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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5, Dec 2017

구본아_시간의 이빨

2017.11.16 – 2017.12.2 심여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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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토탈뮤지엄프레스 객원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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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소멸이 아닌 살아남의 가능성

 


구본아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폐허에 기반한다. 아무것도 없는 유적지, 혹은 황폐화된 도시, 파괴된 성곽에 대한 대체적인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다. 폐허는 불길하고, 위험하며, 그간 닥쳤던 재난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폐허는 새로운 건축과 건설의 가능성을 불러일으키면서 인간의 문명과 만나고, 도시, 새로운 삶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시 지펴질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다. 폐허에서는 오히려 잿더미 속에서 고대의 시가지를 상상할 있으며, 폐허는 누군가의 삶을 간직한 추억과 역사의 현장이기도 것이다때때로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유적지를 탐사하기도 했다는 작가는 이렇게 폐허 이미지에서 하나하나 작품의 서막을 열기 시작한다. 작가는 낡은 유적지의 칙칙한 적막감 속에서 밝은 옷을 입고 웃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대조하면서 폐허에서 경험할 있는 시간성에 대해서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무너지고 낡은 공간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음, 그리고 작가의 손끝에서 공간을 완성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구본아에게 폐허는 과거이자 미래이며, 자연과 문명이 만나는 공존의 공간이다.


구본아는 이러한 과정을 그저 동양화적 기법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지를 잘게 나눠 붙이는 작업으로 진행한다. 평면적인 형식을 지향하는 한지에 입체감을 더하여 조각조각 붙이는 과정은 폐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구본아의 예술가적인 상상은 현실 속의 실재적인 한지라는 질료에 폐허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서 추상적인 배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계나 나뭇잎, , 육각형 모양의 다양한 눈꽃의 구상적인 이미지를 더해 폐허와 문명을 연결시킨다. 폐허의 이미지를 무수히 담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상징적으로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미래적인 과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시간의 이빨(Teeth of Time)> 

한지꼴라쥬 위에 먹과 채색, 금분, 은분




구본아는 특히 이러한 작업의 과정을 작업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이빨>이라는 제목을 지으면서 구심점을 잡는다. 독특하게도 작품 속에서만 개념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의 제목으로 폐허 속에서 켜켜이 쌓여 있는 흔적들이 사라지고 다시 생성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이빨 소멸을 위한 도구이다. 하지만 이빨에서 음식물이 잘게 찢겨가고 분해되는 과정은 인간의 몸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근본적인 생명의 도구로, 단어에 구본아가 생각하는 폐허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구본아는이빨 갖고 있는 소멸과 생성의 동시적 특성을 다시태엽으로 옮겨간다. 태엽은아이 ’()이파리 ’() 합쳐진 단어로 나뭇잎과 같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를 시각화하여 무생물적인 태엽의 이미지를 꿈틀거리는 생명적인 조형들과 결합하여 수묵화를 완성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이미지의 태엽이 조형미를 보여준다든지, 태엽의 끝에 새나 풀잎이 하나 외로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은 전통적인 수묵화에서 오는 특유의 치밀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폐허에서 생명으로, 그리고 자연에서 문명으로, 과정을 또다시 추상과 구상으로 반복하는 과정은 있는 그대로의존재 스스로 드러나며 덧붙여 현실적으로 어떻게 스스로의 존재 방식을 결정해 나아갈지 겪어내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인간 스스로가 세계 속에 있으면서 의미를 찾고 세계와 관계 맺어가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주변의 사물들과 관계를 이어가듯이 구본아의 작업도 아무것도 없는 흔적 속에서 새로운 살아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구조화한다. 폐허에서 시작한 살아남의 과정은 현실 속의 시간과 공간이 적용되면서 우리의 경험이 축적되고, 이것이 무너짐과 붕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층위를 형성하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네모난 벽의 형식에 현실적인 장소와 사건의 의미가 은유적으로 담기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작가가 폐허에서 생성까지 하나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동시에 우리의 삶도 작품의 과정 속에 얹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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