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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8, Mar 2023

미술과 세금

Art and Taxes

● 기획 · 진행 편집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Pictures at an Exhibition] 2018 Photographic drawing printed on 8 sheets of paper, mounted on 8 sheets of Dibond 2.7× 8.7m Edition 10 of 12 © David Hockney, assisted by Jonathan Wilk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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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아트로센터 디렉터, 최정희 건양대학교 금융세무학부 부교수, 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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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 시장 주목도와 비례해 이를 둘러싼 여러 세금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술과 세금을 둘러싼 이슈는 비단 고액의 작품을 거래할 때뿐만 아니라 미술관 입장권 구매 시의 소득공제 혜택 등 생각보다 더 우리 일상과 연관돼있다. 미술과 세금을 폭넓게 톺는 특집을 마련했다. 우선 구매자의 관점으로 미술품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세금 제도를 짚는다. 작품 취득부터 보유, 대여, 유통, 처분까지 미술품 거래 전반의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우리가 매일 거래하고 부담하는 부가가치세가 미술품 혹은 예술행사에 대해서는 왜 면세되는지 그리고 그 범위는 무엇인지 알아본 뒤, 올해부터 시행되는 미술품 물납제를 살핀다. 물납제 조건과 쟁점 등을 들여다보면 변화할 시장의 모습도 예측할 수 있다.




SPECIAL FEATURE No.1
미술품 거래와 세금_박경신

SPECIAL FEATURE No.2
미술품 창작품·예술 행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제도_최정희 

SPECIAL FEATURE No.3
물납제 시행 의의와 변화하는 시장 예측_이한빛




조지 콘도(George Condo) <Snoopy> 2022

Oil on linen 215.9×228.6cm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George Condo





Special Feature No.1
미술품 거래와 세금
박경신 아트로센터 디렉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미술품은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취득세, 등록세, 부가세, 보유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양도소득세가 존재하지만, 이 역시도 기타소득 항목으로 분류되어 세율과 비용공제 등을 받을 수 있으며,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미술품은 투자 대체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래에서는 미술품 취득부터 보유 및 대여, 유통, 처분까지 세금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구매자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살펴본다.




Baert Gallery, Focus,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Casey Kelbaugh and Frieze

Photo: Casey Kelbaugh/CKA




구매했던 미술품 가격이 하락한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가?

2013년 1월 1일부터 개인 소장자의 미술품 양도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이 소장한 미술품을 판매하는 경우라도 계속성·반복성이 있다면 사업소득으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2021년 이후 개인이 양도하는 미술품은 계속·반복성 여부와 상관없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도록 소득 구분 기준을 명확히 했다(소득세법 제21조). 다만 미술품 거래를 위해 사업장 등 물적 시설(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미술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정된 가상의 사업장을 포함)을 갖추거나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에는 사업소득으로 과세한다.


그러나 모든 미술품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며, 소정의 서화·골동품(개당ㆍ점당 또는 조(2개 이상이 함께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통상 짝을 이루어 거래되는 것))에 대해서만 적용되는데 ①회화, 데생, 파스텔(손으로 그린 것으로 한정하며, 도안과 장식한 가공품은 제외) 및 콜라주와 이와 유사한 장식판, ②오리지널 판화 ·인쇄화 및 석판화, ③골동품(제작 후 100년이 넘은 것에 한정), ④이러한 서화·골동품 외에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서화·골동품이 여기에 해당한다(소득세법 시행령 제21조).


또한 양도가액이 6,000만 원 미만이거나 양도일 기준 생존한 국내 원작자의 작품인 경우에는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4조). 다만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에 의하면 ‘국내 원작자’란 대한민국 국적자인 원작자, 국적은 외국이지만 소득세법상 거주자로서 국내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자를 말한다.1) 즉 대한민국 국적 작가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작품 활동을 주로 하는지를 불문하지만, 외국인 작가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소장자 입장에서는 미술품 양도 시, 작가의 국적, 주된 작품 활동 장소, 생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웨이 지아(Wei Jia) <Secret Garden>

2022 Acrylic on Canvas 150×2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ichael Ku Gallery




한편 미술품 양도소득세의 경우 양도가액 1억 원까지는 양도가액의 90%, 1억 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양도가액의 80%(다만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90%)를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상 양도가액의 10%나 20%에 대해서만 과세가 되며 단일세율인 22%가 적용된다. 가령 A가 3년 전에 7,000만 원에 구매한 미술품을 2억 원에 양도하는 경우 세금은 양도차익인 1억 3,000만 원이 아닌, 양도가액인 2억 원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양도가액(2억 원)에서 필요경비로 80%를 공제한 금액(4,000만 원)에 대해서만 22%의 세율이 적용되어 납부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880만 원이다. 그런데 만약 A가 10년 이상 미술품을 소장하다가 양도한 경우라면 필요경비가 90%까지 인정되어 양도소득세는 440만 원으로 줄어든다. 즉 향후 미술품 양도 시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미술품을 매입할 때 반드시 관련 서류를 받아 보관해야 한다.


