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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건축과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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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우리 삶의 풍경을 가로지르며 사람과 사회를 반영하고 현상을 제시한다. 동시대 흐름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건축과 미술은 깊은 연관성을 공유하는 듯 보이지만, 정반대로 기술적 측면에서 고유의 영역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기도 하다. 미술관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한 현 상황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건축은 예술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제대로 건축을 이해한 전시가 그간 있었는지, 그리고 화이트 큐브 안으로 건축이 들어오기 위해 어떤 필요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기획은 시작됐다. 두 영역의 균형을 위한 시도, 그 자체가 예술적 행동에 기인한 것이라면, 가장 건축적이면서도 가장 예술적인 관점으로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단순히 건축사적 혹은 미술사적 해석이나 담론이 아닌, 여기,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건축과 예술에 관한 제대로 된 논의와 시선을 갖기를 제안한다.
● 기획·진행 김미혜 기자

조민석 부티크 모나코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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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Ⅰ

당대 건축 전시의 경향에 대하여_정현

 

SPECIAL FEATURE Ⅱ

방법론으로서 건축 큐레이팅_정다영

 

SPECIAL FEATURE Ⅲ

해체, 창작, 재구성: <모두의 건축 소장품>과 건축 수집의 논리_배형민

 

 



Tatiana Bilbao <Hunters Point Master Plan> 

2016 © Tatiana Bilbao Estudio 




 

Special featureⅠ

당대 건축 전시의 경향에 대하여

정현 건축가

 


건축가 서현의 『건축을 묻다』는건축은 예술인가라는 건축가라면 한 번쯤 들어 보았거나 자신에게 던져 보았을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은 이에 대한 답을 곧장 주기보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예술과 건축의 범주를 구분 짓고 추적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이는 독자에게 더 많은 질문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었다. 오늘날 건축계는건축은 예술인가에 대한 논의를 지나화이트 큐브 속 건축 전시를 논함에 있어서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건축 전시를 위한 전시 형식은 무엇인가등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건축을 묻다』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이 글은 그러한 태도를 본으로 삼아 당대의 전시 유형과 사례를 열거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생산적 논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축과 예술, 건축과 화이트 큐브 전시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했다.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 전시1)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때가 1932년이고, 건축이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의 한 부문으로 포함된 때가 1968년이며, 건축전이베니스 비엔날레의 독립 행사로 자리 잡게 된 때가 1980년이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구의 현대미술과 미술관은 이제 건축과 건축가의 활동무대가 되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이나 바젤 등에서의 건축 전시처럼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는 젊은 건축가들이 만든 파빌리온이 주기적으로 설치되고, 전시실에는 건축 관련 기획전이 자주 열리고 있다.


건축가가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건축이 그림, 모형, 사진, 텍스트,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만들어 낸 시각 자료는 예술, 조형, 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어떤 식으로든 쓰일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이러한 건축가의 능력에 매력을 느낀다. 급박한 일정 속에서 불확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시 준비에 있어 건축가야말로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구마 겐고(Kuma Kengo)가 이야기한건축이 지닌 전투 능력”2)은 일관된 질의 콘텐츠 생산을 지속해서 요구하는 현대 미술계에 충분히 부합하는 덕목이다이에 더해 당대의 건축가는 예술가처럼 자신의 건축 세계를 개인전이나 기획전의 형태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파빌리온이나 건축 비엔날레 등과 같은 눈에 띄는 건축 활동을 넘어 설계 과정에서 다루었던 자료를 건축적 시점으로 다듬어 만든 회화나 조형 예술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있다기존의 건축 전시가 건축가와 건축물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새로운 건축가들의 전시는 전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전시는 개인적 흥미를 확인하고 실험을 하기 위한 또 다른 사이트(site)로서 다루어진다. 아래에서 언급할 국내외의 건축가들과 그들의 전시는 그런 의미에서 새롭다. 사례들은 아직 하나의 사조로 규정짓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당대의 건축 전시 활동이 걸음마 단계라는 것을, 당대의 건축가가 기존의 전시 방식을 활용하면서도 건축 전시만의 형식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발레리오 올지아티(Valerio Olgiati)


발레리오 올지아티는 그가 설계한 스위스 파스펠스(Paspels) <파스펠스 교사(Schulhaus Paspels)>를 잡지를 통해 발표했을 때만 해도 전형적인 건축가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8년 그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ürich)의 건물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발레리오 올지아티(Valerio Olgiati)>와 그에 연계된 작품집은 현 건축계에서 발레리오 올지아티가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전시는 사진과 모형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차별화한다. 이미지는 벽면이 아닌 바닥에 전시되고, 모형은 이미지 사이에서 섬처럼 부유한다. 이를 통해 잊혔던 건축의 주요 레퍼런스와 <파스펠스 교사>를 비롯한 그의 과거 건축 작업들이 다시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발레리오 올지아티의 전시는 벽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간이 화이트 큐브이건 아니건, 공간에 창문이 있건 없건 상관이 없는 전시 계획이 가능하다. 이미지와 영상 디스플레이는 바닥에 가깝게, 건축 모형은 거치대를 이용해 바닥에서 멀리 위치시켜 높이 차이를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전시장을 위한 평면에서도 정해진 양식을 반복 배열하는 그의 건축 개념을 여지없이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건축 양식을 대체하는 것은 이미지와 모형이다.

