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 provided courtesy of Denver International Airport
이 설치는 전 세계 예술가 30명이 참여한 DFW의 예술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제작됐다. 데니스 오펜하임이 그동안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선보인 ‘Crystal Mountain’ 중 하나로, 알루미늄 시트와 LED로 만든 작품이다. 중간에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통로가 뚫린 거대한 설치물로,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이 작품 사이를 자유로이 지나다니며, 공항 내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외에도 미국의 공항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 많다. 서부의 샌디에이고 공항(San Diego Airport)의 천장에는 예술가이자 라이트 엔지니어인 짐 캠벨(Jim Campbell)의 LED 라이트 설치 <The Journey>가 매달려 있다.
마치 보라색의 휘황찬란한 빛의 리본이 상공에 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여행자를 이끈다. 짐 캠벨의 작품은 공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공사인 ‘그린 빌드 공항 마스터플랜 프로그램(Green Build Airport Master Plan Program)’을 통해 설치됐다. 당시 새로운 게이트 10개, 체크포인트 확장, 푸드 코트 설치 등 공항을 대대적으로 확장한 10억 달러 규모의 이니셔티브가 진행됐고, ‘공유된 공간’으로서의 공항에 변형과 활력을 불어넣고자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망라한 10개의 아트 커미션을 진행했다.
그중 총 3만 8,000개의 가벼운 펜던트가 천장을 따라 매달린 캠벨의 작품은 공항의 1,000ft 구간을 가로질러 흐르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공항 내부의 예술 작품을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덴버 국제공항(Denver International Airport)으로 눈을 돌리자. 덴버 국제공항의 바깥에는 32ft에 달하는 대규모 머스탱 조각상이 있다.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 중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역민에게 ‘Blucifer’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작품 <Blue Mustang>은 푸른색의 몸통과 붉게 빛나는 눈을 지닌 조각이다. 다소 충격적인 외형은 물론이고, 작품의 제작자인 루이스 지메네즈(Luis Jiménez)가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깔려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알앤알 스튜디오(R&R Studio) <ALL TOGETHER NOW> 2014 Silk flowers
photo: Dan Forer ⓒ Fine Art & Cultural Affairs, Miami International Airport
이 작품은 지난 9월 사람들이 낙서를 하며 훼손되기도 했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작품 외에도 덴버 국제공항은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공항은 2013년 『USA Today』의 독자 선택 베스트 10(10 Best Reader’s Choice)에서 “최고의 미국 예술 공항(Best U.S. Airport for Art)”으로 뽑히기도 했다. 당시 독자들은 20개의 후보 공항 중에서 ‘예술’ 분야에 덴버 국제 공항을 1위로 뽑았다. 공항은 웹사이트(www.flydenver.com/art)에 따로 ‘예술’ 섹션을 마련해 프로그램, 전시, 영구 컬렉션 등을 소개하고 있으니 방문해 정보를 얻어 보자. 물론 미국 공항만 공공미술 작품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 공항도 만만찮게 유려한 작품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영국의 런던 히드로 공항(London Heathrow Airport)에도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공공미술 작품이 있다. 제2터미널 지상 18m 상공에서 볼 수 있는 리처드 윌슨(Richard Wilson)의 <Slipstream>(2014)은 길이가 무려 78m에 달하고 무게는 77t가량인 초대형 조각이다. 작품은 꼬여 있는 형태이며 4개의 기둥이 지탱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비행경로에서 영감을 받아 속도, 가속, 감속을 나타낸다.
당시 이 작품은 ‘영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공공 조형물’로 거론됐는데, 연간 공항을 찾는 2,000만 명의 승객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Amsterdam Airport Schiphol)을 빼놓고는 공항의 공공미술을 논할 수 없다. 스키폴 국제공항의 첫 예술 작품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가 깊다. 공항엔 네덜란드를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가 만든 수백 점의 예술 작품이 있다. 그중 60여 점은 승객, 방문객, 직원이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 전시돼 있다. 단, 아무 작품이나 공항에 들어설 수 없다. 공항의 방문객은 고유의 배경과 종교를 가지고 있으므로, 예술의 도전정신은 인정하되 결코 보는 이를 불쾌하게 하는 작품은 안 된다. 깨지기 쉽거나 승객의 안전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크리스토퍼 제니(Christopher Janney) <Harmonic Convergence> 2011 Interactive sound and light installation
photo: PhenomenArts, Inc. Miami-Dade County Art in Public Places Collection
스키폴 국제공항에 착륙해서 가장 처음 만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는 키스 프란세(Kees Franse)의 <Apple>(1975)이다. 승객이 거대한 사과에 직접 서명을 할 수 있어서 ‘살아있는 작업(Living work)’로 불리며, 공항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수많은 사람의 기록을 담은 역사적 작품이다. 개념예술가 솔 르윗(Sol Lewitt)의 <Eight columns in a row>(1995)도 꼭 봐야 한다. 그가 선 개념에 바탕을 두고, 가로, 세로, 대각선의 그림자를 결합한 콘크리트 블록 작품으로, A4 고속도로 출구 옆 잔디밭에 설치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이 공항을 오가는 세계 각국의 사람을 환영하고 있다.
도시를 방문하거나 거쳐 가는 여행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예술 작품으로, 공항의 이미지뿐 아니라 도시의 인상을 좌우한다. 각기 다른 문화, 언어, 나이, 종교, 배경, 목적을 지닌 인물이 잠시 멈춰서 같은 작품을 보면서 감상을 공유한다. 공공미술의 존재 이유가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공항의 공공미술은 여행의 관문으로서 역할 할 뿐 아니라 나아가 지역민을 넘어선 전 세계인을 도시로 끌어들인다. 일상을 등지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길에 예술을 만날 수 있고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휴식처로 자리매김한 공항을 찾아가 예술을 누리기도 한다. 바로 그것이 떠오르는 영감의 장소가 된 각 공항이 점점 더 많은 매력적인 미술을 품는 이유다.
글쓴이 백아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현대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