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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예술과 자본의 공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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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trification

근래에 들어 도시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최신 문화는 그들의 쇼케이스로 유독 오래되고 낡은 골목길을 선택한다. 유행과 거리가 먼 낡은 동네에 첨단 유행을 보여주는 비싼 상점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와 생경한 매치를 통해 이색문화를 선도한다는 느낌으로 지급능력이 높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더 많은 고급 상점이 들어서고 지급능력과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금세 그 동네의 부동산 가격이 뜀박질한다. 턱없이 오른 임대료 때문에 난데없이 폐업하거나 다른 싼 동네로 보따리를 싸야 하는 소상인들은 하소연할 곳 없이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한참 되긴 했지만, 지금의 삼청동이나 서촌도 이러한 맥락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었고, 가로수길도 마찬가지다. 홍대 문화의 권역은 더욱 넓어져 상수동, 연남동을 넘어 성산동까지 들썩거린 지 한참 되었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들어서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온 해방촌에도 어김없이 이런 바람이 불었다. 뜬금없는 고급 식당이나 상점은 해방촌의 무질서한 도시풍광을 배경으로 패션 화보촬영 세트장처럼 들어서고 있다. 이 모든 사회현상은 잘 알려진 대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 기획 편집부 ● 글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제임즈 번즈&크로마 돌스(James Burns&Chroma Dolls) 'Our Urban Landscape(restoration)' 2014 ⓒCity of Philadelphia Mural Arts Program/Chroma Dolls Colligas Family Markets-Shop Rite of Snyder Plaza-Front Street&Snyder Avenue Photo by Steve Wei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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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이태원길 꼼데가르송 건너편 골목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무실 근처 회식장소로 꼽히던 골목길 안쪽에 20년 된 식당이 문을 닫는다기에 아쉬움에 이유를 물어보니 고깃집 사장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세배나 오른 임대료 때문이라면서 울상을 지었다. 몇 달의 유예기간도 없이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어 식당 떠난 자리에 공사가 진행됐다. 얼마 후 말끔해진 건물에는 고가의 보석디자인 매장이 들어왔고, 바로 옆 비슷한 규모의 건물도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근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대안적인 예술터전이 쫓겨나게 되었음을 알았다. 


최신 유행의 상품이 즐비한 이태원로의 한쪽에서 영토분쟁만큼이나 뜨겁고 살벌한 삶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그리 새로운 사회현상도 아니고,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실도 아니다. 『The Independent』에 따르면, 런던의 경우 최근 10년간 빈민지구 면적이 확연하게 줄었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영국 전역으로 볼 때 빈민의 숫자가 줄지도 않았고 빈민구역의 범위가 좁아지지도 않았는데, 유독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말하자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빈민은 원래 살던 구역에서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되고, 대신 최신 유행의 상점과 낡은 공간을 고급 빈티지풍의 인테리어로 개조한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백인 중산계급 젊은이들이 대량 유입됐다. 




<2015 서울상상력발전소-다시 만나는 세운상가>

(2015.11.13-11.27, 세운상가) 전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넓은 정원이 딸린 교외 저택을 선택해 도심으로부터 빠져나간 런던 중산 계급의 부모와는 달리 도심의 첨단 유행과 독특하고 혁신적인 문화를 즐기기를 원하는 백인 젊은이들은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지역보다는 창의적 영감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원했다. 더불어 도심과 변두리 낙후지역 사이의 극단적인 임대료 차이는 부동산 투기를 야기해 건물 개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사람들이 빈민구역으로 몰려와 이러한 사회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뉴욕도 다르지 않다. 


1970년대 중반 고급문화와는 거리가 먼 남동부지역 창고는 갤러리나 스튜디오로 전용되면서 미술관계자나 예술가들에게 인기 있는 터전이 되었다. 이후 시대에 뒤처진 산업창고 지역 일대가 급격히 고급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창고 지역의 원주민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쫓겨나게 되었다. 안타까운 상황의 이면에 파산 직전까지 갔던 뉴욕의 도시재정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인해 활기를 얻는 이점도 있었다. 그저 부동산 개발의 활성화 같은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샤론 쥬킨(Sharon Zukin) 같은 사회학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부동산, 신용기반 금융 및 각종 서비스 산업에서 포스트 포디즘 경제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서 관찰된 예술작업에서 영감을 얻고 이미지를 빌리고자 한 소규모의 고급 상점들의 경제활동을 통해 산업시대 대량생산으로 획일화된 상품의 생산 방식이 소비의 개별성과 개성을 수용하는 생산방식으로 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산업쇠퇴에 직면한 뉴욕의 관점에서 이 새로운 현상은 예술적 방식으로 도시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믿었고, 예술적인 생활양식에서 파생되는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경제’가 시작되었음을 환영했다.





제시 언터할터&케티 트란

(Jessie Unterhalter&Katey Truhn)

 <Summer Kaleidoscope> 2015 

 City of Philadelphia Mural Arts Program/Jessie 

Unterhalter and Katey Truhn Eakins Oval Philadelphia

 Photo by Dave Tavani



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에 대한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이 현상이 관찰되는 지역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은 초기 산업화 시대의 공장이나 창고가 즐비하여 이와 관련된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곳이다. 이후 산업의 쇠퇴로 인해 슬럼화가 진행되고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자 도시 빈민들이 싼 비용으로 살기 위해 유입된 곳이다. 여기에 험하고 낡은 동네의 다양한 영감을 장점으로 저렴한 임대료까지 보태져 많은 예술가가 첨병처럼 먼저 도착했다는 것이다. 예술가 개개인이 작업실을 열기도 하고 발 빠른 부동산업자는 폐업한 지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를 쪼개어 예술작업을 위한 스튜디오로 빌려준다. 자연스레 예술의 아지트가 생겨난다. 


