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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1 – 2016.6.19 아르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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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간극을 보듬는 관계적 시간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관계적 시간> 네덜란드 라익스아카데미(Rijksakademie) 출신의 한국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시이다. 그렇다고 전시가 그간의모든 작가를 포괄하지는 않는다. 2005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프로그램으로 레지던시를 다녀온 한국작가는  13명이며,   7명의 작가로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 이러한 전시의 기본 틀로부터 먼저  질문을 던져본다. 서로 동일한 공간을 경험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간, 매체, 주제가 다른 작가들을 어떠한 범주로 선보일 것인가? 그리고, 라익스아카데미를 다녀온 기존 한국 작가들의 전시가 오늘날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글에서는 레지던시에 대한 소개나접근은 생략하고, 아르코미술관에서의 전시를 살펴보는 것으로 현시점에서 유효한 논의들에 접근하고자 한다.



차이와 간극의 시간, 그리고 공간


전시의 윤곽은 동일한 레지던시를 다녀온 작가들의 단체전이라   있으나, 전시의 내용은 이러한 상투적인 어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7명의 참여작가가레지던시에 참여한 시간을 나열해보면, 김성환(2004-5), 손광주(2006-7), 임고은(2008-9), 오민(2011-12), 진시우(2011-12), 배고은(2012-13), 안지산(2013-14) 이렇게 시기별로 십여 년의 시간이 연속된다. 나열된 시간의 연속체 속에서 개별 작가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었으며, 동일한 장소에 대한 경험을 뺀다면   것들은 모두 개개인의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 장소 외에는 공통분모가 없기에 전시는 각기 다른 실타래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시가 작가들이 지닌 차이 시간 간극에 파고들어, ‘관계적 시간 다루고자 하는 기획의도는 탁월하다. 개별 작가들의 연속된 시간 안에서 라익스아카데미에서의 시공간은 일종의 사건 같을 것이다. 전시는 사건 전후로 하여 개별 작가들이 형성해온 고유한 시간을 파악하고,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낯선 경험과의 영향 관계를 짚어본다. 그렇기에 전시에서는 특수한 장소성 보다는, 이를 기점으로 하여 작가들이 각기 과거로부터 현재로이끌어가고 있는 시간의  주요하게 등장한다. 전시에서는  개의 시간 축이 머문다. 하나는 라익스아카데미의 시간 축과 다른 하나는 개별적인 시간 축이다. 


전시공간은 작가별 개성을 존중하며  작업에 몰입이 가능한 환경적 조건을 조성한다. 그리하여 전시장에는 전시를 그럴싸하게 매만지는 디자인이나 시각적인 요소는 최대한 가려진다. 전시장은 화려한 벽면보다는 단정한 구획을, 세련된 좌대보다는 푹신한 쿠션과 카펫으로 관객들을 작품 앞으로 보듬는다. 공간구성은 자연스럽게 작품 내부의 시간으로부터 타인의 시간을 포용한다. 전시 공간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개별 작가들을 구분하되, 다른 작가와의 관계 사이에서 반쯤 닫히고 반쯤은 열린 상태로 구성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개별 작업으로의 집중을 장려하는 동시에  작업 사이에서의 시차를 조율한다. 이는 마치 수학에서의 이진관계, 부연하자면 a b 사이에서, ‘a (관계 R 의해서) b 관계하는 구조를 연상시킨다. 상이한 작가들의 사이, 상이한 시간대의 작품들 사이, 작업 안에서의 상이한 시간대, 네덜란드와 한국의 물리적인 거리, 과거와 현재 사이, 현존과 부재 사이, 나와 타자의 세계, 개인과 역사 사이  작품의 시간대를 형성하는 수많은 간극과 거리이다. 전시는 이렇게 a b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는 관계 R’ 접근할 경로를 열어 둔다.





손광주 <Apparition> 2007 DV, 

실험다큐멘터리, 컬러, 사운드 10 30




일곱 작가의 개별적 시간과 관계


전시를 살펴보면, 1층에서  대면하는 손광주의 영상설치작업은 폐쇄된 공간과 심리적 억압을 긴밀하게 다룬다. 그가 스스로 자발적 감금이라 전환시킨 레지던시에서의 시간은 작업에서 공간적, 심리적인 연속성을 형성한다. 리프트에 매달린 곤돌라, 연구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심리적 억압은 최근의 작업에서 영상의 구조, 내용과도 관여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 설치된 최근 영화 작업에서 시퀀스  반복, 통제된 공간적 상황에서 이를   있다. 이러한 통제와 자유 사이의 긴장감은 오민의 영상 작업에서 시각, 청각, 촉각 사이를 측정하려는 모션으로부터 감각적 전환을 맞이한다. 오민의 작업에서 통제된상황은 손에 닿는 사물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무한한 차이로 측정된다. 정물의 풍경은 각기 사물의 표면, , 질감, 형태  독립된 요소로 분절이 가능하며, 동시에 리드미컬한 곡으로 통합된다. 한편, 관계에 대한 탐색은 김성환의 작업에서는 작가 니나 유엔(Nina Yuen)과의 협업으로 실험된다. 2014년에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광주비엔날레 통해 근래 작업을 국내에서 선보인  있기에, 라익스아카데미에서의  작업은 쉽게   없는 구작을 만날 반가운 기회이다. 