 


사이먼 웅거스(Simon Ungers)


사이먼 웅거스의 1990년대 건축 작업물은 주로 쾰른이나 베를린의 갤러리에서 발표되었다. 그는 갤러리 벽을 가로지르는 볼륨을 삽입하거나 조명을 위한 구조체를 만들었고, 이것들이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솔 르윗(Sol LeWitt),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댄 플래빈(Dan Flavin), 칼 안드레(Carl Andre),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등 미니멀리즘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영향받았음을 숨기지 않는다. 동시에 그의 전시는 조형, 현상학, 사물 등 미니멀리즘이 표방했던 그 어느 영역에도 속하기를 거부한 채 또는 그 모든 것이 되기 위해 고요하게 멈추어 있다. 사이먼 웅거스는 이후침묵의 건축(Silent Architecture)’ 시리즈를 내놓는다. 이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건물 렌더링 이미지와 내후성강(weathering steel)으로 만든 조각은 이후 2012년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열린 <헤비메탈 2(Heavy Metal II)>에서 전시된다. ‘침묵의 건축시리즈는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건물 계획이지만, 건물과 관련한 장소나 지역성의 언급은 전혀 찾을 수 없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소장 중인 그의 사물들은 단지 좌대와 벽면 위에 설치된 어두운색의 기념비가 되려고 할 뿐이다.

 



()공간 광명돔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안네 홀트롭(Anne Holtrop)


네덜란드의 건축가 안네 홀트롭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스튜디오 학생과 진행한 수업 과제를 온·오프라인에 실시간으로 선보인다. 질료성을 한껏 살린 작품들은 매스 모형(Mass Model), 텍스처와 색상을 확인하기 위한 인테리어 샘플 칩, 아무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오브제처럼 책상 위에 무심히 올려져 있다.안네 홀트롭이 기획하는 전시는 학제적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여타 건축가의 전시와 다른 점을 가진다. 머티리얼 제스처(Material Gesture)로 명명된 수업 과제들은 석고나 알루미늄 캐스팅과 같은 다양한 질료를 통한 모델링을 한 뒤 촬영한 것들이다. 이 작업들은 잴 수 없는 표피와 부피를 어떻게 하면 텍토닉(tectonic)의 영역에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밀한 연구 결과물처럼 읽힌다. 안네 홀트롭의 조교와 학생은 이것들을 마치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인 양 교실, 지역의 잉여 공간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캐주얼하게 전시하고 있다.

 


이시가미 준야(Ishigami Junya)


이시가미 준야의 작품집과 강연에 늘 첫 번째로 등장하는 작업은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진기린 아트 프로젝트 2005(Kirin Art Project 2005)’ 출품작 〈테이블(table)〉이다. 어둠을 가르는 칼처럼 공간을 나누는 비현실적 이미지는 가상의 렌더링도 연출된 장면도 아니다. 〈테이블〉은 건축가의 실험 그 자체가 예술품이 된 사례다. 즉 이것은종이처럼 굉장히 부드러운 것(紙のようにすごく柔らかいもの)”3)을 위한 실험이다. 응력과 같은 반작용의 힘을 활용해 만든 중력을 거스르는 구조체는 테이블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상적 사물(가구)로 귀결한다. 이시가미 준야의 이러한 태도는 그의 다른 작품인 〈네모진 풍선(四角い風船)〉이나 2008베니스 비엔날레일본관의 가는 기둥과 얇은 유리판으로 만들어진 온실, 2010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카본 섬유로 만든 구조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의 전시 작업물들은 아마도 오늘날 건축적 오브젝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각적 충격의 최대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조민석


플라토(PLATEAU)에서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열렸던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Before/After Mass Studies Does Architecture)>는 화이트 큐브 전시장의 순수성을 유지하기보다 이를 과감히 나누고 쪼개어 고밀도로 집적된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를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그가 총감독(commissioner)을 맡았던 2014베니스 건축 비엔날레(Venice Biennale of Architecture)’ 한국관 전시에서의 이미지와 모형, 전시 그래픽과 출판물 등의 활용은 조민석 건축전이라고 이름 붙은 이 건축 작업 전시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건축 설계 과정 모형, 전시를 위해 기획한 그래픽 디자인, 예술가와의 협업 작품, 스냅 촬영 사진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총망라되어 있다. 전시의 구성과 형식은 모두 그가 이야기하는 21세기 건축의 특성-”대량생산 문화, 과밀화된 도시적 조건,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여 현대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틈새들의 맥락”4)-을 비판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크리스티안 케레즈(Christian Kerez)


오늘날 건축가가 대형 설치 작업처럼 보이는 건축 모형을 발표하는 일은 흔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케레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은 사이즈의 주택이나 건물의 구조를 큰 스케일의 목재와 콘크리트로 바꾸어 만든-마치 컴퓨터 3D 프로그램에서 건축물의 외피와 풍경 등의 요소를 제거한 뒤 적당한 기본 질료를 입혀 놓은 것 같은-모형을 선보였다. 이윽고 그는 2016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건축물의 구조나 외피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떤 재질감도 느껴지지 않는 〈부수적 공간(Incidental Space)〉을 출품하기에 이른다. 그의 작품은 현대 건축 전시에서 사용되는 스케일과 이에 대한 건축가의 대응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다. 건축 모형은 이제 미술품처럼 1:1 스케일의 존재가 되었다. 축소된 건축으로서의 모형이 아닌 확대된 모형으로서의 건축이다. 크기가 커진 모형은 합판이나 철강 등의 건축 재료와 이를 위한 구축 방식의 사용을 종용한다. 그의 〈부수적 공간〉은 그것을 넘어서 구름같이 불규칙한 형태의 공간을 구축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재료와 캐스팅 공법이 사용되었다. 그의 작품은 전시에 맞추어진 대형 스케일의 모형을 만드는 것이 결국 새로운 건축 설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Kunsten Museum of Modern Art 1958, 

