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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그의 평범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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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

William Eggleston Portraits
2016.7.21-2016.10.23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

살아있는 컬러사진의 전설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초상사진을 모은 전시가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에서 열리고 있다. 이글스턴은 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에서 태어나 1960년까지 미시시피 주에서 생활했다. 기술자인 아버지와 지역의 유명한 판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꽤 부유하게 자란 이글스턴은 내성적인 성격 탓에 집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전자기기를 가지고 놀면서 자랐다. 시각 매체에 항상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잡지나 엽서를 잘라 오려 붙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15살에 기숙학교에 들어가면서 스파르타식 단체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사회 분위기에선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특히 미국 서부의 남자아이란 사냥과 운동에 뛰어나야 했다. 사내답지 못한 자신이 음악과 미술에 더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친구에게서 받은 라이카(Leica) 카메라, 1962년에 프랑스의 사진작가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esson)의 책,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작품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미시시피 대학(University of Mississippi)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당시 방문 작가였던 톰 영(Tom Young)-톰 영의 초상화 사진도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있다-에 의해 추상표현주의를 알게 되고 이는 그의 사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 양화선 영국통신원

'Untitled'(Marcia Hare in Memphis Tennessee) 1975 ⓒ Eggleston Artistic 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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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으로 사진계에 입문했지만, 1965년부터 컬러사진 실험을 시작한 이글스턴은 1966년부터는 미국의 서남부 지방을 돌아다니며 지역의 일상과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에 컬러사진은 예술을 위한 매체가 아닌 광고 사진처럼 주로 상업적인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개인이 직접 현상하고 인화까지 하기에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컬러사진 자체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예술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풍경 사진의 개념이 아름다운 자연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시대를 기록하고, 시대정신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컬러사진이 예술로서 수용되기 시작하였다. 이글스턴은 1972년에 아주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염료 전사법에 의한 인화법(dye transfer)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방법은 사진이 인쇄될 색깔이 분리되어 다양한 색을 사용할 있게 했고 이미지 안의 각각의 색들은 흐려짐 없이 선명하게 인쇄되었다






<Untitled>(Karen Chatham, left, with the artist's 

cousin Lesa Aldridge, in Memphis, Tennessee) 1974 

Wilson Centre for Photography  Eggleston Artistic Trust






방법은 내구성이 강할 아니라 색이 바래는 것도 방지할 있었다. 이글스턴은 주로 자기 고향 멤피스 지역의 평범한 일상, 매일 매일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그가 자주 다루던 가지 소재들로 구분됐는데 화려한 인테리어, 자동차, 주유소, 지인이나 가족들 혹은 길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들의 초상화 같은 사진들이었다. 특히 그는 화면의 형식적 구조에 많은 신경을 , 대각선이나 반사효과를 사용하기도 했고 선명한 붉은색이나 푸른색들의 대조되는 색의 사용을 즐겼다. 이글스턴은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에 사진을 찍었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가 찍는 사진에 대해 무심한 말했다. 이것은 그냥 오늘의 (Life Today)이라고미국 서남부의 일상과 풍경을 담아낸 이듬해인 1967, 이글스턴은 뉴욕현대미술관 (MoMA,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사진 큐레이터인 사코우스키(John Szarkowsky) 만났고, 사코우스키를 놀라게 그의 컬러 사진은 1976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전시로 이글스턴은 미국의 언론 평론가들로부터 완전한 사진작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컬러사진을 예술의 장르로 인정하게 해준 전환점이 전시로도 유명하다. 컬러사진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받아 닫혀있던 미국의 컬러사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Untitled>(the artist's uncle, Ayden Schuyler Senior,

 with Jasper Staples, in Cassidy Bayou, Sumner, Mississippi) 

1969-1970  Eggleston Artistic Trust  






이번 전시는 그동안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빈티지 흑백사진뿐만 아니라 미술계에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컬러사진들, 특히 그의 역작이라 불리는 몇몇 작품들도 포함되어있다. 지난 50년간 찍은 사진만 100 장이 넘는다는 작가의 사진 100장을 추려서 전시했으니 범위가 넓으면서도 굉장히 함축되어있다. 전시의 제목 역시 <초상화들>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이글스턴의 사진은 초상화라고 정의하기보다, 일상을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안에 찍혔다고 해야 설득력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작은 부스 안에 흑백으로 찍은 이글스턴의 자화상 사진이 보인다. 가느다란 몸에 안경까지 써서 왠지 예민하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멋을 스카프를 두르고 있고 살짝 곱슬머리를 자연스럽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이 지적인 인상을 준다