그렇다면 매입했던 가격보다 적은 금액으로 미술품을 양도하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 이러한 경우에는 실제 소요된 비용이 소득세법에 규정된 필요경비보다 많다면 실제 발생한 금액만큼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구매 당시 작품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 실제 발생한 금액을 필요경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술품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완납적 원천징수’로 해당 세금만 납부하면 납세의무가 종결되기 때문이다(소득세법 제14조 제3항). 또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서화·골동품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 서화·골동품을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등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인이 구입한 미술품의 경우, 작가의 생존 여부 및 가액과 상관없이 해당 자산을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법인세법에서 예외 규정을 두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가 과세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줄리 베커(Julie Becker) <(W)hole>

installed at Del Vaz Projects for ‘Frieze Projects:

Against the Edge’, curated by Jay Ezra Nayssan

for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Frieze

and Del Vaz Projects Photo: Paul Salveson




법인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경우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법인세는 소득세에 비해 세율이 낮기 때문에, 절세를 위한 목적으로 법인이 설립되는 경우가 많으며, 손금(損金)이 많을수록 법인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미술품의 구매비용을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법인세법상 손금은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인데, 손비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을 의미한다(법인세법 제19조). 그러나 해당 법인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산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기 때문에(법인세법 제27조 제1호), 미술과 무관한 사업을 하는 법인이 미술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미술품은 사업과 관계없는 ‘업무무관자산’에 해당되어 미술품의 취득·관리비용, 유지·보수비용 등을 손비로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법인세법은 미술 사업과 무관한 법인이 미술품을 구매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에는 손비에 산입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다(법인세법시행령 제19조 제17호). 즉 장식, 환경미화 등의 목적으로 사무실, 복도 등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항상 전시하는 미술품은 취득가액이 거래단위별로 1,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 하지만 1,000만 원을 초과하는 미술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손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구매가액 전체에 대해서 손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리고 법인이 경매에서 미술품을 낙찰받은 경우에는 경매회사에 지급한 경매수수료 역시 취득가액에 포함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유권해석이다.2)


따라서 법인이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취득하는 경우 손금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경매수수료를 포함하여 1,0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면 개인사업자기 미술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법인처럼 비용으로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 개인사업자도 미술품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필요경비로 인정받거나 감가상각비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미술품이 사업용 자산(비품)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원칙적으로 미술품은 업무무관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필요경비로 인정되기 어렵고, 게다가 미술품은 감가상각 대상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3)




정강자 <Haiti, 환상의 축제>

1987 패널에 아크릴릭 72×90cm




거래처에 선물한 미술품 구매비용도

비용처리가 가능한가?

문화예술서비스 산업의 진흥 및 육성을 위해 접대비 한도액을 초과한 기업이 문화접대비로 지출한 비용에 대해 손금에 추가로 산입할 수 있는 문화접대비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술품의 경우에도 거래단위별 100만 원 이하의 미술품 구입비는 문화접대비로 인정된다. 다만 문화접대비에도 한도가 있는데, 일반접대비 지출 한도 외에 문화접대비 지출액과 일반접대비 한도액의 20% 중 더 적은 금액으로 추가해 한도로 인정된다.




짐 다인(Jim Dine) <The Dip> 2004

Paint on carved wood 112.4×91.4×63.5cm

Courtesy GRAY, Chicago/New York




미술품을 상속받은 경우 상속세는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되는가?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時價)에 따르며, 시가가 없는 경우에는 세법에서 정해놓은 보충적 평가 방법을 적용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1항 및 제60조 2항 2문). 시가란 상속일 전후 6개월, 증여일 전 6개월, 증여일 후 3개월 이내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와 거래한 매매사례가격 등을 의미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2항 1문). 그러나 미술품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가가 존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보충적 평가 방법이 활용되는데, 보충적 평가 방법이란 2명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을 의미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1항 제2호 및 상속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다만 2명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이 국세청장이 위촉한 3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감정가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감정가액에 의한다(상속세법 시행령 제52조 2항).


