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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1, Feb 2020

고든 마타-클락, 반건축을 실천하다

ChinaⅡ

Passing Through Architecture
The 10 Years of Gordon Matta-Clark
2019.11.7-2020.2.16 상하이, 상하이 당대미술관

상하이 당대미술관(Power Station of Art)에서 [고든 마타-클락의 10년: 건축을 가로지르며] 전시가 열리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교수이자 건축사학자, 큐레이터인 마크 위글리(Mark Wigley)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마타-클락의 회고전을 기획했다. 전시는 1978년 마타-클락이 35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10년간 그의 삶과 예술 작업을 조망한다. 마타-클락은 1970년대 뉴욕시의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비판하며, 건축, 퍼포먼스, 현대무용, 연극과 전시를 넘나드는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만들었다.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젠트리피게이션을 둘러싼 이슈들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반복되고 있다. 특히 급속한 도시 개발 정책을 현재 겪고 있는 상하이에서 마타-클락의 액티비즘적 예술 실천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 사진 Power Station of Art 제공

Gordon Matta-Clark cutting 'CONICAL INTERSECT' in Paris 1975 Photo ⓒ Gordon Matta-Clark E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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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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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마타-클락 재단이 캐나다 몬트리올 건축 센터에 기증한 아카이브 자료를 토대로 전시를 풀어냈다. 120점의 그림, 60점의 사진 기록과 7편의 동영상, 마타-클락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200개의 문서로 전시는 구성된다. 그가 주창한아나키텍쳐 (Anarchitecture)’라는 개념과 함께, 뉴욕 소호에서 운영하던 대안공간이자 예술가들을 위한 오픈 키친 <푸드(FOOD)>, 실제 건물에 조각적 개입을 했던 <쪼개기(Spllitting)> 작업들에 관한 아카이브 자료들이 주를 이룬다. 마타-클락의 <(Cut)>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설치로, 큐레이터는 화이트큐브 전시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얇은 스크리닝 벽을 세운다. 일반적인 회고전이 그러하듯 연대기적이고 직선적인 전시 관람 경로를 만드는 대신, 큐레이터는 전시장을 열린 공간으로 설정하여 관람객이 마타-클락의 작업을 다양한 각도와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전시는 마타-클락의 예술 실천이 당시 사회적 상황과 정치 의식에 깊이 관계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마타-클락의 예술 실천은 개인의 몽상에 그친 것이 아니라 예술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사회 참여 운동이었고, 그 스스로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액티비스트였음을 이야기한다. ‘68혁명’, 학생운동의 역동적 에너지에서 출발하여 1970년대 뉴욕시의 경기침체와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젠트리피케이션, 추방 당한 이들을 위한 예술가들의 연대적 비판이 그의 10년간 삶에 담겨있다.





Gordon Matta-Clark <SPLITTING> 1974

 collaged gelatin silver prints 81.3×57.8cm 

ⓒ The Estate of Gordon Matta-Clark. 

ⓒ The Estate of Gordon Matta-Clark and David Zwirner

 




실천하는 삶


1971년 마타-클락의 퍼포먼스 영상 <나무 춤(Tree Dance)>이 전시장 입구에 놓인다. 마타-클락은 뉴욕 바사르 대학(Vassar College) 캠퍼스의 거대한 나무에 밧줄, 사다리와 네트를 설치하고, 학생 댄서들과 함께 불안정한 누에고치 네트 안팎을 오르내린다. 나무에서 매달려 거주가 가능한 형태를 실험한 이 작업에서,  나무 자체는 삶의 공간이 된다. 건축을 전공한 마타-클락은 콘크리트 건물을 설계하는 대신, 자연 안에 거주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함께 춤을 추며 살아가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 주거 공간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 유토피아적 삶에 대한 제안은 이후 작업에서 지속된다. 대학을 마친 후 뉴욕으로 돌아온 마타-클락은 1970년대 뉴욕시의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이 낳은 또 다른 현장을 목격한다. 당시 뉴욕시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었고, 랜드 부동산 개발 회사를 통해 파산에 다다른 뉴욕시의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정책을 세운다. 기존의 오래된 건축물을 철거하고, 이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은 제 공간에서 추방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욕시의 주거주자를 백인 중산층으로 교체하겠다는 뉴욕시 정책이었다


제 삶의 터전에서 추방당한 많은 이들은 노숙자와 부랑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마타-클락은 브루클린 다리 아래에서 뉴욕의 폐기물을 사용해서 집을 만들어 살아가는 이들을 만난다. 이들의 삶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뉴욕에서의 첫 설치 작업 <쓰레기 벽 (Garbage Wall)>(1971)을 만든다. 도시의 폐기물을 리사이클링 하여 자신만의 건축 구조물을 만든다는 새로운 방식의 예술 창작이었다이후 마타-클락은 제 예술 작업이 가시적 형태의 예술 조형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예술가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예술가를 위한 공공기금이 없던 당시 뉴욕에서, 예술가가 제 예술의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임금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마타-클락은 동료들과 함께 1971년 뉴욕 소호에 임시 공동체와 자치 공간 <푸드>를 연다. 이 곳은 가난한 예술가들과 대안공간들이 점유하던 지역으로, <푸드>는 예술가들이 함께 일하며 예술계 사람들이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오픈 키친이 되었다. 마타-클락이 관여한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푸드>는 예술가들이 전시와 전시 사이에 꽤 좋은 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Gordon Matta-Clark <CIRCUS> 

