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Special Feature

CONNECT, BTS가 제시한 또 다른 가능성

0원
K-pop 그룹 BTS의 예술 프로젝트 [CONNECT, BTS]는 현재 가장 문제적인 전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를 시작으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다양성에 대한 긍정’이라는 BTS의 철학을 안토니 곰리(Anthony Gormley),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를 비롯한 22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글로벌 전시. 이 설명을 읽고 나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바로 이거다. 아이돌 그룹 전시에서 예술적으로 진정성을 찾는 게 가능한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잇겠다는 그 취지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보다 도대체 왜 안토니 곰리와 토마스 사라세노 같은 현대미술계의 스타들이 K-pop 스타의 전시에 참여한 걸까? [CONNECT, BTS]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한 라인업과 스케일이 전부가 아니다.
● 기획·진행 정일주 편집장 ● 글 권민지 『엘르』 에디터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뉴욕 클리어링(New York Clearing)' 2020 Approximately 18km(11mi) of 25.4mm(1in) square section aluminium and steel spigots © the artist Photo: Christopher Burke Installation view, Brooklyn Bridge Park, Pier 3, New York City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Special Feature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솔직히 말해보자. ‘BTS가 전시를 연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각국에서 모여든 ‘아미’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전시장, 끊이지 않는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소리, 팬 아트를 연상시키는 수준의 고만고만한 작품들(대개는 초상화), 그리고 셀피. 독일의 아티스트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예술은 어려운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르죠”라는 말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고, 우리는 그동안 예술이라는 프레임을 쓴, 하지만 실은 스타 마케팅일 뿐인 실망스러운 전시나 협업 프로젝트를 수없이 봐왔으니까 말이다.





앤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 

<그린, 옐로우, 핑크(Green, Yellow and Pink)> 

2017 인공 안개, 그린 옐로우 핑크 필터 가변 크기 

©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사진: 장준호 




그러나 BTS의 아트 프로젝트 <CONNECT, BTS>는 스케일과 라인업에서부터 숱한 콜라보레이션과는 좀 달랐다. 1월 14일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 아르헨티나, 한국, 미국까지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5개국 22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약 석 달간 펼치는 글로벌 프로젝트.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덴마크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제이콥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의 작품 <카타르시스(Catharsis)>로 문을 연 지 하루 뒤,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Martin Gropius Bau)에서 17명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치유를 위한 의식’이 공개됐다. 곧이어 아르헨티나의 소금 사막에서 설치 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퍼포먼스가 이어졌으며, 영국의 앤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s)와 한국 작가 강이연의 작품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에서도 <CONNECT, BTS>의 막이 올랐다. 마지막 도시, 뉴욕에서는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18km에 달하는 알루미늄 선으로 구성한 입체 조형물 <뉴욕 클리어링(New York Clearing)>이 설치됐다. 한국의 이대형 디렉터가 총괄 기획을 맡아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의 서펜타인 갤러리,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 안토니 곰리와 토마스 사라세노를 한데 모은 전시. 요약하자면, 아트 월드에서 가장 신뢰받는 갤러리, 큐레이터, 그리고 현대미술가들이 BTS와 팀을 이루었다는 소리다. 아트와 엔터테인먼트, 양쪽 글로벌 슈퍼스타들의 만남이라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

 <에어로센 파차(Fly with Aerocene Pacha)> 2020 

© the artist and Aerocene Foundation Photo: Studio Tomás

 Saraceno Licensed under CC BY-SA 4.0 

by Aerocene Foundation




스타들의 아트 사랑은 오랜 트렌드다. 배우 혹은 뮤지션으로 부와 명예를 얻은 이후엔 예술의 세계를 갈구하는 게 일종의 수순처럼 여겨질 정도다. 페인팅을 취미 이상으로 삼고 있는 스타들은 셀 수 없으며(하정우,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 짐 캐리(Jim Carrey), 얼마 전 화가로 솔로 데뷔 전시를 앞두고 있다는 페이크 뉴스를 생산한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까지!), 샤이아 라포프(Shia LaBeouf) 같은 경우엔 트럼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 아트를 벌이기도 했다. 세상에, 컬렉터는 또 얼마나 많나? 전 세계 아트페어 VIP 투어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비욘세(Beyonce)와 제이지(JAY-Z), 위켄드(The Weeknd) 등이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와 함께 참석해 그들의 아트 사랑을 열렬히 피력하고 우리는 그 모습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서 관람하곤 한다. 그리고 스타들은 기꺼이 아티스트의 뮤즈를 자처한다. 


