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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공공미술: 팝아트와 키치예술의 연속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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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rt Kitsch Art Continuum

팝아트(Pop Art)와 공공미술(Public Art)의 어원은 각각 라틴어 popularis 와 publicus, 즉 사람(people)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술의 다양한 흐름 가운데 유독 ‘사람’ 혹은 ‘대중’과 밀접하게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닌 장르인 것이다. 한편, 두 장르의 태동이 시기적으로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전개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역사적 상황과 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팝아트의 개념은 1958년 영국의 비평가 로렌스 알로웨이(Laurence Alloway)에 의해 소개됐으나 미술운동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 뉴욕에서이다. 공공미술의 역사 또한 1967년 영국의 도시학자 존 윌렛(John Willett)의 『도시 속의 미술(Art in the City)』이라는 저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도시정책으로 수립된 것은 1959년이며 이 또한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 걸쳐 시행되었고 뉴욕에서는 1971년에 설립된 공공미술위원회(Public Art Council)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었다. 공공미술위원회는 현재 뉴욕의 대표적인 공공미술 단체인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의 모체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그룹(Independent Group)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알로웨이가 60년대 초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의 큐레이터로 임명되고, 그의 저서 『미국 팝 아트(American Pop Art)』가 출간된 해가 1974년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공공미술과 팝아트의 시기적 교집합은 분명해진다.
● 기획 편집부 ● 글 이슬기 미술경영학 박사

'Love Park' Photo by M. Fischetti for VISIT PHILADEL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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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역사적 상황과 공간적 배경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팝아트는 1950년대를 주름잡았던 모더니즘 미술의 ‘예술을 위한 예술’에 대항하면서 전통적인 형식주의를 탈피하고  일상, 특히 광고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공공미술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공공’, 소위 모두를 위한 미술이라는 미명하에 시 정부 소유의 부지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아이러니는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서도 발견된다. 팝아트는 대중적 이미지에 집중하면서도 미술관과 화랑, 제도권에서 주로 선보였으나 공공미술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공장소에 설치되었지만 형식주의 추상조각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팝아트와 공공미술의 역사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보는 시각에는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문화정책 중 미국의 시각예술을 촉진하려는 시정부와 미술계의 전략이 두 장르 모두에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다. 뉴욕 도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과 로버트 인디아나(Robert Indiana)와 같은 대표적인 팝아티스트의 공공미술 작업은 모두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된 작업으로 미술사적 가치보다 뉴욕의 도시브랜딩과 문화정책의 맥락으로 평가하는 것이 보다 적합할 것이다. 


리히텐슈타인의 <타임스퀘어 벽화(Time Square Mural)>는 2002년 뉴욕 대중교통 운영기관인 MTA의 주도하에 설치되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뉴욕시가 주도한 도시재생과 타임스퀘어 재개발 사업에 속한다. 인디아나의 <LOVE>는 2000년 작가의 에이전트였던 사이먼 살라마-카로(Simon Salama-Caro)의 기획과 쉬어브룩사(Shearbrook LLC)의 인가에 의해 설치되었다.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다. 뉴욕 팝아트의 현장에서 인디아나가 주목을 받게 된 시기는 1965년 MoMA가 작가에게 ‘LOVE’가 새겨진 성탄절 카드를 의뢰하면서부터다. 이듬해 작가는 스테이블 갤러리(Stable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다양한 형태의 <LOVE> 작업을 선보이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저작권에 대해 작가의 이해 부족으로 ‘LOVE’는 다양한 제품으로 상품화되면서 오히려 보다 큰 대중성을 얻게 되었다. 




아만다 페러(Amanda Parer) The Intrude XXL rabbit is 

the largest of all works created by parer studio.

The rabbits of Intrude have been seen in on four continents

 in more than 60+cities. Photo  parerstudio.com




1972년 필라델피아 우편사업부가 <LOVE>를 우표 디자인으로 채택하였고 두 해에 걸친 시민의 요청으로 총 3억 3,000만 개의 우표가 발행되었다. 1976년 필라델피아시는 JFK 플라자에 붉은색의 <LOVE> 조각을 설치하였고 지금은 ‘LOVE 공원’이란 불린다. 어떤 의미에서 공공영역에 침투하여 모두에 의해 ‘사랑’받고, 메시지가 공유된,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공미술 작품이 된 셈이다. 리히텐슈타인과 인디아나의 작품들의 설치시기를 살펴보면 팝아트의 미술사적 흐름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도시재생과 부동산 가치 향상을 위한 장소 마케팅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이 작품의 출현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팝아트의 역사를 대표하는 상당히 ‘뉴욕’스러운 작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표적인 국내 팝아트-공공미술은 2006년 청계천 복원사업의 상징조형물로 세워진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와 코셰 반 브루겐(Coosje van Bruggen)의 <샘(Spring)>이다. 올덴버그는 1959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대부분은 일상의 사물들을 묘사한 종이작업으로 당시 추상표현주의가 ‘따분하다’고 지적한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올덴버그는 ‘부드러운 조각(soft sculpture)’의 바느질 작업으로 해프닝 운동에 가담하면서 모더니즘의 견고한 조각과는 대조되는 작업들을 통해 곧 팝아티스트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67년 올덴버그는 뉴욕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에서 그의 첫 공공미술 작품, <잔잔한 시민의 모뉴먼츠(Placid Civic Monument)>를 선보였다. 이것은 직사각형의 무덤 모양으로 일종의 개념작업이었다. 작가의 첫 팝아트-공공미술 조각은 <무한궤도차 위의 립스틱(Lipstick on Caterpillar Tracks)>(1969)이다. 이후 올덴버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배드민턴 공, 야구방망이, 톱, 빨래집게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대형 공공조각에 주력하였고, 1977년 반 브루겐과 결혼하면서 듀오의 공공작업이 지속되었다. 청계천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것은 반 브루겐이다. 일각에서는 올덴버그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 청계천의 역사에 해외 팝아트 작품이 부적합하다는 점, 30억 원이 넘는 작품비용에 민간 기업이 개입했다는 점, 그리고 기획단계에서 시민 참여가 제외되었다는 점 등을 비난하였다. 무엇보다도 해외 유명작가의 이름만 빌려온 문화사대주의의 본보기라는 악평까지 쏟아졌다. 공간적 맥락에 팝아트의 정신이 따라오지 않은 셈이다. 




