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연결되고 포개진, 팔, 다리, 가슴 등 절단된 몸, 그 괴이한 형체에 새겨진 특이한 문양이 미디어 아티스트 김준을 대표하는 작품 이미지다. 몸과 문신을 꾸준히 탐닉하는 그의 개인전에서 초기작을 비롯해 신작 ‘Sombody’ 시리즈 등 분리된 몸의 각 부위를 다양하게 조합해 만든 가상 이미지를 대거 선보인다. 절단된 각 신체부위들을 본래의 완전하고 이상적인 배치에서 벗어나 불규칙적이고 비정형적으로 재배열한 작품들. 이는 3D Max 프로그램을 이용, 가상의 몸을 만들어 피부에 악어나 뱀피 등 명품 핸드백이나 구두 같은 사치품을 대표하는 가죽 문양과 동양 민화, 일상 만화 이미지를 뒤섞인 문양을 입힌 것. 나날이 발전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주름이나 잔털 같은 섬세한 부분들까지도 그려내 마치 실제 살갗인 듯 사실적이고 정교한 표현이 돋보이며, 현란한 색감과 형태의 자유로운 구성과 배치가 이번 신작의 특징이다.
<Somebody-018> 2015 C-프린트 120×120cm
김준은 2000년대 이후부터 3D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초기엔 가짜로 만든 살덩어리 오브제 위에 실제 문신을 새기는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문신이 지닌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들, 이를 테면 육신의 고통과 쾌락 혹은 상처와 욕망 같은 것들을 과감하게 담아내고, 문신을 통해 문화적, 사회적, 미학적, 정치적 의미를 새겨 넣은 그가, 문신이라는 구체적 행위나 이미지를 소재로 한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보인다. 신체에 다양한 물질의 유혹을 상징하는 문양을 새겨 넣어 물신화된 자본주의 사회와 탐욕적 인간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깊게 파고들어 거부하기 어려워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그의 3D 애니메이션 <Calf>를 선보인다고 하니 참고할 것. 토막 난 몸을 유기적으로 구성하고 살갗의 촉감과 질감을 생생하게 살려 특유의 조형감각을 뽐내는 김준.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고 정서적 감응을 불러일으킨 그의 독특하고 감각적이지만, 꽤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5월 22일부터 6월 21일까지.
· 문의 박여숙화랑 02-549-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