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6, Jul 2020
한여름 밤의 예술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마음 편히 누이는 곳에서 맞는 한여름 밤. 그곳이 사랑하는 이의 품이든,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든, 오롯이 나만이 있는 고요한 집이든지 간에 하루 동안의 열기를 씻어내고 바람을 쐬며 가만히 앉아있자면 문득 행복의 기운이 찾아올 때가 있다. 뜨겁고 후텁지근한 낮이 힘들어서일까.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의 영향일까. 이유는 몰라도 한여름 밤은 어쩐지 쉽게 로맨틱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아직은 고단한 현실이 곁에 있지만,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라는 김애란의 산문 『잊기 좋은 이름』 속 문구를 빌려 좋은 것과 좋은 것이 만나 더 좋은 것을 이루는 예술의 페어링(pairing) 기획을 선보인다.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는 당신의 2020년 한여름 밤을 응원하며.
● 기획·진행 김미혜 기자
Edwin Landseer 'Scene from A Midsummer Night's Dream. Titania and Bottom' 1848-1851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Felton Bequest,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