한편 오래전에 상속을 받은 미술품에 대해서도 상속세가 부과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서를 제출한 자가 거짓신고 또는 누락신고를 한 경우 국세청에서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는 기간은 15년이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4항). 그러나 50억 원 이상의 서화·골동품에 대한 상속·증여의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해당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토니 코크(Tony Cokes) <So To Speak> installed at

Beyond Baroque for ‘Frieze Projects: Against the Edge’

curated by Jay Ezra Nayssan for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Frieze; Hannah Hoffman,

Los Angeles; Greene Naftali, New York;

and Felix Gaudlitz, Vienna Photo: Paul Salveson




미술품을 상속받은 유족이 미술품을

국공립미술관에 증여하는 경우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에 유증한 재산이나 상속재산 중 상속인이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데(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2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란 공공도서관, 공공박물관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기획재정부령에 정해진 단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8조). 따라서 미술품을 상속받은 유족이 국립미술관에 미술품을 기증한 경우에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상속재산 중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종교・자선・학술 관련 사업 등 공익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 등에게 출연하는 경우, 상속세 납부의무가 있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4)에 출연한 재산의 가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지 않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6조). 한편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의 가액은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지 않지만, 재산을 출연받은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을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의 용도 외에 사용하거나, 출연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에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니콜라 엘.(Nicola L.) <Nous Voulons Entendre>

installed at Thomas Mann House for ‘Frieze Projects:

Against the Edge’, curated by Jay Ezra Nayssan

for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Frieze; Nicola L. Collection and Archive;

and Alison Jacques, London Photo: Paul Salveson




미술관 입장권 구매비용도

문화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가?

연간 총급여액이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도서 구입비나 공연 관람료, 신문 구독료 등 문화비로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는 연간 100만 원 한도로 3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기명식), 현금(현금영수증 발급분) 등으로 사용한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등은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 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에 포함된다(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2).


문화비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입장료란 박물관·미술관의 전시 관람, 교육·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관람권, 입장권 등을 의미하며, 교육·체험비는 당일 입장에 유효한 일회성 교육·체험비용(1일권)에 한해 인정된다. 그러나 박물관·미술관의 식음료장, 문화상품점, 기념품점에서 지출한 비용은 문화비 소득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제율은 30%이고, 최대 100만 원까지 추가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문화비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이 총급여액의 25%가 넘어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비 소득공제 제공사업자로 등록된 사업자로부터 박물관·미술관 입장권을 구매한 경우여야 한다. 또한 전시산업발전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전시회,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른 ‘화랑’, 동물원·수족관·식물원은 소득공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PA




neugerriemschneider at ‘ART SG 2023’

Courtesy of ART SG




[각주]
1) 기획재정부소득-84, 2020.02.12
2) 법인, 법인세과-981, 2009.09.07
3) 국심2002부1256, 2002.06.19, 법인22601-1633, 1991.08.26
4) 법령상 또는 행정상의 사유로 공익법인등의 설립이 지연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까지다.



글쓴이 박경신은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및 동 대학원, 미국 뉴욕의 Benjamin Cardozo School of Law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법을 전공했다.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 관련 법제를 강의하면서 아트로센터에서 문화예술 분야 법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저작권보호원 비상임이사, 대통령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복지위원회 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등으로 활동하면서 미술저작권 신탁관리 활성화방안, 메타버스 및 NFT 관련 지식재산 쟁점, 예술인 고용보험, 미술진흥법 제정,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공예분야 표준계약서 제정 등에 참여하고 있다.





쉬젠(XU ZHEN®) <Newcomer 01> 2021

 Fiberglass, lacquer, steel 230×195×105cm 

Courtesy of MadeIn Gallery





Special Feature No. 2
미술품 창작품·예술 행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제도
최정희 건양대학교 금융세무학부 부교수


왜 미술품 창작품·예술 행사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가?

미술(美術). 네이버 사전에서는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그림·조각·건축·공예·서예 등으로, 공간 예술·조형 예술 등”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필자도 유명한 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해 종종 여행을 계획한다. 가까운 공주시 임립미술관부터 멀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Hermitage) 박물관 내 미술관까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보기 위해 또는 그림 하나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서 달려갔다.


사람들이 예술을 가까이하고 찾는 데에는 셀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인 정화와 작품을 감상하면서 발현되는 상상과 창의성, 즉 내적인 충만함을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술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정신적 재생의 원동력이 되면서 위로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콘텐츠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현재 상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우리나라 헌법 제22조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며,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 조항에 따라 국가는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도록 보장할 뿐만 아니라 지원해야 할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국가가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가는 결국 제도의 문제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고, 여기서 세금의 문제가 포섭된다. 간단히 생각해봐도 미술품 관련 행사에 원래 부과되어야 할 세금을 면제해주자는 지원정책이 우선적으로 제안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 거래에서 항상 부담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즉 “사업자가 행하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 및 권리인 재화의 공급과 재화 외의 재산 가치가 있는 모든 역무 및 그 밖의 행위인 용역의 공급 그리고 그러한 재화의 수입에 대하여 부과되는 조세”가 미술품과 예술행사에 대해서는 사회적·문화적·공익적 목적에서 정책적으로 면제되고 있다.


