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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0, Nov 2015

이준
Lee June

벗어나기 힘든 사회의 그림자, 시선

PUBLIC ART NEW HERO
2015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Ⅴ

사회는 혼자 살 수 없는 곳이기에, 무리 짓고 집단을 만들어 협업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회적 통념과 일반적인 시선이 생기고, 어느 순간 개인은 이러한 것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가 된다. 특히 한국사회는 타인을 의식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리 속에서 튀는 행동이나 옷차림을 한 누군가에게 순식간에 눈길을 쏟아낸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이준이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인식한 것 중 하나가 ‘타인의 시선’이었다. 한국에서 시선에 대한 강렬한 인식을 받았기에 그가 지낸 미국에서는 비교적 벗어났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예외는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어도 다인종 국가 미국의 대부분 인종은 서양계로 동양인 이준은 타인의 눈길을 받기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타인의 눈에 의해 작가는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것들을 하나씩 잃는 경험을 했다. 어릴 적 우산 밑에서 노는 것을 즐겼던 그는 커가면서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당시 그가 겪은 개인적 상실감을 표현한 작품이 'Loss'(2010)다. 작품 속 다양한 색감을 지닌 우산은 지난 세월 동안 그에게 즐거움을 준 것들이지만, 지금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할 수 없는 것들을 의미하며 그 밑에는 상실의 흔적이 짙은 검정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확연히 드러나는 색의 차이는 작가에게 행복을 준 것들을 상기하며, 동시에 그것들을 유지할 수 없다는 부재의 감정을 나타낸다. 이준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작품에 담는다. 작가는 유년시절 그에게 쏟아졌던 시선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학생으로서 받아야 했던 시선, 나아가 사회적 시선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작업으로 끌어온다.
● 이효정 수습기자 ● 사진 서지연

'Bystander' 2011-2015 혼합매체 각 24×2×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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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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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은 이준의 작품에 ‘사회적 시선’이 존재하는 건 어쩌면 불가피했다. 사회적 시선에 민감한 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현대인으로서 이준은 타인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시선은 작가 본인이 경험했던 것에서 확장해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나아간다. 자신과 주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탐구하다 보니, 사회 전반에 공통된 현상인 ‘방관자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 이 용어는 1964년 뉴욕, 한 여성이 집 앞에서 살해당하는 동안 목격자 38명 중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눈앞의 일을 묵인한 사건에서 파생했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회문제인 왕따에서도 방관자 효과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듯이, 이준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사회 곳곳에 그들이 존재한다 말한다.


 <Bystander> (2011-)의 방관자들은 웅크리고 있는 인물이 눈앞에 있음에도 적극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거나, 뒷짐을 진 채 서 있다. 오히려 ‘나는 당신을 도와줄 수 없고, 이 상황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표현하는 듯하며, 이는 실제 사회에서 나타나는 방관자의 모습과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동시에 그들에게선 어떠한 관심어린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적 외톨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은 이목이 집중되어야 할 상황에서 무관심으로 응하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수많은 인체 조형물을 통해 작가는 ‘왜 사람들은 방관자가 되었나? 그것은 본인의 선택인가,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에 의한 것인가?’를 통해 그들이 왜 무관심한 시선을 지니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Bias> 2015 디지털 프린트  




나아가 이준은 <Witness(and there were none)> (2013)에서 이러한 의문을 발전시킨다. 응당 목격자는 ‘본 사람’을 의미하고, 작가 작품 속 목격자들 또한 사건을 마주한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자신의 눈, , 귀를 막아 보고 들은 것을 묵인해 시선을 의도적으로 삭제한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개인도 방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방관자들은 개인을 넘어서 군중으로 응집하며 개인이 지녀야 할 책임감에서 탈피한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나서겠지’라는 생각이 그들을 시선이 부재한 목격자 집단으로 만든다. 이준은 목격자를 통해 우리도 목격자 군중 속 하나가 아닌지, 반대로 군중이 나에게 목격자로 다가오면 어떨지, 그 후 다시 나는 목격자 중 하나로 남을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사람’이 등장한다. 사람을 작품의 중심소재로 삼은 것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 학창시절 매일 두 장의 스케치를 했는데, 당시 작가의 생활반경 내에서 접할 수 있던 행인이나 사람들을 그리면서 자연스레 인간의 페르소나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개별적 특색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여러 임무를 수행하고, 다양한 표정을 지니는 존재이므로, 작가에게 사람만큼 유일무이하며 다채로운 소재는 없었다. 또한, 같은 제품을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기계와 달리 수공예로 제작한 그의 작품은 작품 자체로도 개별성을 지닐 뿐 아니라 각기 다른 사람의 특징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특히 동양사상에서 인연, 운명을 상징하는 실을 다양한 색과 두께로 사용해 각 인체조형물에 DNA를 부여해 각 사람의 개인적 성향을 시각화했다. <Bias>(2015)에 등장하는 안경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외형뿐 아니라 각자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지니며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시선을 형성한다. 작가는 실을 이용해 각기 다른 색과 패턴으로 모두 다른 형태를 지닌 안경을 제작하는데, 이는 그만큼 다양한 편견과 선입견이 순수한 시야를 차단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세상을 입맛대로 바라보는 개인을 나타낸다.





<Witness (and there were none)> 2013 혼합매체 각 30×20×24cm





사실, 이준이 처음부터 시선에 대해 말하고자 의도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느낀 사회이슈를 이야기하며, 구성원이 사회에서 느끼는 방향을 작업에 반영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작가가 말하는 사회 현상 이면에는 관심, 무관심, 선입견 등 다양한 시선이 깔려있다. 그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편이다”라고 말한다. 작가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눈길 뿐 아니라, 자신이 타인을 바라보는 눈 또한 관심 범위 안에 있다. ,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에 그의 작품 이면에 ‘시선’이라는 주제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준의 흥미를 끄는 사회 현상은 ‘자존감’에 관한 논의다. 그는 ‘왜 사람들은 비교하고, 타인을 통해 자신의 자존감을 확인하려 하나?’라는 의문을 통해 사회와 시선에 대한 더 심도 있는 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준이 바라보는 사회와 그 저변에 있는 사회적 시선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해석될지 벌써 흥미를 돋운다.  

 

 



이준





작가 이준은 1985년 생으로 미국 시카고예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에서 섬유예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미국을 무대로 활동한 그는 귀국 후, 2015 경기도자비엔날레, 2014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제1회 프랑스공예비엔날레, 제8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2014 아트스테이지 싱가폴, 2013 AAF 스톡홀롬 등 국내외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현재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해 있으며,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작가로 선정돼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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