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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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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omen Artists

변화를 갈망하고 자기실현 욕구가 강렬한 작품들이 집결했다. 아시아 특유의 전통과 현대 사이의 문화적 간격이 변화의 소용돌이를 가속시킨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10개국 스물 네 명의 여성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보다 구체적인 주제와 타이틀로 접근하는 근래 보기 드물게 ‘아시아’, ‘여성’이란 대명제를 앞세운다. 누군가 “전시에 매우 특수한 여성들이 집결했는데, 제목에 명시한 명제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물었다. 그 질문에 전시는 이렇게 대답한다.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이 사례들이 당신이 간과했던 ‘아시아’ 그리고 ‘여성’이다”라고.
● 기획·진행 정일주 편집장

조숙진 '의자' 2009 나무의자, 오일, 조명 가변설치 설치 전경 사진: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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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Ⅱ-

여성! 아시아! 미술?_정일주

 

SPECIAL FEATURE -

국제 여성미술 컨퍼런스_이가진

 

 


정강자 <자화상> 1996-2006 

캔버스에 유채 130×96cm

 




Special feature -

여성! 아시아! 미술?

● 정일주 편집장

 


82년생 김지영』의 인기가 뜨겁다. 여자라면 세대를 넘어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진 소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동그랗게 모여 앉아 주고받을 말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 세상의 반인 여자들, 대한민국 여성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할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생산하게 만든다. 60년대 태어난 오미숙 씨가 살아온 인생과 80년대 생 김지영이 살아온 인생이 별다르지 않음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이후 세대 여성의 삶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때문에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고, 많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란다”는 어쩌면 당연한 작가의 주장이 새삼 여성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공기와 물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던 것에서 중요한 본질을 깨달으려 노력하는 이때, 특정하고 보편적이지 않은 여성에 관심을 기울인 기획이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아시아현대미술전’ 일환으로 기획한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엔 남성으로 살다가 여성으로 변모한 작가(퓨피루(Pyuupiru))와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침대를 만들어 모순과 갈등, 아픔을 드러내는 작가(디타 감비로(Dita Gambiro))가 있다. 베이징의 섹스 워커들이 마치 전투에 나가는 병사처럼 준비하는 과정을 화장실 구석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도 있고, 레즈비언으로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한 이(레만 세브다 다리지오을루(Leman Sevda Daricioglu))도 있다. 우리 주변의 학교선배나 회사동료, 또는 언니와 동생 같은 평범한 여성은 없다. 그래서 이 기획은 시작부터 많은 의문을 낳았다.





추이슈원(Xiuwen Cui) <숙녀의(Ladys)> 

2000 싱글채널비디오 625 





모순과 갈등 그리고 아픔이 쉴 새 없었던 아시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성장했다. 그리고 여성 작가들은 나름의 시선으로 그 변화의 과정에서 돌출된 문제를 성숙하고 독자적으로 작품에 드러내 왔다. 그 중에는 여성 전체를 대변하는 작품도 있으나 아주 개별적으로 표출되는 작업들도 있는데 보다 센 화면이나 자극적인 퍼포먼스로 발현되는 작품들은 여성에 관한 관심을 극적으로 끌어낸다. 이렇듯 좀 다른 관점에서 본 여성미술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총망라한 전시가 바로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인 셈이다. 참여작을 설명하면, 우선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작가 조숙진은 60여개의 버려진 의자들을 손질하여 작품으로 전환시켰다. 공간의 벽을 보고 놓인 의자들은 명상적이며 동시에 물질적이라 의자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손질한 작가의 태도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무의자는 수년에 걸쳐 길거리나 벼룩시장 등에서 수집한 것인데 각각의 의자는 그 자체의 사연과 기억, 의자를 사용했던 사람의 시간과 공간적 감성, 존재의 흔적을 담은 것이다


작가의 기억과 파편적 인상을 통해 마치 흐르듯 형상화된 <의자>는 관람객을 등지고 조명을 응시하며 각자에게 남아 있는 디테일한 기억들을 환기시킨다그런가하면 한국 여성작가를 대표하는 윤석남은 <화이트 룸Ⅲ>을 완성했다. ‘어머니’를 모티브로 여성성, 생태 등 주제를 조형언어로 시각화하는 윤석남은 ‘사람이 죽으면 빛으로 남지 않을까’란 생각에 이르렀고 투명한 크리스털과 돌 등으로 흰색 빛을 표현했다. 거기에 어머니를 형상화 한 한지 작업을 정면에 배치하고 옅은 분홍과 흰색이 섞인 꽃으로 어머니를 추모한다. 한국 전위미술의 기수였던 정강자의 여성적 삶과 사회성을 그린 회화 작품도 선보인다. <멕시코 화병>,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등 화려한 색채와 과감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유화에서는 작가가 삶을 대했던 방식과 어떤 고민과 제약도 툭툭 털어버린 해탈이 느껴진다.





