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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3, Feb 2016

당당한 작은 것들의 파워, 미니어처

Miniature World

몇 해째 관심을 집중시키던 개인 방송이 새삼 ‘키워드’로 떠오를 만큼 그 인기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먹방, 겜방, 쿡방 등 꾸준히 인기를 누리던 개인 방송 콘텐츠 속 새롭게 한자리를 꿰찬 주제가 있으니 바로 ‘미니어처(Miniature)’다. 일상의 모든 것을 손톱만 한 크기로 만들어내는 이들의 손은 믿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며, 그 결과물은 실제 대상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헌데 미술계에는 미니어처 열풍이 불기 훨씬 전부터 자신만의 미니 왕국을 구축하는 예술가들이 존재했다. 라이프스케일과 공간을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작품이 즐비한 전시공간에서, 작지만 큰 힘을 가진 자신만의 미니어처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을 만나보자.
● 기획·진행 이효정 기자

하태범 'Dance on the city 2' 2011 단채널 영상 4분 2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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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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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는 현재 작은 이나 모형으로 통용되지만, 원래는 채색 사본(Illumi nated Manuscript)이란 뜻의 단어다. 라틴어에서 붉은색을 의미하는 Minium에서 유래한 미니어처는 고대와 중세시대 붉은색으로 또렷한 윤곽을 그려내는 삽화를 가리키는데, 일반적으로 작은 삽화에 사용되었고 이는 나아가 작은 초상화로 범위가 좁혀졌다. 이러한 어원의 흐름에 따라 현재 미니어처는 작은 물체라는 뜻을 획득하게 것이다. 크기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미니어처라 정의할 크기적 기준 또한 차이가 있을 있다. 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미니어처 왕국의 대표주자가 있으니 바로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이다


소설 소인들은 인간 체구를 지닌 걸리버의 1/12 크기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들은 허구의 인물로 실물을 확인할 길이 없다. 현실에 없는 것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니, 소설을 읽고 진짜 소인국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비록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을 만나보고 싶다면 런던에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영국 비주얼 아티스트 슬린카추(Slinka chu) 런던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진 소인국을 창조하는 리틀 피플(Little Peopl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독일 장난감 회사에서 나온 손가락 마디만한 피규어를 길거리 적재적소에 배치해 생명과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이 주된 내용 이다






토마스 도일(Thomas Doyle) <Acquitted> 

2014 혼합매체 20.25×19.5×4.5inches 





인간 신체 사이즈에 맞춰 제작된 우체통, 가로등, 벤치 등은 우리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물건들이지만, 슬린카추의 리틀 피플들에겐 모험 자체다. 바닥에 엎질러진 우유곽은 리틀 피플에게 멋진 수영장이 되며, 우체통의 곡면은 스키장이 된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은 리틀 피플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있는 위험천만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누가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놀이터가 되고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슬린카추는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소설 속에서만 만나 있는 소인국을 현실에서 만들어냈다그가 자신의 왕국 구축을 미니어처 사이즈로 선택한 이유는 작은 물건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공감대를 나눌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기와 같이 작은 대상을 보면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인간의 본능 하나라고 한다


이에 그는 리틀 피플이란 작은 물체를 이용해 자연에 소소한 것에서부터 공감대를 느낄 있도록 꾀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슬린카추는 자신의 소인들을 런던 거리 곳곳에 그대로 방출하고 온다. 멋진 스토리를 담은 사진을 찍은 , 작가는 자신의 소인을 집에 데려가지 않고 거리에서 생활할 있도록 한다. 실제 몇몇 관람객들이 사진 흔적을 쫓아 리틀 피플들을 발견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만일 런던에 간다면 걸리버 여행기를 방불케 하는 소인국 체험을 있을지도!


슬린카추를 필두로 자신만의 미니어처 왕국을 구축하는 예술가들이 눈에 띄게 부쩍 늘었다아이디어가 유독 주가 되는 작품이라 그런지 이들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미니어처 피규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 있지만담고 있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아키코 아이다(Akiko Ida) 피에르 자벨르(Pierre Javelle) 구성된 미니미얌(Minimiam) 미니어처와 프랑스어로 맛있음을 표현하는 의성어 미얌(Miam) 합성어로달콤한 배경과 미니어처 토이를 접목해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를 만든다미니미얌과 유사하지만  다른 미니어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으니윌리엄 카스(William Kass)음식을 마이크로 렌즈로 확대해 보았을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그는  세계에 작은 사람 피규어를 비채히 마늘을 낙하산 삼아 내려오고케일 파도를 타고 여름휴가를즐기는  맛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윌리엄 카스(William Kass) 

