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인류문명에 비약적 진화를 가져왔다. 인류는 손으로 많은 것을 이뤘고,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손은 기계문명의 등장 이후 한 발 뒤로 물러난 존재가된 것도 사실. <삶의 수작>전은 손으로 만드는 행위가 현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길종상가(박길종), 김춘식, 김현희, 오화진, 이광호, 이용순, 제로랩(장태훈, 김동훈, 김도훈), 조대용, 패브리커(김동규, 김성조)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기계 문명이 만연한 시대에서 손이지닌 본래의 기능을 탐구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수작업을 통한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광호 <펜디-파토 아 마노 포 더 퓨처>
부분 2011 가죽끈
전시는 패브리커의 ‘제작자의 공간’을 통해 ‘만들기’라는 개념 이전에 존재하는 무한히 확장되는 사고의 세계로 발걸음을 뗀다. 만드는 것에 대해 구상했다면, 그다음 차례는 실현 단계다. 전시는 그 다음 파트인 ‘수작’에서 김춘식, 김현희, 이용순, 조대용의 소반, 자수, 달항아리를 소개하며 기계가 재현할 수 없는 손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며 수작이 지닌 옛 명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확장과 변주’에서 손을 통해 사물을 조율하는 행위에 관심을 두고 오화진과 이광호의 작품을 전시한다. 마지막 ‘일상의 수작’에서는 손을 이용해 자급자족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길종상가와 제로랩의 실험을 선보인다. 이미 많은 것이 현대화된 지금, 완전히 손의 행위로 회귀하는 건 다소 어려운 행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컬러링북, 종이접기, 자수 등 손으로 하는 작은 작업이 다시금 유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계문명이 주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그 존재감을 지닌 수작을 통해 인간의 주체성 회복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에서 손의 역할을 다시금 재조명할 수 있다. 오는 8일부터 다음 해 2월 14일까지.
· 문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055-34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