고등어 

<dear, dear future, 다시 오랫동안 나를 안아주기를

2014 종이에 혼합재료 63.6×93.9cm





1955년생 중국작가 궈전(Zhen Guo)은 전시장 첫 발길이 닿는 곳에 작품 <샌드백>을 설치, 주목을 끈다. 권투 선수의 샌드백을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가장 엄격하면서도 체계적인 폭력의 상징’으로 놓고 여성을 상징하는 젖가슴을 교합해 공공연하면서도 은근한 통제, 제한, 지시 등 여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을 보여준다. 하얼빈 출신의 추이슈원(Xiuwen Cui)은 성매매 종사자들을 주인공으로 영상과 그림을 완성하는 작가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실제 인물들’이 2-3개의 큰 거울을 통해 비쳐진 모습을 작가는 몰래 카메라로 캐치한다. 화장실은 기능과 공간상 같은 성(sex)의 사람들이 쓰도록 되어있는 ‘공용’의 장소다. 그는 거리에서 일하는 여성 접대부들을 보기 위해 그곳에 카메라를 설치, 고정했다. 이들은 거울을 보면서 개인 용무를 보며 마치 전선에서 뛰어들기라도 하듯, 화장실 밖을 나선다


인쇄된 사진과 네온 불빛을 바탕으로 설치된 <외국의 하얀 안개>는 독일 손톱관리실에서 일하는 베트남 여성 이민자들과 함께 만든 응우옌프엉린(Linh Phuong Nguyen)의 장기 프로젝트이다. 작품 제목은 베트남 노래 제목을 각색한 것인데, 패전 이후 보트를 타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간 사람들 뇌리에 박힌 조국의 안개를 뜻하는 것이란다. 그는 존재하지만 결코 다시 볼 수 없는 비물질을 통해 자국인들이 공유하는 아픔을 드러낸다. 서양화가 차유림은 우리사회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작품의 화두로 삼는다. 자신의 입장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성의식을 함축해 표현하는 것이다. 여성의 신체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 동시에 여성의 진정한 자아확립과 주체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는 여성의 성적, 신체적 모든 기능을 나타내는 노골적인 이미지를 결합한다. 사진, 한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젠더와 생물학적 성, 개인의 몸 등에 대해 고정된 관념에 도전하며 대안적 여성을 주제로 던진다.





김설아 <눈물그 건조한 풍경

2017 종이에 아크릴릭 

280×260cm   설치 전경 사진서지연 





이번 전시엔 여러 세대가 참여했는데, 상대적으로 가장 후배인 안준은 아슬아슬한 경계에 선 자신의 모습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존재의 가치를 환원한다. 여리고 젊은 여자가 화면 중간에 있다. 그런데 가만, 그가 붙잡고 선 곳 혹은 올라앉은 장소는 높고 위험한 곳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작가는 도시의 고층 건물이나 절벽의 경계에 놓인 자화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연사 모드의 셀프타이머를 설치한 채 메모리카드가 다 찰 때까지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자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사진에 담는 것. 작가는 촬영된 사진 중 실제 자신이 경험한 공포가 아닌 평화, 경쾌함 등 실제 문맥과 반대되는 한 장의 사진을 선택한다. 대체로 퍼포먼스를 찍은 사진이 기록적 역할을 한다면, 작가는 이를 전복시켜 실제 퍼포먼스와 전혀 다른 사진을 내보임으로써 관계를 역전시킨다. 그는 경계에 있는 젊은 여성, 즉 자신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전시엔 많은 작가와 작품이 선보인다





안준 <자화상> 201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52.4×101.6cm




이 전시가 오픈하기 이전 미술관 내부의 갈등이 폭발했고, 앞서 말했듯 타이틀에 적시된 ‘아시아’, ‘여성’이란 대명사가 과연 이 전시 제목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지적한 적지 않은 이들 덕분에 전시는 본의를 넘어 더 화제를 끌었다. 결국, 애초에 과감한 기획과 달리 여성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성()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은 국내외 작가를 막론하고 빨간 방에 갇혔다. “예술 작품이라 하지만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미술관의 공익성을 위해……(중략) 개방적인 사회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들이 많아 ‘19금’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이동시킨 것”이란 미술관의 설명과 함께 색다른 디스플레이로 전시는 완성됐다. 미술관 취임 후 ‘아시아현대미술전’이라는 큰 주제로 젊은 작가들과 여성 작가들을 조망해 온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퇴직했다. 그가 전달하려 했던 기획,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가십과 갈등 속에 ‘전시가 뭘 말하는지’, ‘각 키워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한 물음으로 고스란히 관람객에게 넘겨졌다. 다시없을 이렇듯 독자적인 전시를 부디 놓치지 말기 바란다.  




