stockmans), 조각보 장인 강금성 등이 참여하고 업사이클링 공예가와 스튜디오들이 합류해 지속가능한 공예의 가치를 고찰했다. 이어 ‘언어_감성의 분할’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예를 조명하고 끝으로 ‘아카이브_도구의 재배치’에서는 과학기술사, 생활문화사, 사회경제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공예의 국내외 변화와 흐름을 선보였다.  


올 행사는 온라인 기반의 Pre & Free 비엔날레에 중점을 두어 이목을 끌었는데 본전시 주제 영상을 비롯한 각 전시장 VR 또는 드론 투어, 참여 작가별 작품 및 인터뷰, 온라인 갤러리 등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본전시뿐 아니라 프랑스가 참여한 초대국가관을 비롯 청주국제공예공모전과 공예문화향유 프로젝트(공예가 되기, 비 마이 게스트, 공예탐험-바닷속으로), 공예마켓, 학술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열려 관람객의 체험을 확장시켰다. 한편 2년마다 청주에서 개최되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도자, 목칠, 섬유, 금속 등 공예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 국제 종합 예술 행사를 표방한다. 고대 철기문화의 발흥지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주조한 인쇄 및 정보 혁명의 발흥지 청주와 1940년대 지어져 근현대 역사유물로 불리며 65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2011년 비엔날레 개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개최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옛 연초제조창이 시너지를 내며 국제적 행사로서 면모를 다지고 있다.


 


실베 생티멘티(Silver Sentimenti) <글래디에이터>

2020-2021 도자, 가죽 가변 크기




[임미선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인터뷰]

Q: 성공적으로 비엔날레 치르신 것 축하드린다. 계획했던 일정으로 진행된 것만으로도 대단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행사가 마무리된 지금, 기획과 운영을 총괄한 수장으로서 총평하신다면?

A: 지난해 7월 1일,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어 8월 초 ‘과업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일 년 뒤, 약속이 그대로 지켜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팬데믹으로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언행일치했다고 자부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친 것과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기획과 운영에서 균형을 이루며 향후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성과를 내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관람객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관람 시간은 길어지고 태도는 진지해져 관람문화의 높아진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사전정보를 갖고 오신 관람객들이 전시 현장에선 오디오 서비스(도슨트 앱)를 활용해 차분히 감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 친구, 개인들이 자율적, 능동적으로 참가하는 참여방식이 이번 행사에서 주를 이루었고 단체관람객이 줄면서 전시장 분위기는 한층 더 좋았다.


Q: 타이틀 ‘공생의 도구’에 대해 여쭙겠다. 애초 왜 이 제목을 가져왔으며 ‘공생을 위한’이란 영문과 달리 ‘공생의’라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메인 포스터에 상당히 직관적인 오브제들이 배치됐다. 이에 대한 감독 의견도 궁금하다.

A: 최근 중요한 화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 여긴다. 2017년 독일 뮌헨에서 ‘스마트 레볼루션(Smart Revolution)’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뮌헨창의비지니스위크(MCBW)’의 주빈국 전시감독으로 참여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예에 대해 고민한 바 있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상 및 생태환경’과 연계해 시의적으로 적절한 주제라 생각했다. 또한 일리치의 사상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영향을 미쳤다. 원래 내가 제안했던 제목은 ‘공생을 위한 도구’였으나 조직위에서 좀 더 간결한 표현을 요구하며 ‘공생의 도구’를 제시했고 이에 동의했다. 포스터에 직관적 오브제들을 배치한 것은 지난 11회 행사동안 공예라는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 ‘미래와 꿈의 공예-몽유도원이 펼쳐지다’에서 보여진 추상적인 해석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삶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와 더불어 생명 등 삶의 토대인 공예의 본질을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예는 물질적 지능이자 물리적 사물’이라는 것을 보다 강조한 것이다.


Q: 공예와 현대미술의 합을 가늠했던 지난 행사들과 달리 동시대 공예에 집중해 공예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열한 번째 비엔날레를 맞아 특별히 중심에 뒀던 철학과 기획 요소는 무엇인가?

A: 공예를 바라보는 이분법적(전통 vs 현대, 미술 vs 디자인, 아름다움 vs 쓸모) 사고구조와 고정관념, 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공예를 좀 더 새롭게 읽고 해석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알다시피 공예는 르네상스 이전까지 회화, 조각, 건축 등 모든 것을 의미했다. 공예는 공예라는 말이 없던 시대에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의미였던 것이다. 물질(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숙련된 기술을 활용해 삶에 이로운 또는 아름다운 조형미를 추구하는 결과물과 그 행위 모두를 공예라고 생각하는 나는 노동, 생명, 언어, 도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21세기 동시대 공예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임으로써 공예가들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시민들에게는 인식의 한계와 삶의 기본기(의식주)를 강조하려는 의도를 갖고 전시를 기획했다. 또한 산업화와 팬데믹으로 드러난 현대사회의 사회적, 생태적 문제점들에 대한 각성과 반성적 사유 그리고 시민들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노력을 말하고 싶었다.


