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8, Sep 2015
예술이 사건을 기억하는 법
THE WAY OF REMEMBERING THROUGH ART
광복 70주년이다. 그런 까닭에 올해 내내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특별전과 행사가 소란스럽게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등 너나 할 것 없이 특별전을 열어 광복을 ‘기념’하는가 하면, 서울시엔 광복 70주년 추진단까지 마련됐다. 물론 반드시 기억하고, 기념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유명 화백 탄생 혹은 작고 100주기 기념, 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타 국가와의 수교 기념 등 ‘기념전’과 ‘특별전’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각종 행사, 전시, 공연, 학회가 문화예술계엔 넘쳐나고 있다. 더러는 이슈와 시기에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기획으로 경의와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시대상과 더욱 자유로운 담는 예술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 생뚱맞은 기획에 ‘기념’ 혹은 ‘특별’이라는 타이틀만 붙여 단지 이슈를 끌어들이는 행사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전시와 행사는 사건과 관련된, 혹은 사건이 있었던 당시 작업만 수집해 선보이거나 단지 국적만 들어맞는 작가를 모으기도 한다. 매일 수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세상에서도 꼭 기억해야만 하는 일, 잊지 말아야 할 순간,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기쁜 일이라면 함께 기리며 축하하기 위해, 기억 속에서 지워졌거나 망각을 강요하는 사건이라면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모하기 위해, ‘예술’이라는 이름을 빌려 표현하는 이들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본지에서 예술은 어떻게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추모하는지 전시와 작품으로 나누어 방식적인 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속에 담긴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를 훑어볼 기회까지 제공한다. 미술평론가 이선영이 예술이 사건을 기억하는 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하고, 여기에 작가 안창홍과 최원준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예로 든 더욱 직접적인 서술로 재미를 더한다. 대중이 회상하고 상기하며 기념하는 사건이 어떻게 유입되는지 밝히는 큐레이터 이성휘의 글에 이어 마지막으로 미술평론가 윤범모가 기념전과 특별전의 발생 이유, 나아가 그 허와 실을 살펴본다.
● 기획·진행 백아영 기자
노순택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XI030701' 2011 피그먼트 프린트 82×120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