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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비야 로하스
Adrián Villar Roj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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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의 존재론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로 펼쳐진 너른 들판, 그곳에 띄엄띄엄 십자가를 닮은 조형물들이 놓였다. 멀리서 보면 허수아비인 듯도, 말뚝인 듯도 보이던 조형물들에 가까이 다가가면 킹크랩의 집게발, 솔방울, 흙, 나뭇가지, 수박, 호박, 구체 조형물 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덕지덕지 씌워진 예수상들이 각각 박혀 있다. 2014년, 아르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강원도 철원의 DMZ 접경지역인 양지리 마을에 머물며 선보인 작업,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일부 풍경이다. 작가는 점토, 시멘트, 자연물 등 쉽게 부패되고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재료들, 하지만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는 재료들을 예수상이라는 영구적이고 상징적인 도상과 결합시키면서 관람객에게 ‘사라짐의 존재론’이라는 역설적 개념을 선사한다.
● 문선아 객원기자 ● 사진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 제공

'Return the World' 2012 ‘DOCUMENTA 13’ at Weinberg terraces, Kassel, Germany Courtesy the artist, kurimanzutto, Mexico city and 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Paris/London Photo credit: Jörg Bau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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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비야 로하스는 자신의 작업을 전시 장소에 녹여냄으로써 해당 장소를 작업에 끌어 들이는 데 탁월하다. 2004년부터 장소와 호응하며 작업해온 그는 2008 <What Fire Has  Brought Me>에서 건설 잔해들과 벽돌 피라미드, 워터 탱크, 자신이 직접 만든 수백여 점의 점토 조각들로 전시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며, 불이 자신에게 진흙을 가져다주었음을 말하면서 인류의 문명을 은유했다. 또한, 2009년 선보인<My Dead Family>에서는 지구의 최남단 도시인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의 야타나 숲(Yatana forest)에 나무, , 점토를 이용해 거대한 고래의 형상을 한 첫 야외 조각을 만들었다. 산속에 놓인 죽음을 맞이한 듯한 고래 형상은 지구의 유구한 역사를 지시하면서 동시에 문명과 생명체의 유한성을 환기시켰다. 


이후 <The Most Beautiful Moment of War>(2009)에서는 에콰도르의 한 숲에 멸종해버린 공룡과 인간의 형상을 겹쳐 제시하고, 멕시코의 쿠리만주토 갤러리(Kurimanzutto)에서는 아르헨티나 독립 영웅 후안 라발레(Juan Lavalle)의 기마상과 몬스터를 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병치시키면서 전-지구화되어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The Eternal Butterflies>(2010)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My Dead Grandfather>(2010), <Poems for Earthlings>(2011), <The Murderer of Your Heritage>(2011), <A Person loved Me>(2012) 등을 전시하며, 해당 공간의 장소성을 작업 안에 여실히 녹여냈다. 





 <Lo que el fuego me trajo> 2008 Ruth Benzacar Gallery, 

Buenos Aires, Argentina Courtesy the artist and 

Ruth Benzacar Gallery Photo credits: Ignacio Iasparra





그가 “점토 단계(clay stage, 2008-2013)”라고 스스로 일컫는 이 시기에 녹여낸 장소성이란 ‘물리적 장소’를 의미할 뿐만이 아니라 그 장소가 지닌 정체성과 정치성을 포함한 장소 그 자체의 특성 전체를 의미한다. 예컨대 그가 2012년 카셀 ‘도쿠멘타(Documenta)’에 참여해 선보인 거대한 문명의 잔해를 황폐한 공상 과학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기념비적으로 재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냈던 <Return the World>는 도시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오는 바인버그 테라스(Wienberg Terraces)에 설치됐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돼지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 , 배를 탄 남녀, 구유에 담긴 아이 등 신화적 이미지들과 기하학적 도형들의 조합을 일시적인 재료인 시멘트와 점토를 이용해 거대한 규모로 재현했다. 


물리적 위치 덕에, 카셀이라는 도시의 전경은 비야 로하스 작업의 하나의 재료로 들어왔고, 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인류의 멸망과 구원이라는 순환 고리에 빠지게 했다. 그가 자주 쓰는 재료인 시멘트와 점토 덕에 갈라진 조형물의 표면이 강조하는 폐허의 심상은 고요하지만 삶이 지속되고 있는 도시의 생명력과 대비되어 관람객들이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고조시켰고, 이 과정에서 같은 인류로서 멸망감과 구원으로의 욕망을 체화하는 관람객들 역시 그의 작업의 부분이 됐다. 여기에 ‘도쿠멘타’라는 예술 행사의 정치성 역시 작업의 문맥 안에 환기되어 “문명이 멸망한다면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 마지막 인류애적 작업은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작가의 질문이 관람객들에게 명확히 전달됐다. 





