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홍승혜
Hong Seunghye

0원
진실 혹은 규칙

담뱃갑, 작은 술병, 오뚝한 화병 등 쓸 만한 물건을 고안해 대량생산하는 것에 그는 관심이 많다. 작가 홍승혜의 공간에는 그러나 작고 예쁘지만 결코 쓸모가 뚜렷하진 않은 오브제들이 나열돼 있었다. 작은 캔버스에 손잡이를 이어붙인 백기, 노란 고무줄을 잘근잘근 잘라 유황처럼 보이게 담아놓은 메이슨 자, 형광 아크릴로 된 구불구불한 조형 등이 선반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제각각 만든 이가 다른 십여 점의 작품들을 짚으며 홍승혜는, 누군가 이미 눈여겨봤거나 혹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젊은 작가들을 찬찬히 나열했다. “마감이 거칠어서 그런가, 이 작품은 좋은 줄 잘 모르겠다”고 내가 말하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헌데 이 작가 작품은 마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순간 처음 그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네모난 픽셀 이미지들을 벽돌처럼 쌓아 올리고 축소와 확대, 순열과 조합으로 번식시켜 꽉 채운 2000년대 후반 국제갤러리 전시에서, 망막을 뚫으며 생각을 유도하는 홍승혜의 작품들은 예쁘지만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주한 작가 역시 작품과 다르지 않았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We All' 2016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점선면' 사진 김도균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Artist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무난한 작가!”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뷰 끄트머리에 더러 “자기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이란 질문을 하는데 그 물음에 홍승혜는 이렇게 대답했다. 분명한 형태와 색감, 주술목이 완벽히 호응하는 어투 등 이치에 어긋나는 건 어느 하나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이가 ‘까다롭지 않고 무던하다’는 수식을 본인에게 붙이고는 “무난하기가 얼마나 어렵나. 내가 했지만 표현이 마음에 쏙 드니 꼭 글에 적어 달라”며 쐐기까지 박는다. 1980년대 후반, 유학을 마치고 데뷔하던 때 홍승혜는 여타 화가들처럼 물감과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 초기 유학시절 스승의 영향으로 캔버스에 앵포르멜 작업을 진행하다 한계를 느끼고 수채화 종이 콜라주 작업으로 이동했던 그는 캔버스 작업에 비해 매우 자유롭고 유연한 이 작업에 한동안 몰두했었다. 그러다 가우디(Antoni Gaudi)의 건축을 보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서 마주한 압도적인 건물들을 보며 당시 자신이 하고 있던 작은 콜라주 작업이 가우디의 타일 한 장처럼 느껴졌으며, 그 때 공간을 구축하는 요소로서의 그림에 처음으로 눈떴던 것 같다고 작가는 술회한다. 다소 위축된 시기를 보내던 그는1990년대 후반, 당시 도스(Disk operating system) 체계인 컴퓨터를 접하게 됐고 그림판에서 그리드를 발견했다. 





 <유기적 기하학(Organic Geometry) 2000 

국제갤러리 사진 권오열




망망대해에서 길잡이를 만난 듯, 작가는 곧 포토샵(Photoshop)으로 이동해 화면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벽돌 삼은 지금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 개러지밴드(GarageBand) 등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을 배우며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홍승혜의 작업 역사는 도구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개러지밴드를 이용해 사운드가 도입된 최근 작업에 대해, 사운드를 변주하는 방식이 과거 컴퓨터의 이진법을 이미지로 변주하는 방식과 같은지 묻자 그가 대답했다. “기술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 미술 매체도 사실은 매번 도구 진화의 결과물이었다. 자와 컴퍼스로 도면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컴퓨터는 이를 보다 빠른 속도로 매우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는 매체이다. 몸짓보다는 생각, 붓질보다는 형태의 이상적인 비율이 중요한 내 작업에 있어 컴퓨터는 고마운 도구이다. 자와 컴퍼스로는 이제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개러지밴드로 사운드를 만드는데, 그리드가 제공하는 시간의 운영체계는 환상적이다. 공간의 운영체계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9-6 by EMART 24>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진 하리킴  