1966-1972 Aalborg, Denmark Photo: Maija Holma 

© Alvar Aalto Foundation


 


톰 에머슨(Tom Emerson)


식스에이 아키텍츠(6a architects)의 톰 에머슨은 학제적 전시의 또 다른 유형을 보여준다. 그가 건축 스튜디오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1:1 스케일의 파빌리온 스터디와 건축 리서치는 웹 포트폴리오에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물을 그래픽 디자이너 존 모건(John Morgan)과의 협업을 통해 『네버 모던(Never Modern)』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책은 기존의 포트폴리오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 작은 출판물에서 건축가는 편집자의 역할, 다시 말해 책이라는 다층의 레이어로 구성된 전시장의 큐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건축 비평가 이레네 스컬버트(Irénée Scalbert)가 쓴 글과 화려하지 않은 흑백 사진의 병치로 구현된다. 건축가는 늘 순수한 아이디어가 물질적으로 구현되는 최초의 순간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이 모두가 디지털화되는 시기에도 여전히 종이 매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그리고 편집자적 시선을 지녀야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페조 폰 엘르리스하우젠 (Pezo Von Ellrichshausen)


칠레 출신의 마우리시오 페조(Mauricio Pezo)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소피아 폰 엘르리스하우젠(Sofía von Ellrichshausen)으로 구성된 페조 폰 엘르리스하우젠은 단순 기하와 반복 유형에 기반한 건축을 하고 있다. 그들은 파빌리온 설치, 퍼포먼스, 아티스트 북 제작 등 다양한 예술 활동과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건축을 홍보했다. 그들의 최근 전시는 놀랍게도-기존 회화전의 형식과 어떤 차이점도 없는-회화전이다. 이는 건축 전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들의 회화는 얼핏 추상 도형과 랜덤한 색상의 집합체처럼 보이지만 이는 건축가의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풍경의 재현이다. 건축물의 외피, , 그림자는 컴퓨터 렌더링에서의 정확성이 아닌 회화의 언어와 물질로서 그 존재감을 뽐낸다


페조 폰 엘르리스하우젠의 회화는 건축 설계 부산물들의 조합이 만드는 끝없는 생산의 증표다. 아마도 그들과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한 대중에게 페조 폰 엘르리스하우젠의 회화는 유사 회화(pseudo painting)로 다가올 것이다. 건축가의 진중한 과정과 의미는 가벼운 수수께끼에 휩싸이며 휘발될 듯 가벼워지고 있다현대 건축가는 일상의 기록물을 전시장이라는 비일상의 공간에 전시 중이다. 건축가는 엄밀한 규칙에 입각한 이미지, 모형, 영상 등을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만든다. 그로부터 출력된 콘텐츠는 매체와 스케일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다. 건축 콘텐츠는 현대 예술에 걸맞은 스케일로 확대/축소된다.




 Installation view of <DAC Slide>

 Danish Architecture Center Photo: 

Kontraframe © Danish Architecture Center




당대의 건축가가 전시와 연계된 출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출판물은 그들의 전시가 그러하듯 두께가 두꺼운 커피 테이블 북부터 두께가 얇은 중철 제본 책, 아티스트 북의 형식 모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룬다. 건축가 특유의 협업 친화적 성향은 기록물의 유형과 형식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준다. 예컨대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계한 편집, 조각가나 회화 작가의 잴 수 없는 모형과 스케치는 건축가의 시점을 통해 반복 가능한 이미지, 제어 가능한 형태,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구조체로 탈바꿈한다. 예술 전시를 위한 협업의 과정과 결과는 때때로 건축물보다 건축적이기에 흥미롭다. 예술적 건축 활동이 아닌 건축 그 자체를 예술 활동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으로 당대 건축가들의 일상은 작은 혁명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를 위해 모이는 수많은 시선과 손길을 통해 혼자라면 결코 그릴 수 없었을 생경한 풍경을 매우 구체적 표현으로 목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온전한 건축물이 아닌 상태이기 때문에 비로소 시도할 수 있는 미래의 건축이다.

