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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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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7 - 2023.7.9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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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여리기만 한?


오늘날 국제적 비엔날레의 탈 정치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따분한 일, 심지어 시대착오적인 일처럼 느껴진다. 요컨대 우리는 비엔날레가 자선 사업이 아니며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제3세계 아동들로부터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초국적 기업처럼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동시에 우리는 비엔날레가 아무리 무능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비싸고 유명한 ‘세계적’ 작가부터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 민족’ 작가에 이르는 다양한 이름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동시대 미술의 카탈로그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다. 모르지는 않지만, 부인의 형태로 비엔날레의 권위를 승인한다. 그러므로 비엔날레는 기존의 패권을 재승인/재생산하는 동시에 주변화된 예술 언어와 실천을 전경화하는 문화적 장치로서, 마치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그것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너무 커서 비판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정기적인 행사처럼 받아들여진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무엇이건 그것은 곧 기회라는 구호는 우리 시대의 정신이 아니던가.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이후 몇몇 좌파의 저항 방식은 자본 그 자체에 대한 비판과 거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점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재조직화되었다. 다시 말해 비엔날레는 그 자체로 결코 저항적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비엔날레에 연루된 자본과 노동력과 정치적/문화적 권력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비엔날레를 저항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특히나 큰 주목을 받았던 몇몇 해외 비엔날레의 타이틀을 떠올려보라).



앤 덕희 조던(Anne Duk Hee Jordan) 
<문어 정원(Octopus Garden)>  2023 
깡통, 스프링, 문어 다리 모형 20×20×20 cm  
이미지 제공: 작가, 광주비엔날레재단 
사진: 글림워커스(glimworkers)



가속화된 자본주의의 속도 속에서 자본에 내재한 위기인 과잉 축적은 자신의 가치를 낮추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이윤이 발생할만한 영토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움직일 것이다. 일시정지를 모르는 자본의 팽창을 막기란 어려워 보인다. 비엔날레 역시 계속 생겨날 것이고 말이다. 이처럼 철저히 우리가 속한 시대적 조건과 한계 속에서만, 그것들을 통해서만 저항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자면 비엔날레가 단순히 거대한 박람회일 뿐 그 어떤 정치적인(공동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 관심이 없다고 덮어 놓고 비난하는 것은 실수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비엔날레의 ‘사소한’ 문젯거리들을 눙치고 넘어가는 만성적인 정치적 패배주의만큼이나, 비엔날레라는 특수한 예술 공론장 내부를 구성하는 저항적/전략적 태도들을 못 본 채 무시하는 비판적 완고함 또한 결과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어떤 시도들은 거친 논리로나마 그것이 결과적으로 지향하게 된 탈 정치성을 짚어낼 필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그러한 시도가 취하는 저항적/전략적 태도들이 상투적으로 반복되어 더 이상 아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더욱 그렇다. 올해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가 이러한 시도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의 타이틀은 노자의 『도덕경』의 한 구절인 “세상에는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뜻의 ‘유약어수(柔弱於水)’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이숙경 감독은 전시 도록의 글에서 “강요된 노력은 분열적 관점과 갈등적 입지를 초래할 수 있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스며드는 물의 부드러움은 항상 즉각적 효과를 동반하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쓴다. 물의 부드러운 힘을 강조하는 그의 말은 곧 물은 모든 생명체의 공통 기반이기에 모든 생명체는 물을 통해 이미 연루되어 있다고 말하는 ‘하이드로페미니즘(Hydrofeminism)’을 자연히 떠올리게 만든다.



마우고르자타 미르가-타스(Małgorzata Mirga-Tas) 
작업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작가, 광주비엔날레재단 
사진: 글림워커스(glimworkers)



또한 지난 2022년 ‘부산비엔날레’의 타이틀 역시 ‘물결 위 우리’였다는 점을 상기하자면 물이 가진 유동성과 생명력이 비인간 존재자들과의 공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런 시기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약하지만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는 역설적 힘을 가진 물질인 물에 대한 이숙경 감독의 관심은 이번 비엔날레 전체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구체화된다. 요컨대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세계적’ 작가들 대신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부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빙양”에 이르는 지역에서 물길을 타고 온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장을 채웠다.