미술품 및 관련 행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는 당연히 법령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부가가치세법 제26조는 면세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에 대해 “면세”를 하는 목적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재화나 용역을 사용하거나 소비하여 부가가치세의 최종적 담세자인 최종소비자의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므로,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은 주로 국민 생활에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 국민 복리후생 및 문화용역과 기타의 공익용역이다. 동법 제26조 제1항 제16호는 면세의 대상이 되는 항목으로 “예술창작품, 예술행사, 문화행사 또는 아마추어 운동경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알렉스 카츠(Alex Katz) <Iris 2> 2019 

Oil on linen 121.9×167.6cm

 Courtesy GRAY, Chicago/New York




예술창작품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예술창작품은 미술, 음악, 사진, 연극 또는 무용에 속하는 창작품이고, 골동품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3조 제1호). 2016년 이전에는 연극 또는 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2016년 법령개정으로 연극 또는 무용도 면세범위에 포함되었다. 예술창작품에 대해 면세를 허용하는 이유는 예술가 등이 예술미를 표현해 제작 및 창작한 작품을 순수 노동력 지향적 재화로 보아 면세하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 면세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위에서 특정한 예술 분야여야 한다는 것과 창작행위로 인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2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창작이란 처음으로 혹은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므로 최초의 제작 및 독창성이 없는 것이면 예술창작품이 아니다.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1항 제16호에서는 “예술창작품”이라고 명기되어 있어 예술창작자가 어떤 인적 노력을 제공 - 부가가치세법상 용어로는 인적 용역의 제공이다 -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수취했을 때에도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예술적 인적 용역의 제공도 예술 분야에 대한 면세의 취지에 당연히 포함되므로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15호에 따라 “저술가·작곡가나 그 밖의 자가 직업상 제공하는 인적(人的) 용역”으로 면세된다.


구체적으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2조 제1호 가목은 “저술·서화·도안·조각·작곡·음악·무용·만화·삽화·만담·배우·성우·가수 또는 이와 유사한 용역”을 독립된 사업으로 물적 시설 없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아니하고 독립된 자격으로 용역을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에 면세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면세의 대상이 되는 예술창작품이란 미술품, 작곡집, 사진 작품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재화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서 예술 분야 창작품의 공급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 

<Ashwagandha> 2022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244.5×305.1cm  

Courtesy the artist, David Zwirner, and Canada 

© Katherine Bernhardt




예술창작품이 면세되는 범위는?

앞에서 언급했듯, 예술창작품이 면세되기 위해서는 첫째, 미술 등 예술 분야여야 한다는 것과 창작행위로 인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달리 말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모든 예술 분야에서 정확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으면 좋겠지만, 예술창작품과 제작, 거래의 다양성에 비추어 보아 ‘절대적’ 판단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도 면세가 어디까지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서 몇몇 과세관청의 행정해석을 소개한다.


기존 미술품을 모방한다거나 2개 이상 제작한 것은 위에서 설명한 창작행위로 인한 창작품이 아니므로 과세된다. 즉 창작이란 처음으로 혹은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므로 최초의 제작 및 독창성이 없는 것이면 예술창작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자가 미술품 등의 창작품을 모방해 대량으로 제작하는 작품은 예술창작품으로 보지 아니한다(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 26-43-1). 예를 들어 도자기 등이 예술 활동의 결과로 완성된 예술창작품이면 면세되지만, 시장 판매의 목적으로 제작되어 전시회 등을 통해 판매된다면 면세되지 않는다.


판화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면세가 될 수 있기도 하고, 과세가 될 수 있기도 하다. 사업자가 오리지널 판화 및 석판화를 다량으로 복사 제작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예술창작품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는 행정해석(부가 46015-3245, 2000.09.19)도 있고, 예술가의 손에 의해 원판으로부터 직접 제작된 흑백 또는 채색의 판화는 예술창작품으로 작가가 사인과 함께 작품 하단에 일련번호를 표기한 경우, 단순한 복제품으로 볼 수 없어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기도 한다.*


결국 판화의 경우 예술창작, 제작 방법·시설하청 제작 여부, 다량의 기계적 복사·복제 여부 등의 사실에 따라 종합적 판단하여 예술창작품 여부를 판단해야 하므로, 판화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과세 여부를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골동품의 경우 처음부터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므로 예술창작품이라 하더라도 면세되지 않는다. 즉 골동품 자체뿐 아니라 모방해 대량 생산한 골동품도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다(부가 22640-566, 1987.3.28).