 

[각주]

1)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J. J. P. 아우트(J. J. P. Oud),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레이먼드 후드(Raymond Hood), 리처드 노이트라(Richard Neutra), 조지 하우(George Howe), 윌리엄 레스카즈(William Lescaze) , <현대 건축국제 전시회(Modern Architecture: International Exhibition)>, 1932.2.9-1932.3.23, 뉴욕 현대미술관(MoMA)

2) “이를테면 예술가가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면그가 수십 년간 축적한 것을 잔뜩 모아야 겨우 공간과 전람회의 밀도가 완성됩니다하지만 건축가가 공간 구성을 하는 경우경험이 없어도 꽤 쉽게 완성도가 높은 공간을 만들 수 있죠그것은 그야말로 건축이 지닌 ‘전투 능력의 결과입니다.”, 구마 겐고『나건축가 구마 겐고』민경욱 옮김안그라픽스, 2014, p. 37

3) https://openers.jp/design/design_features/5503

4) http://www.massstudies.com/about/about_KR.html 



글쓴이 정현은 홍익대학교에서 목조형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과 출판을 아우르는 프로젝트 초타원형(SUPERELLIPSE)을 설립하여 미술가, 사진가, 음악가, 게임 제작자, 그래픽/제품 디자이너 등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 교수이다.


 


 

Installation view of Christian Kerez

 <Incidental Space> Switzerland’s Pavilion from 

Venice Biennale of Architecture 2016 Photo: Oliver Dubuis

 




Special feature Ⅱ_ 큐레이팅과 건축

방법론으로서 건축 큐레이팅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2019년 초 나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건축 큐레이팅 워크숍(이하 CAW)’이라는 이름의 연구 세미나를 시작했다. 정림건축문화재단 주최로 이뤄진 이 세미나는 건축과 큐레이팅의 관계와 실천을 공론화했던 1차와 2도시 큐레이팅’, 3전시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이어졌다.1) 건축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다양한 분들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는 건축 큐레이팅과 관련한 유의미한 대화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나는 정림건축문화재단의 김상호 실장과 첫 번째 세미나 내용을 기반으로 만든 책 『건축, 전시, 큐레이팅』을 기획 및 편집했다. 지난해 여름 출간된 이 책에는 본 특집에도 참여하는 배형민 교수, 건축가 정현을 포함해 역사학자, 큐레이터, 건축가, 편집자, 시각문화 연구자, 그래픽디자이너의 글이 실려 있다


1년 만에 절판된 이 책의 서문 마지막에 나는 아래와 같이 썼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한 역사적이거나 이론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니다. 미술사 기반의 큐레토리얼 이론을 탐색하는 책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간 기획에 무언가를 보태려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건축과 큐레이팅이 만나 만들어지는 중간지대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촉발되는 의미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건축 큐레이팅은 그간 건축계와 미술계 어느 지대에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주변부에 가까웠다. (...) 건축을 매개로 일을 만들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 책이 각자의 실천 도구로 유용하게 쓰이기 바란다. 기획이란 원래 누군가를 위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 판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2)





()공간 광명돔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책을 만들고 1년이 흐른 지금, 서문에 쓴 대로 이 책이 발간 목적을 온전히 달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책 제목을 달 때나 지금도 건축, 전시, 큐레이팅은 온전하게 붙지 않는 말들로 보인다. 책 제목에 연결된 단어나 문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낱말을 병치한 까닭도 이 때문이었다. 여전히 건축 전시, 건축 큐레이팅은 건축계와 미술계 모두의 내부가 아니라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부문 학예사로 들어와서 일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미술계와 건축계 양쪽에서 비슷한 의구심과 질문, 청탁을 받는 것도 여전히 건축 전시나 건축 큐레이팅이 모호한 의제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 큐레이터로서 계속 이 영역의 말하기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이제 건축 큐레이팅은 건축이 되거나 혹은 미술이 되기를 희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에 남기를 자처하는 것으로 제 역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 지난 CAW 세미나는 공공미술관 큐레이터로서 내가 현장에서 지켜본 것들과 건축 큐레이팅에 대한 고민을 점검하고 지난 실천을 일단락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반면 이 원고를 쓰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제 건축 큐레이팅은 건축의 큐레이팅이 아니라건축 큐레이팅이라는 방법론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카이브라는 건축의 은신처


지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미술 제도에서 건축은 전시 가능한 물질적 대상이자 분과 차원의 장르가 되기를 원했다. 미술관에서 본 건축 혹은 미술사와 큐레이팅 관점에서 실행한 연구와 전시 등 학예 실천은 본래 건축이 가지고 있는 수행적이면서도 복합적인 가능성을 한편으로 축소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가능성을 벌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기까지, 자연스레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전과 달리 최근 10년간 활발히 생산된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전시와 미술관 바깥에서 열린 건축비엔날레나 갤러리 전시를 통해 건축 큐레이팅의 경험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대체로 건축가가 직접 큐레이터와 전시 디자이너로 자신의 전시를 꾸리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전시 전문가들과 협업한 비평적 작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때의 건축 전시나 행사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건축이라는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기획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나 역시도 미술관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집중했던 것은건축이라는 미술관 분과의 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건축 큐레이팅에서 건축은 형식적 방법론이라기보다는 내용이었고 건축 소장품, 건축 아카이브와 같은 물질적 혹은 매체적 차원에서 건축을 재현하는 대상들을 수집하고 연구함으로써 생성되었다. 미술관 역사에서 건축 분과는 존재감이 부족했을 뿐 부재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건축은 당당히 미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국전의 대행기관으로 탄생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체계에도 건축은 1979년부터 분명한 제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이충기 가나안교회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하지만 이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서 건축의 시간은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말대로누적되는 발전의 시간이라기보다 언제나 미처 예측하지 못한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시간에 가까웠다.”3) 건축 전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행되기보다 이른바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말한 건축의 전투 능력4) 혹은 문제해결 능력을 앞세워 미술관의 긴급한 요청을 해결하고 무대 뒤로 퇴장하는 것에 가까웠다. 미술관의 핵심 기능인 소장의 경우 건축 소장품은 2019년 연말 기준으로 11점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빈약하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를 통해 쌓아온 건축 분과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면, 전시와 매개된 아카이브 수집일 것이다.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전에 일부 선보인 건축가 정기용의 방대한 양의 실물 아카이브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개소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건축가 이타미 준(Itami Jun), 김종성 등을 비롯한 건축가 컬렉션과 건축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건미준)과 같은 건축 집단의 아카이브, 박길룡 국민대 명예교수의 연구 자료 아카이브 등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기록들은 역동하는 우리 현대사와 시각문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귀중한 증거가 되었다. 건축은 이처럼 미술관에서 조금씩 아카이브라는 안전한 은신처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건축에 친 괄호의 의미