<Night fishing in the swamp of black beans> 15×15cm  





일본의 시각예술가 다나카 다츠야(Tanaka Tatsuya) 미니어처 캘린더(Miniature Calender) 프로젝트로 자신의 미니어처 왕국을 달력 형식을 차용해 선보인다. 다츠야는 우리 생활용품으로 완전히 연출된 상황을 만든다. 작품 미니어처 피규어들은 빗자루 샤워, 반도체 모내기, 피크닉 생활용품에서 일상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그가 일상용품에 미니어처 피규어를 접목한 이유는 사람들이 가늠할 있는 스케일로 만들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일상생활에 관한 주제에 대해 대중의 공감을 한층 끌어내려 하기 위해서다. 앞서 소개한 미니어처들은 한눈에 보아도 귀여움을 자아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동욱의 소인은 앙증맞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어려움이 있다. 인간은 동물의 최종 진화 단계라 여겨질 정도로 우수한 생물체로 평가되곤 한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손을 사용하는 귀한 재능을 부여받아 도구를 만들어 부족한 부분을 도구로 채워 다른 생명체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구가 없는 인간은 몇몇 동물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우수하다고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은 사실 나약한 존재다


그가 창조한 소인들은 기괴하게 변형된 신체를 지녔거나 고깃덩어리처럼 분장한 먹힘 당하기를 기다리는 온전치 않은 모습을 지녔는데, 이동욱은 크기마저 작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물론 인간을 약소해 보이도록 연출한다. 이동욱에게 미니어처 사이즈는 인간의 이면을 보여주는데 가장 적합한 사이즈였던 것이다. 하태범 또한 미니어처를 이용해 자신이 표현하는 내용을 극대화 시킨다. <Dance on the city 2>(2011) 작은 건물들은 무용수의 동작에 의해 끊임없이 짓밟히며 망가져 가고 있다. 그러나 건물들은 실물사이즈가 아니므로 관람객은 마치 남의 일인 영화 보듯 무감각하게 이미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는, 우리네 일상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재해 관련 뉴스를 보면 카메라 앵글로 인해 실제 건물들은 작게 등장해, 대중들은 재해영상에 진심 어린 공감을 하기 어렵다. 작품 미니어처 건물들은 관람객에게 파괴되는 건물을 장난감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은 실제 우리가 뉴스를 바라보는 모습과 크게 다를 없다. 하태범은 의도적으로 건물 사이즈를 축소해 눈앞에 재해 상황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현대인들의 무감각함에 대해 재고하고 있는 것이다.






토마스 도일 <A corrective> 

2010 혼합매체 42×40.75inches(지름)




   

앞서 소개한 미니어처 작품들은 어느 정도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다면, 함진의 미니어처는 돋보기가 없다면 판별 불가 선고가 내려질 정도의 크기다. 1cm 겨우 넘는 함진의 작품은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슨 형태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그의 소인국은 굉장히 작다. 집중하지 않으면 작품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턱이 없으니, 함진은 미니어처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데 성공을 거뒀다회화 영역에서 작은 작품이 지닌 장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대중들이 작품을 구입하기에 비교적 경제적이란 측면이다. 아무래도 사이즈 자체가 작다 보니 대중들이 느끼는 작품의 가격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차원 높아진다는 것이 작은 작품이 지니는 이점 하나가 된다.


 <Small is Beautiful> 런던 플라워스 갤러리(Flowers Gallery) 주관 아래 1974 이래로 계속되고 있는 시리즈 전시로 매체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지만, 가지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이 있다. 바로 갤러리가 제안하는 경제적 사이즈인 최대 7×9인치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전시의 목적이 가능성 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시와 판매 가지 기회를 동시에 주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들이 부담 없이 구매 가능한 크기를 정해놓은 것이다. 엘리슨 와일딩(Alison Wilding), 헌터(Tom Hunter), 매기 햄블링(Maggi Hambling), 로라 포드(Laura Ford) 그리고 주노 칼립소(Juno Calypso) 등이 유명세를 얻기 프로젝트에 참가해 작은 작품을 선보였다고 하니, 관람객은 이곳에서 훗날 영국과 미국을 이끌어나갈 유명 작가의 초기작을 있는 행운을 누릴 있을지도 모른다. 





이동욱 <Fat Girl> 2015 혼합 매체 15×10×17cm 

 아라리오갤러리





근대로 접어들면서 선호하는 사고방식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누가 건축물을 짓고, 박람회를 열고 경제권을 차지하는지 거대 규모에 관심이 집중적으로 쏠렸다. 이에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자신이 펴낸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인간 중심의 경제 주장하며 것만을 바라보는 경제학이 아닌, 자연 생태계와 공존할 있는 작음을 강조했다. 등장과 함께 파장을 일으킨 책은 그간 주목받지 못한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의 물고를 텄다. 합리적인 작은 소비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을 살린다는 그의 주장은 비단 경제학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은 낮고 작은 곳에서 바라봐야 자세히 들여다 있으며, 세상에는 작아야 빛을 보는 경우가 분명 있다. 앞서 소개한 모든 예술가들은 가장 작은 세계를 만듦으로써 제각각의 삶을 그려낸다. 그들 작품은 작아서 아름답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며, 작은 것을 빌어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만일 작품들이 사이즈로 완성됐다고 가정해보자. 분명 작품들이 지닌 메시지는 흐리멍덩해질 것이다. 보다 글로벌한 스케일로 경쟁하는 미술관에서 그들은 작음을 택했는지, 그들의 세계에서 작아서 아름다운 무엇인지,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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