고보연 

<켜켜한 여성의 시간> 2017 재생천, 재생종이,

, 바느질 가변설치 설치 전경 사진: 서지연





Special feature -

국제 여성미술 컨퍼런스

2017.9.2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어울마루 국제회의장

● 이가진 기자

 


전북도립미술관이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을 준비하면서 전시만큼 공들인 행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우리에게 아시아 여성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아시아 여성미술의 현황과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한 ‘국제 여성미술 컨퍼런스’다. ‘독서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 독서대전>이라는 행사가 한창이던 9월의 첫 토요일,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 일대는 햇살을 만끽하는 주말의 나들이객 인파까지 몰려 말 그대로 잔치 분위기였다. 소란 속에서도 차분하게 시작된 컨퍼런스에는 작가, 기획자, 컬렉터, 학생, 언론인 등이 모여 과연 저들이 말하고자 하는 ‘아시아’ 그리고 ‘여성미술’은 어떤 모습인지 파악하고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로 구성된 발표자들은 모두 여덟 명. 그중 셋은 관련 내용으로 발제를, 다섯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오간 내용을 전한다.

 




왼쪽부터 윤석남레만 세브다 다리지오을루

부블리 바르나





한국 | 윤석남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시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흔히 ‘여성미술의 대모’라는 수식으로 소개되는 작가 윤석남은 첫 번째 연사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여성주의 미술’이라는 전시의 주제이자, 지속해서 반복되는 이 단어를 두고 “장황한 설명이 요구되고, 그 설명 또한 각양각색”이며 “때로는 당황스러운 오해를 불러오기도”하는 상황에서 “많은 작가들이 여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해 오고 있지만, 그 형태는 정말 다양하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그는 거시적인 담론보다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족적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말을 한다는 인상을 줬다. 이야기의 시작은 1979 4월 시작한 작가 활동. 그 계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하나의 질문,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붓을 들었을 때의 고민과 생각, 그리고 ‘어머니’라는 형상과의 만남으로 열 수 있었던 첫 개인전 <어머니>를 계기로 시작된 다른 여성 작가들과의 교류를 ‘10월 모임’과 ‘여성과 현실’처럼 자신이 몸담았던 그룹으로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화이트룸(White Room )>을 선보였다. 2000년 시작한 ‘Room’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는 자신을 버린 아비의 생명을 구하고, 죽음과 생명을 가르는 곳에서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고 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바리데기 신화에 매료되어, 마치 그 줄거리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힘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윤석남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아가는 여성으로서의 ‘나’의 기록을 ‘방’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알알이 빛나는 바닥의 조각과 하얀색으로 그려진 무늬로 채워진 방은 부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무한한 공간이다. 전통 무속에서 빌려온 종이 오리기 방식으로 만든 꽃 형상은 특유의 신비감을 더했다. 발표의 말미에서 여전히 진행형인 여성미술의 진정한 의미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작업으로 지속하겠다며, 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윤석남 <화이트룸Ⅲ> 2017 

혼합재료 가변설치 설치 전경 사진서지연





터키 | 레만 세브다 다리지오을루(Leman Sevda Daricioglu)

아시아 여류화가란 제목 하에 열린 모임에 대한 생각들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터키에서 온 레만 세브다 다리지오을루였다.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차분한 내용으로 발표한 윤석남과 달리 다리지오을루는 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택했다. 무엇보다 그는 ‘여류(여성) 작가’로 규정지어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여성 화가의 비율은 3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짚어내며, 좋든 싫든 ‘여성 작가’에 대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굳이 범주화를 피할 수 없다면, 자신은 ‘퀴어 아트(Queer Art)’의 범주로 미술에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의 작업 주제와도 맞물린다. 그가 전시에 내놓은 <안녕하세요, 터키에서 온 여류화가 레먼(Leman)입니다>라는 영상 설치작업은 상영 시간만 1시간 26분에 달한다. 작품에 직접 등장한 작가는 자신의 몸을 실체적인 캔버스 삼아 성(), 사회,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이 작업의 주석이 될 수 있는 컨퍼런스에서는 내밀한 개인사를 중심으로 터키의 LGBTI+ 운동에 가담하게 된 내력과 스스로를 ‘퀴어 아티스트’로 정의 내리게 된 배경을 풀어냈다. 보다 효과적으로 배경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2013년 ‘게이 프라이드 이스탄불(Istanbul Pride)’의 영상을 틀어 집중도를 높였다.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퀴어 이론을 접하고, 실질적인 운동 및 커뮤니티 경험과 결합하면서 그것이 스스로를 관찰하고, 나아가 여성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이미지/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심미적 탐구로부터 정치적 운동에까지 다리지오을루의 모든 경험은 ‘몸-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다져나가는 토대가 되었다.  한편 전시의 또 다른 축, ‘아시아’라는 키워드에 관해서는 “아시아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일부”라고 고백했다. 서양과 동양의 교두보로 여겨지는 터키 출신이지만, 실상 중동 너머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지가 차라리 일종의 ‘자유 공간’을 열어주기에 전시와 컨퍼런스가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부블리 바르나(Bubly Barna) 