이러한 물리적 자료의 수집과 유관 기관의 연구 성과를 간결하게 선보인 전시가 최근  열린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서울역사박물관, 목천건축아카이브, 김중업건축박물관 등 유관 기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협력하여 국내 건축 분야의 학예연구 성과를 드러낸 전시였다. 전시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들이 2010년 이후부터 아카이브 수집, 전시 기획 등 건축 큐레이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거나 이를 목표로 개관했다. 이 전시는 이렇듯 건축 관련 실물과 자료를 수집하는 기관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르게 말해 10년 전이라면 구상 자체가 불가능한 전시였다. 이처럼 지난 10년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건축 분과의 물질적인 토대와 자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전시 제목이 <모두의 (건축) 소장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건축앞뒤로 친괄호는 몇 가지 질문을 상기시켰다


장 먼저 떠오른 것은이 전시는 미술관이라는 기존 제도에 건축이라는 분과로서의 자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인가아니면건축을 매개 삼아 새로운 인식과 분류 체계를 미술관 제도에 요청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기획 의도와 전시 구성에서는 이 두 가지 의도가 혼종되어 있고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이 있었다. 전자의 경우 건축 앞에 친 괄호는 따옴표처럼 기능하여 매체 분류의 의미로서 건축을 강조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괄호 친 건축을 소거하고 건축과 소장품 사이의 경계 혹은 간극을 지우는 일이다.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이 보여주듯이 대체로 재현의 대상을 수집할 수밖에 없는 건축은 창작뿐만 아니라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파편을 수집의 영역으로 포함한다. 이는 사물과 작품의 관계, 미술관이라는 제도 속에 존재하는 작품의 분류 체계에 의구심을 동반한다. 구겐하임 뮤지엄(Guggenheim Museum)의 가변매체 네트워크(Various Dimension Network)의 연구처럼 매체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소장품 분류 체계의 인식을 형성한다면 건축은 미술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러한 사유의 자리에서 건축은 단순히 건축() 전시나 건축() 큐레이팅에 붙은 명사 낱말로서 건축은 아닐 것이다.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전시 전경 2017.9.1-2018.2.18 

사진: 김진솔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큐레이팅이 마주한 시간


물질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건축하기에 가까운 수행적이고 실천적 측면에 주목하는 건축 큐레이팅은 미술관 제도에 비평적 질문을 동반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소장품 체계를 재고찰하는 일이거나 파빌리온과 같은 대형 설치 프로젝트가 야기하는 전시 운영의 새로운 활용 방식을 고민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작품과 기술의 관계를 읽기 위해 건축 생산 네트워크를 살피는 것일 수 있다. 건축은 미학적 대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이룬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탄생하는 태생적 속성을 가지기에 건축 큐레이팅은 지금보다 더욱 넓은 지평을 생산할 수 있다. 건축 큐레이팅이 건축의 큐레이팅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방법론이 될 때 건축은 미술관 안에서 미술이 되길 애쓰지 않고 오히려 고유한 자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난 10년간 미술관과 유관 기관, 개인들이 노력해온 건축 큐레이팅의 성과가 건축 아카이브 구축을 중심으로 한 분과 영역 만들기였다면 이제 건축은 형식적 의미로서 미술관이 대면하는 새로운 의제들에 대응하는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방법론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팬데믹 시대는 특히나 건축이 할 수 있는 여러 실천 과제들을 열어젖힌다