그냥 평범한 오늘을 담아낸다고 하는 작가이지만, 그의 사진 기술에 대한 지식과 꼼꼼함은 왠지 자화상에서부터 찾아볼 있다. 초상화 전시인 만큼 피사체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길에서 우연히 찍힌 낯선 사람들의 사진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살짝 불안한 보이는 여성이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리고 여행 보험 회사 카운터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진처럼 말이다. 이글스턴의 흑백사진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하루를 몰래 훔쳐보듯 담아내고 있다. 양복을 입고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운전하는 모습부터,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고단한 일상을 와인 잔으로 마무리하는 모습, 바쁘게 어딘가로 가는 모습, 멍하니 있는 모습 너무나 평범한 모습들이 그의 사진을 통해 특별하게 표현된다. 전시장 안을 조금 깊이 들어가면 서서히 이글스턴의 색깔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Untitled>(Memphis Tennessee) 1965 n.d 

Wilson Centre for Photography  Eggleston Artistic Trust






그의 조카가 집에서 소파에 편하게 앉아있는 모습도 보이고,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는 부인의 모습도 보인다. 미시시피 출신의 블루스 가수 프레드 맥도웰(Fred McDowell) 고급스러운 공단으로 둘러싸인 관에 누워있는 사진, 뭔가 편한 불편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진들은 색깔이 더해져 그의 사진에 찍힌 인물들이 평범한 같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확인시켜주고 있다. 1965 작가 스스로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찍었다고 생각한 컬러 사진도 보인다. <Untitled>(Memphis Tennessee) 멤피스의 슈퍼마켓 밖에서 카트를 끌고 있는 젊은 남자직원의 사진이다. 강한 햇빛에 그림자가 생기는 늦은 오후의 장면,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머리 모양을 멋을 부렸지만, 여드름이 아직 남아있고 주근깨도 살짝 보이는 아직은 앳된 청년이 앞치마를 입고 여러 개로 겹쳐진 쇼핑카트를 끌고 있다. 빛이 스며든 그의 오렌지빛 머리카락 색과 피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멀리서는 손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흐릿하게 보인다. 그의 얼굴과 어깨에 강한 포커스가 맞춰진 장면은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이고 매일 반복되는 일일 것이다. 이글스턴의 눈에 특별하게 보여 컬러사진으로 재탄생 때까지 사람들은 이러한 장면이 예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장면이 이렇게 특별한 걸까. 사진이 사진계의 걸작이 되었을까.  






'Untitled'(Marcia Hare in Memphis Tennessee) 

1975 ⓒ Eggleston Artistic Trust 






그의 사진엔 이처럼 평범함 속에 뭔가 모를 모호함이 있다. 그의 다른 걸작으로 알려진 이글스턴의 삼촌 애딘 스카일러 시니어(Adyn Schuyler Senior) 그의 조수 제스퍼 스테이플스(Jasper Staples) 사진은 이번 전시의 가장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른다. 스테이플스는 집안에서 60 가까이 일해 집사와 다름없었다. 앞에 있는 백인 남자와 뒤에 있는 왠지 자신도 모른 그의 주인을 따라 하고 있는 듯한 흑인 남자. 그들은 무거워 보이는 어깨에 손은 주머니에 넣고 낙엽이 가득한 가을날 차량 옆에 앞뒤로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같기도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도 같다. 애매하고 모호하다. 무슨 일이 분명 일어나고 있는데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누군가의 장례식 날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이글스턴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들이다. 그저 색깔이나 피사체에 의해서만 모호함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기가 막히다. 그의 작품 <Untitled>(Marcia Hare in Memphis Tennessee)에서는 초점이 소녀의 카메라와 팔과 머리에만 맞춰져 있고 잔디 부분은 완전 초점이 나가있다. 바로 이런 요소들이 사진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준다. 드레스만 봐도 주변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오른쪽 밑으로 갈수록 점점 흐려진다. 또한 모호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Untitled> 1960s  Eggleston Artistic Trust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들 특히 그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그가 자라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사는 곳인 멤피스, 테네시, 미시시피, 델타에서 찍은 평범한 일상의 사진들이 여기에 모여 있었다. 그는 초상화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의 사진에 항상 담겨있던 인물들을 찬찬히 돌아보고 나니 안에서 자아, 기억, 경험, 일상 등을 있었다. 이번 전시는 소규모로 이루어졌고 인쇄된 크기도 몇몇 사진을 제외하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사진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강했다. 모호한 느낌이 불편하기만 것이 아니라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보고 안의 인물을 읽어내는 끝없는 해석을 있을 것만 같은 여운이 남는 전시다.  




글쓴이 양화선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회화과를 졸업했다.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에서 「컨템포러리 아트를 통한 회상, 향수, 흔적의 키덜트후드 연구」 논문과 회화 작품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스트런던 유니버시티(University of East London)에서 공간의 패러독스에 관한 논문과 회화작품으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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