채미지 <Beautiful Dreamer> 2017 

스테인리스 스틸, 자동차 스프레이 페인트, 9×7×8m 




반면 작업의 이미지와 색상이 지니는 친근함으로 인해 대중들의 호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날이 어둑할 무렵이면 높이 솟은 나선형의 색동 빛깔 작품에 불이 켜진다. 주변에는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청계천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오브제를 소재로 삼는 팝아트의 형식이 시민들에게는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000년대 이후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의해 설치된 사업들에서 추상적인 요소보다 구상적인 요소, 특히 대중문화에 쉽게 흡수되고 소비될 수 있는 팝아트의 형식 혹은 키치(Kitsch)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작업들이 증가한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자면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코믹하게 재현하는 김경민의 작업은 2005년 이래 전국적으로 60개 이상이 설치되었다. 유의해야할 점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등장한 친근한 일상의 오브제를 주제로 삼는 현대공공미술은 팝아트, ‘Pop Art’의 시대정신을 그대로 담아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문화의 한 현상으로 동시대 현대인의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현실을 반영을 하는 매개물이자 소통의 장을 제공하며 나아가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팝아트의 시각적 틀을 바탕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모두에 의해 실험되고 재발견되는 것이다. 


앞서 알로웨이가 주창한 팝아트는 엄밀하게는 ‘순수미술과 대중예술의 연속체(fine art-pop art continuum)’의 미술운동이다.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위계질서를 허물어버리는 작업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상의 오브제를 재현하는 현대공공미술은 ‘팝아트와 키치예술의 연속체’로 이해될 수 있다. 키치는 하나의 ‘저속한 취향’으로 그 어원에는 ‘헐값으로 후려치다’라는 의미가 기저를 이룬다. 이미 대상에 대한 가치저하가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키치예술의 감상자는 깊은 감명이나 공명을 기대하지 않는다. 키치예술은 덧없는 삶의 찰나를 포착하는 밀레니엄 세대 특유의 시각적 언어이자 소통의 매개물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행위는 순간의 만족을 위한 충동적 소비와도 같다. 특정 장소의 미적 감상 내지 키치적 체험을 위해 시간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인 것이다. 여기서 미적 감상이란 공공미술을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로 인식하고 바라봄으로써 기억에 새기려는 행위를 의미하며 키치적 체험은 신기한 사물 내지 사건을 대면했을 때 눈 대신 카메라 렌즈로 대상을 바라보고 즉각적으로 SNS와 같은 또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 혹은 공유된 이미지를 ‘스크롤’하고 ‘좋아요’를 클릭함을 뜻한다.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

 <Rubber Duck Project>

 Photographer: Courtesy Studio Florentijn Hofman 




팝아트와 키치예술의 연속체로서 대중과 친숙한 소통을 시도하는 현대공공미술 작업의 증가는 우선적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인식변화에 기여한다.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을 작품에 할애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법에 의해 세워진 전형적인 작품형식에 대한 거부감, 현대미술 영역의 확장에 따른 순수미술의 공공영역 침투, 시정부의 도시재생, 장소 마케팅 그리고 기업의 브랜딩 계획에 따른 문화마케팅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과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이 그러하다. 이러한 인식변화 속에서 시정부 관계자, 건물주, 기업인은 공공미술을 저마다의 정체성을 강화 및 쇄신할 수 있는 유용한 장치로 인식하면서 영구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기획전시를 통해 대중 그리고 소비자와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하나은행 본점 사옥이다. 하나은행은 2014년 건물 신축공사에 돌입하였고 올해 완공되기까지 다양한 공공미술 작업들을 통해 기업의 혁신 의도를 전달하였다. 공사 기간 동안 대형 북타워의 가림막을 선보였고 지난 7월 오랫동안 건물을 지켜온 전형적인 모뉴먼츠 형식의 작품, 한원석의 첨성대 <환생> 대신 건물을 감싸며 하늘로 날아가는 81개의 파스텔 빛깔 풍선을 조각으로 재연한 젊은 작가 채미지의 <뷰티풀 드리머(Beautiful Dreamer)>가 대중에 공개되었다. ‘YOLO’, 지금을 우선시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주축으로 소비패턴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부의 가치 또한 다르게 해석되는 가운데 <뷰티풀 드리머>는 이들과 소통하고 시대에 부응하려는 기업의 전략적 의도를 엿보게 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기성품뿐만이 아니라 예술품까지도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예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작업이나 제프 쿤스(Jeff Koons)의 강아지 풍선 작업을 응용한 운동화나 핸드백을 예술품이라는 명목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도 키치적 체험을 갈망하는 경향이 그러하다. 한 달 동안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 수를 동원한 <러버덕 프로젝트(Rubber Duck Project)>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잠실 석촌호수에 등장한 <러버덕>은 신규 백화점 오프닝을 알리는 프로젝트로 송파구청과 롯데월드몰이 공동주최하고 롯데백화점과 민간기획사의 주관으로 2년여의 기간에 걸쳐 성사되었다.  