쉬젠(XU ZHEN®) <I wish I had learned more trivia> 

2022 Mirror finish stainless steel, metal 

75×97cm Courtesy of MadeIn Gallery




예술행사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1항 제16호는 “예술행사”도 면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예술행사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발표회, 연구회, 경연대회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사라고 동법 시행령 제43조 제2호에서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가 행사를 주최하는가와 관계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문학·미술·음악·연극 및 문화 등의 발표회·연주회·연구회·경연대회(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 26-43-2 제1항) 등이 면세되는 예술행사라는 것인데,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요건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 26-43-2 제2항에서 아래의 6가지 중 하나에 해당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① 사전행사계획서에 따라 이익금을 이익배당 또는 잔여재산의 분배 등의 형식을 통해 주최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아닐 것
②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단체가 공식 후원하거나 협찬하는 행사
③ 사전행사계획서에 의해 입장료 수입이 실비변상적이거나 부족한 경비를 협찬에 의존하는 행사
④ 자선목적의 예술행사로서 사전계획서에 따라 이익금의 전액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행사
⑤ 비영리단체가 공익목적으로 개최하는 행사
⑥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사로서 영리성이 없는 행사




A woman accidentally smashed 

one of Jeff Koons’ iconic balloon dogs 

at a Miami art gallery  © Bel-Air Fine Art

 Contemporary Art Galleries




예술행사가 면세되는 범위는?

예술행사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기 위해서는 발표회·연구회·전시회·공연회·경연대회 등이 명칭 또는 형식과 관계없이 해당 행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비영리성을 가질 것)과 예술 분야 등이라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므로 예술 또는 문화행사에 해당하지 않거나 직업운동경기를 주최·주관하는 자(프로모터 포함)와 흥행단체 등이 흥행 또는 운동경기 등과 관련해 받는 입장료·광고료·방송중계권료 및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수수료는 과세된다.


예술행사가 모두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입장료, 관람료 등이 수반되는 때도 있다. 이 경우 면세가 되는 예술행사의 입장료, 관람료 등도 부수되는 재화로 입장료 등이 비싼지에 관계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예술행사라면 면세된다. 만약 입장료가 매우 고가인 경우는 어떨까? 영리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리인지 비영리인지에 대한 판단은 입장료 등이 고가인지와 상관없이 해당 행사의 주최자 또는 조직자가 사업을 영위하여 받은 대가를 이윤으로써 배당하거나 주최자에게 귀속시키는지에 따라 판단된다.


즉 예술행사가 영리적인 행위를 수반할 경우 추구하는 비영리의 고유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한도 내에서 그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도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러한 영리 행위를 했을 때 그 수익은 반드시 자선, 예술과 같은 비영리 고유의 사업목적에 충당되어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든 해당 행사의 주최자나 조직자에게 분배된다면 영리 목적이 되어 비영리성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 예술행사와 그에 부수되는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에 대해 어디까지 면세가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서 몇몇 과세관청의 행정해석과 국세심판례를 소개한다.


우선 문화행사의 명칭·휘장 등을 사용하게 하거나 행사장 내에 광고물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받는 대가 또는 행사장 내 매점·식당·주차장 등 시설을 임대하거나 운영하고 받는 대가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고 행정해석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부가, 서면인터넷방문상담3팀-3311, 2007.12.11). 또 패션 행사에 광고용역이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경우 이를 필수적인 부수 사업으로 보아 부가가치세를 면세할 것인지 아니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지에 대하여 국세심판례가 있었다.


심판부는 순수한 광고용역은 패션 행사와는 별개의 용역으로 이를 패션 행사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용역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행사와 관련된 협찬금이 실질적으로 광고에 그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순수예술, 문화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이는 경우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이라고 할 것이고, 협찬금이 실질적인 광고효과가 있고, 그 광고행위와 실질적 경제적 대가관계인 경우 그 협찬금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했다(부가, 국심2005서3508, 2005.12.30).


결론적으로 예술행사에 이윤이 발생하는 사업이 부수되는 경우(이를 부가가치세법에서는 부수 사업이라고 한다) 예술행사의 주체가 부수 사업을 하고 이에 대해 수취하는 대가가 실질적·경제적 대가관계가 있다면 부수 사업으로 발생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면세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줄리 베커(Julie Becker) <(W)hole> 

installed at Del Vaz Projects for ‘Frieze Projects:

 Against the Edge’, curated by Jay Ezra Nayssan 

for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Frieze and Del Vaz Projects

 Photo: Paul Salveson



앞으로의 과제는?

예술의 범위를 우리가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듯, 미술품 또는 예술행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확정 기준을 선 긋듯이 확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앞으로 많은 행정해석의 축적과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진의 경우 현상된 사진만이 예술창작품인가 아니면 필름도 창작품의 범위에 포함되는가에 대해서는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흔히 언급되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명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처럼, 결국 예술과 세금의 영역은 앞으로 끊임없이 발견되고, 발전해야 할 분야다. 앞으로 많은 사례가 축적되고, 행정해석과 연구가 거듭되어 좀 더 명확한 부가가치세 과세기준이 확립되길 고대한다.