평론가나 기획자는 작업을 병행하지 않지만 작가들은 대부분 글을 쓰고, 어떤 이는 글쟁이보다 더 완벽하게 문장을 구성한다. 기자에게 젤 불편한 부류가 글 잘 쓰는 작가다. 어떻게 구성해도 작가 노트만 못 할 테고 최선을 다해 각색해도 직접 하는 설명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홍승혜는 불편하고 전연 무난하지 않다. 기호, 심볼, 추상 등 그와 연관된 단어들을 나열하자 “기호와 심볼은 본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함축하고 단순화함으로써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이 형태들은 불가피하게 추상적 차원을 내포하게 된다. 본인이 추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뭔가 단정적으로 결론짓고 나면 생겨나는 공허함이 있다. 추상의 매력은 본질과 그 주변을 아우르는 무한한 해석의 여지에 있다. 기하학은 태생적으로 공간의 운영에 관한 관심이다. 내 작업은 결국 공간의 운영방식을 빌어 삶의 운영방식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추상적이고 우회적으로.”란 설명이 뒤따른다. 다시 풀어 쓰고 다듬을 것도 없는 대답. 그의 이미지들은 평면에서 성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구, 벽화, 조각, 비디오, 책 같은 다양한 성질로 입체화됐고 특히 여러 건축과 접합됐다. 





 <Subway Sign> 2012 아뜰리에 에르메스 <광장사각>  




2000년대 미술 판에 들어선 후 작가는 미처 몰랐어도 ‘홍승혜’라는 이름을 내가 기억한 이유도 건축에 새겨진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은 그것이 ‘열린 창’으로서 기능하든 ‘오브제’로서 기능하든 끝나고 나면 실재 공간에 걸리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기하학적 작업은 특히 건축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림이 건축의 연장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납작한 기하학적 도형들은 일종의 ‘환영적’ 건축이라 할 수 있고, 그래서 교집합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초기의 납작했던 평면적 그림들이 어느덧 입체화되고 물질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보다 적극적으로 건축적 공간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공간의 운영에 관심을 두었던 작가의 픽셀들은 점차 광장이라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이종(異種)의 만인 만물이 모이는 광장, 그것이 갑자기 동종(同種)의 어떤 것으로 변화하는 순간 배타적 폭력성이 시작되는 것 같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16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점선면>을 선보였고 ‘2017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는 키네틱 소녀 <빅토리아>를 널찍한 광장 언덕에 세웠었다. 크든 작든 의미 있는 기획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까닭에 홍승혜의 작업은 접하기 어렵지 않으나 시즌별 특성이 명확하다. 최근 작업의 프로세스를 물었다. “2003년에 플래시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했다. 기하학적 도형들을 사운드에 맞춰 안무하는 작업이다. ‘유기적 기하학’은 본인 작업의 전반을 아우르는 이념인데, 그동안 진행했던 작업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유기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매체라 여겨진다.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가장 뚜렷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Dancing Drawer> 2014 

국제갤러리 <회상> 사진 김상





음악에 맞춰 도형을 자의적으로 움직이고 나면 신기하게도 내밀한 정서와 숨어 있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음원만을 사용하다보니 갈증이 생겼다. 요즘 직접 사운드를 만들고 있는 이유이다.” “나는 지금 즐기고 있는가?” 작품을 구성할 때 그는 이 질문을 가장 중점에 둔다. 롤(역할)과 룰(규칙)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며 그는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을 생산하고 있다. “너무 오래, 많이,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것 같다”며 점차 비물질적이고 한시적인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가 최근 영상, 사운드 등에 주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공연도 조금씩 주목하고 있다. 과연 어떤 쓸모 있고 소모적인 사물을 만들지, 곧 그의 신작들을 접하겠지만 그것은 전혀 다른 시도라기보다 홍승혜 시리즈의 일부일 듯하다.  


 

 

 홍승혜




작가 홍승혜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도불, 1986년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부터 현재까지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국내외 기획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7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유기적 기하학>을 시작으로 컴퓨터 픽셀의 구축을 기반으로 한 실재 공간의 운영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기하학적 도형에 움직임과 사운드를 도입한 영상작업 및 음표의 구축을 통한 음악 작업으로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997년 ‘토탈 미술상’, 2007년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