물리적인 공유 경험을 전달하는 미술관에 총체적인 변화가 요청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미술관이 어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온라인미술관이 대체할 수 없는 미술관만의 고유한 경험을 재인식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무력하게 문을 닫아버린 공공공간의 책무를 미술관에 다시 부여하는 일이 필요하다. 안규철 작가의 말처럼 관람객을 받을 수 없는 기간 동안 미술관 공간에 대한 의미를 재규정하거나미술관이 미술 감상과 소비의 장이라는 규정을 넘어 창작과 생산의 공간”5)으로 태어나는 대안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데건축은 힘을 줄 수 있다또한 이러한 지점들을 단순히 포스트 코로나라는 문제의식에만 한정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여러 미술기관들이 이미 처한 건축물의 생애 주기와 관련하여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국내 미술기관들은 대체로 이제 건립 20년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건축물의 생애 주기에서 30년은 죽음 혹은 새로운 탄생의 분기점이다. 30년이 도래하기 전 한국의 미술기관들은 노후를 위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러한 타임라인을 점검하는데 건축 큐레이팅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반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술관은 건축 큐레이팅이라는 방법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최문규 쌈지길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경우 1986년에 개관했으니 30년이 이미 지났지만,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와 같은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30살이 된 그해 작품과 건축물의 생애 주기를 점검한 적이 있다.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의 일환이었던 <공간 변형 프로젝트: 상상의 항해>와 같은 작업은 완벽한 해체나 재건축과 같은 일반적인 건축 행위가 아니라 큐레이팅 관점에서 공간을 재구성하는 시도였다.6) 1995년 개관한 아트선재센터도 2015년에 <건축과 전시 / 전시로서의 건축>과 같은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건축의 리듬과 전시의 시간 구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과 연구를 선보인 바 있다.7) 한편 2002년에 재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2005년에 용산으로 이전, 신축한 국립중앙박물관도 20년을 곧 맞이하며 건물의 생애 주기와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점진적이고 새로운 상황들을 대면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미술관의 다른 예술적 실천과 긴밀히 연결된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박물관·미술관 186곳을 2023년까지 추가 건립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미술관들은 늙어가고 새로운 미술관들은 지어진다. 이때 우리는 미술관에서 확장하는 건축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미술관이 화이트 큐브의 형식에서나르시시즘의 무한한 발현의 장”8)이 된 지금 전과 다른 공간적 맥락과 배치가 요청되는 것도 미술관과 건축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이끌고 있다. “문화산업과 정체성 정책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중문화”9)와 대결해야만 하는 미술관은 어떤 건축적 전략을 통해 자기 자리를 만들 것인가? 미술관과 건축은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가 힘을 잃은 지금 시대에 무엇으로 다시 조응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 건축은 어떻게 미술관에 유연히 미끄러지며 큐레이팅 방법론으로 기능할 것인가? 건축은 이제 미술관에서아카이브라는 안전한 집(domus)을 버리고 다시금 자기만의 집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는 시간이 지금 건축 앞에 놓여있다고 나는 믿는다.  

 

[각주]

1) CAW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정림건축문화재단 홈페이지(www.junglim.org) 포럼 참조

2) 정다영「서문공동의 판을 만드는 일」『건축전시큐레이팅』마티, 2019, p. 9

3) 윤원화「문서를 재생하기미술관에서 건축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국립현대미술관, 2017, p. 268

4) 구마 겐고『나건축가 구마 겐고』민경욱 옮김안그라픽스, 2014, p. 37

5) 온라인 좌담회 ‘라운드 테이블코로나 시대의 미술관’ MMCA뉴스레터 2020 7 2일 자

6) 자세한 내용은 동명의 전시 도록 참조정다영 외『공간 변형 프로젝트상상의 항해』국립현대미술관, 2016

7) 자세한 내용은 동명의 출판물 참조니콜라우스 히르쉬(Nikolaus Hirsch), 미헬 뮐러(Michel Müller), 『건축과 전시 / 전시로서의 건축 새로운 아트선재센터』사무소, 2015

8) 테리 스미스(Terry Smith), 「수집왜 지금이 중요하며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근현대 미술관의 과제」『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국립현대미술관, 2019, p. 158

9) 도미니크 풀로(Dominique Poulot), 『박물관의 탄생』김한결 옮김돌베개, 2014, p. 17



글쓴이 정다영은 건축, 디자인, 시각문화, 아카이브를 매개로 한 전시 기획과 연구를 하고 있다. 2018베니스 건축 비엔날레한국관 공동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기획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 <보이드>,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등이 있다.

 

  


조민석 부티크 모나코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Special feature Ⅲ_ 건축과 아카이빙

해체, 창작, 재구성: <모두의 건축 소장품>과 건축 수집의 논리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건축을 왜, 어떻게 수집하는가? 건축 아카이브는 미술관과 박물관 제도 속에서 어떤 위상을 갖는가? 건축 소장품은 문화재인가, 예술작품인가, 유물인가? 2020년 봄과 여름, 전시 <모두의 건축 소장품>이 던졌던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 “해체, 창작, 재구성이 바로 전시의 기획 방법론이자 내용이었다. 건축은 어떻게 수집되는가? 건축 수집을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해체라고 생각한다. 건물, 과정, 또는 개념. 건축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것이 해체될 때 수집의 가능성이 시작된다. 물론 집 전체가 소장품이 될 수도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한때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박물관 관람객의 방문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건축의 특정한 시공간이 박제, 보전된 것이다. 건물이 해체될 때 거의 모든 경우 소실이 되고 만다. 전쟁, 재난, 개발로 인해 건물이 헐렸다는 뜻이다. 건물이 해체될 때 그 일부분이라도 수습하여 보전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역사적인, 문화적인 가치 판단에 근거한 건축 소장 행위가 있어야 한다. 