김성환의 저작에서 출발하는 작업은  작가의 교환 행위를 통해 저작의 위치를 변형, 전이, 전환시키며  다른 저작을 끊임없이 발생시킨다.  작가 사이의 교환에서 비선형적, 비개연적, 비천한 것은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내러티브, 행위, 사물 사이에서 자유로이 전유된다. 김성환과 손광주의 사이에서, 임고은의 필름 작업은 영상 언어의 본질을 질문하고 현재와의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영사를 공간에 전체적으로 투사한 작업은 관객에게 오늘날 영화란 무엇인가 대한 질문을 공감각적으로 환기시킨다. 기억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 그리고 기억을 다시 현재로 불러일으키는 . 마치 사라진 영화박물관의 기록을 현재의 공간에 중첩시킨  마냥, 그의 영화는 유령과 같이 잔류하는 시공간의 대화를 현재로 비춰 보인다. 


1층에서의 작업이 영상 작업으로 어두운 어조를 일관한 반면, 2층에서의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매체가 교차하는 밝은 방으로 전환된다. 진시우의 작업에서그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은 일종의 텍스트들 사이에서의 간극,  공백을 더듬는 가운데 발생된다. 단어와 단어 사이, 세계와 개인 사이, 평면과 촉각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의 사유물은 작가의 일상을 통해 물성으로 전이, 전환, 번역되어 나온다. 라익스아카데미 오픈스튜디오  스툴 다리에 쥐를 새겨 넣은작업은 관람객이 앉는 바람에 부서졌으나, K와의 대화를 통해 이번 전시에서 부서진 모양새로 재등장한다. 과거로부터 나타난 작업은 훼손, 죽음과 단절 사이의 시간에 개입한 대화의 산물과 같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회화 작가인 안지산의 작업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로부터 반응한 현존의 감각을 생생한 제스처로 각인시킨다. 네델란드 작가 바스  아더(Bas Jan Ader) 슬픔과 부재에 공감한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 속으로 삶과 죽음이 충돌하고, 녹아내리고, 서로동요하며, 공존하는 풍경을 그려낸다. 


벽면의 거친 나이프 자국은 화가의 현존을 촉각적으로 새기고, 구석에서 흐느끼는 유령과 같은 아더, 난파된 배의 장면은 기억에 잔류하는 죽음의 슬픔, 그리고 우리 사회의 슬픔과 깊숙이 조응한다. 바닥에 가득 차오른 분홍색 물은 죽음으로 단절된 과거와 분절된 현재의 시간이 작업실로 범람한 것이리라. 안지산의 작업이 회화의 신체적 언어라면, 배고은의 작업은 신체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언어를 담아낸다. 여성이 처한 폭력적 상황과 힘의 논리로부터 작가는 스스로를 통제의 상황으로 밀어 넣어, 신체의 발작적이고, 강박적이며, 비명의 움직임을 실행한다. 손과 발만이 클로즈업된 병리적이고, 발작적 행위는 사회적 모순과 통제, 폭력, 억압된 상황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를 응시하는 시선의 분열과 교란을 유도하며,  간극에서 비선형, 분절적 관계를 탐색한다. 





배고은 <For the Thumb and the Big Toe> 

2012 설치, 금속   6×42, 6×58mm




차이와 간극을 호흡으로 관계하기  


전시는 전체적으로 7명의 참여 작가에 의한 시간 축이 개별적으로 작동하기에, 라익스아카데미라는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모른다면 <관계적 시간>이라는 기획전으로도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개별 작업의 조밀한 밀도와 이를 배려한 공간의 구성이 작품의 시간 속으로 관객을 깊숙이 밀어 넣기 때문이다.  작업으로의 집중도가  구성이라 자칫하면 망각하기 쉬운 장소성, 바로 전시의 출발이기도   번째 라익스아카데미의 시간 축은 2 아카이브전시에서 다뤄진다. 따라서, 전시는 두개의 시간 축을 바탕으로, 두개의 공간을 둔다. 하나는 개별적 차이의 시간  전시’, 다른 하나는 공통의 시간으로서 아카이브 전시이다.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작가별로 레지던시와 관련된 자료들과 인터뷰, 그리고 전시에 담기지 않은 작업도   있다. 작가별 경험이다르듯, 각기 마련된 아카이브 테이블에서는 작업실 전경, 오픈스튜디오  전시작업, 기사 스크랩북, 단체여행 가이드북, 레지던시 지침서  당시의 시간, 공간, 경험의 흔적들이 달리 모인다. 


이렇듯  개의 시간 축과 분리된  공간이 상호적으로 얽히면서, 전시가 다루는 시공간적 관계망은 더욱이 촘촘해 진다. 전시에는 전반적으로 작가들이 개별로 단련해  균일한 호흡이 차분히 담긴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찰나적이지도 않으며, 취향과 유행에 적당히 부합하지도 않는다. 작가별로 묵묵히 유지된 호흡은 전시장의 주된 공기를 이루고, 이로부터 파생될 관계에 대해서도 관계적 시간이라는 주제로 열어둔다. 라익스아카데미의 2년은 작가들에게  호흡을 유지하는데 있어, 낯선 들숨과 날숨을 훈련하고, 스스로를 여러 관계 속에서 조련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레지던시를 화두로  이번 전시는 차이의 시간, 공통의 시간을 포용하고, 이를 조율한 작가들의 호흡으로 관계를 연장시키고자 한다. 다층의 시차(時差) 사이에서호흡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새로운 관점으로서의 시차(視差)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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