낙후된 도시 변두리에 들어가 있는 예술가의 작업실이나 예술 활동으로 생겨난 독특한 장소성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술로 만들어진 독특함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고급 상점들도 몰려온다. 그동안 전통적인 명품상점이 즐비한 대형 쇼핑몰의 거대하고 무표정한 공간에서 길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누추한 골목길 사이에 알알이 박혀있는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고가품 상점은 독특하고 특별한 소비경험을 선사한다. 


자신이 들여다보고 있는 고가의 상품을 신성한 예술작품과 동일시하며, 소비행위를 고결한 예술옹호로 치환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예술은 자본주의를 치장하는 액세서리 같이 변해 있다. 바로 이런 대목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쟁에서 예술은 비난을 받고 있다.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예술 활동이 낙후한 지역에 들어와 도시환경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활력을 주지만, 대부분의 논쟁에서는 이 현상을 부추기거나 자본과 결탁하여 상품의 이미지화를 증폭시킨다는 부정적 혐의를 받는다. 





오노레 도(Honoré d O)

 <보물과 역사, 운명으로 통하는 입구, 

다리 그리고 비법을 찾아 성스러운 광야를 헤매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사진: 홍철기, 김중원  




분명 이런 현상에는 부동산이나 금융과 같은 다른 분야의 촉매 역할도 뚜렷한데 왜 유독 예술이 각별하게 거론되는 것일까? 우선 부동산이나 금융은 엄밀하게 말해서 그냥 자본일 뿐이다. 다만, 예술은 문화의 힘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기 때문에 마치 문화운동처럼 사람을 몰아 확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술적 취향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고급이라 선전을 해도 기성상품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 않고 아주 특별한 고급 상점과 식당을 이용한다. 


런던의 중산계급 젊은이들이 교외저택에 사는 부모와 달리 좀 더 흥미로운 경험을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같은 맥락에서 예술가들도 전통적인 부르주아 취향에서 벗어난 도시의 특정 영역의 가치를 현대의 창의적 장소라 여긴다. 예술가들의 이러한 태도에는 역사적으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나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가 자본주의의 폐기물을 예술로 끌어들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과 궤를 같이한다. 어쨌든 낙후지역에 대해 예술적인 방식의 문화 재평가는 자본 자체가 비생산적인 공간을 가치 전환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과 맞아떨어져 예술과 자본의 공모가 일어난다. 


이미 개발 자본가들은 이러한 역학관계를 파악하고 개발사업에 예술을 끼워 넣어 자본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스럽고 특별함에 대한 욕망을 이용해 소비가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특히1970년대 산업시대 대량생산방식의 포디즘이 저물고 소비자의 개별특성을 고려한 생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을 무렵, 예술적 방식의 생산은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다. 이것은 예술적인 생활양식과 이에 걸맞은 소비행태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의 도래와 맥락을 같이 한다. 20세기 초반까지 창조경제는 세계 곳곳에서 주요정책의 목표가 되었다. 이것은 더는 산업적인 방식의 생산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산업, 새로운 경제의 근원이 되는 창의성 바탕의 생산으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창조계급’이 생겨난다. 




박태홍 <바람의 집> 

마을미술프로젝트 부산 감천마을 전경




관련 전문가들은 창조계급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영감이 가득한 도시공간을 만들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경제의 도시는 마치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지역의 전형적인 모습과 같은 것이었다. 말끔히 정돈되고 질서정연하며 비싼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 아니라 오래된 동네 곳곳마다 예술 활동이 자유롭게 펼쳐지고 개별적인 취향을 맞춘 상품들이 진열된 상점과 독특한 분위기의 바와 카페가 어우러지는 영감 충만한 장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방 정부는 의도적으로 문화기반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주도했고 이러한 현상은1990년대까지 계속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장지대였던 구로에 적용되었던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창조경제가 예술과 자본의 공모를 중매하고 부채질한 모양새다. 창조경제를 신조로 하는 정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예술과 자본의 새로운 메커니즘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적시하고 반-젠트리피케이션의 예술적 선언이 1980년대 뉴욕 남동부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앞서 언급한대로1970년대를 거치면서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뤄진 곳이다. 그러나 이내 몇몇 예술가들이 이것 또한 다음 단계의 과정으로 더욱 진화한 유형이 되며 예술을 이용하는 자본의 전략임을 알아챘다. 세계 곳곳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상당수의 예술가는 현실을 인식하고 반-젠트리피케이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함부르크에서 수천 명의 예술가들이 ‘낫인아우어네임(the Not In Our Name)’에 서명했고, 로테르담의 바포(Bavo)와 같은 예술 수집가 그룹은 역설적으로 비창의적 도시(Uncreative City)를 호소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제 특정 지역의 사회적 현상이 아니다. 생활양식을 비인간적으로 흔들며 진화하는 자본의 흔적이다. 그 안에서 예술은 본질적인 속성을 놓치는 줄 모르고 자본의 진화를 도와주는 촉매가 되었다. 창의성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예술이 그 역할을 크게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대의 낙후된 공간성을 예술과 교접한 에너지로 거듭나고자 하는 자본과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를 관망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조건 없는 반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비판과 영리한 저항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혼이 없는 예술은 인간을 기만하는 교묘한 술책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글쓴이 한은주는 공간건축에서 실무 후 영국 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렉션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iggraph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초대작가다. 『SPACE』 편집장, 공간건축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SPACE』 편집위원으로 예술작업, 글쓰기, 디자인공학 등의 작업을 통해 혁신적 도시디자인과 건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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