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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7, Aug 2015

편대식
Pyoun Dae Sik

완전한 세계 속 불완전함의 이야기

PUBLIC ART NEW HERO
2015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Ⅱ

편대식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시각적 장치를 통해 탐구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작업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해 미술 작품 제작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다. 작가가 지향하는 회화의 목표지점은 뚜렷하다. 일루전에 주목함으로써 인간 시각의 한계와 왜곡을 드러내는 한편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존재적 고민과 철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내면 성찰의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흑백의 화면에 펼쳐지는 선의 변주와 기하학적인 도형들은 다양한 시각적 향연과 함께 관람객을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 김유영 수습기자 ● 사진 서지연

'Rolling Snow' 2014 비디오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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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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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대식은 한지와 연필이라는 아날로그적인 회화 도구로 기하학적 도형 무늬를 그린다. 그의 그림은 디지털 이미지처럼 사실적이고 정밀해 보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울퉁불퉁한 선이 눈에 띤다. 종이 전체를 연필로 까맣게 칠했음에도 여전히 희끗희끗하게 남아 있는 부분도 있다. 인간이 하는 작업이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오차이지만, 그림에 오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화면을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일부로 남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미지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아름다움으로 존재에 대한 경건한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Untitled 140528> 2014 

한지에 연필 25.3×25.3cm





2010년부터 시작한 선과 도형 회화 작업은 평면상의 기하학적 형태와 흑백의 대비로 순수하게 시각적 환영을 만들어낸다. 모노톤의 흑백은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며 관념적이고 절제된 화면을 형성하기에 적절한 색이다. 그는 <Untitled(cube No.14)>(2011)와 같이 육각형 여러 개가 중첩되거나<Untitled(vally)>(2014)처럼 사각형 안에 선이 서로 교차하는 형태 등 다양한 무늬와 패턴을 그린다. 때로는 그저 구불거리는 선과 <Untitled (vacant cube)>(2012)처럼 단순히 검게 칠한 화면만을 담아내기도 한다. <Untitled(cube No.8)> (2011)의 경우엔 똑같은 선을 그렸어도 흑백을 다르게 칠해, 음각으로 보면 검게 칠한 면이 밖을 향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고, 양각으로 보면 두 개의 피라미드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형상으로 보인다. 그는 이처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시각적 착시 효과를 유도한다. 






<Untitled 140517> 2014 

한지에 연필 25.3×25.3cm 




틈틈이 드로잉으로 도형을 구상하고 수학적 접근으로 선의 길이, 면적 등을 계산하는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 그는, 노동에 노동을 더하고 또 노동을 하고서야 작품을 완성한다. 작업 과정을 다시 말하자면 이렇다. 우선 나무판을 짜고 두꺼운 한지인 삼합 지를 다섯 번 배접한다. 그 위에 비닐을 덧씌운 후, 자를 대고 도형의 도면을 그린 후 펜으로 선을 따라 눌러서 각인시킨다. 비닐을 벗겨내고 화면 전체를 연필로 까맣게 칠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배접 같은 경우엔 말리는 시간도 필요하기에 한 작품을 마무리하기까지 보통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의 화폭을 가로지르는 미세한 선들과 여러 층의 레이어는 평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공간감과 깊이감이 느껴지는 등 입체적 착시효과를 유발하는데, 시각의 한계와 왜곡 현상을 잘 보여준다. 수작업이기도 하거니와 울퉁불퉁한 종이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선의 떨림도 마찬가지다. 일정 거리 이상에서 바라봤을 땐 견고한 직선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군데군데 불완전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시각의 특성과 한계성을 드러냄으로써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이 정말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Untitled(variable cube)> 2014 

알루미늄 16.5×16.5×16.5cm  




시각적 환영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존재적 각성이다. 작업의 행태가 자신의 삶과 닮았다고 언급한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 성찰과 내면적 응시처럼 자신의 그림을 통해 관람객들도 존재의 가치와 의미, 나아가 각자의 근원적 감정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전한다. 그에게 직선은 학습을 통해 쌓은 것이든,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이든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기준을 상징한다. 빈틈없이 정확하게 선을 그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인간도 사회의 여러 도덕적 가치와 윤리 규범에 순응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완벽하고 완전하게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의 편의를 먼저 생각할 때가 오기 마련이다. 불완전한 선은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한 모습을 대변한다. 




<Rolling Snow> 2014 비디오 30  





여기에 때에 따라 살짝 혹은 많이 흐트러진 선은 흡사 돌발변수로 인해 늘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 이렇게만 보면 마치 작가가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존재를 바라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편대식은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에 대한 연민과 함께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자신이 작품에 담아낸 주제가 다소 표현하기 힘들고 추상적인 만큼 관람객의 좀 더 쉬운 이해와 친숙한 접근을 돕기 위해 2014년 영상 작업 <Rolling Snow>를 진행한다. 발자국 보폭으로 치수를 계산해 선을 따라 눈을 굴리는 장면을 담은 것으로, 역시 앞선 회화 작업과 전달하는 메시지는 같다. 작았던 크기의 눈은 처음엔 잘 굴러가지만,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혼자 굴릴 수 없는 크기와 무게가 된다. 이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상징하는데, 작가는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하다 보면 고난을 겪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계속 앞을 향해 전진하는 것, 그것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 <Untitled(variable cube)>(2014)도 관람객이 작품의 이해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흥미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Untitled(cube No.14)> 2011 

한지에 연필 150×130cm




입체와 평면이 교차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편대식의 그림은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 다루는 작업이 아니기에 짧게 스쳐 지나가는 듯이 보면 본질적인 메시지를 놓치기 쉽다. 그의 그림을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까닭이다. 그림 속 불완전한 요소들과 이들이 한 데 모여 어느 순간 만들어내는 일루전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나아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각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에 인생의 본질을 담아냄으로써 우리네 인간들이 비록 불완전하지만, 고난을 극복해가며 살아가는 존재이고, 불완전하므로 희망과 용기를 갖고 인생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그는 이제까지 해왔던 작업들과는 조금 다른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각기 다른 무늬와 패턴의 소형 작품300점 정도를 조합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 후, 배치 방법과 방향을 달리해 색다른 일루전을 만들어내는 모듈화 작업을 구상 중이라는 편대식. 지금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어떻게 도움닫기 할 것인가는 작가의 몫으로 남겨졌다.   

 



편대식





작가 편대식은 1984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하슬라미술관, (재)한원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백공미술관 2인전에 참여했으며,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도, 충청도 등 각지에서 열린 그룹전에 초대된 바 있다. 2015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에 이름을 올린 그는 같은 해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발탁되었다. 현재 백공미술관, (재)한원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오는11월 스페이스 선+에서, 2016년 2월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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