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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3, Feb 2016

한경우
Han Kyung Woo

절대성은 과연 존재하는가?

만류인력의 법칙 중력. 인간이 그 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그것은 불가항력으로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중력을 거스를 수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모니터 속 화면들이다. 중력의 원리대로 따진다면 모니터는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으므로 화면 속 등장하는 사물들은 하단으로 떨어져야 맞다. 그러나 당구 중계 장면에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고 자유자재 움직이는 당구공들만 가득하다. 현실에서 당구대를 수직으로 세워놓는다면 화면과 같은 당구공의 움직임은 절대적으로 불가능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는 무중력상태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는 당구공이다. 한경우는 'Senseless Senses'(2015)에서 큐대로 맞은 당구공이 연속적으로 하단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만든다. 이를 통해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미지가 더 눈에 익는 모순된 장면을 연출해 작가는 가공된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비현실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비현실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서 과연 어떤 것이 진짜인지 묻는다.
● 이효정 기자 ● 사진 서지연

'I MIND(2층 전경)' 2014 나무, 페인트 600×400×380cm(장소특정적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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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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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사람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에 다른 입장과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라 한경우는 말한다. 이러한 관념 아래 일상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그의 작품은 친숙하지만 낯설며, 인간이 지니는 여러 인지에 관한 오류에 집중하기 위해 내러티브를 빼 관람객들이 이미지에 집중하도록 한다. 앞서 소개한 <Senseless Senses> 또한 당구 중계와 같은 일상적 풍경을 재해석해 관람객에게 그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현실을 편집하고 가공한 비현실 이미지와 익숙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이는 이미지 둘 사이에서, 과연 어떤 것이 본질인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해 익숙한 인지점에 대해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향을 던진다. 그래서 선입견으로 본질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 현실에 대해 말하는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어느 것이 실제이고 허구인지, 나 자신이 본 이미지가 무엇인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Senseless Senses>

 2015 단채널 영상설치 가변크기 




‘Pretending Wall’(2015) 역시 이와 유사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사진은 모두 같은 곳으로 보이지만, 하단을 보면 그것이 틀린 인식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현대인에겐 이미지를 판단할 때 단 한 번의 눈길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을 갖게 됐는데, 만일 ‘Pretending Wall’을 같은 습관으로 보게 된다면 당연히 같은 공간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작품은 전부 다른 공간에서 촬영했지만 여러 공간이 하나의 곳으로 보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구성한 작가의 덫에 걸려, 한 번에 판단을 내리는 현대인의 인식관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앞선 작품에서 보이듯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그는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을 이용한 표현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작품을 한데 모아놓으면 한 작가의 작업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가령,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I MIND>가 그러했다. 전시는 수직적인 면들의 연속적으로 나열된 평면이미지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평면은 중간지점으로 넘어가면서 흰 기둥으로 환원되고, 나아가 상층부에서 시선을 아래로 해 바라보면 비로소 관람객들은 작품이 단순 무채색 면이 아닌 ‘I mind’라는 글자란 것을 깨닫게 된다. <I MIND>(2014)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지는 인식으로 작품을 계속 감상하게 된다면 글자를 조우한 순간 자신이 가진 선입견이 절대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관람객은 알게 된다. 마치 착시효과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가 착시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  





<I MIND(1층 전경)> 2014 

나무, 페인트 600×400×380cm(장소특정적 설치)




단지 관람의 방향을 세 가지로 나눈 작가는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해 인간이 지니는 시각의 선입견이 지닌 오류에 대해 말할 뿐이다. 문구 ‘I mind’는 그의 작품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미 우리에게 입력되어있는 관점, 선입견들이 우리 시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생각하는 그에게 ‘I mind’는 그러한 개념을 여실히 드러내는 단어였다. ‘I mind’를 직역하자면 ‘무언가를 신경 쓰고 있다’ 정도의 의미지만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 통용되는 의미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부정문 사용법이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에 대해 알지 못해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이런 상황을 자주 목격한 그는 ‘I mind’에서 단어가 지닌 상대성을 발견했다. 앞서 말했듯 작가의 흥미점은 우리가 이미지를 소비할 때 고정관념에 의거해 판단의 오류를 범한다는 것인데, 그는 작업의 모든 요소를 이용해 절대성과 상대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Reclaiming a Hat> 2014 

실시간 비디오설치, 혼합매체 가변크기  




그간 수직·수평의 구조적 화면을 선보인 그의 작품과 사뭇 다른 <Plastic Rorschach>(2014)는 추상화적 모습을 갖추고 있다. 작업의 기반이 된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Rorschach Inkblot Test)는 피검사자들이 좌우대칭의 잉크 얼룩 그림이 있는 카드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면서 진행되는 성격검사 방법 중 하나다. 총 10장의 고정된 카드를 여러 피검사자에게 보여주는데, 검사에서 피검사자들은 같은 이미지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감상을 내놓는다. 그에게는 이론보다 이미지가 더 흥미로웠지만, 검사는 그의 작업과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같은 이미지가 피검사자의 심리상태에 따라 달리 보이는 점이 상대성이란 이론적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Beginning Without End> 2015 

실시간영상설치, CCTV카메라, 모니터 가변크기




앞서 말했듯, 한경우의 작품은 여러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이 모든 것이 말하는 바는 ‘인지’에 관한 것으로 귀결된다. 드러나는 이미지보단 개념적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기에, 그 출발은 “세상에 과연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는가?”하는 그의 초기 의문에서 시작된다. 한경우의 작품은 절대성이란 실체의 존재 여부 그리고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관한 지속적인 궁금증을 던진다. 여기서 그는 절대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단지,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하며 인간 시각과 지각의 오류 그리고 상대적인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할 뿐이다. 무언가 바라보는 절대적 시각이 아닌, 상대적 시각 시각의 순수함을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한경우는 스스로를 특정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라 칭하지 않는다. <I MIND>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아직 하나의 매체로 귀결되기보단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길 원한다. 여전히 우리 일상의 여러 것들을 다르게 보는 그를 ‘무엇’을 하는 작가라고 규정짓기에 이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경우




작가 한경우는 1979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필름&뉴미디어 석사 및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를 졸업했다. 미국 시카고 LG스페이스를 비롯 대안공간 루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1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최근 송도아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작가적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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