건축의 해체는 건물의 물리적인 분해라는 직설적인 의미와 함께 통합적인 과정과 지식으로서 건축을 분석적으로 착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건축을 해체한다는 것은 복잡다단한 그 활동을 몇 가지 단계로 나누는 일이고, 건축과 관련된 개념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렇게 건축을 과정과 관계로 해체할 때 건축 수집의 대상으로서 건축의창작행위를 발견하게 된다. , 새로운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여러 파생물이 건축 수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건축주의 의지를 담아낸 주문서, 건축가의 스케치, 설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스터디 모형과 디지털 파일, 시공도면, 시뮬레이션을 위한 1:1 목업, 이렇게 여러 주체가 생산하는 다양한 스케일의 사물들이 수집될 수 있다. 이러한 파생물들은 일상적인 건축 과정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해체된 건축 부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버려지고 만다. 건축 부재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역사적인 판단과 사회적 의지가 있을 때 건축 아카이브, 또는 컬렉션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토마스 코울(Thomas Cole) <제국의 흥망 (파괴)

(The Course of Empire (Destruction)> 

1836 © New York Historical Society




<모두의 건축 소장품>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건축의 창작, 해체, 수집 행위가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역사의 차이는 곧 건축의 차이며 건축 수집의 차이로 이어진다. 건축 수집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소장품은 아마도 엘긴 마블(Elgin Marble)이라는 이름으로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옮겨진 파르테논(Parthenon)의 조각상일 것이다. 파르테논은 물론 세계가 칭송하는 서양 고전 건축의 대표작이다. 아테네의 전성기였던 기원전 5세기 승전의 기념으로 지은 신전이지만, 아테네의 힘이 약해지면서 긴 세월 여러 지배자의 손을 거쳐 파손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모습은 1687년 오스만 제국(Osman Empire/Ottoman Empire)하의 아테네가 베니스 왕국의 공격을 받는 중 화약고로 썼던 내실이 폭발한 결과다


그 이후 1803년 영국의 귀족 토마스 부르스(Thomas Bruce) 엘긴 경이 박공과 보의 조각들을 뜯어가 영국박물관의 하이라이트가 되고 말았다. 1980년대 초부터 그리스 정부는 영국으로부터 조각상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조각의 모습이지만 파르테논을 이루었던 건축 부재들이다. 페리클레스의 아테네만이 아니라 제국주의를 거쳐 동시대를 말하는 문명사의 단면들이다. 영국박물관으로 옮겨간 파르테논 조각상에서 볼 수 있듯 근대적 의미에서 건축 수집은 19세기 유럽 박물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제국주의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서구의 박물관들은 서양 건축의 전통과 발전주의 역사관을 기반으로 건축 수집을 해왔다. 발전의 역사관은 찬란한 건축이 우뚝 서고, 전쟁과 재앙, 시대의 변화로 무너지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기획하였다. 동서양 대부분의 박물관이 여전히 전제하고 있는 이러한 시공간적 구도를 통해 서구는 건축의 과거, 현재와 미래의 규범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인류 문명사의 이미지를 재구성하였다.





영국박물관 엘긴 룸

(British Museum Elgin Room) 1923




우리나라도 많은 소중한 건축이 외세에 의해 파괴되었고 스스로 헐어 없애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정책에 의해, 한국전쟁 폭격에 의해, 그리고 1970년대 이후 도시재개발의 폭력에 의해 많은 건축 자산이 소실되었다. 근대기의 한반도는 영국의 입장이 아니라 그리스와 같이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이런 해체와 재구성의 역사를 겪었다. 더구나 근대 이전 한국과 동아시아의 건축은 서양 석조건축의 전통과 달리 목조 구법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목조 건축은 석조 건축에 비해 소멸, 수리, 신축의 리듬이 빨라 보전과 소장 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식민지 시대를 관통한 후 숭례문과 석굴암을 수리하고 문화재관리국이 설립되었던 1960년대 초를 건축 수집의 한 기점으로 볼 수 있다. 수십 년간 급속한 성장으로 많은 건축 자산이 소실된 이후 21세기 들어서 비로소 건축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전시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전통건축수리기술 재단, 목천건축아카이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김중업건축박물관, 서울기록원, 기흥성 뮤지엄 등)들이 지난 10년 사이에 설립되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모두의 건축 소장품>에 선보인 전통 건축 부재들의 전시를 위해 긴밀하게 협업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2017년에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의 기관이다. 대형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등을 갖추어 전통 건축의 해체, 보수, 복원 과정에서 수집되는 부재들을 체계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의 설립 자체가 변해가는 한국 건축 수집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가 도시건축박물관의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건축 수집의 통시적인 흐름과 공시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의 취지였다. 


물론 방대한 동서양의 건축 문명과 그 수집 양상을 작은 전시로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을 전시 경험으로 집약할 수 있는 큐레이팅이 필요했다. 해답은 벨기에영사관 그 자체를 한국 건축 수집의 역사적인 배경으로, 그리고 공간적인 대상으로 발상하는 것이었다. 벨기에영사관은 1905년 명동에 지어져 본래의 목적으로 5년 정도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 수십 년간 군사 시설, 유흥시설, 은행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다가 1980년 우리은행이 건물을 사들여 본사 사옥을 지을 계획이었다. 서울시와 협상 끝에 옛 건물을 현재의 남현동으로 이축하게 되었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사용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제국주의, 식민지, 도시 개발, 혼종 문화의 경험을 담은 구벨기에영사관, 남현동에서 그 존재 자체가 해체와 재구성의 현장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낯선 서양 고전 건축, 그리고 1980년대 초 이축 과정에서 수습된 인테리어 석고 부재들을 전시의 대상으로 삼았다. <모두의 건축 소장품>은 미술관 전시인 만큼 설명을 피하고 건축의 사물들이 가진 힘에 기대기로 했다. 그것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사물의 힘이며 건축 소장품에 내재한 힘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망라한 건축의 편린들이 펼치는 낯선 풍경을 만들어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건축 수집의 지평을 조망하고자 했다.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 

