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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5, Dec 2017

율동감각

2017.11.8 – 2017.11.29 프로젝트박스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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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름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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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살림의 공연

 


한옥살이의 단면에 차경이라는 단어가 있다. 빌린 경치라는 말이다. 방에 앉아 창문과 문을 통해 바깥 뒤뜰의 경치를 안으로 빌려와 감상하던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해로 보자면 계절이, 하루로 보자면 해와 구름이 시시각각 풍경을 새로이 했을 것이다. 그밖에도 마당과 사이에 벽을 세우지 않은 대청마루의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린다. 마당과 마루 사이 틈에 바람이 나고 든다. 구획이 없지 않되 너무 엄격하지도 않은 한옥의 공간은 이렇듯 열림과 통함으로 이루어져 있어 안에 자연스레 변화와 리듬을 끌어들인다. 한옥 내부의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한옥에서는 앉고 서고 눕는 생활의 동작이 바닥과 천장 사이에서 맨몸으로 이루어진다. 의자와 침대, 식탁, 책상 고정된 위치에서 동작의 장소와 높낮이를 구획하는 가구 대신, 이불이거나 방석, 소반이나 상과 같이, 펼쳐서 쓰고 접어 넣어두는 가구가 주로 쓰인다. 누웠던 자리에 앉을 있으며 하나의 일을 마치면 다시 공간으로 돌아간다. 모든 몸의 움직임이 끼어든다.

 

<율동감각> 한옥의 이러한 유연한 공간 감각을 한껏 살려, 한옥 살림살이의 공연을 보여주는 듯한 전시다. 화이트 큐브가 아닌 블랙박스 공연장에 전시를 펼쳤다. 중앙의 너른 무대를 둘러싼 통로에는 비탈면을 조성하여 오르내림의 리듬감을 살리고, 무대 위에는 각기 고유한 미감을 지닌 공예품과 작품, 가구와 소품을 스포트라이트를 쏘아 올려두었다. 오브제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쓰임새와 형태의 변형과 모방의 관계를 보여준다. 기성 고가구와 공예품의 전통적인 쓰임새와 모양새에 언저리에 놓인 미술 작품이 재치있는 형태나 색을 더한 변화로 응답하고 있었다. 가령, 개인 소장품인 전통가구 탁자와 찬탁을 놓아 4 행이나 열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 가구의 모양새를 보여주고, 가까이 놓인 이정섭 목가구 공예가의 수평 6 형태의 서랍(<Drawer 2>) 수직 6 형태의 선반(<Element 6>) 놓아 변화와 모방을 보여주는 식이다


그밖에 개의 개인 소장품 호족반을 양병용 목가구 공예가의 나주반, 구족반, 마족반과 함께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호족반이나 구족반, 마족반 소반의 명칭은 상다리가 각각 호랑이 다리, 개다리, 말다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소박한 형태 가운데 찬찬히 뜯어보면 모습을 내보이는 재치가 작은 가구에 담겨있다. 그밖에도 대개 나무 그대로의 색을 띠는 전통 가구들 사이사이로 형형색색을 이은우와 이현정의 오브제는 색과 재료의 질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무대를 둘러싼 통로의 모서리에는 홍승혜의 영상 작품 <The Sentimental> 자리해 전시장의 빛과 소리를 잡아준다. 수평과 수직의 스크린에 블랙 사각형과 화이트 배경의 율동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한옥의 창문과 문을 통해 드나드는 빛의 변화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배경음으로 나오는 요하임 로드리고(Joaquin Rodrigo) <기도와 > 은은한 멜로디로 전시장의 정서를 잡아준다. 무대 뒤편 가장 높은 지면에는 깔개를 깔고 발을 내려두고 안에 목가구를 배치해 두었다. 깔고 거는 간단한 제스처로 조성한 공간은 마치 안채와 마주 보는 사랑방처럼, 무대와 마주 보며 따로 같이 전시장에 어우러져 있었다. 그중 유진경 소목장 이수자의 바둑판은 매우 흥미로운 전시물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정갈한 바둑판인데, 윗판을 두드리면 각기 다른 음의 공명음이 울리기 때문이다. 조선의 바둑판은 내부를 비워두고 현을 넣어두어, 바둑돌이 놓일 때마다 음을 울리게 했다는 기록을 보고 유진경 소목장 이수자가 복원한 것이라 한다. 가만 놓여있는 와중에도 쓰임에 따라 소리를 울리는 바둑판이라니, 공예품을 통해 율동감각을 일깨우려는 전시의 기획의도가 바둑판 하나로도 닿았다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전시장 바닥의 경사면과 천장 조명의 조도의 변화, 사운드 작업과 영상 작업의 배경음이 다채로이 감각을 자극했다. 바닥면 비탈의 오르내림, 조도에 따른 시야의 변화, 조명각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 내내 깔리는 홍승혜 영상작품의 배경음악을 배경음으로 종종 끼어드는 박승순, 이지아의 합작 영상 <바람의 > 자연 사운드가 눈과 귀와 걸음걸이의 다채로움을 환기했다. 전시장을 천천히 바퀴 돌면서 무대에 등장한 오브제들을 찬찬히 것을, 그다음 바퀴를 돌면서 오브제 간의 대화와 변화하는 그림자, 전시 공간의 빛과 소리의 변화를 느껴볼 것을 권한다. 공예품, 소장품, 미술 작품이라는 각기 다른 신상명세를 지니는 오브제들이 생활을 상상하게 하는 편의 공연을 자아내는 것을 느껴볼 있을 것이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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