<현대 여성의 자기 분석-2

(Self Analysis of Contem porary Women-2) 

2016 캔버스에 유채 152×183cm 




방글라데시 | 부블리 바르나(Bubly Barna)

방글라데시 여성계 및 미술 동향


우리는 과연 방글라데시의 현대미술에 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아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곳으로의 여행은 자유롭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특정하게 주어진 이미지의 일부만을 소비할 뿐이다. 방글라데시 미술은 기원전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3대 종교(이슬람, 힌두교, 불교)로부터 고루 영향을 받은 예술과 문화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만큼 가지각색의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부블리 바르나는 방글라데시의 미술과 여성계의 현재를 중심으로 요약된 소식을 전했다. ‘인도-파키스탄 전쟁’이라고 불리는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의 결과로 탄생한 이 신생국은 40여 년 동안 여성의 지위 개선을 위한 투쟁 역시 지속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 결혼, 가정 폭력, 성희롱 등의 고통에 시달릴뿐더러, 뿌리 깊은 성()차별과 맞서고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차별은 미술 작품의 주제가 되었고, 또 한 가지 주요 주제로는 ‘정체성 위기 또는 정체성 찾기(Identity crisis or Identity searching)’가 있다


바르나는 “극장 간판, 포교 전단지 그림, 이국적 형태의 일상용품 등의 도시 민속 예술이나 대중 예술이 ‘원시주의(Primitivism)’나 ‘정체성’을 광범위하게 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자신의 동료 여성 작가 타예바 베굼 리피(Tayeba Begum Lipi), 카낙 찬파 착마(Kanak Chanpa Chakma), 나즐리 라일라 몬수르(Nazlee Layla Monsur), 안네(Anne). 파르자나 아흐메드 우르미(Farzana Ahmed Urmi) 등을 호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름을 읽는 방식조차 낯설지만 이미 그들의 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이다. 특히 회화, 설치, 공연, 비디오 등 매체의 다양성은 그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바르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와 아이디어들이 등장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방글라데시 역시 작가들의 자생적 미술 운동뿐 아니라 전문 기관, 재단 등의 출현으로 독자적인 미술 문화를 만들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발표를 마쳤다.  





제이즐 크리스틴(Jazel Kristin)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I consume therefore I am)> 

2012 판넬에 혼합재료 48.26×33cm




발제의 사이사이는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업을 논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대만 출신 황하이신(Hai-Hsin Huang)은 ‘현대인의 삶에 대한 문제제기’를 큰 줄기로 삼아 이번 전시에 <죽을 정도로 즐기자>(2013), <빅토리아 시크릿>(2017) 등의 회화 작품을 출품했다. 그는 두려움, 외로움처럼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과 SNS를 통해 접하는 개인적 일상에서 포착한 특이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필리핀의 제이즐 크리스틴(Jazel Kristin)은 ‘현대사회와 소비지상주의 연관성 탐구’를 하는데, 자신은 여행과 음식을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여러분을 소모(소비)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키치적이면서 민속적인 특징을 가진 그의 오브제들이 어떤 맥락에서 제작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의 고보연이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할머니의 삶에서 느꼈던 운명, 버려지는 것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 <켜켜한 여성의 시간>과 동명의 제목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오프닝 행사에서 참여 작가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던 중국 작가 궈전(Zhen Guo)은 ‘여성의 삶과 사회성’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이고 체계적인 폭력의 양상을 젖가슴 모양의 샌드백으로 시각화한 설치 작업을 해 온 그는 공공연한 지배 구조, 통제와 제한 등으로 억압받는 여성의 삶에 어떻게 예술이 발언할 수 있는지 나름의 의견을 펼쳤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아시아 전역의 주식인 쌀 속에 묻힌 군중들의 모습으로 쌀과 생명 사이의 공생을 은유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이하윤이 ‘쌀의 여신은 누구인가?’로 메타포이자, 대상, 모티브인 재료 ‘쌀’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이처럼 국적, 나이, 언어 등의 경계를 뛰어넘어 미술이라는 하나의 뜻으로 ‘여성’과 ‘아시아’라는 표제어의 여러 빛깔을 탐색하는 시간은 거창한 담론보다는 현장에서 각자가 견뎌온 무게를 공유하는 자리에 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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