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53, June 2019
김옥선
Kim Oksun
재촉 없는 호기심의 시선
사진은 자기 배반적이다. 호기심 가득하지만 무자비하고, 순간에서 출발해 영원으로 질주한다. 또, 하나의 장면에 대상의 본질을 담길 열망하지만 본질은 결코 절대화되지 않음을, 따라서 그 열망은 언제나 실패로 끝나는 환영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진은 순간의 영원성을 기제로 대상에 다가서는 실패의 과정을 지속한다. 애초에 사진은 실패의 흔적으로 대상에 관한 사유를 전달하는 것인지도, 우리는 그 공들인 실패를 결정적 순간의 포착으로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기 배반성과 불가능성 위에 축조된 사진, 그것은 종종 자신의 한계를 자백하며 대상을 마주하기도 한다. 대상을 완전히 파악하기 전에, 호기심이 해소되기 전에 그 시선을 멈추기도, 또 대상을 초월하거나 낭비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절제하기도 한다.
● 권혁규 독립 큐레이터 ● 사진 아뜰리에 에르메스 제공
'베를린 초상' 전시 전경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