[각주]
* “[더오래]예술창작물에 주어지는 면세혜택…복제한 판화는?”, 『중앙일보』, 2022.2.14, joongang.co.kr/article/25048037#home



글쓴이 최정희는 플로리다주립대학(University of Florida Levin College of Law)에서 세법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건양대학교 금융세무학부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 국가·지방자치단체 위원회에서 위원을 역임했으며, 2021년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2022년에는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문화예술법학회 회원으로서 문화 및 예술 영역에서의 조세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

 <Untitled (IODIWHTCTBH)> 2022 

Oil, acrylic, charcoal and archival glue on canvas 

138×10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안천호





Special Feature No. 3
물납제 시행 의의와

변화하는 시장 예측
● 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 『헤럴드경제』 기자



2023년 1월 1일부터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다. 미술계가 오래 바라던 ‘미술품 물납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미술계가 원하는 만큼 미술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장담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 물납하기 위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서다. 개정 내용을 살펴본 세무사는 재벌급이 아니고서는 물납제를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술시장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일단 시행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켈리 아카시(Kelly Akashi) <Heirloom>

 installed at Villa Aurora for ‘Frieze Projects:

 Against the Edge’, curated by Jay Ezra Nayssan 

for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Frieze; Francois Ghebaly,

 Los Angeles; and Tanya Bonakdar, New York 

Photo: Paul Salveson




올해부터 문화재·미술품도 상속세 물납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 1월 「2022 세제개편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안 개정은 이미 지난해에 진행됐고, 올해는 실질적인 적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가 2,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 물납의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문화재 및 미술품”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은 감정평가사에서 가치를 환산해 세금을 매기나, 물납제를 위해선 기재부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협업해야 한다. 국세청에서 물납 평가 요청이 들어오면 문체부 장관은 이를 평가해 물납을 요청하는 것. 다시 말해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문화재보호법상 유형문화재 또는 민속문화재로 지정·등록문화재와 회화, 판화, 조각, 공예, 서예 등 미술품이 대상이다.


상속세가 2,000만 원을 초과한다고 바로 물납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속 재산 중 금융재산가액보다 상속 납부 세액이 커야 한다. 또한 상속세 납부 세액에서 금융재산 가액과 상장 유가증권 가액을 차감한 금액을 초과해 물납을 신청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문화재·미술품 물납은 상속받은 문화재·미술품에 대한 납부 세액에 한해 물납을 허용한다. 물려받은 문화재나 미술품이 없으면 물납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켈리 아카시(Kelly Akashi) <Heirloom> 

installed at Villa Aurora for ‘Frieze Projects: 

Against the Edge’, curated by Jay Ezra Nayssan 

for ‘Frieze Los Angele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Frieze; Francois Ghebaly,

 Los Angeles; and Tanya Bonakdar, New York 

Photo: Paul Salveson




까다로운 물납제 조건

이토록 여러 조건을 건 이유는 물납제의 목표가 세수 강화가 아니라서다. 미술계에서 오래 주장했던 것처럼, 좋은 미술품이나 문화제를 국가에서 받아 관리·활용함으로써 국가의 문화적 부(富)를 축적하고 국민 문화 향유권을 강화하는 데 있다. 최대한 좋은 물건을 물납 받자는 아이디어는 물납 가능자를 좁히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사실 상속세 납부액 2,000만 원은 대단한 부자가 아니라 서울에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서민에게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금액이다. 세법상 1억까지 상속받을 경우 10%, 1-5억까지는 20%를 세금으로 내게 되어있는데 상속 공제를 적용하면 금액이 훌쩍 커진다. 배우자가 생존한 경우 최소 10억 원, 배우자가 없는 경우 5억 원의 공제가 적용된다. 정리하면, 배우자가 있는 경우 11억 6,000만 원, 배우자가 없는 경우엔 6억 6,000만 원이 넘으면 납부 세액이 2,000만 원이 넘는다. 한 해 여기에 해당하는 인원은 약 1만 4,000여 명이다. 한 해 사망자의 약 3%에 해당한다.





아르단 오즈메노글루(Ardan Özmenoğlu)

 <Hope Serisi> 2022 Silk print 43×33×6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nna Laudel Gallery





그러나 정부는 상속받은 자산 가운데 문화재와 미술품을 보유한 상속인의 자산으로 물납을 제한했다. 순위도 금융자산과 유가증권에 이어 3순위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사실상 대기업 일가 상속이나 유명작가 작고 시에 (물납제가)해당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섭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금융자산이 있을 때는 우선 현금 납부를 하고 정 안될 때 최후의 수단으로 물납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화재나 미술품은 상속 재산에서 누락되기 쉬운데, 이를 포함해 제대로 신고해야 하는 것도 바탕에 깔려있다. 현실에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 같은 자산가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해석했다.