세계적인 공공미술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의 <러버덕>은 올덴버그와 마찬가지로 손바닥만 한 고무 오리 인형을 16m의 높이로 확대한 작업이다. 대개 이러한 형식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옮겨와 미적 오브제로 둔갑시키거나 거대한 크기로 부풀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거대한 오리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호수를 방문하였고, SNS에서 공식으로 집계된 활동만 3만 개 이상이다.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도 러버덕 관련 해시태그가 5만 건 이상을 달성하였고, 전시기간 동안 인근 시장 매출이 50% 이상 상승하였으며 인터넷에서도 러버덕 관련 상품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러버덕>의 성공사례는 하남에 새로이 개장한 신세계 백화점 스타필드에 출몰한 대형 토끼 12마리로 이어졌다. 




줄리안 오피(Julian Opie) <Crowd>

 2010 서울스퀘어 외벽




<자이언트 래빗(Giant Rabbits)>은 국제적 명성의 작가, 아만다 페러(Amanda Parer)의 대표작업이다. 거대한 풍선 동물 작품 이전에 주목을 받은 국내의 대표적인 ‘팝아트’ 공공미술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군중(Crowd)>이다. 대우빌딩으로 익히 알려져 있던 건물이 서울스퀘어로 탈바꿈하면서 오피의 대표 작업을 미디어아트 파사드 전면에 입힌 프로젝트로 건물재건축 사업의 투자사가 기획한 장소 마케팅이다. 앞의 작업들과 다르게 <군중>은 해가 지면 자정까지 어김없이 나타나는 일종의 영구설치이다. 그러나 낮에는 볼 수 없다는 점, 4만 2,000개의 LED 조명으로 인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공공미술 작업과는 차이가 있다. 


오피의 작업을 대변하는 ‘팝아트’의 정의 또한 앞서 주시한 키치적 체험과 흐름을 함께 한다. 현대미술관 기프트숍에서 그의 작업이 들어간 상품을 찾기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복제와 반복 가능성을 보편화하는 키치문화의 유통구조에 편입된 것이다. <러버덕>과 같은 팝아트-키치예술의 현대공공미술 작업들의 세계 일주 붐이 바로 그러하다. 이 글에서 언급한 작업들은 팝아트-키치예술 연속체로서 현대공공미술의 일부 사례이다. ‘팝아트-공공미술’ 중에 작품이 놓인 장소, 사회적 배경, 시기를 고려할 경우, 다르게 감상될 수 있는 작업도 존재한다. 


상당수의 작업들이 현대사회의 다채로운 양상들을 비추는 시각적 장치들로서 새로운 소통방식과 공간을 제시한다는 점을 공유하면서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현대미술의 풍경 속에서 혹은 현대미술 감상자의 위치에서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을 분류하고 감상과 경험 방식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미술’이라는 범위 내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상이하다. 이를테면 청계천의 <샘>과 석촌호수의 <러버덕>에 대한 대중과 매체의 이해가 반대 선상에 있다. 


공공미술 내에서는 여전히 고급예술을 대하는 예술작품에 대한 미적 감상과 대중문화의 소비 행위에 대한 뚜렷한 구분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역사적 상황과 공간적 배경이 미적 감상의 주춧돌이 되는 경우와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접하듯이 지금의 현대미술을 창조적으로 소비하려는 확장된 소통과 체험방식이 혼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공미술을 정의하는데 어느 쪽에 힘을 실어 줄 것인가-시대와 공간, 세대를 막론하는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글쓴이 이슬기는 뉴욕대학교 시각예술행정학 석사와 서울대학교 미술경영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IEC에 출강 중이다. 논문으로 「여행하는 공공미술: <러버덕 프로젝트>의 키치와 창조적 소비 문화를 중심으로」와 「공공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변화 및 도시공간 속 장르의 변화양상 고찰」, 「시공간 영역의 공공미술 연구」가 있으며 저서는 『리더는 디자인을 말한다』와 번역서 『TABULA 현대미술의 여섯 가지 키워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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