1978 silver dye bleach print (Cibachrome) 

Photo ⓒ Gordon Matta-Clark Estate 

 



아나키텍쳐 Anarchitecture


1970년대 소호에서 마타-클락은아나키텍쳐라는 비정규 연구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는다. 이 연구 모임은 한 병의 테킬라를 끝낼 때까지 독서와 토론을 이어가고, 아침이 되어야 끝나곤 했다고 한다. 모임이 끝나면, 마타-클락은 그날의 내용을 정리하여 자료로 만들었다.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티나 지루어드(Tina Girouard), 캐롤 구든(Carol Goodden), 수잔 해리스(Suzanne Harris) 와함께 연구와 토론을 진행했다. 1974 3 <아나키텍쳐 전시(Anarchitecture Show)> 112 그린가에서 처음으로 개최했고, 하나의 그룹임을 강조하기 위해 모두 익명으로 참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시에 관한 아카이브는 거의 없으며 참가자들의 기억마저 상충되어, 전시는 일종의 신화가 되었다. 아나키텍쳐라는 새로운 단어는 하나의 건축(An Architecture), 아나키(Anarchy)와 건축(Architecutre)의 조합 등을 의미한다


연구 모임을 통해 마타-클락은 건축을 대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변이 가능한 존재로서 도시의 생태학적 특징, 새로운 건물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건물을 해체한다는 반-건축적 접근, -기능적 공간을 만든다는 예술적 탐구 등이 그것이다. 마타-클락은 현대 사회에서건축=개발이라는 공식을 비판하고, 이 공식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예술 작업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뉴욕 근교에 위치한 뉴저지 이글우드는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던 유색인 운전사, 가정부와 같은 노동자 계층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1970년대 뉴욕 경기 악화와 함께, 이들은 하나둘씩 직업을 잃고 집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 공동체가 무너진 공간에, 부동산 개발업자는 젠트리피케이션 계획을 세운다. 마타-클락은 개발이 시작되기 직전, 이 집의 건축적 특징에 물리적 개입을 가하는 프로젝트 <쪼개기(Splitting)>(1971)를 만든다. 빈 집의 반을 수직으로 자른 후, 두 조각을 기울여 간극을 만든 것이다. 그 집에 얽힌 많은 사연들은 두 조각으로 해체되며, 그 해체로 인해 건축물 자체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낸다.





Gordon Matta-Clark resting on the extracted fragments of

<OFFICE BAROQUE> in Antwerp 1977 

Photo ⓒ Gordon Matta-Clark Estate

 




1975파리 비엔날레(La Biennale Paris)’에서, 마타-클락은 파리 보부르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위해 철거를 앞둔 17세기 건물 두 채를 작업의 재료로 삼는다. 그의 작업 <원뿔 모양의 교차(Conical Intersect)>에서 원뿔 모양의 절단 각도를 통해 두 건물을 연결하고 잘라낸다. 관람객이 원뿔형 구멍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보부르 지역을 철거하고 새롭게 지어지고 있던 퐁피두 센터의 건설 현장과 마주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목적이 중산층 가정에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술관과 같은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된 상황을 노출한다. 안트워프에서의 <오피스 바로크(Office Baroque)>(1977)는 마타-클락이 실현한 마지막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마타-클락은 재개발 예정이던 해상 운송 회사 5층 건물의 벽과 천장을 배 모양으로 뚫는, 그가  구현한 최대 크기의 설치 작업을 진행한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이 작업은 그가 남긴 유일한 설치 작업이 되었고, 이를 보존하고 공간 자체를 미술관으로 바꾸기 위한 예술계의 노력이 있었다. 보존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지만, 이를 위해 기증된 150여 점의 예술 작품은 앤트워프 현대미술관을 설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예술계의 연대와 지원은 앤트워프 지역사회에게 현대 예술의 위치에 대한 중요한 선언이 되었다.

 




Sketch of project to cut through 6 houses in Houston, 

in letter from Gordon Matta-Clark to Marilyn Lubetkin,

 May 15, 1975 Photo ⓒ Matta-Clark Collection 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CCA) Montreal

 PHCON 2002:0016:003:075





맺으며


도시는 형태를 찾는,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들의 망이라고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말한다. 마타-클락은 예술가의 신체를 사용하여 도시의 벽을 조각했고, 도시 속 관계들의 망을 노출시켰다. 그는 자신의 예술 실천이 현실에 맞닿는 지점을 고민하며, 그것이 공허한 미학 놀이에 그치지 않기 위해 분투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물리적으로 개입하고, 그의 예술적 실천 안에서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냈다. 마타-클락이 뉴욕에서 활동한지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가 제기한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와 건축의 역할에 대한 문제는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공간 소유권, 지역 커뮤니티라는 비가시적 가치, 도시 속 생태와 평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 그가 던진 질문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여전히 많은 공명을 일으킨다. 그리고 여전히 풀지 못한 많은 과제를 남긴다.   

  


글쓴이 양지윤은 대안공간 루프의 디렉터이다. 암스테르담 데아펠 아트센터에서 큐레이터 과정에 참여한 이후, 코너아트스페이스의 디렉터이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했다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컴퓨터아트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아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바루흐 고틀립과 함께사운드이펙트서울: 서울 국제 사운드아트 페스티벌을 디렉팅했다기존 현대미술의 범주를 확장한 시각문화의 쟁점들을 천착하며, 이를 라디오, 인터넷, SNS를 활용한 공공적 소통으로 구현하는 작업에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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