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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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 Made in 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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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예술감독, 코디최·이완으로 구성된 이번 한국관의 주제는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 “(반대되는 힘으로)균형을 잡아 주다”는 뜻의 이 용어는 주로 건축분야에 통용됐다. 그런데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 팽배해 있는 정치, 경제, 문화적 불균형을 다루기 위한 이번 전시 키워드로 ‘카운터밸런스’가 채택된 것이다. 정치적 우경화와 자국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신고립주의가 형성한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사이의 장벽, 이 보이지 않는 벽을 시각화하는 것을, 한국관은 일찍이 전시 핵심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감독은 “격동의 역사를 지닌 한국을 어느 한 키워드로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한 사람의 보이스 보다는 서로 다른 지역과 특정한 세대들의 입장을 모으고자 했고, 세 가지 세대, 세 가지 지역적 관점을 조합해 그 연결망 속에서 한국관의 정체성을 찾으려 시도했다. 이때 한국의 정체성이나 역사를 이야기 하려면 아시아와 연결되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데,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 그리고 글로벌리즘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됐는지 살피는 작가로 이완이 떠올랐다.
이완의 ‘메이드 인(Made in)’ 시리즈는 12개의 아시아 국가를 돌며 각 나라의 후기 식민주의, 즉 자본주의가 도입될 때의 상징적 아이템들을 지난 5년간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다. 그 결과물로 작가는 한 끼 아침식사를 차리는데, 그동안 아시아 모더니즘을 언급할 때 항상 서구, 서양을 상정해놓고 얘기하던 관념과 달리 이완은 아시아의 모더니즘을 온전히 아시아인이 들여다보는 아시아, 서구에서 독립된 아시아 모더니즘을 보여주기 매우 의미 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코디최의
<베네치아 랩소디(Venezia Rhapsody)>가
화려하게 설치돼 있다.
‘메이드 인’ 시리즈로 아시아의 불균형한 문제들, 히스토리들을 들여다보고 아시아인이 바라보는 아시아의 문제를 세계인에게 제시하는 이완은 이번 비엔날레 한국관에 신작 <프로퍼 타임(Proper Time)> 또한 선보인다. 다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약 670여 개 하얀 벽시계로 만들어진 이 설치 작품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시스템 안 다양한 삶의 속도를 대입했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매일 한 끼 아침을 마련하기 위해서 오늘 몇 시간 일을 해야 됩니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계의 속도가 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특정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가장 부정확한 몇 백 개의 시계를 통해 각 개인이 생존을 위해 어떤 노력하고 있는가와 또 그 삶의 현장 혹은 현실을 작품에 반영한 것이다. 즉, 삶의 속도가 서로 다르고 또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정한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측정할 수 없으며 모두 고유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피력하는 작품이다. 바로 이 새하얀 유니트들로 한국관 내부가 꾸며진다.
코디최 <생각하는 사람> 2017 설치 전경
그런가하면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을 비롯한 코디최의 대표작들도 파빌리온 안에 구성된다. 그리고 그는 건축적 한계를 지닌 한국관의 야외 옥상을 적극 활용해, 신작을 내걸었다. 앞서 설명한 <베네치아 랩소디>가 그것이다. 예술의 경합인 ‘베니스 비엔날레’를 작가는 자본의 경연으로 치환해 주제를 완성했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에 존재하는 ‘리틀 베니스’라는 카지노를 진짜 베니스에 만든다는 발상으로 그는 실제 70-80년대 미국 하이웨이에서 목격됐던 모텔 혹은 주유소를 상징하는 오렌지와 핑크색을 사용 작품을 완성했다.
이 형형색색의 설치작품으로 코디최는 작품에 덧붙인 ‘파워 블러프(Power Bluff)’란 부제처럼 허세, 허황으로 똘똥 뭉친 자본주의와 물신주의를 꼬집는 것이다. 항상 경계선 위에 서 있던 작가 코디최, 선명한 핑크색 소화제와 크리넥스 휴지를 결합해 로댕(August Rodin)의 걸작을 전복시켰던 그는 단순히 서양의 미술사적 도상을 차용하고 또 소비자본주의의 특정 상품을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겪은 고통과 고뇌의 시간들을 표현함으로써 주목받아왔다. 그런 그가 또 한국관을 하나의 오브제로 강렬한 메시지를 시사한다.
한국관 내부에 설치된 이완 <프로퍼 타임(Proper Time)>
설치 전경. 다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약 670여 개 하얀 벽시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시스템 안 다양한 삶의 속도를 대입했다.
한국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 공공의 미술인 이유는 또 있다. 기획의 큰 줄기와 각 작품에 관한 자료를 신문으로 제작해 제공함으로써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코디최 신문 1종, 이완 신문 1종, 한국관 신문 1종 등 총 세 종류로 제작된 신문은 한꺼번에 『The Counterbalance』로 통칭되는데, 코디최 신문에는 작가 작업 관련하여 지난 2-30년간 외국의 유수 큐레이터 및 평론가들이 쓴 글이나 인터뷰가 수록돼 있으며 신문을 크게 펼치면 뒤쪽에 작업을 크게 확대한 포스터가 된다.
이완 신문엔 국내 큐레이터·평론가 10명의 글과 함께 <메이드 인>, <프로퍼 타임> 제작 과정에서 작가가 노동자들과 인터뷰한 자료 등이 포함된다. 끝으로 한국관 신문에는 이대형 감독 인터뷰를 비롯 이번 전시 기획의도와 과정을 서술한 내용, 또 지금껏 한국관의 역사가 기록된다. 세 종류의 신문은 각 1만부씩 인쇄됐으며 전시장에 쌓아두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기부금을 내고 가져가는 형식으로 배포된다(권장 기부금은 10달러, 10유로, 10000원, 1000엔, 100위안 등). 기부금은 관람객들의 국가 화폐로 지불하도록 안내문을 걸며, 신문으로 수집된 금액은 베니스 생태계와 도시를 살리는 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Mr. K 1936-2011
이대형 감독은 말한다. “이번 한국관은 그저 현대미술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기보다 좀 더 큰 맥락에서 지금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균형이 깨져 있는데 그것이 깨진 것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문제들에서 출발한 한국관의 기획은 미술 이론, 혹은 비엔날레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과 현실에 뿌리를 둔 채 하나의 공공미술로 구현된다. 단지 미술계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미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총합해서 그들한테 깨진 균형을 자각하게 하는 것, 그리고 본래의 균형을 되찾는 에너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한국관의 목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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