짐 다인(Jim Dine) 

<The Events Surrounding the May Uprising> 

2003 Oil, acrylic and charcoal on canvas 

213.7×213.7cm Courtesy GRAY, Chicago/New York




결국 쟁점은 가치평가


새로 시작한 미술품 물납제의 쟁점은 ‘심사’다. 문체부는 납세자가 일차적으로 세무서에 신고할 때 제출한 금액을 바탕으로 심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전문가로 심의위원 풀을 구성하고, 케이스에 따라 가치평가와 감정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대한 여러 명의 의견을 들어 결론을 도출해 오류·오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재·미술품 평가 기관의 현실을 보면 과연 이 같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체마다 편차가 커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진위평가로 넘어가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 곳에서는 진작으로 평가한 것을 다른 곳에서는 위작으로 평가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문체부에서 말하는 민간 전문가가 바로 이 업체들이다. 납세자가 1차로 세무서에 신고할 때 활용할 업체도 이들이다. 문체부 담당자는 “문화재는 문화재청 위원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의 평가를 받고, 미술품은 심의위원을 구성해 평가할 계획인데 최대한 특정 전문가가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문가 풀을 구성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황이 바뀌진 않는다.


아직 국내엔 외국에서 ‘Appraiser’에 해당하는 ‘미술품 평가사’라는 직업이 없다. 작품 진위 판별이 국내 미술품 평가에서 가장 주요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진위감별은 오랜 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라 인력양성이 까다로운 분야다. 반면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가치평가의 경우, 그 필요성이 대두된 지 오래이나 문체부는 여전히 인력양성의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예전 미술유통법, 최근엔 미술진흥법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사안을 담은 법안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 혹은 계류 중이다.



쿠마가이 나오토(Naoto Kumagai) 

<Integrate> 2020 Courtesy of CAVE-AYUMIGALLERY




우리보다 먼저 물납제

시행한 외국사례

우리보다 먼저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의 경우 이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아예 독립적인 전문가의 임명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영국은 예술위원회(Art Council England)가 물납에 관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영국 예술위원회의 위원장은 니콜라스 세로타 경(Sir Nicholas Serota)이다. 1988년부터 2017년까지 테이트(Tate)의 관장으로 오늘날 테이트의 위상을 만든 인물로 평가된다. 위원장부터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인이다 보니 물납 심의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위원을 공개 모집하고, 그 과정을 공시한다. 심의위원들의 경력을 대중에 공개하고 매년 물납 받은 물건에 대해 백서(White paper)를 발행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직 미술관장 및 박물관장, 대학교수, 큐레이터, 아트 딜러, 경매사 대표 등이 위원에 포함된다.


영국은 1896년 세계 최초로 미술품 물납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의 해외 유출 방지를 목표로, 전 국민이 다양한 문화자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기본권 등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것이 물납제의 근간이다. 따라서 물납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At the Edge of Town>(1986-1988) 같은 현대 회화부터 18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Sutherland Necklace), 16세기 제작된 싱클레어 후드(Sinclair Hood) 컬렉션 도자기, 심지어 2021년 영국에 떨어진 운석 조각도 포함됐다. 지난해 예술위원회가 물납 받은 규모는 총 51개 아이템으로 그 가치는 약 5,700만 파운드(한화 약 890억 원)에 달한다.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冬の风景 (Winter Landscape)> 2021 

Video installation, projection onto winter landscape, 

oil painting by Paul Weimann (1867-1945) 

60×82×2.5cm Loop 10min 3sec silent  

© Pipilotti Rist




프랑스의 경우 영국처럼 위원을 공개 채용하거나 공표하진 않지만 문화부 장관이 2명, 재정부 장관이 2명씩 추천해 위원으로 임명한다. 위원장은 1986년부터 신경생물학자이자 미술컬렉터인 장-피에르 샹고(Jean-Pierre Changeux)가 맡고 있다. 이들 5명으로 구성된 물납 심의위원회는 신청 재산의 예술적, 역사적 가치와 가격에 대해 학예사,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후 심의 결과를 제출한다.


프랑스의 물납제도는 영국보다 늦은 1968년 시작했다. 상속 과정에서 미술품이 분산되거나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물납제의 목적이다. 납세자에게 납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보다 문화재 보존을 통해 문화기본권과 향유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2009년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크리스탱 알바넬(Christine Albanel)은 “물납제 덕택에 1만 점 이상의 미술품, 책, 문화재들이 국가에 소장됐으며 미술품의 양적 질적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물납제를 통해 받은 미술품을 문화적 성과로 인식하는 것이다.


물납제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성과도 프랑스에 있다. 파리 피카소 미술관(Musée Picasso Paris)이 바로 그 예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사망하면서 유족이 막대한 상속세 납부가 어려워지자 피카소 유작 200점을 물납하면서 프랑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미술관을 설립, 자국민은 물론 파리를 찾는 전 세계인이 향유할 수 있게 됐다.