독일 출신 아티스트 율리안 로제펠트(Julian Rosefeldt)의 아트 필름 <매니페스토(Manifesto)>에 출연해 1인 13역을 소화하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과 관련된 선언을 선포한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부터, 『바자 아트(BAZAAR ART)』 커버를 위해 회화적 대상으로 문성식 앞에 선 5명의 배우들(윤여정, 임수정, 김옥빈, 천우희, 정은채)까지…. 특히 존재 자체가 예술인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가장 적극적인 뮤지션 중 하나다. 행위예술가 마리아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의 플래시몹 퍼포먼스에 참여했는가 하면 완벽한 나체로 요가를 하는 <아브라모비치 메소드(The Abramovic Method Practiced by Lady Gaga)>를 선보였고, 2013년에는 제프 쿤스(Jeff Koons)와 함께 앨범 <아트팝(Artpop)>의 커버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협업의 이유를 밝혔다. “과거의 대중문화는 예술 안에 포함된 장르였다. 하지만 지금의 예술은 대중문화, 즉 내 안에 있다.”


예술비평가 JJ 찰스워스(JJ Charlesworth)는 CNN에 기고한 「부와 명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순간. 왜 셀러브리티들은 아티스트가 되길 원하나(When fame and fortune are not enough-why celebrities want to be artists)」라는 칼럼에서 예술이란 스타들에게 반드시 이윤을 내야만 하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성을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주목을 받는 방법 중 하나라고 적었다. 예술 안에서 스타들은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결론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사실 지금의 현대미술 산업은 자아 성찰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자기표현, 과거 모더니스트들의 이상은 이미 사라졌다. 오늘날의 미술은 사실 소통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에 가깝다. 특히 현대미술은 개인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개개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이런 점에서 BTS의 전시는 현대미술에 몹시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상업적인 면을 (대놓고) 찾아보기 어려운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과제는 ‘다양성에 관한 긍정’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룹이 진정성 있는 언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s)

 <그린, 옐로우, 핑크(Green, Yellow and Pink)> 

2017 인공 안개, 그린 옐로우 핑크 필터 가변 크기

 ©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사진: 장준호




동시에 방법적으로도 여타의 사례들과는 차별성을 띤다. 이건 BTS의 전시가 다른 협업이나 스타들의 행보에 비해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의도와 방식 자체에서 결을 달리 한다는 소리다. BTS는 이 전시에서 아티스트로서의 또 다른 자아를 발현하거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영감의 대상으로 자리하지 않는다. BTS의 안무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을 재해석한 프로젝션 맵핑 작업인 강이연 작가의 <비욘드 더 씬(Beyond the Scene)>을 제외하면 BTS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은 없다. 안토니 곰리도, 토마스 사라세노도 모두 이제껏 해왔던 본인들의 작업을 그대로 이어갔다. 지난 20년간 태양열과 바람을 연료로 움직이는 열기구 실험을 해온 토마스 사라세노는 <CONNECT, BTS> 전시 기간 내에도 같은 작업의 일환인 <플라이 위드 에어로센 파차(Fly with Aerocene Pacha)>를 선보였는데, 화석 연료 없는 열기구로서는 고도, 거리, 지속시간에서 모두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그 후 이 열기구는 무려 여섯 번이나 기네스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날아올랐다. 스페인어로 ‘물과 생명은 리튬보다 더 가치 있다’라는 문장을 단 채. 


요지는, <CONNECT, BTS>는 무작정 BTS 혹은 아미를 위한 전시라는 오해를 사기 쉬운, 하지만 실체는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BTS가 예술 작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공공예술 프로젝트라는 거다. 사실 각각의 작품보다는 이 프로젝트 자체가 BTS와 닮아있다고 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진은  1월 14일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 오프닝에 화상 연결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살아온 문화도 다르지만 이렇게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함께 모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달라서 분리되는 세상이 아니라, 각자의 다양성이 서로 ‘연결’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에서 세계적인 팝 가수 할시(Halsey)와 함께 한국어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부르던 BTS의 무대, 그에 환호하던 전 세계 아미들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얘기다. 또한 프로젝트 오프닝에서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이대형 아트 디렉터는 “단절과 분열,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기 위해 어떻게 음악과 미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글로벌과 로컬,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고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는데, 이 새로운 연대는 아마 예술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번 전시가 현대예술 세계에 새로운 관람객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것도 그간 (편견일지도 모르겠으나) 현대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 굳게 믿어왔던 아이돌 문화의 추종자들 말이다!