<Las mariposas eternas> 2010 kurimanzutto, Mexico city Courtesy the artist 

and kurimanzutto, Mexico city Photo credits: Diego Pérez, Patricia Alpizar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의 삶과 죽음, 생명력과 사라짐에 대한 고민은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을 관통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체화해온 낙서와 신화적 기반, 그리고 순수예술 대학교를 다니며 본능적으로 깨달은 “현대미술이 영원히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와 같은 생각들이 작업의 시작점이었음을 밝힌다. 또한, 이러한 지점에서 자신이 작가로서 작업하고 있다기보다 삶과 세상에 대해 깊게 탐구하는 수행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스스로는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상징들을 양산해내는 인간이라는 동물 중 한 개체일 뿐”이라고 밝힌다. 따라서 작업에 있어서는 존재론적으로 단순한 조각 이상의 것, 즉 학문이나 언어의 측면이라기보다 논리나 존재론적인 차원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다수의 사람이 그의 작업을 장소특정적 설치(조각) 작업이라는 범주 안에서 파악하지만 비야 로하스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은 다만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 문맥, 물질,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의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다. 비야 로하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재생산을 영속하기 위해 엔트로피1)를 추구하는 이 세계 내에서 자신은 오히려 그 반대지점에 있는 엔트로피를 초월한 사용으로부터 떠오르는 역설적 생각들의 세트들을 종합해 소멸하는 과정”을 추구한다. 일종의 ‘사라짐의 존재론’을 얘기하는 셈이다. 





<Today We Reboot the Planet> 2013 Serpentine 

Sackler Gallery, London, United Kingdom Courtesy 

the artist, kurimanzutto, Mexico city and 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Paris/London Photo credit: Jörg Baumann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존재론적 층위에서 계급과 편견, 상징, 정치적 관계는 의미를 잃고 새로운 세계가 형성된다. 이를 체험해보기 위해 그는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해 세상을 바라봤을 때의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제안한다. 종교, 문화, 예술 등 인간이 만들어낸 무수한 상징들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나이키 운동화와 성상은 같은 차원에서 분류될 것이다. 다만 동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한시적인 생명력만이 유기물로서 다른 지점으로 다가갈 것이다. 비야 로하스는 2013년부터 이러한 관점을 자신의 작업에 보다 적극 도입한다. 서사적 내용을 덜어내고 고의적으로 형상을 완성하지 않은 채 살아있는 유기물, 혹은 그 잔재를 층위 없이 통합시켜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돌연변이체는 성장, 부패, 부식 등을 통해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하지만 한시적으로 존재를 위해 싸우며 내면의 조각 형성 과정을 이어가고  일상적 시간을 전환시킨다. 예컨대, 2015년 마리안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에서 선보인 작업 <Two Suns>에서 작가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다비드(David) 상의 변형된 복제물을 선보이는데, 예술과 대조되도록 만들어진 일시적 재료의 점토 타일은 조개, 쓰레기, 유기물, 동전, 나무 조각 또는 금속 조각과 같은 작은 물건, 먹다 남은 음식물 등으로 덮였다. 비야 로하스는 이 작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의 교차점을 형성하고, 여러 다양한 논리가 개입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내기를 원했다”고 밝힌다. 





 <Return the World> 2012 DOCUMENTA 13

 at Weinberg terraces, Kassel, Germany Courtesy 

the artist, kurimanzutto, Mexico City and 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Paris/London Photo credit: Jörg Baumann




, 최근 작업들에서 비야 로하스는 근본적인 남성중심적 구조를 타파하고, 다공성을 수용하고, 진정한 수평관계에 도달하기 위해 교류, 비상사태, 프로그램 되지 않은 유희성 등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리하여 그가 최근 아테네의 네온 재단(NEON Foundation)에서 선보인 주요 작업 중 하나는 본관을 둘러싼 언덕에 다양한 유형의 잔디를 심는 것이었다그의 작업은 그 특성상 전시 이후 바로 폐기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작업 과정들이 흔적, 혹은 기존 작업의 기생물처럼  그의 영화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 2009년 설치로 선보였던 <What Fire Has Brought Me>가 영화로 다시 태어났고, 2014년 양지리에서 진행했던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역시 <A War on Earth>(2017), <Unknown Soldier> (2017)와 함께 그의 최근 영화 3부작에 포함됐다. 오는 9월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역시 영화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연장선상에서 ‘The War of the Stars’라는 제목으로 메타 언어적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그가 엔트로피와 투쟁하면서 또 어떤 새로운 사라짐의 미학을 제시할지 기대해보자.  

 

[각주]

1)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자연 물질이 변형되어, 다시 원래의 상태로 환원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에너지의 사용으로 결국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생명활동은 항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

Photo Credit: Mario Caporali





작가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는 영화와 거대설치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1980년 아르헨티나 로자리오에서 태어난 그는 ‘샤르자비엔날레’(2012), 카셀 ‘도쿠멘타’(2012), ‘이스탄불비엔날레’(2015), ‘라하바나비엔날레’(2015) 등 다양한 대형 인터내셔널 단체전에 참여했고, 2011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헨티나 국가관을 대표하기도 했다. 최근, 로스엔젤레스 현대미술관(2017), 아테네 네온 재단(2017),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의 영화 <What Fire Has Brought Me>는 2013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The Theater of Disappearance>는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2013년 하우스컨스트럭티브 박물관에서 수여하는 ‘취리히 예술상’, 2015년 샤르자예술재단에서 수여하는 ‘샤르자 비엔날레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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