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Atlanta's Public Art' 애플리케이션 스크린샷
'서울 공공미술 산책' 애플리케이션 스크린샷
워낙 면적이 크고 예술도 발달한 나라이니 만큼 미국의 서비스가 다양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공공미술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인 까닭에 한국에도 당연히 서비스가 존재한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공공미술 산책’은 서울 전체에 숨어있는 공공미술을 무려 2,000여 점이나 소개하고 있다. “길을 걷다 만난 인상 깊은 조각 작품 하나, 그런데 이 작품은 뭘까? (…) 당신의 일상이 예술로 즐거워진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위치에 기반을 둬 거리상으로 가까운작품 순서대로 확인도 가능하고, 최신 등록순으로 볼 수도 있다.
예술과 함께하는 데이트 코스까지 추천해준다고 하니 만능이다. 그리고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등록하지 못한 작품을 ‘공공미술 사진 업로드’라는 항목을 통해 관람자가직접 등록할 수 있어, 제공된 정보만을 열람하는 단계를 넘어서, 당신과 내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말 그대로 ‘공공의’ 역할까지 자처한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을 소개하고 있을까? 2,000여 점이나 되는 예술품을 다 열거하는 건 어렵더라도 서울시민이 가장많이 마주친 유명한 공공미술로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에서 망치질에 열심힌 검은 사나이를 들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조나단보로브스키(Jonathan Borofsky)의 2002년 작 <해머링 맨(Hammering Man)>도 휴대전화 속에 담긴다.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공공미술을 관람 가능하니, 가히 하나의 모바일 미술관인 셈이다. 한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는 제4회 때 ‘인터페이스: 나의, 나만의 공공예술’이라는 모바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눈길을 끌었다. 6팀의 작가군이 4회 이전까지 ‘APAP’에서 소개한 작가들을 작품을 재해석한 프로젝트인데, 신작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새롭게 해석한 기존 작품 앞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시에만 신작을관람할 수 있도록 한 흥미로운 모바일 체험이다.
'Barcelona Public Art' 애플리케이션 스크린샷
유럽으로 건너가 보자. 아일랜드 더블린의 공공미술을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 ‘Art Trax Public Art Dublin’도 충실한 콘텐츠로 무장해 단연 주목할 만하다. 이 서비스를 만든 이들도 자부심이 상당하다. Art Trax는 영구작품의 위치를 제공하고, 단기나일시적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나 공공미술에 대한 안내도 함께 제공한다. 더블린 시내를 구역별로 나누어 이미지, 위치, 작품명, 작가명, 작품설명까지 상당히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심지어 커미션 정보와 과정까지도 볼 수 있다. 작품명 A부터 Z까지알파벳순으로 찾는 것도 가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표시해 두었다가 나중에 모아서 볼 수 있는 즐겨찾기도 가능, 펼친 지도로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공공미술 풍경의 완전한 전망을 제공하며, 1980년대에 커미션된 공공미술부터 현재까지 작품을 아우른다. South Dublin County Council이 주관하며 다양한 예술가들과 커미션한 기업들과 조직들의 도움을 받은 서비스다. 애플리케이션에 아카이빙된 작품들의 비디오, 오디오, 에세이까지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며 강점으로 작용한다. 대표작품으로 더블린 내에서도 눈에 띄는 공공미술 랜드마크인 안드레아 코프(Andreas Kopp)의 <the Marker Tree> (2011)와 South Doublin County Council의 커미션을 받은 모리스 오코넬(Maurice O’Connell)의 <A Monument for Two Communities>(2000)가 있다.
South Dublin County Public Art 웹사이트(http:// www.southdublin.ie/artsworks/)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국의 ‘BUS ART-Year of the Bus’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애플리케이션이다. 2014년 런던 Transport of London에서‘Year of the Bus Sculptur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자선기금을 마련하고 교통에 대한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각인시키기 위한 기획이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색칠하고 꾸민 런던의 상징 이층 버스 조각을 시내 곳곳에 설치한 것인데, 각기 다른 버스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기쁨을 주며 이목이 쏠렸다.
'Year of the Bus Sculpture' 설치전경
‘BUS ART’는 그 버스 조각들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물론 지금은 전시돼 있지 않지만, 지금도 작품이미지, 작가, 후원자, 설치장소를 볼 수 있다. 버킹엄 궁전을만든 만디 포프(Mandii Pope)의 <Buckingham Palace Bus>는 빅토리아 스트릿에 있었고, 런던 튜브맵을 상큼한 디자인으로 승화한 <London Takes the Bus>는 로드 헌트(Rod Hunt)의 작품이었다. 레스터 스퀘어에 설치된 데미안 제프리(Damien Jeffery)의 <Rock 'n' Royal>도 인기를 끌었던 버스 조각이다. 앞서 소개한 애플리케이션들과는 성격이 다르더라도 다양한 공공미술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캐나다 서레이(Surrey)의 ‘ArtWalk’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공공미술을 안내하고, ‘Barcelona Public Art’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의 공공미술을 사진으로 찍어 배경화면 이미지로 제공한다.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Totem>(1987),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Cap de Barcelona>(1985), 호안 미로(Joan Miro)의 <Dona I ocell>(1983) 등 거리 미술의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이미지를 휴대전화 배경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능력자들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전 세계 구석구석을 메우고 있는 공공미술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니, 앉은 자리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퍼블릭아트를 눈으로 직접 보고 겪은 것처럼 머리와 마음이 풍족함으로 꽉 찬다. 공공미술이 야외에 설치돼 있다 보니 그 사진과 정보를 관람하는 것이 마치 여행을 다녀온 듯 만족감을 선사하기도. 공공미술은 더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아니고, 이제 공공미술의 위치를 정복해 직접 찾아감은 물론이고 앉은 자리에서(혹은 누워서도) 관람할 수 있는 공공미술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통하는 시대다. 메마른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공공미술 모바일 서비스를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