강이연 <연속체(Continuum)> 2019 프로젝션 맵핑 

설치 이미지 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실제 DDP에서 마주한 <CONNECT, BTS>의 풍경은 이제까지 봤던 어떤 전시와도 달랐다. 핑크색 머리를 한 Z세대와 중년의 일명 ‘이모님 팬’들, 외국에서 온 아미와 우리나라의 아미들, 다양한 인종, 세대가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었다. BTS의 공연에 온 것처럼 묘하게 들떠 있으면서도 하나같이 진중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조용히 도슨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DDP의 작품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CONNECT, BTS>에 대한 설명을 유심히 읽었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런던 <CONNECT, BTS>의 개막 날이었던 1월 14일 K-pop 전문 유튜버 TTK(Twins Talk K-pop)가 서펜타인 갤러리 앞을 찾아 “지금은 비 오는 화요일 오후 1시인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 앞에 줄 서 있다”면서 전시를 팔로업하는 영상은 이런 말로 끝난다. “오늘 굉장히 문화적인 하루를 보낸 기분이 든다. 


나는 오늘 예술을 관람했다.” 상황이 이러니 안토니 곰리가 『가디언(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참신하리만큼 이상적인”이라고 표현한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 BTS가 가진 메시지를 시각 예술을 통해 기존의 아트 피플과 대중 음악 팬들 양쪽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예술계는 비교적 고립적이고 여전히 자기 세계에 갇혀있다. 그런데, 수백만 명의 팬들을 가진 이 젊은이들이 전혀 새로운 종류의 관람객들에게 다리를 만들어주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 그걸 거절할 수 있겠나?”


이 지점이야말로 <CONNECT, BTS>가 열어젖힌 어떤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협업을 지켜보면서 당연히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일방적으로 예술을 갈망한다고, 러브콜을 보내왔다고 믿어오지 않았나. <CONNECT, BTS>는 그동안 견고하게만 보였던 예술계에서도 역시 스타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에 대한 갈증, 대중들과의 관계를 확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어설프게 영감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는 프로젝트의 후원자라는,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의 방식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앞서 말한 안토니 곰리 인터뷰 기사 타이틀은 사실 우리 모두가 묻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다. 바로 ‘왜 안토니 곰리는 K-pop 슈퍼스타인 BTS와 협업을 했나(Why Antony Gormley teamed up with K-pop superstars BTS)’ 라는 질문. 그에 대한 안토니 곰리의 명쾌한 답은 아마 <CONNECT, BTS>를 요약하는 한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희망의 행보입니다(An Act of Hope).” 



글쓴이 권민지는 패션 매거진 『엘르』 디지털 피처 에디터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바자』와 『바자 아트』에서 피처 에디터로, JTBC 플러스의 디지털 본부에서 근무했다. 한동안은 『GQ』와 『바자』,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다양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칼럼리스트로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는 웹과 소셜미디어라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문화, 아트, 라이프스타일 등 각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콘텐트화 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이대형 <CONNECT, BTS> 아트디렉터 인터뷰>
 
BTS라는 존재 때문일까. 전시 자체의 규모와 의미보다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중의 관심은 검증되고 있다. 각 작품과 BTS의 세계관은 어떤 얼개로 연관되는지, 디렉터가 설계한 전시 지형도는 과연 무엇인지. 이런 물음에 직접 답을 얻어 보았다. ● 정일주 편집장




 이대형 아트 디렉터 




Q: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기획하신 대형 전시다. BTS라는 대형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까닭에 여타 현대미술과는 전혀 다른 궤를 형성하는 것 같은데, 기획자로서 이 전시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와 철학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

A: 인간은 모두 다르다. 그 결과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 차별과 증오는 쉽게 개인을 넘어 사회 문제로 발전한다. 20세기 2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인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를 통해 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의 종식, 그리고 전쟁 없는 21세기를 꿈꿨다. 도시와 국가를 연결하는 이동수단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보편화되면서 지구촌이란 말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20세기 근대사를 지배하고 있던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관점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고도화된 21세기에는 트랜스제너레이셔널(transgenerational) 관점이 더해지며 인간의 다름에서 촉발된 갈등의 요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SNS 기반 알고리즘은 국경을 초월해 취향 별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을 선별해서 연결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바로 이웃과 심지어 가족 내에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20세기 베를린 장벽을 대신해 21세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더 높고 거대한 장벽들이 촘촘하게 세워지고 있다. 이 같은 신기술환경 속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통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국경, 역사, 문화, 계층, 인종, 젠더, 세대 등 다양한 경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예술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마지막 보류이다.


