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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란 공백이 무색하리만큼, 파리조폐국(Monnaie de Paris)은 카텔란의 컴백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로 연일 가득하다. 갑자기 사라졌다가 제멋대로 돌아온 작가가 조금은 밉고 괘씸할 법도 한데, 그의 부재가 크긴 컸던 모양이다. 예술계 종사자든, 일반 관객이든, 우선은 그의 컴백을 뜨겁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퇴도, 복귀도, 아이들 장난치듯 하는 작가의 막돼먹은 행보야말로 ‘카텔란스러움’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럭운전사인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카텔란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미술교육은커녕 일반 정규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어린 카텔란에게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생계였다. 환경미화원, 간호조무사, 시체공시장의 직원 등으로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온 그는 예술의 문외한이었을뿐더러, 만약 알았다 한들 큰 사치였으리라. 고달픈 현실과 마주하며, 방랑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온 작가는 우연히 가구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오브제의 형태와 배치, 공간에 따라 의미가 변화하는 디자인의 세계에 큰 흥미를 느끼고, 곧장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는다. 일찍이 ‘가족’과 ‘학교’라는 사회적 테두리에서 나와, 힘겨운 홀로서기를 하며 예술과 운명적으로 조우한 카텔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여전히 자주 회자하는 이야깃거리다.
<Him> 2001 Résine polyester, cire, cheveux humains,
vetements, chaussures Exhibition view of
<Maurizio Cattelan, Not Afraid of Love>
at la Monnaie de Paris(2016.10.21-2017.1.8) Photo : Zeno Zotti
그것은 변곡점 많은 그의 인생이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뿐더러, 곧 그의 예술관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카텔란의 예술은 발칙하고, 과격하며 때론 보는 이가 민망할 정도로 다소 충격적이다. 첫 개인전부터 당나귀를 갤러리에 감금시키는 바람에 구설에 오르는가 하면, 욕설을 의미하는 거대한 조각물을 ‘사랑’이라 명명하는 것도 모자라, ‘히틀러, 만세’를 의미하는 나치식 거수경례를 성모의 인사, ‘아베 마리아(Ave Maria)’에 비유해 큰 지탄을 받았다. 또, 작가의 딜러인 마시모 드 카를로(Massimo de Carlo)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 긴 시간 방치시킨 바람에 기절하는 사고도 벌어졌고, 나무에 목을 맨 아이들의 밀랍인형을 공개해 보는 이들을 경악게 만들었다.
분명,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우리가 카텔란의 작업을 힘겨워하는 까닭은 충격적인 연출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충격 뒤에 서서히 밀려오는 이유 모를 씁쓸함 때문일 것이다. 정작 작가는 이 모든 것이 ‘개그쇼’에 지나지 않는다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지만, 보는 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쇼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리얼하다는 사실을. 종교, 역사, 정치, 경제는 물론 교육과 스포츠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사 회가 애써 외면하며 터부시해온 악습들을 낱낱이 파헤쳐버리는 카텔란은 사회 다방면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두루 섭렵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과는 다르게, ‘조각설치’로 매체를 극단적으로 한정시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굵직하게 쌓아 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Sans titre> 2007 Résine de silicone, cheveux naturels,
caisse en bois, tissu d’emballage, vis Exhibition view of
<Maurizio Cattelan, Not Afraid of Love>
at la Monnaie de Paris(2016.10.21-2017.1.8) Photo : Zeno Zotti
다시 말해, 모티브는 다양하지만 결국 그의 모든 작업은 ‘현실의 블랙코미디’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파리조폐국에서 진행 중인 <사랑을 두려워 마라(Not Afraid of Love)>전은 약 30여 년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카텔란의 예술을 총망라하여 보여준다. 세상에 공개될 때마다 큰 스캔들을 몰고 온 파격적인 조각들의 향연은 여전히 카텔란이 건재함을, 그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예술가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웅장한 중앙 홀 천장에 매달려진 말, <1900년(Novecento)>(1997)이 가장 먼저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왕과 장군, 귀족, 그리고 부를 가진 자들의 옆을 지키며, 그들의 위엄과 권세를 상징했던 말은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추락할 듯 힘없이 밧줄에 매달렸다. 죽어서도 ‘기마상’으로까지 제작되며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던 풍채 좋은 말과는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다. 중력에 의해 자신의 무게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 말을 통해, 카텔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오직 가진 자들에 의해 쓰이는 ‘그들만의 역사와 권위’에 도전한다. 종교계 역시 작가의 비판 대상이다. 손과 발이 십자형으로 꽁꽁 묶인 소녀의 뒷모습을 커다란 액자 틀에 담은 <십자가에 못박힌 여자(La Donna Crociffisa)>(2007)와 하늘에서 떨어진 커다란 운석을 다리에 맞고 쓰러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Pope John Paul II)을 재현한 <아홉 번째 계시(La Nona Ora)> (1999)는 가톨릭을 향한 작가의 거침없는 조롱과 풍자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1er plan: <Sans titre> 2007 Cheval naturalise 2éme plan: <All> 2007
Neuf sculptures en marbre de Carrare Exhibition view of
<Maurizio Cattelan, Not Afraid of Love> at la Monnaie de Paris
(2016.10.21-2017.1.8) Photo : Zeno Zotti
교황청을 비롯해 10억을 웃도는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농락하고 비탄에 빠지게 만든 이들 가톨릭 풍자 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카텔란을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게 한 주역이다. 민감한 주제를 높은 수위로 표현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지나친 강렬함을 통해, 카텔란은 신의 존재를 앞세워 1,700년 동안 세계최고 권력집단으로 군림했던 가톨릭의 전통과 권위에 대해, 인간에게 믿음이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복귀전에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 자신의 조각상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비둘기들과 함께 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을 유심히 관찰하는가 하면, 전시장 나무 바닥을 갑자기 뚫고 나와 해맑은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카텔란은 동물을 박제시키거나, 실물 크기의 유명인사 밀랍인형을 제작하는 등, ‘극사실적인’ 재현을 통해 충격 효과를 배가시키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자신의 모습은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작고, 왜소하다. 겁 없이 세상을 희화화하고 신랄하게 풍자했던 카텔란, 그는 그저 호기심 많고 철없는 꼬마였던 것일까? 예순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망울은 여전히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차있다. 아웃사이더라고 자칭해온 카텔란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과감하게 꼬집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곧 자신이 걸어온 삶이자, 보고 느낀 현실이었을 것이므로. 어쩌면 그의 발칙한 상상이 사회를 향한 조금 격한 애증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Sans tire> 2007 Deux labradors et un poussin
naturalises Exhibition view of <Maurizio Cattelan,
Not Afraid of Love> at la Monnaie de Paris
(2016.10.21-2017.1.8) Photo : Zeno Zotti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난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때, 카텔란의 귀환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참담한 현실에 사람들의 탄식이 끊이질 않고, 가녀린 수백만 개의 촛불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아포리아(Aporia)의 늪에 빠져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고 자문하는 지금, 자신의 예술작업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은 현실이라던 카텔란의 말이 귓가에 너무나 생생하게 울려 퍼진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Universite Paris VIII 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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