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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기후협약총회 결과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새로운 기후체제를 구축하는 자리이자 전 세계인과 지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후협약총회를 맞이하여 파리시는 대대적으로 환경, 자연, 기후와 관련된 문화행사들을 준비했다. 특히, 프랑스전력청(EDF)에서 진행 중인 <인공기후(Climats Artificiels)>전은 무려 24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끈다. 시기적으로나 내용상으로도 적절했다고 호평 받은 이 전시는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여러 맥락에서 환경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다가올 새로운 환경과 지구의 풍경을 예측해본다.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인공기후는 말 그대로 가공된 기후를 뜻한다. 즉, 그들이 보여주는 지구의 모습은 우리가 언젠가 맞이할 미래일 수도, 그저 한낱 공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인공기후를 단순히 예술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그 모습이 사실적이다.
Chris Morin <Paris Opera Garnier Ballet>
2012 Collection de l’artiste
이미 우리를 둘러싼 세상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연적 현상인 것처럼 말이다.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renz)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 하나가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을 내세운 바 있다. 애당초 <인공기후>전은 어떠한 작은 현상일지라도, 후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 무시무시한 이론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다시 말해서, 예술적 상상력이 빚어낸 허구적 사실이 어쩌면 실제 현실이 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재앙을 예고하는 예언자의 말처럼 인공기후는 선 미래적이며 경고적이고 때론 지나치게 비관적이기까지 하지만, 우리가 꼭 지금 직시해야 할 문제이자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총 세 개의 테마를 따라 차례로 펼쳐지는 <인공기후>전은 가장 먼저 기후의 상태와 변화를 보여주는 <하늘의 상태>로 문을 연다. 대자연의 흐름과 변화는 고대부터 내려온 아주 오래된 예술적 모티브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과 온도, 구름을 따라 흐릿하게 느껴지는 대기의 움직임, 비와 눈의 모습 등 천공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자연현상들은 대자연이 가진 무한한 생명력을 증명한다. 이러한 자연 현상과 변화를 관심 있게 세밀히 관찰한 예술가들이 있다. 이들은 회화나 사진을 통해 자연의 동적인 모습을 찰나의 이미지로 포착해내기도 하고, 비디오나 설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재현해내거나 공간 내부로 옮겨오기도 한다. 전시장 중심에는 대규모 설치작품 <구름경치(Cloudscapes)>(2012)가 자리해 있다.
Tetsuo Kondo en partenariat avec TRANSSOLAR
<Cloudscapes> 2012 Collection de l’artiste
일본 출신 건축가 테츠오 콘도(Tetsuo Kondo)와 환경엔지니어링 회사 트랜스솔라(Transsolar)의 협업으로 제작한 이 설치작품은 인공구름을 만들어 사방이 유리로 된 투명한 공간에 투입한 것이다. 세 개의 온도로 이루어진 구름층에 따라 관람객의 피부에는 따스하다가도 차갑고 혹은 축축하기도 한 각기 다른 공기입자들이 스며든다. 희미한 무채색의 대기의 흐름을 뚫고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몽환적이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대기의 시각적 재현은 카메라로 실시간 하늘을 촬영해 TV 스크린으로 담아낸 오노 요코(Yoko Ono)의 <하늘 TV(Sky TV)>를 비롯해 구름의 일시적인 형태를 회화적으로 표현해낸 앨리슨 모펫(Alison Moffett), 헬륨가스로 채운 풍선으로 구름을 형상화한 스펜서 핀치(Spencer Finch)의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에코 아티스트로 꼽히는 본 벨(Vaughn Bell)은 푸른 숲이 우거진 조그만 집들을 만들어 공중에 매달아 <녹색마을(Village Green)>(2008)을 조성했다. 건강한 생태계를 염원하는 아티스트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이 푸른 집들은 우리가 언제나 어디에도 들고 다닐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토템으로 환경보호를 향한 공공 노력의 필요성을 상기한다. <하늘의 상태>가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경을 담아냈다면, 그 뒤를 잇는 <불안정한 균형>과 <일상의 대재앙> 두 테마는 환경조건의 변화와 그 변화가 이끌고 오는 참혹한 결과들을 보여준다.
Hicham Berrada <Celeste>
2014 Courtesy Galerie Kamel Mennour
물리학, 화학, 나노기술을 접목해서 예술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히참 베라다(Hicham Berrada)는 인위적으로 깨져버린 자연의 균형을 인공수족관을 통해 시각화한다. 실제 과학실험을 하듯 작가는 온도, 양, 기간 등 정해진 실험조건에 맞춰 수족관에 화학물질을 투입하고 그 결과를 관찰한다. 우리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고 접하는 화학물질들이 자연과 만나 일으키는 반응은 그야말로 잔인하고 파괴적이다. 조명 아래 비춰진 수족관은 자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파란 빛의 기체와 액체로 변해버렸고 기이한 화학적 연쇄반응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예상 징후(Presage)>(2013)라고 붙은 작품의 제목처럼 불안정한 수족관의 풍경은 우리의 환경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경고한다. 이처럼 조화가 완전히 깨어져 버린 생태계의 모습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오늘날 일상적인 자연재앙의 대표적인 예로 헬란 에반스(Helan Evans)와 헤이코 한센(Heiko Hansen)이 모여 만든 그룹 헤헤(HeHe)는 대기오염의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뉴미디어, 디자인, 건축에 기반을 둬 도시와 관련된 각종 사회문제를 다루는 이들은 2007년 실시간으로 파리의 대기상태를 3차원 지도 다이어그램으로 제시한 <오존의 범위(Champs d’Ozone)>를 통해 대도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린다.
HeHe <Champs d’Ozone> 2007
Fonds Municipal d'art Contemporain, Paris
맑고 아름다운 천공의 이미지부터 오염된 뿌연 파리의 하늘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는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변해버리고만 자연의 모습을 한 편의 파노라마로 담아냈다. 어쩌면 인공기후는 단순히 예술가들이 생각해낸 상상의 환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배 아래 자연이 감당해야만 했던 모든 변화를 일컫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기후협약회의도 드디어 막을 내렸다. 2020년부터 향후 80년 동안 전 인류는 지구온도 상승 폭을 1.5°C까지 낮추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기로 했다. 기나긴 진통 끝에 체결된 이 어려운 합의문이 부디 지켜질 수 있길 바라본다. 부디 22세기의 인류가 인공기후가 아닌 본디 푸르렀던 땅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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