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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기념비처럼 여겨지는 <인간 가족> 이후 거의 최초로 동시대 문명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대규모 사진전 <Civilization: The Way We Live Now(이하 Civilization)>이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이하 NGV)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전시재단(Foundation for the Exhibition of Photography)과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전시는 한국과 중국에 이은 세 번째 순회 전시로, 호주에서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10여 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NGV의 관장 토니 엘우드(Tony Ellwood)가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초상이자 현대사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언급한 <Civilization>전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에드워드 버틴스키(Edward Burtynsky)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호주 등 32개국에서 참여한 100명이 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 구조적인 발전을 의미하는 문명은 인류가 이룰 수 있는 가장 최상위 문화다. 지금도 우리는 끊임없이 쌓이고 있는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Civilization>전은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의 모습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한다. 독특한 점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개인적이고 익명성이 강조되는 사회가 되었지만 이번 전시는 개별 문화보다 대중이 공유하는 집단적인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디에서 살고 노동하는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전쟁을 일삼는지를 기록한 관찰 일지와 다를 바 없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 그 문명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포착했다. 전시는 키워드에 따라 총 여덟 가지의 테마로 구성된다. 각각의 주제와 그 대표작들을 살펴보자.
Ashley Gilbertson <1,215 American soldiers, airmen, Marines
and sailors pray before a pledge of enlistment on July 4>
2008 at a massive re-enlistment ceremony at one of
Saddam Hussein's former palaces in Baghdad, Iraq
2008 from ‘Whiskey Tango Foxtrot’ series Type C photograph
69.0×94.0×5.5cm Courtesy of the artist
© Ashley Gilbertson / VII Network
끊임없이 성장하는 도시의 모습을 다룬 ‘벌집(Hive)’ 섹션에서는 발전된 도시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군중의 유입과 감소, 건설된 환경의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모습을 탐구한다.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의 ‘Architecture of Density’ 연작과 로버트 폴리도리(Robert Polidori)가 포착한 폐허의 현장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호주 사진작가 트렌트 파크(Trent Parke)와 앤 자할카(Anne Zahalka) 등은 ‘따로 또 같이(Alone Together)’ 섹션을 통해 우리가 이웃들과 가까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된 세계가 어떻게 서로 간의 소통을 감소시키고 개인의 고립을 증가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편, 도나 슈워츠(Dona Schwartz)의 <Expecting Parents>와 정연두의 <상록 타워>의 대비도 흥미롭다. 슈워츠는 출산이나 입양을 기다리는 부모, 빈방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정연두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다양한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가족 구성원이나 아파트 내부의 가구 배치 등이 거의 비슷하다. 집 안에 있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연작의 구조는 유사하지만, 다문화, 동성 커플, 다양한 인테리어가 드러나는 슈워츠의 작품과 획일화된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보여주는 정연두의 작품은 서로 대조를 이룬다. 리 프리들랜더(Lee Friedlander)와 에드워드 버틴스키 등의 작품이 등장하는 ‘흐름(Flow)’은 사람, 물질, 돈의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움직임과 이러한 시스템이 우리의 삶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안드레이아 알베스 드 올리베이라(Andreia Alves de Oliveira), 사토 신타로(Sato Shintaro), 아말리아 울만(Amalia Ulman)과 알렉 소스(Alec Soth)와 같은 사진작가의 작품이 주가 되는 ‘설득(Persuasion)’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광고, 종교, 사업, 정치의 영향을 살펴본다.
Reiner Riedler <Wild River, Florida> 2005
from ‘Fake Holidays’ series Type C photograph
100.0×120.0×4.0cm Courtesy of the artist © Reiner Riedler
‘통제(Control)’ 섹션에서는 애슐리 길버트슨(Ashley Gilbertson), 노순택, 루카 자니어(Luca Zanier) 등이 포착한 정부와 군대, 감시와 통제 등 전 세계 통치 기구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 특히 길버트슨의‘Whiskey Tango Foxtrot’ 연작 중 하나로 2008년 7월 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예전 사담 후세인의 궁전에서 열린 대규모 재입대식에서 미 육군, 공군, 해군과 해병대 1,215명이 입대 선서를 하기 전에 기도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는 가히 압도적이다. 난민과 환경 문제는 호주에서 항상 주요 이슈로 공론화되는데 이 분야의 심각성을 다룬 ‘파열(Rupture)’의 작품들은 본 전시에서도 재차 논의되고 있다. 태린 사이먼(Taryn Simon), 리차드 모세(Richard Mosse), 파블로 로페즈 루즈(Pablo López Luz), 탈오이 하비니(Taloi Havini), 스튜어트 밀라(Stuart Millar) 등이 참여한 ‘파열’ 섹션에서는 구류 센터, 난민들의 이동 경로, 환경 악화의 이미지를 통해 문명의 실패와 그 사각지대를 엿보게 한다.
콩고 내전의 참상을 다룬 사진으로 주목을 받았던 모세는 이번 전시에서 최첨단 군용 카메라로 포착한 시리아 위기 이후 난민들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람선, 유원지, 야외 활동, 각종 여가 등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오락 산업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탈출(Escape)’에서는 오염된 그린란드의 빙하 위에서 기념 촬영하는 관광객을 찍은 올라프 오토 베커(Olaf Otto Becker)의 ‘Above Zero’ 연작이 인상적이다. 유전자 조작, 우주 산업 등 인류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다음(Next)’ 섹션에서는 발레리 블렝(Valérie Belin), 마이클 나자르(Michael Najjar), 로버트 자오 렌후이(Robert Zhao Renhui) 같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새로움과 기술 발전이 표준이 된 현재에서 중요한 것은 문명이 발전하는 속도의 그 위험성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Sergey Ponomarev <Migrants walk past the temple as they are escorted
by Slovenian riot police to the registration camp outside
Dobova, Slovenia, Thursday October, 22, 2015>
2015 from ‘Europe’s Refugee Crisis‘ series Type C photograph
70.6×104.0×3.2cm Courtesy of The New York Times
© Sergey Ponomarev for The New York Times
전시 시작 전부터 <인간 가족>과
줄곧 비교됐던 <Civili-zation>전은 그 규모 면에는 <인간 가족>을 능가할 수 없으나 인류의 문명과 그 미래에
대한 메시지는 보다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인간 가족> 이후
평화를 바랐던 지구상에는 여전히 전쟁과 테러가 발생하고 환경오염과 난민 이슈 등 더 심각한 난제들이 증가했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다소 비관적이고 회의적이지만 인류가 일궈낸 문명의 위대함을 돌아보고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 볼
시간을 제공한다. 현세는 호모사피엔스가 멸종할 수도 있는 최초의 세기라고 언급한 미래학자 제임스 마틴(James Martin)의 우려대로 인류의 문명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Civilization>전과
같은 전시로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Olaf Otto Becker
<Point 660, 2, 08/2008 67°09’04’’N, 50°01’58’’W, Altitude 360M>
2008 from ‘Above Zero’ series Pigment print
117.0×139.0×5.0cm © Olaf Otto Becker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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