Q: 작품 수가 많고 공간이 광활한 탓에 관람 동선에 관한 고민이 깊으셨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화살표 등 디렉션이 지나치게 강박적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작품을 선보여야 했는지, 공간 분할엔 어떤 큐레이토리얼 비전이 적용됐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A: 공간 레이아웃과 동선 설계는 지난 행사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던 어지러운 자유 동선과 작품배치, 설명부족에 대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전시 시나리오에 맞게 모든 작품을 관람객들이 한 점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면서 피로감을 적게 느끼도록 우선 관람순서와 작품 간격을 정했다. 그리고 강제 동선을 원칙으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되 중간 중간 자유 동선을 섞어 약간의 자유를 느끼도록 구성했다. 이는 팬데믹으로 관람자 간 철저한 거리두기 유지를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작품배치는 작품 수와 규모에 맞춰 파트별로 진행하되, 지난 방문자들이 새로운 공간이라고 느끼도록 공간변화를 시도했다. 본전시장을 로비까지 확장하고 그곳에 첫 작품을 배치했으며 창고로 사용되던 전시실 내부공간의 벽을 일부 허물고 전시장으로 포함시키는 공간변화를 주었다. 전체 전시의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2부의 경우, 세부 공간을 의-식-주-새 활용(업사이클링) 순으로 배치함으로써 전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 시각 중심에서 벗어나 청각과 촉각을 포함한 공감각 전시체험 공간도 전시 끝부분에 마련했으며 온라인 전시가 따로 있으므로 전시장 내에는 영상미디어를 최소화했다.




임미선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Q: 파트별 키워드가 표현하기 방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전시의 전형을 따르다가, 네 번째 파트 '도구의 재배치'는 아카이브로 구성됐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동시대의 중심 매체는 디지털 영상미디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질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예라는 매체의 특성과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1-3부는 실물전시, 4부는 디지털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분하고 3부 끝을 분리해 물야나의 작품 <심연 속으로>를 통해 시각, 촉각, 청각 등 공감각 체험을 제공하도록 구성했다. 공예의 역사를 통해 사회변화, 삶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러한 자료를 아카이브로 남겨 향후 이 분야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물론 최근 트랜드인 디지털 인터랙티브를 통한 관람자들의 참여와 흥미 유발도 의도한 것이다.


Q: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 본부장, 평창동계올림픽 한국공예전 전시감독 등 공예에 관한 수많은 직위를 수행하고 거치셨다.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공예의 현주소와 비전에 대해 인사이트를 전하신다면?

A: 본전시에 한국 작가의 참여 비율이 높았는데 팬데믹으로 해외작가 참여가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2015년 파리국립장식미술관에서의 전시 <코리아나우>를 통해 한국공예의 국제적 수준은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소개할 기회들이 많이 없었을 뿐이다. 이에 한국공예를 국내 관람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되어 과감하게 실행했다. 나는 전통공예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잘못되어 있고, 동시대 공예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한 국가의 문화 속에 성장하면 그 나라의 고유문화는 DNA에 이미 배태되어 있으므로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창조, 실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데 너무나 강박적인 전통을 강요하는 것 같다. 한국의 공예가들은 이미 유산과 유물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안목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동시대에 대한 이해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다만 펼칠 수 있는 장과 기회가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Q: 비엔날레 등 대형 행사의 경우, 전문가와 대중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대상(target)은 어떻게 설정했나?

A: 이번 전시는 철저하게 시민을 중심 타깃으로 설정했다. 지난 23년간 11회의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통해 다양한 주제와 맥락의 공예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따라서 변화된 상황 속에서 동시대 공예의 현황을 포함해 공예의 본질과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삶의 기본기인 의식주와 생태환경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또한 팬데믹 상황으로 지난 2년간 지친 시민들에게 아름답고 유용한 더불어 지속 가능한 매체인 공예를 좀 더 친절하게 프레젠테이션하고자 노력했다. 아시다시피 시민들의 문화 수준은 공공부문보다 우위에 있고 이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Q: 감독 선임 초반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방향으로 전시를 준비한 것으로 안다. 각 플랫폼의 역할과 상호보완 방식에 대해 어떤 설계를 하셨나?

A: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를 기획한 만큼 온라인에서는 전시, 작품, 작가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직관과 체험을 통한 공감, 소통을 제공하고자 역점을 두었다. 플랫폼의 특성과 활용성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영상매체와 물질적 사물 그리고 안방 체험과 현장 경험이 대별 되면서도 상호연계되도록 구성했다. 오프라인 전시는 방문 가능한 국내인들을 주 타깃으로 설정했고, 온라인은 원거리 및 해외 관람객을 염두에 두고 영문번역에 특히 신경 썼다.


Q: 이후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나갈 방향, 반드시 구축해야 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A: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미래를 준비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이 행사의 미래 비전과 역사를 탄탄히 구축해 나갈 상시적인 시스템(조직과 인력)이 부재하다. 행사 때마다 임시조직 형태로 선임된 예술감독의 제안과 조직위의 행정적 편의성을 버무려 운용하는 방식은 변화돼야 한다.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중장기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Q: 끝으로 이번 비엔날레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신다면?

A: 공예의 귀환(Crafts Return)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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