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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오프닝을 시작으로 4월 3일까지 매일 그랑 팔레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관람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밖에서 몇 시간씩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인파를 보니 ‘아트파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작년 말부터 이미 주요 모든 매체 1면에서 접할 수 있었던 2016년 ‘아트파리’ 홍보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아트파리’가 열리는 그랑팔레는 공간특성만으로도 일반인들에게 전시 외의 특별한 경험을 허락한다. 1900년 파리 박람회 전시회장을 위해, 아르데코 형식으로 지어진 그랑팔레에서는 설립 이후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회고전을 비롯하여 그 시대의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전시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즉, 프랑스 미술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인 것이다. 그랑 팔레는 프랑스인들의 지나간 아름다운 시간(Belle Epoque)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자신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추억이자, 자존심이다.
Art Paris Art Fair 2015 전경
Credit photo Emmanuel Nguyen Ngoc
올해 ‘아트파리’ 기간에는, 그랑 팔레 입구 양 옆으로 철삿줄을 엮어 만든 박기원 작가의 거대 스틸 구조물 벽인 <Flash Wall>(2014)이 설치되었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독일 베를린 장벽에 설치되었었던 이 작품이 이번에는 파리로 옮겨온 것이다. 관객이 직접 자신의 소망을 적어 철사에 매다는 형식을 띠고 있는데, 오프닝 당일 방문한 프랑스 올랑드(François Hollande) 대통령 역시 자신의 소원을 적어 <Flash Wall>에 달았다. 최근 일어난 테러 사태로 공공장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파리에서, 대통령 스스로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본보기를 보이며 테러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페어에 참여한 갤러리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 것이라 생각하니, 프랑스 정부의 예술 사랑이 새삼 부럽다. 파리의 저녁, 에펠탑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그랑팔레 정면 전체를 화려한 빛의 향연으로 수놓은 비디오 아트 프로젝트 쇼가 펼쳐졌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정면에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영예로운 기회를 가진 올해 총 6명의 작가 중, 한국 작가 김준, 심문필, 장쇼와 김민이 공동작업한 Col.l.age+가 포함되었다. 작가마다 총 20여 분 가량의 작업을 선보였는데, 그랑팔레의 역사와 현대성이 돋보이는 디지털 미술이 조화를 이루어 파리의 밤을 낮보다 더욱 빛나게 했다.
Art Paris Art Fair 2015 Credit
photo Emmanuel Nguyen Ngoc
유럽에만 해도 무수히 많은 아트페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트파리’가 내세우는 그들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트파리’ 디렉터 기욤 핀(Guillaume Piens)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트파리’ 로고가 크게 적혀있는 티셔츠를 입고 연신 바쁘게 뛰어다닌 그는 올해 ‘아트파리’가 작년보다 성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젊은 디렉터를 주축으로 젊은 인력들이 이끄는 페어라 그런지, 올해는 유독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라톤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는 갤러리들의 피로감을 풀어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차와 과일 등을 나누어 주는 등 다른 아트페어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페어로는 피악(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이 먼저 떠오른다. 기욤 핀은 그 그늘에 가려진 그림자 페어가 아니라 ‘아트파리’를 부각할 수 있는 차별점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자리가 되는 진보적인 아트페어라는 점을 꼽는다. 점점 천편일률적으로 되어가는 유명 작가군을 또다시 내세우는 아트페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지로 시야를 넓혀 제 3세계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Airan Kang <Lighting Book> 2015
Sculpture ⓒ Gallery Simon
이에 올해 처음으로 아제르바이잔, 콜롬비아, 이란에서 온 갤러리까지 총 22개국의 143 갤러리가 참여하였다. 특히 다니엘 템플롱(Daniel Templon), 라위미에르(Lahumière)등의 대형 갤러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해의 주빈국 갤러리들과, 설립된 지 오 년 이내의 젊은 갤러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미스(Promises) 부스를 통해 아트페어의 신선함을 강조,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컬렉터들을 자극하고자 한다. 2016년 주빈국 한국갤러리들은 페어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신문 잡지를 비롯한 모든 홍보물에 집중적으로 소개되며 2016년 ‘아트파리’의 주인공으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일환으로 ‘아트파리’ 한국의 해가 기획된 것으로 짐작했는데, 이미 2014년부터 계속되어왔던 아시아 미술에 대한 주목의 연속 선상에서 한국을 주빈국으로 정한 것이라고 한다. 디렉터인 기욤이 직접 한국을 다니며 갤러리를 선택하고 초대할 만큼 의욕이 넘쳤다. 무엇보다도 갤러리 선정에 있어 그가 중요시했던 부분이 궁금했는데, 갤러리의 다양한 정체성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리적으로도 한 도시에만 치우치지 않고 서울, 파주, 대구로 그 폭을 넓혔으며, 신생 갤러리와 자신들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 갤러리의 조화를 중요히 생각하였다 한다.
Vladimir Skoda <kora> 1994 Installation
120×120×15 cm ⓒ Galerie Hoffmann
그 결과 이번 ‘아트파리’에서는 백혜영갤러리, 갤러리 시몬, 소소갤러리처럼 해외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았던 갤러리들과 가나갤러리, 신라갤러리, 박여숙화랑과 같은 해외 아트페어 참여 경험이 많은 갤러리들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작가층 역시 두터웠는데, 김구림, 이건용과 같은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부터 한국 미술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젊은 작가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특히, 한국 갤러리들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갤러리들도 그동안 관심 있게 보아왔던 자신의 도시에 거주하는 한국 출신의 작가들을 소개해, 이 특별한 기회를 함께 즐겼다. 총 80여 명의 한국 작가의 작품이 올해 ‘아트파리’에 전시되었다. 같은 기간에 프랑스 왕궁 정원(Jardin du Palais Royale)에서는 정현의 <스탠딩 맨(Standing man)> 전시가 있었는데, 홍보 파급효과를 기대한 듯, ‘아트파리’ 입구에서 전시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RX갤러리 부스에서도 두 <스탠딩 맨>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바로 그 뒤에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풍경인 배병우의 소나무 숲 사진작품과 이배의 숯 작업이 이어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메인 홀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313 아트프로젝트 부스에서 바람을 시각화한 박선기의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색의 비침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심문필의 작품이 인상적인 신라 갤러리 부스를 시작으로, 주빈국 한국 갤러리들의 부스가 이어졌다. 한편, 내년에 열릴 ‘아트파리’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주빈국을 옮긴다. 기존의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현대성에 초점을 맞춘다니 벌써 기대가 된다.
글쓴이 이민영은 파리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하였다. 그 후, 벨기에 브뤼셀에 정착하여 현재 Art’Loft/ Lee Bauwens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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