이들의 작업은 시각적 스펙터클보다는 “방언”과 같은 소수적인 말하기의 형식을 통해 “개인적이고 일견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발화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거대 담론 대신 “부드럽고 여린” 이야기들이 여러 갈래의 물줄기처럼 전시장을 유영하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천과 섬유 등의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마우고르자타 미르가-타스(Małgorzata Mirga-Tas), 앙헬리카 세레(Angélica Serech), 마리아 막달레나 캄포스-폰스(María Magdalena Campos-Pons), 압둘라예 코나테(Abdoulaye Konaté), 타냐 루킨 링클레이터(Tanya Lukin Linklater), 마타아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 유마 타루(Yuma Taru) 등의 강세다.

노동 집약적이고 가정적인 민속 공예와 화이트 큐브용 ‘예술’ 사이의 스펙트럼에 위치하는 이 작품들은 우회적으로 물과 여성성 간의 연관 관계를 주지시킨다. 이러한 지점은 필연적으로 지난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꿈의 우유(59th Venice Biennale: The Milk of Dreams)’가 주류 페미니즘으로부터 주변화된 여성 또는 페미니즘 예술을 다루며 공예적 성향이 강한 텍스타일 소재의 작품들을 대거 소환했던 맥락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로 나뉜 본관과 4개의 파빌리온 전시를 보자면 각각의 파트가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더 큰 주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전시장에 놓인 대부분의 작품이 탈 식민적인 관점에서 고유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보존하고 있기에 직관적으로 이를 독해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필수적으로 캡션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이번 비엔날레의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캡션이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각 작품의 캡션에는 작가가 어떤 공동체적 배경에서 성장했고, 어떻게 이러한 방식의 작업들이 위로, 공감, 투쟁, 저항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가 대단히 자기 완결적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앙헬리카 세레(Angélica Serech)
 <내 두 번째 피부에 말의 씨앗을 뿌리
다(Sowing Words on my Second Skin 
(Sembrando palabras en mi segunda piel))>
 2023 페달 직기, 수직 직기, 나무 바늘 자수 250×700cm
 이미지 제공: 작가, 광주비엔날레재단 
사진: 글림워커스(glimworkers)



소수자로서 작가의 당사자적 경험이 전기적으로 서술된 이 캡션들은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독해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는 듯한 완고한 기세다. 캡션에서 흥미로운 또 다른 부분은 작가들의 국적이 아니라 작가가 태어난 도시와 죽은 도시, 활동하는(했던) 도시만이 기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치는 비엔날레를 ‘올림픽’과 같은 국가 대항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대신 관람객으로 하여금 각각의 작가들이 현재화하는 공동체적 경험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국가적 경쟁 구도, 말하자면 “분열적 관점과 갈등적 입지”가 고의적으로 소거된 캡션은 얼핏 동등한 무게로 모든 작품을 대하는 평등한 관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 간의 상호 간섭 또는 침범을 사전 차단함으로써 각각의 작품들을 고독한 소우주에 가두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모든 방언이 의심의 여지 없이 소중한” 것과는 별개로, 개별 “방언”들끼리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강요”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은 물의 부드러운 힘을 강조한 결과 작품들은 특정 공동체적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웅얼거림”으로 축소된다.

물론 여기까지가 감독의 의도였다면 성공적으로 연출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갈라져 흐르는 물줄기들이 결코 서로를 만날 수 없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만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너와 내가 다르다는 “차이”를 느낄 수 있겠는가? 결국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물줄기들의 낙차나 서로 간 충돌이라는 운동성이 부재하기에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달리 말해 밋밋하고 평면적인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애당초 물은 단지 “부드럽고 여리”지만은 않다.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특정한 긍정적인 가치들을 물에 투사한 결과다. 물은 풍요로운 자원의 원천인 동시에 순식간에 문명을 붕괴시키는 파괴자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들로 인해 썩고 병들고 오염되어 해양 생명체는 물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물질이다. 무엇보다 물은 계속해서 부딪히고 섞이고 이동하고 순환한다. 그러므로 어쩌면 물에 있어 “분열적 관점과 갈등적 입지”가 부재한 공존, 공생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각주]
 * 이숙경, “차이 속에서 함께 살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도록에서 인용. 이하 특별한 표기가 없는 한 모든 직접 인용은 해당 챕터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 마타아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 <투아키리키리(Tuakirikiri)> 2023 폴리에스테르 직조 가변설치 이미지 제공: 마타아호 컬렉티브, 광주비엔날레재단 사진: 글림워커스(glim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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