Q: 이번 전시의 기획 배경과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생산/존재/경험 방식에 대한 고민을 통해 기획한 <CONNECT, BTS>는 “다양성의 가치”, “주변부에 대한 배려”, “소통과 연대” 등 방탄소년단의 철학적 가치에 동의한 전 세계 22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다. 예술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경험이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공공미술에 집중했다. 그리고 작가 선정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작가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높아서 나를 비롯해 참여한 큐레이터 모두 놀랐다. 아마도 그들 스스로 예술가적 태도를 가지고,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류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 즉 인식의 중심이 아닌 인식의 경계선 위에 서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상통화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지 않고, 참여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지지하였다. 그 결과 참여 작가들이 보다 확신을 가지고 각자의 표현방식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서로가 서로의 콘텍스트가 되어주는 콘텐츠 + 콘텍스트의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이는 수영선수(사람)와 파도(물)가 만나는 것과 같다. 또한 지금 현재가 아닌 미래의 정체성과 비전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


Q: 여러 도시의 큐레이터와 기관과 협업했다. 어떤 인물들이 참여했고 각각의 역할은 무엇인가?

A: 2년 전, 서펜타인 갤러리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관장과 디지털 기술 환경 변화가 예술경험, 예술 생산방식, 그리고 이에 따른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였다. 서펜타인은 미술관 중 최초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포지션을 만든 미술관이다. 그래서 서펜타인의 CTO 밴 비커스(Ben Vickers)와 제이콥 스틴슨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한 베를린 장벽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은 그 장소적 상징성이 중요했다. 또한 다양성의 가치를 여러 전시를 통해 실천해온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 관장이 이번 프로젝트의 외연을 넓혀줄 것이라 확신했다. 3,000년 된 나무의 숨소리를 채집해 전시장으로 끌고 온 빌 폰타나(Bill Fontana)와 같은 전설적인 사운드 설치 작가를 비롯해 베를린 지역 커뮤니티 기반 작가까지 로젠탈 관장과 노에미 솔로몬(Noémie Solomon)의 큐레이팅이 빛났다. 

뉴욕의 경우 아이웨이웨이(Ai Weiwei), 마크 퀸(Marc Quinn) 등과도 함께 일했던 매리분 갤러리 디렉터 출신인 토마스 아놀드(Thomas Arnold)와 협업해 뉴욕의 퍼블릭 공원을 탐색하였다.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철학에 정통하며 인간의 몸을 소우주에 비유한 안토니 곰리를 작가로 선정하였다. 토마스 사라세노와는 아르헨티나의 소금사막 살리나스 그란데스에서 무동력 유인 비행체인 <Fly with Aerocene Pacha> 론칭 퍼포먼스와 이를 담은 영화를 제작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상영회를 가지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에서는 빛을 이용해 공감각적 경험을 조각하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 그리고 BTS의 역사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강이연 작가와 함께 하게 되었다. 


Q: 안토니 곰리, 토마스 사라세노 등 작가들을 전시에 섭외할 때, 그들 반응은 어땠는지 또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있다면?

A: 안토니 곰리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몰랐지만, 스튜디오 직원들을 알고 있었다. 한국의 K-pop의 화려함 이면에 자살, 약물, 불합리한 계약, 집단주의 등 당시 부정적인 여론이 영국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방탄소년단의 UN 연설을 비롯해 지금까지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다양성의 가치”, “주변부에 대한 배려” 등을 설명하며 YES를 받아냈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처음부터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영국, 미국, 독일 출신의 젊은 스텝 70여명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의 특성 상 스튜디오 내부에도 방탄소년단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역으로 프로젝트의 보안에 더 신경 써야 했다.   


Q: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전시만 감상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관람객들에게 각 다른 나라 도시가 갖는 전시의 톤과 뉘앙스를 기획자가 직접 정리해준다면?

A: 런던은 ‘인류세’ 주제 아래 불가능한 풍경을 3D로 재현하고 그것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경험하게 하였다. 베를린은 ‘다양성’을 목표로 아프리카에서 브라질까지 17명의 작가들이 집결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욕은 ‘경계 허물기’를 목표로 2차원의 선을 3차원의 공간으로 변환시키고, 작품 내부로 걸어 들어가며 관람객 스스로 새로운 풍경의 발견자, 창조자가 될 수 있게 하는 콘셉트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협업’이란 키워드 아래 건축, 공학, 과학, 미술, 환경 등 전문가들이 모여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서 논한다. “리튬 보다 물이 중요하다”는 문구와 함께 진정으로 인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서울은 ‘페르소나’란 키워드가 어울린다. “정보의 안개가 지식을 몰아낼 것이다”라는 미국의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Boorstin)의 말처럼 정보의 안개 뒤에 숨어 나 자신의 진짜 정체성과 사회가 요구하는 가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경험할 것이다. 


인터뷰이 이대형은 큐레이터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한국관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지난 6년간 현대자동차 아트 디렉터로서 글로벌 아트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하였다. 2018년과 2019년 유럽연합 ‘STARTS Prize’ 심사위원을 역임하며 과학, 테크놀로지, 예술, 비지니스의 융·복합 실험 프로젝트를 발굴하며 21세기 예술이 어디에서 어떻게 거주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