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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2, Jan 2021

남춘모 Line in Space

2020.11.19 - 2020.12.31 리안갤러리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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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대구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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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구조, 해체



이번 리안갤러리의 개인전에 출품된 남춘모의 작품들은 대부분 2020년에 제작된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1990년대 중반 작업을 다시금 소환했다. ‘Stroke Line’(1995), ‘Gesture’(1995-1997) 등으로 명명된 당시의 작업들이다. ‘Stroke Line’의 경우 서예의 필획을 연상시키는 분명한 선들을 화면 위에 얹고 그림자를 병치시켜 입체감을 주는 방식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작업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춘모는 2차원의 평면 위에서 선과 빛, 그림자의 관계를 탐색했다. 반면 ‘Gesture’는 작품의 제목처럼 붓을 운용하는 작가의 동작이 자연스럽게 화면을 채워나가는 회화 연작이다


화가의 동작이 이어지는 한, 그의 붓질을 관용적으로 받아들이는 ‘Gesture’의 화면은 일종의 올오버 페인팅(all over painting)으로 완성된다. 과거의 작품인 ‘Gesture’를 들여다보면서 필자는 이 그림들이 단지 균일한 제스처의 흔적으로만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수히 그어놓은 필획들 사이로, 혹은 그 너머로 인체의 두상 같은 형상이, 느슨하게 묶인 것처럼 보이는 끈의 형태가, 혹은 구체적인 용도를 알 수 없는 구조체의 흔적들이 슬며시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이상, 어느 부분에서든 공간에 그만의 매듭을 짓고자 하는 남춘모의 잠재적 의도가 감지되었다.


이런 이해를 통해 1998년경부터 발표된 남춘모 특유의부조회화형식을 설명할 수 있다. 선을 공간에서 활성화하고자 하는 깊고 집요하며 강렬한 열망이 부조회화의 형식과 구조로 정리된 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남춘모의 부조회화는 ‘U’자형 혹은자형으로 이야기되는 천에 수지를 입힌 작은 유닛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닛들의 배열 혹은 선 긋기, 채색 등의 기법으로 완성되는 그의 회화는 완전히 독창적인 회화적 형식이 창출된 사례라 할 만하다. 다양한 조형 요소 중에서 유독 선에 대해 남다른 체험과 감각을 지닌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조형성의 실험이 남춘모의 작업에서 부조회화의 형식으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유닛들이 남춘모의 화면에 얼마나 놀라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지는 2000년에서 2019년 사이에 제작된 그의 대표작들이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유닛은 공간을 매듭짓는 최소한의 단위다. 유닛은 집합과 분산을 통해 선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빛을 흡수하거나 분절시키며 은은하거나 강렬한 색을 품어 회화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남춘모가 작품 제목으로 사용하는 ‘Line’, ‘Stroke’, ‘Beam’, ‘Spring’의 단어들은 작가가 공간을 해석하고 자극하는 방식의 핵심어이며, 이것이 화면에서 유닛으로 구조화된 것이 남춘모의 부조회화 작업이다. 작업에 구조가 생겼다는 것은 이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Stroke Line’, ‘Beam Stroke’, ‘Stroke-Beam’, ‘Spring-Beam’ 등이 그 증거들이다. 그런데 이번 리안갤러리의 전시에서 작가는 이전 그의 작업을 대표하는 유닛을 사용한 작품들을 전혀 선보이지 않고 있다. 화면의 어느 부분에서도 그토록 견고하게 화면에 붙어 있던 유닛의 구조체를 발견할 수 없다


유닛이 모두 사라져 버린 남춘모의 회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 전시의 중심이 되는 작업의 제목은 여전히 ‘Stroke-lines’, 공간에 어떤 파격을 주어 선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9년에 제작된 ‘Lines’ 연작들은 천을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후 잘라내어 화면에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한 콜라주 작품이다. 천 조각들은 납작해진 유닛처럼 작용한다. ‘Stroke-lines’으로 가기 위한 이행 과정의 구조를 보여준다. 2020년의 ‘Stroke-lines’ 연작은 유닛의 겹을 벗어버림으로써 이제 온전히 남춘모가 내지르는 붓의 ‘stroke’에 운명을 맡긴 화면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리드미컬하고 부드러운 필획과 격정적이다 못해 파괴적인 필획이 이 화면에서 저 화면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붓의 ‘stroke’이 스스로 화면에 자율적인 구조를 형성하기를 열망하는 작가의 집념이 집약되어 있다. 화면의 구조를 완성시킨 화가가 스스로 자신의 구조를 해체하는 역설을 이번 전시는 보여준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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