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50, Mar 2019
김민애
Kim Minae
불안의 끄나풀, 순진무구한 의심
김민애의 작품은 마치 주어부나 서술부보다 부사구가 중요한 시(詩) 같다. 이는 ‘누구의 관점이냐’와 ‘어떻게 보느냐’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동시에 그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상과 대상이 맞대할 때, ‘누구’도 없고 ‘판단’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의 관점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개입되면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사태에 어떻게든 자신을 관련짓게 된다. 이미지와 마주했을 때 그것에 자신을 대입해 반성하거나 성찰하고, 좋고 나쁨을 따지게 된다는 뜻이다. 한데 ‘누구’와 ‘해석’이 사라지면 판단의 증거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관념은 실종되고 ‘감각’ 혹은 ‘영감’이 남는다. 이때의 감각은 어떤 목적을 따라가거나 어떤 기준에 의해 좋고 나쁨이 결정되지 않는, 오직 그 영감 자체만이 목적인 것이다. 이제 주체의 자리에는 아무나 들어설 수 있고, 관념의 자리에는 딴생각들이 자리한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에르메스 재단 제공
'기러기(GIROGI)' 2018 고무, 폴리스틸렌, 무빙라이트, 음향 1737×1300×310cm 사운드 디자인: 목소 사진: 남기용 ⓒ 에르메스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