드본 드자르댕(Devon DeJardin) <Confrontation>

 2022 Oil on canvas 213.5×30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bertz benda, New York 

and Los Angeles Photo: David Katzinger




가까운 일본도 물납제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00년 시작했으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상속세에 한해 물납을 허용한다. 하지만 물납 충당 우선순위에서 미술품은 3순위로, 사실상 물납 재산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다만 상속인이 생전에 문화청에 미술품을 등록한 경우, 물납 1순위로 받아주는 특례제도가 있다. 뛰어난 미술품을 지닌 소유자가 자발적 의지로 국가에 미술품을 등록하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해당 미술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미술품 등록제도다. 결국 일본의 물납제는 피상속인의 상속세를 대신하는 목적보다 국가의 문화재와 미술품 활용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물납을 허용한다고 볼 수 있다.




쉬젠(XU ZHEN®) <Under Heaven-2801GK2191> 

2021 Oil on canvas, aluminum 90×120×13cm

 Courtesy of MadeIn Gallery




사전에 국가에 등록한 미술품만을 물납 받기 때문에 감정 과정도 상대적으로 심플하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전담하며, 물납 대상의 가격평가만 이뤄진다. 시가 산정은 화랑, 경매회사에서 실시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민간 전문가의 참여로 가격 감정이 결정되는데, 이에 대한 비슷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케가미 켄(Ken Ikegami) 메이지 대학교수는 2021년 미술품 가치 책정이 유동성이 크며 객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캐롤 보브(Carol Bove) <22-028 (TBC)> 2022

 Stainless steel and urethane paint Approximate dimensions 

on handling fixture: 61×101.6×66cm
Courtesy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 Carol Bove




물납 받은 작품의

사후관리와 시장 영향

아직 물납 신청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에서는 빠르면 올 2분기 이후에나 신청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보다는 미술품의 물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의 경우 그 가치가 큰 것은 대부분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어있고, 이들은 상속 시 상속세가 유예되기 때문이다. 일단 작품을 물납 받으면 현재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돼 매각 혹은 배치된다. 문화재·미술품 물납은 그 목적이 그 관리와 활용의 강화인 만큼 이와는 다르게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와 기재부 담당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네오 라우흐(Neo Rauch) <Die Handreichung> 2019

 Oil on canvas 240×120cm Framed: 245×125×6.5cm 

 Courtesy the artist,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and David Zwirner  © Neo Rauch / VG Bild-Kunst, Bonn




까다로운 제도에 차 떼고 포 떼면 사실상 ‘국보급 미술품’만 물납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물납제가 시행된 이상 시간이 지나면 물납으로 받은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가의 문화적 자산으로 쌓일 것이다. 또한 상속 시 세금을 내기 위해 경매사에 파이어 세일(폭탄세일) 급으로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자산가들에게는 위안이다. 십수 년 전 1억 원 주고 구매한 작품이 세금 15억 원을 대신한다면, 이만한 투자가 또 어디 있겠는가.




얀 슈미트(Jan Schmidt) <Ohne Titel> 2019 

Tusche auf Papier 120×120cm 

 Courtesy of Galerie Anita Beckers 




물납제가 시행된다고 당장 미술 시장의 활로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물납제는 미술품에 대한 다른 세제와 달리 작품을 구매할 때 즉각적인 혜택이 없다. ‘만약에 이 작품의 가격이 오르고, 구매자의 자산이 많아 물납이 가능할 정도가 된다면, 세금을 대신 할 수 있을지 모른다’가 정확하다. 수많은 ‘만약에(IF)’의 길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에서 물납제를 환호하는 이유는 ‘미술품=세금’으로 치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도 그저 온라인상에서 비트코인끼리 거래될 때에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의 프로그래머 라스츨로 핸예츠(Laszlo Hanyecz)가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구매하고서야 현실과 다리가 놓였다.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의 실용성을 입증한 것이다. 최초의 가상자산 실물거래가 가져온 나비효과는 지금 누구나 알 듯, 어마어마한 가상화폐 자산시장으로 성장했다. 물납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다.PA

[각주]
* 변지혜·김혜인·이재경, 「문화재 및 미술품 물납제 관련 체계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2



글쓴이 이한빛은 『헤럴드경제』 신문에서 시각예술 분야 담당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거의 매일 해당 분야 기사를 생산하고 있지만 엄연히 미술계 머글(비전공자)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미술계 소식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부에선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으며 뒤늦게 MBA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감정평가사협회(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 AAA)의 미술품시가감정과정을 수료했고 AAA의 준회원후보다. 시장을 맹신해서도 안 되지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시장주의자다.



사왕웡세 양훼(Sawangwongse Yawnghwe) 

<Shan State Army - N> 2017 Oil on linen 

199×160cm Courtesy of T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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