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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5, Dec 2017

2017 서울사진축제 특별전_공존의 스펙트럼, 그 경계와 바깥

2017.11.3 – 2017.11.23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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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섭 열린미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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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담긴 여섯 개의 시선

 


<공존의 스펙트럼, 경계와 바깥>전은 기획자 이필과 여섯 명의 젊은 작가들이 관찰한 동시대 공동/공존체 현상을 보여준다. 기획자와 작가들이 협력한 개념설정과 성실한 준비 과정은 SeMA창고의 장소성과 맞물려 국가와 개인의 상호관계와 의무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근래 보기 드문 전시를 펼쳤다. 공동체의 집단·전체화에 대해 정영돈은 시니컬하다. 그에게 공동체는 한시적인 목적에 의해 모였다 흩어지는 허상에 가깝다. 카메라의 눈이 원거리에 있을 사실적이던 공동체의 정체는 카메라가 다가갈수록 실체를 없는 희미한 점들로 흩어진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줄기 아래 서서 작은 보도사진과 커다란 교정사진을 번갈아보는 /관람객은 혼란스럽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공동체인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혹은 자신도 모르는 누군가의 조정에 휩싸여 구름처럼 모였다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한낱 빗방울 같은 존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한 자인가.

 

신기철은 대답한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그러나 비현실적인 이미지인 광기의 공동체에 속하는지 모른다고. 그가 느끼는 비현실성은 신기루와 같은 존재를 만들어 시상대의 일등칸에 올려놓고 자신들의 욕망과 불안을 이입하여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그들은 타자를 자기들만의 규율로 배제하고, 자신에게조차 마지막 컷을 감추는 폐쇄적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우리 시대의 공동체가 각자 자신을 숨긴 ,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로 소비되거나 끝내 배타성을 극복하지 못하는기적 영역으로 멀어지고 있음을, 마치 전지적 시점인 꼭대기에 설치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댐으로 경고한다.

 

소녀의 눈들, 그들의 눈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고발의 의지도, 동정의 기대도 없다. 그저 바라볼 뿐인 그들의 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어지는 가족사진들에서 겨우 상관관계를 유추할 있다. 유추의 사유는 운무나 신기루와 같이 사라질 것처럼 약해진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의 원인을 추적한다. 원인으로 이미지의 사진들은 가족을 소환한다. 그러나 오해하지는 말자. 이미지의 질문 혹은 문제 제기는 공동체 결핍의 원인이 불행한 가족에 있다는 식의 관습적인 담론이 아니다. 그는 학습으로 고정된 행복한 가족이라는 유토피아적 환상에 도전하면서 결혼, 출산의 과정으로 구축된 가족 제도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틀로서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다. 이어지는 머나먼 이국의 가족사진들은 이런 질문에 약간의 주저함과 슬픔을 자아내는데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이미지는 거기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검은 밤을 배회하다 어떤 이는 거리, 어떤 이는 고시텔에서 몸을 눕힌다. 이보다 젊은이들은제프 같은 교육공동체에 속한다. 노기훈, 심규동, 신희수의 카메라가 강렬한 이유는 목격자에서 참여자로 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진실성에 있다. 현상의 해석은 관념과 인식을 떠나 실제의 경험을 확보해야만 실마리가 잡힌다. 점에서 이들은 진지하고 실천적이다. 노기훈이 감지한 어두운 하늘의 하나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노숙자의 읊조리는 노래에 먹먹해지는 가슴은, 심규동의 정형적인 그리드의 사진들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신희수가 찍은 정면을 바라보는 커다란 인물사진에서 느껴지는 없는 존재감은 작가의 진지한 참여의 시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감상이었다.

 

노숙자, 고시텔 사람들, 정규교육에서 벗어난 청소년들,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경계 바깥으로 내몬다. 그러나 경계선은 누가 그은 것일까. ? ? 국가? 책임소재가 모호한 가운데 일어난 궤도이탈은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무관심, 국가와 사회가 규정한 예컨대 가족, 교육, 시장과 같은 제도의 한계와  모순이 빚은, 또는 체제로부터 훈육된 공민이기를 거부한 자유의지의 산물일지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하고 집행하는 권력을 부여받은 국가와 국가에 속한 개인들, 이른바 경계 안의 사람으로 분류된 이들은 책임과 역할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유의 확장이야말로 기획자가 기대하는 국가와 가족과 나에 대한 성찰과 스펙트럼의 증폭이다. 



* 노기훈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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