이미지 제공: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모두의 건축 소장품>은 창작과 해체라는 건축 수집의 논리에 따라 두 개의 영역을 준비하였다. 1전통 건축, 사물의 편린에서 건물에서 분리되어 건축의 한 부분으로 소장된 전통 건축의 부재와 구벨기에영사관 이축 과정의 잔여 부재들을 하나의 전시 풍경으로 펼쳤다. 화재의 비극을 이겨낸 숭례문, 이축하면서 소실된 줄 알았다가 되찾은 운현궁의 사랑채 아재당, 수려한 나주 불회사 대웅전, 웅장한 불전 법주사 대웅전. 이런 소중한 국보와 보물의 기둥, 공포, 서까래, 잡상 등, 해체, 수리, 이축, 복원의 과정에서 수집된 실물 부재를 한국 목조 건축의 구축 논리에 따라 선별하였다. 구벨기에영사관의 고전 건축 부재들과 비교 병치하여 서양 고전 건축과 이질적인 건축 수집의 조건을 조명하였다. 


2건축 현장, 창작의 흐름에서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창작 과정,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건축 수집의 대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건축은 그 어떤 한 사람이 한순간에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건축주, 건축가, 구조전문가, 설비와 기계 전문가, 조경가, 재료전문가, 관료, 건설자, 감리자, 디자이너, 예술가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협업한다. 발상과 계획에서부터, 설계, 시공, 사후 관리, 해체의 여러 단계에 걸친 종합적인 창작 과정이다. 건축의 과정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2층 전시실을 공간의 흐름에 따라 설계 사무소로 재현하였다.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했던 정소익의 탁월한 발상이었다. 전시공간을 따라 건축 수집을 하는 우리나라의 15개 기관과 40여 건축가와 사무실이 제공하는 기록과 아카이브를 살펴보면서 근대 기계 생산 체계에서부터 현재 디지털 방식에 이르기까지 건축 설계의 현장을 시대별, 과정별로 경험하도록 하였다. 그 흐름 속에서 생산되는 그림, 도면, 문서, 모형, 영상, 그리고 각종 도구와 해체된 조각, 시공을 위한 견본 등 모든 결과물이 수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숭례문 화재 사진

 2008.2.11 사진: 최광모 © Kwangmo 




이제 우리나라는 건축 수집을 체계적으로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모두의 건축 소장품> 5년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한 전시였다는 뜻이며, 한국의 건축아카이브가 현재 진행형의 현안이라는 뜻이다. 전시는 생소한 건축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자료실이란 전시 영역을 마련하였다. 국가기록원의 기록물 관리 표준을 비롯하여 해외의 관리 현황, 민간 재단인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아카이브 관리체계, 국립현대미술관과 김중업박물관의 도록 등을 소개하였다. 또한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건축 아카이브의 대상, 관리 현황, 그리고 소장 공간과 도구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건축의 수집, 보전, 전시에는 아직 많은 이슈가 산재해 있다


물리적인 환경이 주된 관심인 건축 아카이브에서는 기록 관리학 분야에서 인정하는 기록물은 물론 건축 행위 이전의 기록, 설계 초기 단계의 스케치, 중간 단계의 미완성 도면, 최종 단계의 시공 도면, 업무상 또는 개인적인 서신, 사진, 모형, 매체와 출판물 등 건축 행위를 포괄하는 사물을 포함하기 때문에 문서 아카이브보다 복잡한 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많은 부재와 사물들은 스스로의 위상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나 예술작품이 아니며, 박물관의 유물도 아니다. 전시된 전통 건축 부재들은 대부분 문화재의 일부였으나 해체된 부재로서 문화재가 아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운현궁 아재당의 부재들은 아재당이 복원되면 다시 건물 일부가 될 예정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현재 갖고 있는 컬렉션, 아카이브, 유물의 분류 체계보다 정교한 관리체계와 전시의 운영 방식을 탐색해야 한다.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시 전경

2020.4.16-2020.8.2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지금은 건축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이다. 아카이브가 당대를 투명하게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기술, 경제, 환경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건축과 그 수집에 대해 근본적인 숙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건축 소장품이 언제나 불완전한 단편이라는 점이다. 온전한 건물의 부재도 건물의 수리와 해체 과정에서 훼손되고 혼종된다. 한 건물과 관련된 모든 스케치와 도면들을 모아 아카이브에 체계적으로 보관을 하더라도 건축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편의 힘은 바로 이런 불완전함에 있다. 단편은 완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편을 모으고 재구성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과거와 미래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글쓴이 배형민은 역사가, 비평가, 큐레이터이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하고 MIT에서 건축역사이론비평으로 건축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국내외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초대 총감독을 역임했고,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한국관 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표 저서로 『The Portfolio and the Diagram, 『한국건축개념사전』, 『감각의 단면 : 승효상의 건축』, 『아모레퍼시픽의 건축』, 『의심이 힘이다』, Imminent Commons』 등이 있으며 현재 사물생태계의 입장에서 건축과 환경을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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